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101화 (101/1,000)
  • 101화 연말 시상식 (1)

    BJ 고인물.

    나는 스트리머 마동왕을 겨냥해 말했다.

    “이걸로 마동왕 님과는 1승 1패네요.”

    이쯤 했으면 됐다.

    고인물은 1승 1패로 체면 유지는 했고 마동왕은 간지 나는 최후로 유명세를 얻었다.

    서로에게 윈윈인 결과.

    그리고 그 서로가 전부 나인만큼 개이득인 장사였다.

    사망 패널티도 없고 두 계정 다 인지도가 대폭 상승했다.

    나는 방송을 종료한 뒤, 댓글 반응을 살폈다.

    -마동왕 간지ㄷㄷㄷ 과연 프로리그의 초신성답다!!!

    -그런 마동왕도 잡아버리는 고인물..아니 썩은물 클라스;;; 역시 아마추어 리그의 황제..

    -와ㅋㅋㅋㅋ현 한국 프로랭킹 싹 다 다시 써야겠는데?

    -고인물님이 아마추어 리그에 계신데 누가 프로라고 설치냐? 다 은퇴해라~~

    -재경기 안 하나요? 1승1패라니!!!!!찝찝!! 그래서 누가 더 세냐고!!!

    -서로 큰 거 한방씩 주고받았으니 이젠 안싸울 듯ㅋㅋㅋㅋ

    -영상 퍼가요~♡

    .

    .

    예상한 대로.

    댓글 반응은 폭발적이다.

    두 계정 다 후원금이 미친 듯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마동왕은 졌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고인물보다도 많은 후원을 받고 있었다)

    구독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

    조금 있으면 고인물 채널의 정기구독자 수는 1백만에 육박한다.

    (참고로 마동왕 채널의 정기구독자 수는 삼십만 명이다)

    한창 주가가 올라온 지금이 기회!

    나는 한창 시청자들의 관심이 극대화된 타이밍에 맞춰서…

    [영상 Upload]

    영상 하나를 업로드했다.

    <세계최초! A+ 등급 보스 몬스터 세 번째 연속공략! 악의 고성 정복!(feat.어둠 대왕)>

    <본격! 최강 최악 난이도의 하드코어 던전 솔로 레이드! 채널고정!>

    <카리스마 보스 ‘어둠 대왕’의 진짜 정체는!?(※스포있음)>

    드디어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영상 출격이다!

    나는 악의 고성에 도전했던 영상을 올려버렸다.

    여전히 3부로 나눈 동영상.

    언제나 그렇듯 1, 2부는 무료, 3부는 유료이다.

    3부는 쿠키 영상 같은 느낌이기에 1, 2부의 영상만 보더라도 내용 파악에는 큰 무리가 없다.

    3부의 유료구매는 어디까지나 후원금 같은 개념.

    (참고로 3부에 어둠 대왕의 ‘숨겨진 설정’이 등장한다)

    마동왕과의 대결로 인해 가장 핫할 때 올려야 조회수 유입이 잘 되겠지?

    아니나 다를까.

    동영상의 초반 유입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지금 보면서도 내 눈을 못 믿겠다;;; 지금 뭘 잡았다고?

    -게임 출시 1년만에 A+급 몬스터 3마리 잡힌 거 실화냐??

    -shut up and take my money!!!

    -미친ㅋㅋㅋㅋ도대체 어떻게 잡은 거야???고인물님 템세팅, 특성트리좀 알려주세요~~

    -You are rotten water. I will sponsor you!

    -저기…저는 C급 몬스터 혼자 잡는 것도 벅찬데…저만 이런 건가요? 자괴감 느껴지네요

    ↳님 안심하세요 저도그래

    ↳요즘 어지간한 프로게이머도 C+급 솔로잉 힘들어함…

    ↳ㅇㅈ탑 티어급 랭커들도 B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겨우 클리어하던데…

    .

    .

    무시무시한 속도로 올라가는 조회수, 구독자나 팔로워들의 수도 장난이 아니다.

    나는 유튜뷰 뿐만 아니라 내 개인 SNS등에도 모든 영상들을 한번에 올린다.

