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104화 (104/1,000)
  • 104화 폐급 (1)

    청송량 중학교 3학년 교실.

    곧 수학여행을 앞둔 중학생들은 분주하다.

    “얘들아! 담임이 버스 자리 정하래!”

    반장인 장혜원이 버스 좌석이 그려진 A4용지를 들고 와 칠판에 붙였다.

    그러자, 교실에는 일약 소란이 벌어진다.

    활발한 아이들 그룹이 제일 먼저 칠판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야, 내 옆자리 앉아라?”

    “아, 이번에는 남녀 좀 섞자 좀!”

    “나 같이 앉을 친구 없어! 제비뽑기 해!”

    “야! 너는 나랑 앉으면 되지!”

    “찝적거리지 말아 줄래?”

    “야! 니 다른 애랑 앉으면 진짜 배신이다?”

    다들 비오는 날의 개구리마냥 짝을 찾기 위해 떠들썩하다.

    매직으로 벌써 중간 좌석에 자신과 베스트 프렌드의 이름을 쓰는 친구들도 보인다.

    그때.

    “야, 맨 뒷자리 5개 남겨 놔라? 그 앞에 두 자리, 두 자리도.”

    뒤에 엎드려 있던 제일 덩치가 큰 남학생 하나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권혁웅.

    이 반에서 제일 잘나가는 일진.

    그리고 녀석의 여자 친구인 반장 장혜원은 픽 웃는다.

    “야 권혁웅! 너 또 뒷자리 독점할라 그러지!”

    “네 자리도 맡아 주는 거 아냐~”

    둘은 서로 꺄르륵 마주 웃는다.

    이윽고.

    하나둘씩 자리가 차 간다.

    장혜원은 거의 다 찬 버스 자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진다.

    버스 좌석에 나 있는 빈자리.

    그녀는 이내 좌석 배정표 뒤에 있던 다른 A4용지를 꺼내들었다.

    <기초수급자 수학여행비 지원 신청서>

    장혜원은 그 종이를 든 채 머리를 긁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한 남학생이 보인다.

    부스스한 머리, 후줄근한 교복, 작은 체구, 구석진 곳에서 혼자 잠들어 있는 남학생.

    …바로 나다.

    “…….”

    나는 엎드려 있었지만 사실 자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교탁 앞에서 여자애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도 다 듣고 있었다.

    반장인 장혜원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야, 누가 가서 이어진한테 이 서류 좀 줘 봐. 담임이 귀찮다고 나한테 떠넘겼다고!”

    그러자 주변 여자애들이 꺄르르 웃는다.

    “무슨 서류인데? 부모 없는 거 인증하는 서류?”

    “패드립 오졌다. 그런 건 반장이니까 네가 해야지.”

    그러자 장혜원은 귀찮고 짜증난다는 듯 찡얼거린다.

    “찐따냄새 나서 말 섞기 싫어.”

    “그럴 거면 반장 왜 했냐?”

    “학생부 우수자 전형으로 특목고 갈라고 했다 왜!”

    장혜원의 말에 친구들은 또 한 번 꺄르르 웃는다.

    하지만 정작 장혜원은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표정.

    “아, 그리고 쟤 빨리 자리 정하라고 누가 좀 전해 봐. 담임이 짝 없는 사람 있으면 반장이랑 앉힌다고 했단 말야!”

    버스에서 나와 짝이 돼서 앉을 바에는 차라리 수학여행을 안 가고 말겠다는 것이 그녀의 오피셜한 입장.

    “…….”

    나는 조용히 팔을 끌어당겨 코에 대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냄새는 나고 있었다.

    정말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못하고,

    체육도 못하고,

    음악도 못하고,

    미술도 못하고

    …하다못해 싸움도 못 하는.

    할 줄 아는 것은 구석에서 하는 폰게임이 전부인 나에게서 나는.

    그 ‘존재의 냄새’를 뜻하는 것이리라.

    “…….”

    내가 일어나지도 잠들지도 못하고 있을 때.

    “이리 줘. 내가 가져다줄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반장. 이름이 뭐였더라?

    긴 머리에 두터운 안경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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