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닳고닳은 뉴비-21화 (21/1,000)
  • 21화 개 쩌는 보상 (2)

    한국 프로게이머 팀 중 가장 유명한 ‘서울 국K-1’

    국회의원 팀이라고도 불리는 현 최강의 프로게이머 팀이다.

    지금 국K-1 연습실은 아주 난리가 났다.

    “야, 이거 봐 봐.”

    팀 실세이자 현 한국 랭킹 2위인 임요셉이 식은땀을 흘리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그 주위로 2군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모니터 앞에 섰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공식 홈페이지 유저 게시판에 올라온 의문의 동영상 하나.

    임요셉과 멤버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모니터 안에서는 한 남자가 홀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영상이 찍혀 있었다.

    <이름을 되찾은 여왕>

    이런 몬스터가 있는 줄도 몰랐다.

    심지어 몬스터 등급도 상상을 초월한다.

    B+급이라니.

    사냥은커녕 발견된 적도 없던 초고위등급.

    “아마 현재까지 발견된 최고 난이도 보스 ‘이름 없는 여왕’이 진화한 개체 같은데……. 몬스터도 진화를 하나?”

    “세상에, 이름 없는 여왕도 그렇게 강한데. 이걸 잡으면 또 다른 보스가 나온다고?”

    “아니, 그런데 이 몬스터를 상대로 솔로 플레이? 미친 거 아냐?”

    프로게이머들은 일제히 수군거렸다. 전부 다 부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곧바로 반전되었다.

    BGM-<베토벤 바이러스♪>

    레이드 도중 경쾌한 음악이 재생됨과 동시에.

    ↗↘⤾↗→↕⤿⤤↳↗⤹↑⤿↗↘⤾↗→↕⤿⤤↳↗⤹↑↑→⤾↗→↕⤿⤤↳↗⤹↑↕⤿⤤↳↗⤹↗↕⤿⤤↳↗⤹⤾↗→↕⤿⤤↳↗⤹↑⤾↗→↕⤿⤤↳↗⤹↑↗→↕⤿⤤↳↗⤹↑…….

    엄청나게 복잡한 뇌전의 패턴을 완벽하게 피해 가는 플레이어!

    그 현란한 탭댄스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경지에 올라 있는 것이다!

    “뭐야 이 미친 또라이는!?”

    “이걸 사네!?”

    “빠요엔…….”

    프로게이머들의 입이 절로 떡 벌어진다.

    임요셉.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벌써 100만이 넘었다. 최대 댓글 수는 실시간으로 갱신된다.

    -?????????????

    -???? 핵 쓴거 아니냐ㅋㅋㅋㅋ

    -와...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물인데?

    -It's fantastic!

    -말이 되는 플레이냐 이게? 랭킹 1위도 이렇게는 못 하겠는데 ;;;

    -UM....Nonsense. I can not believe it.

    -이 사람 랭킹에서 본 적 없는데...

    -근데 왜 알몸임?

    -어차피 한 대라도 맞으면 죽으니까 그냥 무거운 갑옷들은 다 벗고 다니는 듯..

    -않이,,아무리 그렇다고 해도..ㅋㅋㅋㅋ이건 너무하잖아!

    -뭔...누가 보면 한 10년동안 게임만 한 줄 알겠음...아직 출시한 지 반년도 안 됐는데...

    .

    .

    이윽고.

    레이드가 종료되었다.

    -띠링!

    <세계 최초로 ‘이름을 되찾은 여왕’ 레이드에 성공하셨습니다!>

    <세계 최초의 ‘이름을 되찾은 여왕’ 솔로 레이드입니다!>

    <‘잊혀진 고대문명의 유적’을 최초로 올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이름을 남기시겠습니까?>

    모니터 속 플레이어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이름을 남겼다.

    ‘고인 물’

    그러자.

    댓글들이 또 난리가 났다.

    -이거 예전에 튜토리얼 신기록 세운 사람 아니냐?

    -마의 1시간 깨고 58분 58초였나 그랬던 것 같은데 ;;;;

    -레벨 4일 때 C+급 몬스터 솔로 레이드 한 사람이잖아!!!!!

    -개 미쳐버린 것!!! 대체 누구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핵 쓰는 것 같은데 ;;;;

    -가상현실 게임에 핵이 어딨어 ㅂㅅ아 무슨 정은이도 아니고..

    -KBC기자입니다 저분 연락처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후사하겠습니다...