    딱히 독점 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는 거의 모든 인방 플랫폼, SNS 등지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시청자들과 팬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이잉!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고인물, 그러니까 내 실명으로 만든 핸드폰이다.

    화면에는 전화번호 정보가 떴다.

    <유튜뷰 코리아 전략실>

    으레 전화가 올 법한 번호였기에 나는 주저 없이 통화를 연결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핸드폰 너머에서 살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녕하세요 고인물 님! 유튜뷰 미래전략실 송승우 실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아아,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구독자 수 1백만 명 이상을 달성하셨잖아요? 그것 때문에 축하인사 드리려고 연락 드렸습니다!]

    그렇다.

    내 채널을 구독하는 시청자들의 수는 현 시점에서 정확히 1,000,282명.

    심지어 지금도 계속해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사실 마동왕을 구독하는 시청자들까지 합치면 더욱 많은 수이지만, 그것은 비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유튜뷰 직원이 직접 내 채널을 모니터링 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네네. 방금 전에 넘었네요.”

    [아 그렇군요! 어디 보자, 지금은 백만 하고도 삼백 열두 명이네요! 제가 보고 전화 드렸을 때는 딱 백만 명이었거든요. 그새 300명가량이 느셨네요. 세상에… 무슨 구독자가 초 단위로 수십씩 올라가요!]

    그는 나에게 이것저것을 설명해 주었다.

    [저희는 구독 시청자 수에 따라서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세워드리고 있거든요. 백만 명 이상은 골드 버튼, 십만 명 이상은 실버 버튼, 만 명 이상은 브론즈 버튼. 이렇게요.]

    “그럼 저는 골드인가요?”

    [네네. 그것도 역대 최단기 골드 버튼 중 한 명이십니다. 그동안의 전적을 보시면…채널을 개설하신 지 하루 만에 브론즈 버튼을 다셨고요, 1개월 만에 실버 버튼, 그리고 11개월 하고도 2주 만에 오늘 딱! 골드 버튼을 다셨네요. 다른 스트리머 분들은 실버 버튼 다시는 데도 2~3년씩 걸리시는데…정말 굉장하신 겁니다!]

    “무슨 혜택 같은 것이 있나요?”

    [앗, 실버 버튼 다셨을 때 혜택 관련된 문서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드렸는데. 아직 못 보셨군요?]

    그 말에 나는 아차 싶었다.

    예전에 유튜뷰에서 독점 스트리머 관련 혜택 어쩌구가 온 게 있었는데 그거였나 보군.

    “독점 할 생각이 없어서 안 열어봤었어요. 그게 골드 버튼 혜택과도 관계가 있나요?”

    [아앗, 네네. 사실 관계가 꽤 밀접합니다.]

    송승우 실장은 죄송스럽다는 어투로 말했다.

    [현재 스트리머 고인물 님께서는 유튜뷰 전속 계약을 하신 상태가 아니라서…실버 버튼 단계부터 제공되는 ‘전담 매니저’, ‘정산 비율 조정’, ‘스튜디오 지원’, ‘창작지원금 제공’ 등의 편의 서비스를 전혀 받고 계시지 못하고 있거든요.]

    “아, 그 버튼이라는 게 계급장 같은 거군요.”

    [네네. 그렇죠.]

    “그런데 제가 전속이나 독점, 선독점…뭐 이런 게 아니라서 계급장의 혜택은 거의 못 받고 있는 것이고요?”

    [네네, 제한적으로 받고 계시는 것이지요. 아휴 이거 참, 너무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아쉬우면 전속하라 이거로군?

    나는 머리를 굴려 보았다.

    어차피 나는 미래 인방들의 트렌드를 전부 꿰고 있다.

    내가 지난 15년간 게임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쉴 때는 오직 인터넷 방송만 주구장창 본지라 대강의 히트 아이템, 방송 진행법 등등은 알고 있다.

    어떤 스트리머가 어떤 콘텐츠로 대박을 내는지, 어떤 BJ가 어떤 멘트로 승승장구하는지 전부 알고 있단 말이다.

    15년 전의 과거로 돌아온 이상 어지간한 전문가들보다 내가 나을 수밖에.

    “딱히 전담 관리자님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내 말을 들은 송승우 실장은 깜짝 놀란다.

