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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닳은 뉴비-33화 (33/1,000)
  • 33화 잔액조회 (1)

    [우는 천사. B+등급의 몬스터로 절대로 눈을 떼서는 안 되는 몬스터입니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이렇게 흉악한 모습으로 공격해 오죠.]

    [하지만 뭐, 괜찮습니다.]

    [공격에 맞지만 않으면 별 것 아닌 몬스터입니다. 하나도 무서워하실 것 없어요.]

    [아, 어디까지나 ‘맞지만 않으면’ 입니다.]

    .

    .

    내 방송이 시작되었다.

    얼굴과 개인정보들이 모두 가려진 상황에서, 나는 적절히 자막과 더빙을 입힌 뒤 영상을 송출했다.

    이번 방송 콘셉트는 언제나 그렇듯 솔로 레이드.

    바로 ‘우는 천사’ 공략 영상이다!

    딱히 독점 방송은 하지 않는다. 정산비율이 조금 깎여도 상관없다.

    팥TV, 코코아 스트림, 유튜뷰, 페이스노트, 에이프리카 기타 등등…….

    수많은 개인방송 플랫폼과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내 영상이 퍼졌다.

    일찍이 ‘이름 없는 여왕’ 레이드 이후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던 내 채널이다.

    그것은 이번 ‘메두사 레이드’ 건으로 인해 화려하게 만개했다.

    ……무슨 뜻이냐고?

    조금 속된 말로 ‘빵’ 터져 버렸다는 것이다.

    전 세계 각국, 5만 명의 시청자가 내 영상을 동시 시청한다. 미친 듯이 올라가는 조회수.

    -ㅁㅊ B+급 몬스터 레이드?? 실화??

    -ㅋㅋㅋㅋ그러네... 안 맞으면 별 거 아닌 것들이네...안 맞으면...

    -엥??? ‘맞지만 않으면’ 별 거 아닌 건 일진이나 조폭이나 총알이나 핵미사일도 마찬가지 아니냐???

    -Why is there no subtitles? ENGLISH please~~D:!!

    -Je ne peux pas le croire...

    -إنه لأمر مدهش

    -groot!!

    -这是真的吗??

    -와 온 나라 사람들 다 모였네ㅋㅋㅋㅋㅁㅊ

    .

    .

    우는 천사와 대등하게 맞서는 나를 향해, 수많은 댓글들이 미친 듯이 쏟아진다.

    영상의 실시간 조회수는 순식간에 50만이 넘어갔다. 즐겨찾기, 관심 등록, 정기 구독, 선호작 수는 F5를 누를 때마다 실시간으로 그 최고치가 갱신되고 있었다.

    [자, 지금부터 광폭화 상태에 들어갈 겁니다]

    [엇차! 범위 공격 폴짝 뛰어서 피해주고요~]

    [브레스! 옳지! 입냄새가 지독하니 한번 뒤로 굴러서 피해 줍시다.]

    [그리고 밑으로 들어가 원투!]

    [자, 한 번씩 찔러 봤으니 이제 욕심 그만 부리고 뒤로 백스텝!]

    [그렇죠. 이제 왼손 할퀴기 피하고, 오른손 할퀴기 피해 줍니다.]

    [그 뒤에 바로 이어지는 게, 끌어안기! 이거 잡히면 무조건 죽어요.]

    [하지만 이렇게, 0.3초 만에 반응해 미리 양 다리 사이로 피하면 간단합니다.]

    [또다시 찬스, 놈의 턱에다 원투! 그리고 한 번 더 백스텝!]

    [여기서 다시 광폭화 터져 나오구요~]

    [배에서 나오는 가시, 이렇게 샥샥 두 번 피해 줍니다! 또다시 원투! 그리고 백스텝!]

    [어때요? 참 쉽죠?]

    .

    .

    나는 한 대도 맞지 않고 우는 천사를 잡는다.

    정말로.

    단 한 대도.

    맞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윽고 우는 천사의 HP가 한계점을 돌파해 떨어진다.

    빨피.

    적색 구간을 돌파한 HP는 마치 도산 직전에 몰린 회사의 주식처럼 미친 듯이 떡락했다.

    그와 동시에, 그것을 지켜보는 구경꾼들의 텐션은 미친 듯이 떡상한다!

    수많은 사람. 그리고 단 한 개의 반응.

    -가즈아!!!!!!!!!!!!

    내 영상을 보고 있던 모든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열광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깎으면 잡힌다! 저 괴물 같은 보스몹 ‘우는 천사’가 잡힌다!

