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7 마왕결전(魔王決戰) =========================================================================
‘…….’
가미긴은 땅바닥에 몸을 옆으로 뉘이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곧이어, 딱 반 발자국 늦게 해일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입이 벌어졌다. 그 한가운데에서 혓바닥이 빳빳하게 경직되었다.
가미긴은 차마 비명을 지르지도 못해 아, 아, 하고 단락적인 신음만 겨우 토해내고 있었다. 발작에 걸린 사람처럼 전신이 떨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몸안에서 폭발하기 일보직전인 무언가를 간신히 참는 사람 같았다.
‘흐그읍, 아……흐윽…….’
땀. 엄청난 양의 땀이 흘렀다.
지금 비명을 마음대로 질러버리면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릴 것처럼. 사정없이 경련하고 있는 몸이 더더욱 미쳐 날뛰어 도저히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 것처럼. 꼭 그렇게 가미긴은 전력을 다하여 쾌락의 해일을 막아내고 있었다.
‘참고 계신 것입니까, 가미긴 님?’
‘아으읏, 흑! ……으으으, 흐읍.’
‘놀랍군요. 아마 바르바토스도 열 병 이상은 절대로 버티지 못할 텐데요. 글쎄, 파이몬은 여덟 병 정도면 광란하지 않을까요. 그런 가미긴 님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지금부터 일 분마다 세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제 구 분 남았습니다.’
가미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당신께 무척 좋은 소식을 말씀드리자면, 안심하시길. 저는 이번 내기가 끝나기 전까지 성교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여기서만 있기에는 오늘 저녁이 너무 아름답군요.’
내가 가미긴을 조심스럽게 안아올렸다.
‘히그으으윽!’
내 손길이 닿자마자 가미긴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는 이빨을 악 물었지만, 등이 활처럼 크게 휘면서 절정해버렸다. 한 번뿐이 아니었다. 가미긴은 내 품에 안겨서 계속해서 가버렸다. 그녀가 명백히 쾌락을 느끼는 얼굴로 신음소리를 냈다.
‘으으응……! 그흣, 흐아앙…….’
여자는 연속으로 절정할 수 있어서 참 좋겠어.
내가 콧노래를 부르며 정원을 걸었다.
‘싫, 어……! 으읏, 크흡……끄흐으윽, 안 돼, 안 돼……!’
단지 신체에 접촉한 것만으로도 그녀가 결사적으로 쌓아올린 방파제가 무너지고 있었다. 가미긴의 비부에서 애액이 쉬지 않고 흘러내려 그만 이쪽 허벅지까지 물걸레처럼 축축해졌다.
여마왕 특유의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마왕들은 대체로 체취가 황홀하다. 딱히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인데, 다만 입이 심심할까봐 최고급 술이나 과일을 주로 먹는다. 수백 년 동안 싱그러운 과일만 먹고 살다보면 땀과 애액마저 향기로워진다.
가미긴은 복숭아향……아니, 딸기향이 조금 더 강한가. 딸기가 주식인 모양이다. 딸기는 참 좋지. 나도 좋아한다.
바르바토스는 사과향이 나는데 말이지. 가슴을 빨 때마다 꼭 사과를 핥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문득 파이몬과 시트리는 어떤 과일향이 날지 궁금했다. 과일시장인가. 여마왕들이 진열되어 있는 과일 가판대라니, 지극히 호화롭군……나중에 진득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응, 으으읏! 흐앙……!’
가미긴이 달콤하게 헐떡거렸다. 그녀는 녹아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흐윽, 큿……아, 안 돼……, 아아아!’
가미긴이 땀투성이의 몸을 마구 몸부림쳤다. 새하얀 살결이 땀으로 빛났다.
한없이 약한 몸짓이었다. 내 품에 안긴 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애당초 벗어나려고 몸부림친 게 아니었다. 그녀는 내 어깨를 꾸욱 잡고 있었다. 어떻게든 매달리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사실 내 품에서 한시라도 빨리 도망쳐야 했다. 살이 스치기만 해도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그렇지만 가미긴은 꼭 어린애마냥 무의식적으로 매달려왔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가미긴 님. 팔 분 남았습니다. 팔 분이요.’
‘흐아아앗! 으으, 읏……, 하아앙!’
‘지금까지 몇 번 갔습니까? 가미긴 님, 혹시 기억하고 계십니까? 열 번인가요? 스무 번인가요?’
‘흐으응……! 그런 거, 몰라……!’
가미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단순히 부정을 표시하는 게 아니었다. 쾌감 때문에 고개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백 번? 이백 번이 넘어갔습니까?’
‘모르니까……하으으읏, 끄흐윽! 그런 거 모르니까아, 흐읏!’
내가 경쾌하게 정원을 걸어갔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정도 갔습니다. 대단하군요. 한 시간도 안 됐는데 이백 번이나 가버리다니. 혹시 전무후무한 업적 아닐까요?’
‘싫어……흐아앙! 느하, 싫어어!’
뭐가 싫다는 것일까. 그만 웃어버렸다. 나오는 말이 엉망진창이었다. 아마 자기가 뭘 말하는지도 모르겠지.
‘자아. 도착했습니다.’
내가 걸음을 멈추었다.
가미긴이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움 따위 증발해버리고 쾌감에 절어버린 얼굴로. 내 말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지, 눈초리가 멍한 것이 아마 시선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것 같았다.
‘보이시지 않습니까? 분수입니다. 분수요.’
‘나후햐아아……?’