    [그, 그래도 영상 전문가들이 옆에서 꾸준히 서포트를 해야 지금의 상승세가 쭉 이어지지 않을까요? 고인물 님 정도의 페이스라면 구독자 수천만, 다이아 버튼도 노리실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 그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

    구독자 수 천만. 다이아 버튼.

    한국에서 이 정도 시청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존재는 탑 아이돌 그룹 한두 개, 혹은 대형 연예기획사뿐이다.

    하지만 나는 감히 이 아성을 넘어 보련다.

    어차피 시청자 수는 국내 한국인들만 집계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네요. 하긴 고인물 님은 굳이 독점 계약을 하지 않으셔도 타 방송 플랫폼들에서도 매출이 어마어마하시니…굳이 저희와 독점 계약을 하실 것 같지는 않았어요.]

    송승우 실장은 제법 솔직한 사람이었다.

    유튜뷰가 아니더라도 유료방송으로 수익이 잘 나오는 나로서는 에이프리카, 팥TV, 카카호채널, 트위키, 페이스노트, 잉스타 등등의 수많은 인방 플랫폼 혹은 SNS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광고 수주비만 해도 차이가 넘사벽인데 굳이?’

    제아무리 독점 스트리머에게 혜택을 많이 주는 유튜뷰라지만, 다른 모든 인방 채널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혜택들을 잡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타 인방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수익 이상의 ‘어떤’ 편의를 봐 주신다면 전속 계약을 할 생각도 있어요.”

    나는 슬쩍 여지를 놓는다.

    그러자 송승우 실장의 귀가 번쩍 뜨인다.

    [저, 정말입니까!? 어떤 편의를 원하시는지요? 제가 당장 상부에 연락해서 미팅 자리 잡겠습니다!]

    “그럼 조만간 연락드릴게요.”

    사실 지금의 내가 유튜뷰 코리아의 고위 관리자를 직접 불러낼 급은 못 된다.

    다만, 앞으로의 성장세. 그것이 관건이다.

    나 정도의 파급력과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단순히 골드 버튼 유저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그런 똥멍청이가 따로 없겠지.

    5년 걸려서 골드 버튼 단 유저와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골드 버튼 단 나를 동급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유튜뷰에서 더 뜯어낼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지.’

    광고비나 조회수 수익, 후원금보다 더 큰 것.

    방송 플랫폼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의 것.

    나는 지금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게 뭐냐면…’

    내가 속으로 막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참, 이번에 연말에 저희 측에서 주최하는 행사 아시죠?]

    송승우 실장이 다른 말을 꺼낸다.

    [영등포 메릿지 호텔 파티룸에서 열립니다! 꼭 한번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세요! 초대장은 우편으로도 보냈습니다!]

    그는 통화와 동시에 내게 문자로 연말 파티 초대장을 보내왔다.

    연말 수상식.

    유명 스트리머들의 시상식이 열리고 각종 공연과 사업 설명회가 이어지는 축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음? 원래 선독점이나 전속 스트리머들만 부르지 않나요?”

    [에이, 고인물 님 정도면 예외죠. 와 주시기만 해도 영광입니다! VIP 게스트 석이 또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이렇게 말한다면 또 굳이 가지 않을 이유도 없다.

    내가 파티 참석 의사를 밝힌 뒤 전화를 끊는 순간.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핸드폰에 갑자기 부재중 전화가 엄청 뜨기 시작했다.

    문자들이 줄을 지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페이크노트 코리아 권희한 부장입니다…부디 이번 연말 시상식 및 연회에…자리를 빛내주실 수…]

    [고인물 님! 방송 잘 보고 있습…저는 팥TV 전략팀장 백주리 차장…송년회 축제…]

    [귀하의 방송에 무궁한…저는 카카우 포도채널 전대준 실장입…연말 사업 설명회 겸 시상식…]

    [안녕하세요 에이프리카 파트너쉽 팀 팀장 신세현…올 마지막을 장식할 화려한 연회에…고인물 님을 특별 VIP 게스트로…]

    “…일 열심히들 하시네.”

    나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전 10시 15분.

    각 방송 플랫폼의 송년회 홍보팀들이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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