    현 시점에서 발견된 몬스터 중 가장 강한 것이 B급이었다. (참고로 그것을 발견한 것도 나다)

    한데?

    지금은 그 B급 몬스터보다 10배 이상 강한 B+급 몬스터가 등장했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극악 공략 난이도를 가진 채로.

    그리고.

    그런 보스 몬스터를 단 한 대로 맞지 않고, 알몸으로 잡아 버리는 넘사벽 컨트롤 피지컬.

    그것이 바로 나 ‘고인 물’이란 말씀!

    [네. 이걸로 우는 천사 레이드 종료입니다. 지금까지 ‘BJ고인물’이었구요~ 형님 누님 동생분들 추천 즐겨찾기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내 정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쿵-]

    우는 천사가 쓰러진다. 조금씩 조금씩 바스라지는 보스 몬스터. 그 모습은 실로 장엄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은 이 보스가 남긴 여운에 겨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어라? 또 뭐가 나오는 것 같네요? 바로, 다음 보스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짐짓 놀란 듯한 나의 멘트가 나오나 싶더니,

    [콰쾅!]

    시커먼 아우라가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윽고.

    우는 천사가 상아석 껍데기를 벗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우는 천사가 절규합니다]

    [우는 천사 내부에 봉인된 사념체가 깨어납니다]

    [‘진(眞)’ 보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려 합니다]

    .

    .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진짜 보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메두사!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동영상 창을 끄려 했던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심장을 콱 움켜잡아야 했다.

    -Unbelievable!!!! It’s Crazy!!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영어가 나왔네요!

    -와 돌았네 진짜;;;;우는 천사 다음에는 메두사야? 그것도 A급이네..난이도 미쳐버린 것~

    -ㄷㄷㄷㄷ설마 보면 돌이 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지금까지는 보지 않으면 안 되다가 이제는 보면 안 되는 건가?

    -와;;;패턴 대박 복잡하다...

    -고인물도 이번엔 힘들겠는데...???

    -아쉽다 기껏 우는천사 잡았는데 메두사한테 죽겠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디야...충분히 존경스럽다! 빠요엔!

    .

    .

    시청자들은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워한다.

    우는 천사까지 잡아 가며 여기까지 온 나도 이번만큼은 안 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견된 최고 등급 몬스터는 C+급이고 A급 몬스터는 그런 C+급 몬스터보다 최소 1,000배 이상 강하니까.

    …….

    하지만.

    나는 그런 고정관념 따위는 단번에 박살 내 준다.

    [자, 보아하니 메두사네요. 아, 이런 녀석은 보면 안 되죠. 이제는 시선을 피해 가면서 잡아야 합니다. 느낌이 그래요~]

    [앗, 이런. 동료가 배신하는 바람에 청동 방패가 깨져 버렸네요.]

    [뭐, 괜찮습니다. 눈 감고 한번 잡아 볼까요? 저는 귀가 좋으니까요.]

    내 멘트를 들은 시청자들은 아예 머리를 모니터에 갖다 박을 기세로 바짝 다가선다.

    채팅들이 미친 듯이 갱신되고 있었다.

    -와;;;진짜 미친 XX인가? 눈을 감고 잡는다고????

    -고인물님~~병원가셔서 간이랑 뇌 검사좀 받아보세요~~부은 건지 미친 건지~~^^;; 대단..

    -ㅋㅋㅋㅋ잡으면 내 1년치 별조각 다 털어 쏜다

    -[음성 도네이션]이 도착하였습니다 “잡지는 못하겠지만 힘내세요~”

    -‘이형근’ 님이 후원금 ~원을 지불하셨습니다.

    -‘홍선표’ 님이 해피콩 ~개를 쏘셨습니다.

    -‘박근태’ 님이 ‘고인 물’님의 채널을 정기 구독합니다.

    .

    .

    여전히 여론은 부정적인 쪽이었다.

    메두사를 본 것만 해도 영광이니 만족함을 알고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은 원래 뒤집으라고 있는 것 아니겠나!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귀신같은 책략은 이미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꾀는 이미 땅의 이치를 꿰뚫었노라.

    우는 천사를 잡은 공이 이미 높은데 어찌 이쯤에서 만족해 돌아가겠는가?

    [위기는 곧 역전의 찬스! 시련은 곧 주목의 발판! 아니겠습니까? 지금부터 장님 메타 시작합니다!]

    이미 수많은 BJ들과 스트리머들이 지배하고 있는 이 레드오션에서 한 방에 팍 날아오를 기회!

    우는 천사의 ‘관심종자’ 특성은 나에게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 관종이거든!’