    -MBS기자입니다 저분 연락처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후사하겠습니다...

    -SDS기자입니다 저분 연락처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후사하겠습니다...

    .

    .

    시청자들만이 난리가 난 게 아니다.

    프로게이머 연습실도 난리가 났다.

    “뭐야 이 생태계 교란종은!?”

    “이런 게 게임을 하면 우리는 뭐 먹고 살아! 반칙이지 이건!”

    “……그냥 아버지 국수가게나 물려받아야겠다.”

    몇몇 연습생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마주했다는 느낌이다.

    “당장 이 ‘고인 물’이라는 사람한테 메시지 넣어! 우리 팀으로 스카웃 하고 싶다고!”

    엄재영 감독은 코치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연봉은 얼마나…….?”

    “얼마가 되었든! 달라는 대로 줘야지!”

    “계약 기간은 어느 정도…….?”

    “잡아 둘 수 있는 최대한! 종신으로 묶어 버려야 해! 하지만 그냥 1년만 계약해도 좋아! 무조건 성사만 시키라고!”

    “메시지만 보낼까요……?”

    “야! 미쳤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말고도 메시지 수천 개씩 보내고 있을 텐데! 메시지만 보내면 묻힐 거 아냐!?”

    “그럼 어떻게 해요……?”

    “개인정보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내! 집에 찾아가든! 그 인간 부모님 댁에 찾아가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포섭하란 말야!”

    “갈 때 선물은 뭐 들고 갈까요……?”

    “경비처리할 테니까 비싼 거 들고 가! 한우 세트……아니다! 횡성에 전화해놓을 테니까 소 한 마리 몰고 가 그냥!”

    엄재경 감독이 펄펄 뛰고 있을 때.

    -띠링!

    답장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떴다.

    “가, 감독님! ‘고인 물’에게서 답장 왔습니다!”

    그러자, 실내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잽싸게 모니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귀하의 인상 깊은 플레이를 보고 메시지 드립니다. 저희 프로게이머 팀 국K-1은 명실공이 국내 최고의 팀으로…(중략)…괜찮으시다면 저희 팀에 가입하셔서 귀하의 꿈을 마음껏 펼쳐 보시지 않으시겠…조건은 최고 대우로 맞춰 드리겠…….>

    길게 보낸 장문의 메시지. 한눈에 보기에도 국K-1 팀의 성의와 간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인 물’의 대답은 짧았다.

    [귀찮아]

    그 메시지를 받는 순간.

    탁-

    엄재영 감독의 두 다리에 힘이 풀린다.

    “으아, 감독님!”

    쓰러진 엄재영 감독을 1군 선수 몇몇과 코치들이 부축해 의무실로 데려간다.

    “……이런 괴물이 랭킹에도 안 집계되고 있었네.”

    “만약 이런 미친놈이 프로리그에 입단하면……생태계 다 뒤집어지겠다.

    “진짜 생태계 교란종이네…….”

    “나는 이 사람 플레이 보고 자신 없어졌어. 그냥 은퇴할래…….”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했다.

    국내 최고의 팀 국K-1에서도 이런 분위기일진대 다른 프로 팀에서는 어떨지 상상도 안 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독기 어린 눈을 불태우고 있었다.

    가령 어제 막 2군에 배정받은 프로게이머 마태강.

    뭐 이런 인물이라거나?

    “…….”

    ‘투신’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그는 모니터 속 인물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투신 마태강.

    지금까지 한 번도 게임에서 밀려 본 적 없던 남자. 컨트롤이면 컨트롤, 전략이면 전략, 피지컬이면 피지컬.

    절차상 2군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심사 때 바로 1군 에이스로 치고 올라갈 것이 거의 확실한 인재이다.

    ‘저 괴물 같은 반사 신경은 대체 뭐지?’

    마태강은 모니터를 보며 감탄과 질투, 동경, 호기심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움직임만 보면 이 보스 레이드를 몇 백 번은 해 본 사람 같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도전을 했다면 필시 수많은 사망 패널티를 받았을 것이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하리라.

    그렇다면 경험이 아니라 정말 순수한 재능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재능의 수준이 정말 미쳤다! 말도 안 되는, 정말 말 그대로 미쳐 버린 수준!

    “…….”

    마태강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동안 자기보다 재능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재능충! 눈앞의 저 미스테리한 인물은 분명 자기보다 한 수, 아니 몇 수는 위였다.

