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84화 (84/1,000)
  • 84화 어둠 대왕 (1)

    어둠 대왕.

    악의 고성의 최종 보스.

    놈의 무시무시한 아우라가 이 공간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그가 손을 뻗자, 정면에 시커먼 포탈이 생겨났다.

    푸드드득-

    암흑 속에서 들려오는 불쾌한 날갯짓 소리.

    이윽고 어마어마한 수의 박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대왕의 박쥐> -등급: D / 특성: 어둠, 독, 하수인, 혈우병

    -서식지: 악의 고성, 싸움 나락

    -크기: 30cm.

    -사람의 기름과 피로 살을 불린 박쥐.

    한번 물린 상처는 다시는 아물지 않는다.

    어둠 대왕이 소환한 박쥐들은 그 수를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그것들은 마치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인 양 한 군데로 모여들어 군집을 이룬다.

    차라락-

    박쥐들은 서로를 단단하게 붙잡은 채 길게 늘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시커먼 채찍을 보는 것 같았다.

    부웅-

    어둠 대왕이 손을 뻗자, 박쥐로 만들어진 검은 채찍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여전히 위협적이로군.”

    나는 채찍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짜-악!

    박쥐 채찍은 그대로 단단한 돌 바닥을 때린다.

    퍼억-

    바닥에 내팽개쳐진 박쥐들의 몸이 터져나갔다.

    살점과 내장, 뼛조각들이 사방팔방으로 비산했다.

    이 역시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독 데미지를 입힌다.

    푸드드득-

    새로 소환된 박쥐들이 또다시 긴 채찍을 만들었다. 채찍 가닥은 어느새 세 개, 네 개로 불어난다.

    짜악- 짜악- 퍼펑!

    채찍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휘둘러졌다.

    그것들은 휘둘러지는 도중 허공에서 방향을 꺾는다.

    때로는 살아 있는 뱀처럼 나를 휘감으려 들기도 했다.

    짜악-

    또다시 박쥐 채찍이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퍼퍽-

    박쥐들이 몸이 돌기둥에 부딪쳐 터졌다.

    돌 부스러기와 박쥐들의 살점, 내장, 핏물들이 뒤섞여 튄다. 은근히 범위가 넓었기에 모두 피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퍼퍼퍽-

    박쥐의 뼛조각과 내장들이 내 전신에 끼얹어졌다.

    “퉷!”

    나는 입 안으로 들어간 박쥐의 머리통을 뱉어 냈다.

    자잘한 돌 부스러기와 뼛조각들이 몸에 박혀 물리 데미지를 준다.

    그리고 박쥐의 더러운 혈액을 뒤집어썼기 때문에 독 데미지까지 들어왔다.

    -이어진

    LV: 37

    호칭: 바실리스크 사냥꾼(특전: 맹독) / 메두사 사냥꾼(특전: 마나 번) / 샌드웜 샤낭꾼(특전: 가뭄)

    HP: 192/370

    그거 뭐 얼마나 맞았다고 HP가 벌써 반이나 깎였다냐?

    부스러기에 맞아도 이 정도인데……. 만약 채찍을 정타로 맞았다면 정말 큰일 나겠다.

    나는 재빨리 인벤토리를 열었다.

    패턴도 없이 날아드는 마구잡이 공격이기에 포션을 꺼낼 여유도 없다.

    나는 ‘할로윈 구름과자’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할로윈 구름과자> / A

    할로윈의 마녀들이 피우곤 하던 담배. 지독한 마약성분이 있는 잎사귀를 건조한 뒤 빻아서 만든 것이다.

    -흡입 시 1초에 100의 HP 회복 (특수)

    -남은 개비 19/20

    -잔여 시간 59:58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나는 약 2초간 구름과자를 깊게 빨아들였다.

    역한 매연이 목구멍을 타넘어 폐 두 덩이를 꽉 채운다.

    이내, HP가 200 회복되었다.

    “휴.”

    나는 HP칸이 꽉 찬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최대 HP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구름과자를 두 모금 빤 것으로도 충분하다.

    타탁-

    내가 바닥을 굴러 뒤로 물러서자.

    쿵-

    어둠 대왕이 내 쪽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이내, 그는 붉은 손을 들어 내 쪽을 겨눴다.

    ‘온다!’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놈의 두 번째 공격 패턴이다!

    퍼펑!

    이내, 어둠 대왕의 검지손가락 끝에서 무언가가 쏘아져 나왔다.

    그것은 화살 같기도 했고 붉은 광선 같기도 했다.