    나는 새로운 방송을 여는 멘트와 함께 맹인 레이드를 시작했다.

    비록 게임 화면 속의 나는 눈을 감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내 등 뒤에서 내 앞의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쩌저적!]

    [으음, 소리를 들어보니 얼음이 오는 것 같네요. 일단 점프를 하면 바닥에 깔리는 얼음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쿠르륵!]

    [자, 소리를 들어보니 이번엔 불길이 오는 것 같네요, 고개를 숙여 피해 보겠습니다.]

    [콰콰쾅! 쉬이익!]

    [아, 느껴져요. 저희 집에 약간 신기 그런 게 있는가 봐요. 커다란 몬스터가 소환된 것 같은데, 한번 가까이 가서 비벼 보겠습니다. 설마 소환수가 있는데 불이랑 얼음을 또 쓰진 않겠죠?]

    내가 본격적으로 레이드를 시작하자, 시청자들은 한동안 말이 없다.

    …….

    너무 놀라서 댓글을 쓸 겨를도 없는 것이다.

    정기구독자의 수와 동시접속자의 수가 거의 두 배씩 늘어난다. 아무런 채팅도 없는 와중에 시청자 수는 이미 400만이 넘어섰다.

    그리고.

    불과 얼음, 거대한 소환수 요르문간드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 낸 내가 이제 마무리를 선언한다.

    [자, 인벤토리에 쟁여 놨던 잡템이 여기서 쓰이네요~]

    [지난번에 ‘이름 없는 여왕’ 때 얻었던 아이템 다들 기억 하시죠?]

    [청동 칼로 마무리 갑니다!]

    그리고.

    [댕겅!]

    짧은 소리와 함께.

    메두사의 목이 떨어졌다.

    -!!!!!!!!!!!!!!!!!!!!!!!!!!!!!!!!!!!!

    -!!!!!!!!!!!!!!!!!!!!!!!!!!!!!!!!

    -소리벗고 팬티질러!!!!!!!!!!!!!!!

    -BULLSXXT FXXK HE IS GOD! AAAAAMAZING!!!!

    -!!!!!!!!!!!!!!!!!!!!!!!!!!

    -미쳤네ㅋㅋㅋ 맹인에 쌍칼....자토이치냐???

    뒤늦게야, 채팅방이 온통 난리가 났다.

    수없이 많은 경악의 표현, 나라도 인종도 모두 초월한 경탄의 용광로.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보여 준 나에게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관심과 찬사.

    하지만.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그럼 레이드 끝났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이만.]

    방송은 가차 없이 종료되었다.

    어떤 보상을 얻었는지, 어떤 아이템을 얻었는지, 소감은 어떤지. 그 무엇도 공개하지 않은 채로.

    !!!!!!!!!

    그날 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을 제외한 모든 대륙, 모든 나라, 온 세계 밤하늘에 아쉬움에 가득한 절규가 소리 높게 울려 퍼졌다고 한다.

    *       *       *

    한편.

    “반응 괜찮네.”

    나는 흡족한 미소를 띤 채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많은 방송 플랫폼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포털인 유튜뷰에 들어갔다.

    <배터리 100%>

    나는 분명 핸드폰 우측 상단 화면에 배터리가 꽉 차 있다는 표시가 뜬 것을 보고 어플을 실행했다.

    하지만.

    댓글창을 클릭하자, 배터리의 상태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94%>

    <81%>

    <74%>

    <69%>

    <43%>

    <27%>

    <13%>

    <4%>

    <배고파>

    .

    .

    미친 듯이 달리는 실시간 댓글들과 폭발하듯 떡상하는 조회수, 추천, 즐겨찾기 등 각종 수치들을 견디지 못하고 회로가 불타 버린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 회로도 같이 불탄다.

    행복회로가 말이다!

    “하루아침에 유튜뷰 스타 되겠네.”

    물론 나는 유튜뷰 계정에 있는 모든 개인 정보를 비공개한 지 오래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일하게 남겨둔 것은 메일 주소. 광고 문의를 받는 용도다.

    “그럼 어디, 상태를 한번 볼까?”

    어떤 메일들이 왔는지 궁금하다. 또 각종 플랫폼들에서 들어온 후원 수익, 기부, 별조각, 팥풍선, 해피콩 등의 수익 역시도.

    클릭-

    나는 배터리가 사라지기 전에 잽싸게 플랫폼 계좌를 열었다.

    그리고.

    “……???”

    이내 내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금액이 핸드폰 화면에 찍혀 있는 것이 보인다.

    …….

    ……이거 0이 대체 몇 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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