    자기보다 높은 곳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는 그였다.

    마태강은 모니터 속 인물을 보며 승부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천재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       *       *

    한편.

    동영상을 본 이들 중 몇몇 이들은 조금 특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쾅! 소리와 함께 주변 기물들이 박살 났다.

    유창, 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선반 위 머그컵, 꽃병 등을 죄다 부수고 있었다.

    “왜? 아주 캡슐도 깨부수지?”

    그 앞에는 유다희가 손톱을 다듬고 있다.

    유창은 게임 캡슐을 발로 차려다가 멈칫했다.

    ……이건 최신형이라 200만 원이 넘는다.

    뻥!

    유창은 결국 발을 살짝 틀어 그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걷어찼다. 다이소에서 2천 원에 파는 것이다.

    “누나는 화도 안 나!?”

    유창은 유다희를 향해 빽 소리쳤다.

    그러자.

    유다희는 손톱을 다듬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너 이 새끼, 지금 장난해?”

    “…….”

    “동영상에서 얼굴 제대로 팔린 게 누군데?”

    누나의 살벌한 시선과 마주한 유창은 찔끔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렇다.

    최대 피해자는 유다희였다.

    보스 몬스터가 빙의한 상태로 죽어서 사망 패널티가 훨씬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유출되었다.

    동영상 속 빌어먹을 알몸 변태 놈은 자기 얼굴은 모자이크 했으면서 보스 몬스터가 된 유다희의 얼굴은 전혀 모자이크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유다희는 꽤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통칭 ‘예쁜 보스’로.

    “죽여 버릴 거야, 진짜…….”

    유다희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우아하고 도도한 신비주의 이미지로 활동하고 싶었는데 ‘보스 몬스터’ 딱지가 붙어 버리다니.

    사망 패널티 때문에 파이오니아를 노리던 꿈은 좌절되었다.

    다들 팍팍 치고 나가는 시점에서 혼자 접속불가 딱지를 받았다는 건 ‘도태’라는 말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일단 내가 먼저 접속해서 파밍하고 있을게, 누나.”

    “응. 나는 그동안 BJ활동 시작할 준비나 해야겠다. 기왕지사 보스로 얼굴 팔린 거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지.”

    유창과 유다희는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걱정 마. 우리는 금방 파밍할 수 있어.”

    유창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때.

    딸랑-

    문에 달린 방울이 한번 울린다.

    “형님. 수금 다녀왔습니다.”

    떡대 하나가 유창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전대에서 오늘 수금한 사채이자를 꺼내 유창에게 건넸다.

    유창은 콧노래를 부르며 그 돈으로 경매소에 들어가 게임 아이템을 지른다.

    “저, 형님.”

    떡대 하나가 물어왔다.

    “뭔데?”

    유창이 되묻자, 떡대는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공사장 다니는 홍 씨 있지 않습니까.”

    “응. 근데 왜? 못 갚겠대?”

    “네네. 이자가 꽤 많이 밀렸는데 몸이 아파서 도통 일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떡대의 보고를 들은 유창은 피식 웃었다.

    “그럼 잡아 와. 여기로 직접 끌고 와서 몸으로 갚게 하면 되니까.”

    “예. 저번처럼 저기에 처넣으면 될까요?”

    떡대는 저 구석에 있는 수많은 캡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

    유창은 대부업을 하는 동시에 게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작업장’도 운영하고 있었다.

    사채 이자를 갚지 못하면 이곳에 끌려와서 게임 속에서 강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광산에서 광물을 캐거나 잡몹을 잡아 잡템을 모아오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유다희와 유창은 다소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랭킹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20위권 안에는 들어가겠군.’

    유창과 유다희는 랭킹을 보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있으면 게임으로 버는 돈이 대부업으로 버는 돈보다 많아질 것이다.

    그래도 작업장 삼아 캡슐방을 차린 비용을 메꾸려면 아직 멀었다. 한창 중요한 시기인데…….

    “진짜 접속불가 시킨 그 변태 놈……잡히면 죽일 거야, 진짜.”

    유다희는 기껏 다듬은 손톱을 질겅질겅 씹으며 중얼거렸다.

    …….

    하지만 그들은 알까?

    자기들이 접속불가 상태로 멍하니 있는 와중에도, 그 증오스러운 변태는 알몸으로 쭉쭉 달려 나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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