    콰쾅!

    어둠 대왕의 검지에서 뻗어 나온 붉은 섬광은 조금 전까지 내가 있었던 돌바닥에 깊은 구멍을 뚫어 놓았다.

    나는 그것의 정체를 안다.

    그것은 피였다!

    어둠 대왕은 자신이 흡수한 혈액의 일부를 이렇게 손가락을 통해 탄알처럼 방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쫘악-

    어둠 대왕은 나를 향해 다섯 손가락을 겨누었다.

    빠바바바방!

    다섯 개의 혈액 탄알이 마치 붉은 실처럼 뻗어 나온다.

    길게 늘어지는 혈액 탄알.

    그것은 마치 길고 붉은 가시처럼 보이기도 했다.

    쿠르릉!

    붉은 가시 다섯 개에 꿰뚫린 돌기둥에 다섯 개의 구멍이 났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수많은 돌기둥들이 무너져 내린다.

    ‘저것도 한 대 맞으면 바로 즉사하겠네.’

    나는 어둠 대왕의 힘에 살짝 전율했다.

    예전에 붙어 봐서 알고 있지만, 직접 겪게 되니 느낌이 또 다르다.

    빵! 따다당!

    어둠 대왕은 양 손을 번갈아가며 다섯 개의 피 가시를 뿜어 댔다.

    그 덕에 주변 벽과 기둥들은 모두 스펀지처럼 송송 구멍이 나고 있었다.

    차라락-

    그 와중에도 수없이 많은 박쥐들이 나를 노린다.

    이 박쥐들에게 물리면 상처를 통해 피가 계속 빠져나가게 되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어둠 대왕에게로 전해진다.

    그러니 절대로 물리면 안 된다.

    내가 피 가시와 박쥐를 피해 계속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자.

    터억-

    어둠 대왕은 직접 손톱을 세워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휘둘렀다.

    쩌저저적!

    놈이 손톱을 땅에 박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거죽이 북 찢어졌다.

    지형이 온통 돌이라는 것을 무색케 하는 힘이다.

    하기야 어둠 대왕의 물리 공격력은 옛날부터 유명했지.

    어지간한 탱커는 우습게 잡아 찢어버리는 악력이 아닌가!

    저 힘에 한 방 이상을 버틸 수 있는 탱커는 아마 한국에 임요셉 정도가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놈을 직접 상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쾅!

    나는 발을 굴러 신발의 ‘불걸음’ 특성을 발현했다.

    콰르륵-

    내가 이동한 궤적에 불이 붙는다.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오던 어둠 대왕 역시도 화염 데미지를 입게 되었다.

    [찌지지직!]

    날아들던 박쥐 떼가 뜨거운 불길에 휘감겨 우왕좌왕한다.

    […….]

    어둠 대왕은 표정을 조금 찡그렸다.

    촤악-

    어둠 대왕은 손가락을 뻗어 혈액을 분사했다.

    붉은 안개가 뿌옇게 깔리자 바닥에서 이글대던 불길이 순식간에 잡혔다.

    <어둠 대왕>

    -HP: 5,449,312/5,450,500

    화염 데미지는 어둠 대왕의 HP를 약간 갉아 놓았다.

    그러나 어둠 대왕은 별로 개의치 않아하는 기색이었다.

    푸드드득-

    놈은 또다시 박쥐들을 우르르 소환해 채찍을 형성한다.

    동시에 손으로는 혈액 탄알을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접근해서 깎단을 찌를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재수 없게 혈액 탄알과 박쥐 떼의 합공을 받게 된다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살해당할 것이다.

    그때.

    반격의 조짐이 왔다!

    쿠르르륵-

    어둠 대왕이 피 분사를 멈춘 것이다.

    놈은 이내 모든 힘을 끌어올려 암흑 포탈을 더욱 크게 열었다.

    푸드드드득-

    어마어마한 양의 박쥐들이 계속해서 소환된다.

    채찍을 이루고 있던 박쥐들은 한 곳으로 뭉쳐들었다.

    “오오! 드디어 이 패턴이 나오네!”

    나는 눈을 반짝였다.

    어둠 대왕은 상대를 궁지에 몰았다 싶으면 늘 이 한방기를 준비한다.

    차라라락-

    박쥐들은 날개에 날개를 포개 한 데 뭉쳐들었다.

    이내, 허공에는 거대한 손이 생겨난다.

    박쥐로 만들어진 시커먼 손.

    그것은 이내 대왕의 제전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다.

    콰-쾅!

    검은 손이 해일처럼 몰려와 나를 내리쳤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일격!

    우지지직-

    바닥이 온통 뒤흔들린다.

    나는 전신이 터져나가는 고통 속에서 이를 악물었다.

    어둠 대왕의 강력한 물리공격력이 500%로 증가하는 순간이다.

    이것을 알몸 상태로 정면에서 맞받았으니 내 몸이 멀쩡할 리가 없다.

    퍼퍼퍼펑-

    이내, 내 HP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증발했다.

    …….

    하지만.

    나는 죽지 않는다.

    번쩍-

    내 알몸을 가리고 있던 샌드웜의 망토가 ‘앙버팀’ 특성을 발동시켰다.

    어떤 공격에서도 HP 1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주는 능력!

    ‘크윽!’

    나는 고통을 참으며 입에 물고 있던 구름과자를 깊게 들이켰다.

    약 4초 뒤, 놀랍게도 나는 완전한 부활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풀 HP 상태로!

    게다가.

    퍼퍼퍼퍼펑!

    바실리스크의 심장으로 인해 검게 물든 내 전신에서 반사 데미지가 뿜어진다.

    어둠 대왕은 자신을 향해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데미지 줄기들을 피하지 못했다.

    퍼퍼퍼퍽!

    이내.

    어둠 대왕의 전신 이곳저곳이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

    그토록 여유만만하던 놈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어둠 대왕>

    -HP: 4,741,353/5,450,500

    HP가 약 70만 정도 증발했다.

    [……!]

    어둠 대왕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방금 전, 박쥐로 검은 손을 만들어 공격하는 것은 어둠 대왕의 공격기 중에 가장 파괴적인 기술.

    하지만 큰 힘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어둠 대왕은 방금의 한방기를 쓰고 난 뒤면 약 2초간 혼란 상태에 빠진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내 성의 백성들은 어떻게 되었나?]

    어둠 대왕은 주위를 둘러보며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라? 내 기억 속 대사랑 다르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어둠 대왕이 혼란에 빠졌을 때의 대사는 ‘여긴 어디지? 모두들 어디로 가 버린 것이냐?’ 이것 하나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다.

    어둠 대왕은 자신의 정체를 기억해 낸 것처럼 보였다.

    검은자위만 가득하던 눈에도 흰 부분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약 2초가량의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뿐이다.

    나는 대사에 현혹되지 않았다.

    다만 손에 든 깎단을 어둠 대왕의 품에 깊숙하게 찔러 넣었을 뿐이다.

    뿍-

    송곳 박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데미지가 틀림없이 들어갔다.

    ‘능지처참’ 특성이 발동되었다.

    이제 어둠 대왕은 1초당 최대 HP의 0.01%에 해당하는 도트 데미지를 입게 된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크아아아아악!]

    어둠 대왕의 혼란이 풀렸다.

    놈의 눈알이 또다시 시커멓게 물들었다.

    콰쾅!

    나는 놈의 주먹에 맞고는 뒤로 나가 떨어졌다.

    또다시 HP가 1까지 곤두박질친다.

    ‘끄악! 겁나 아프네 이거!’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지만 투덜거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박쥐들이 나를 노리며 달려들고 있다. 이 상태라면 박쥐의 날개에만 스쳐도 사망이다.

    후욱-

    구름과자를 빨자, 또다시 HP가 차올랐다.

    -<할로윈 구름과자> / A

    할로윈의 마녀들이 피우곤 하던 담배.

    지독한 마약성분이 있는 잎사귀를 건조한 뒤 빻아서 만든 것이다.

    -흡입 시 1초에 100의 HP 회복 (특수)

    -남은 개비 16/20

    -잔여 시간 31:17

    구름과자 세 개비를 태우고 이제 네 개비 째.

    깎단을 한 방 먹이기까지만 세 개가 소모되었다.

    ‘……이제 얼마나 남았지?’

    나는 머리를 굴려 어둠 대왕의 남은 HP를 계산해 보았다.

    어둠 대왕의 HP는 5백만 정도로 동급의 몬스터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그마저도 아까의 반사 데미지 때문에 70만 이상이 증발한 상태.

    하지만.

    어둠 대왕의 HP가 낮은 이유가 있다.

    엄청난 물리공격력과 독 데미지는 어둠 대왕의 진정한 공포가 아니다.

    이내.

    쫘악-

    어둠 대왕이 두 손을 활짝 폈다.

    놈의 진짜 공포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촤아악-

    어둠 대왕은 열 개의 손가락을 펴 나를 겨누었다.

    그러자,

    “…….”

    내 몸 전신 곳곳이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전신에 난 자잘한 상처들이 붉게 물든다.

    아물었던 상처가 툭 터지며, 핏방울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점점 배어 나오던 핏방울은 이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운명의 붉은 실처럼 허공으로 쭉 흘러가 어둠 대왕의 손가락을 통해 이어졌다.

    쭈욱! 쭈욱! 쭈욱! 쭈욱! 쭈욱!

    마치 터진 상처부위에 부황이라도 뜨는 듯하다.

    허공으로 빨려나오는 핏방울들은 열 개의 긴 줄기를 이루어 어둠 대왕에게로 흡수되고 있었다!

    ‘혈액포식자’

    어둠 대왕의 가장 공포스러운 특성이다.

    어둠 대왕은 자기를 중심으로 일정 반경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상처 입은 생명체’의 혈액을 빨아들인다.

    아주 조금이라도 상처가 있을 경우, 그 상처를 통해 빠져나온 피가 허공을 타고 어둠 대왕의 손가락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이렇게 빼앗기는 HP의 양은 1초당 최대 HP의 0.01%이다.

    수없이 많은 레이드를 전멸시켰던 공포의 특성 ‘혈액포식자’

    이것이야말로 어둠 대왕을 상징하는 최강 최악의 피흡 기술!

    어둠 대왕은 이 기술 하나 때문에 5백만이라는 적은 HP로도 샌드웜, 바실리스크보다 까다로운 공략 난이도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

    그러나.

    ‘나한테는 해당사항 없음이지.’

    나는 빨려나가는 혈액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둠 대왕은 내게서 매초 0.01%의 HP를 강탈해 간다.

    하지만.

    나의 최대 HP는 고작 370.

    370의 0.01%라고 해 봐야 고작 0.037밖에 되지 않는다.

    소수점 이하의 데미지는 그냥 1로 처리되기에, 어둠 대왕은 나에게서 초당 1의 HP밖에는 훔쳐가지 못한다!

    “하하하! 얼마든지 뽑아가라고!”

    나는 알몸 상태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혈액포식자 특성을 발동시키는 동안에는 공격을 할 수 없다.

    어둠 대왕은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노려보며 열심히 HP를 흡혈하지만 고작 1초에 1의 HP만을 빼앗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나는 열심히 깎단을 들고 어둠 대왕을 찌른다.

    푹- 푹- 푹- 푹- 푹-

    데미지가 1씩 박힌다고 해도, 370초가 지나면 죽는다.

    따라서 나는 그때마다 구름과자를 쭉 빨아들이며 열심히 칼질을 했다.

    깎단의 능지처참 특성이 발현되었기에, 어둠 대왕은 가만히 있어도 1초당 0.01%데미지를 입는다.

    이 경우 어둠 대왕의 최대 HP는 5,450,500, 약 5백만 가량이기에 초당 들어가는 데미지는 545이다.

    최대 HP가 고작 370인 나와는 도트 데미지가 천지차이인 셈이다.

    이내.

    촤악-

    어둠 대왕은 자신이 개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혈액포식자 특성을 발동 중지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도트 데미지는 착실하게 들어가고 있을뿐더러, 깎단의 깡데미지로 인한 데미지 스텍도 꽤나 많이 쌓였다.

    [캬아아악!]

    놈은 시뻘건 핏대를 세운 채 나를 노려본다.

    혈액포식을 중단하고 물리공격으로 승부를 볼 심산인가 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속으로 최후의 카운트를 준비했다.

    ‘5.’

    어둠 대왕이 오른손을 쫘악 폈다.

    어지간한 탱커는 확 잡아 찢어버리는 힘이 그 안에서 펄떡인다.

    ‘4.’

    어둠 대왕이 왼손을 쫘악 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박쥐들이 움직여 시커먼 폭풍을 일으킨다.

    ‘3.’

    나는 구름과자를 깊게 들이켰다.

    ‘앙버팀’ 특성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HP가 가득 차 있어야 한다.

    ‘2.’

    어둠 대왕과 똑바로 마주했다.

    쫄 것 없다. 깔아 놓은 함정 카드는 모두 발동되었으니까.

    ……그리고 이내 마지막 카운트.

    ‘1.’

    그와 동시에.

    [……!]

    어둠 대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놈의 허리가 ㄱ자로 꺾이며.

    [카학!?]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칠흑처럼 시커먼 피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