가미긴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잘 보십시오. 가미긴 님! 몸이 너무 더러워지지 않았습니까. 땀에다가 애액으로 범벅되었습니다. 아무리 가미긴 님과 제가 진지하게 승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고위 마왕이신 당신께서 이리 더럽다니. 후학이 된 자로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픕니다.’
내가 분수에 성큼 다가갔다. 이 분수는 정원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수로에 연결되어 있었다. 수로에 보내질 물이 쉼없이 솟아나왔고, 장맛비가 내린 다음날의 시냇물마냥 물이 힘차게 흘렀다.
‘제가 뭐 대단한 걸 해드릴 수는 없고……그저 정성스럽게 목욕이라도 시켜드릴까, 하고.’
‘흐에……?’
‘예. 목욕입니다. 흐르는 물에 기분 좋게 몸을 씻는 것입니다.’
내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게. 말끔하게 말이지요.’
살갗이 닿기만 해도 정신없이 절정해버린다. 그런 상태에서 '흐르는 물'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그걸 상상하자 너무나 감미로워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기분이 좋아지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가미긴 님?’
‘아, 안 돼……히이잇, 안 돼애…….’
가미긴이 입을 뻥긋거렸다. 모기처럼 나약해빠진 목소리였지만 그속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내가 못 알아들은 척 되물었다.
‘안 된다고요? 뭐가 안 된다는 말씀인지?’
‘안 돼……흐윽, 제바알……제발, 안 돼…….’
‘저런. 제가 원하는 종류의 대답은 아닌 것 같군요.’
나는 분수에 들어갔다. 수위가 꽤 되었다. 내 허벅지가 완전히 잠길 정도였다.
분수 한가운데까지 척척 걸어갔다. 그리고.
‘직접 씻겨드리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숙녀에게 실례를 범하는 일이겠지요. 죄송합니다. 가미긴 님 스스로 목욕을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대로 가미긴의 몸을 떨어트렸다.
풍덩,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가미긴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트렸다.
‘히끄야아아아아악――!’
그녀가 전신을 떨며 절정에 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절정의 연속이었다. 물길이 흐르면서 그녀의 살결에 빈틈없이 달라붙었으며, 온몸이 성감대가 되어버린 가미긴은 단 일 초도 끊기지 않고 연거푸 절정했다.
‘하으아아악! 느흑, 하앗! 끄흐으으윽! 후아아앗!’
가미긴이 분수에서 몸부림쳤다. 물이 정신없이 첨벙거렸다. 그녀가 발악할수록 물결이 거세졌고, 결국 더욱 더 강해진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더 강해진 자극을 버틸 수 없어서 가미긴은 다시 발악했다.
‘그, 아으읏! 힛! 흐으으으읏!’
첨벙, 첨벙, 하고 물장구 소리가 거세게 났다. 공포와 고통, 무엇보다도 쾌락에 가득 찬 비명이 가미긴의 목구멍에서 연달아 터져나왔다.
황홀하군.
무심코 감탄해버렸다.
‘이제 오 분 남았습니다! 힘내십시오!’
‘끄흐, 그만……아! 아! 흐윽, 그마아아안, 으앙! 아아앗!’
온몸이 물에 젖은 여인이 공포와 쾌락에 물든 얼굴로 발악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물결에 절정하고 경련한다. 자신의 정원에서. 자신이 만들라고 지시했을 분수에 빠진 채로. 다만 물이라는, 매우 소소한 자연물만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내 눈높이를 만족시킨다.
이보다 호화로운 풍경이 달리 없다.
‘그만이라고요? 가미긴 님. 이제 겨우 오 분 남았는데요!’
‘흐아아아앙! 후앗, 안돼, 흐앙! 가는 게……흐으으읏! 싫어, 더는……흐아앗!’
가미긴이 발작하며 절정했다.
‘으음. 조금 더 버티시면 안 될까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육 분 남았는데 당신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일 분이나 줄여서 말해주었다고. 이 얼마나 친절한 남자인가. 조금이라도 더 이쪽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랐다.
‘생각해보세요. 슐레지안 지방에 모라비아 지방까지 얻을 기회입니다. 앞으로 오 분. 딱 오 분만 더 버티면 이 알짜배기 영지들이 공짜로 당신 손에!’
내가 두 팔을 활짝 벌려서 말했다.
‘어떻습니까. 가미긴 님, 앞으로 오 분만 더.’
‘우윽! 실허, 흐그으읏! 싫어엇……!’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삼 분은 어떻습니까? 삼 분. 겨우 삼 분. 대박할인,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 합스부르크 중부에 대륙의 중앙을 차지하여 교통의 요지. 전략적 거점. 지금 마련하세요, 모라비아 지방. 알겠어요. 일 분에 어떻습니까? 일 분. 육십 초. 어때요?’
‘제, 발……흐으으윽, 아! 아읏! 제바알……으으으, 흐아앗! 끄으으읏!’
여기까지인가.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즐기고 싶었건만 여기서 끝내야 할 듯싶었다. 상대방이 기권한 이상 게임은 끝내야만 했다. 이건 규칙이었다. 규칙을 무시한 유흥 따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내기는 제가 승리했습니다.’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가미긴 님은 내전 직전에 본인이 차지하고 있던 영지만을 인정받습니다. 모라비아 영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 단탈리안은, 앞으로도 당신과 몸을 섞을 권리를 인정받습니다. 가미긴 님께서는 이를 인정해주셔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흐윽……! 그딴 거, 읏! 아무래도 좋으니까, 으읏……아앙!’
‘예. 내기는 끝났습니다.’
내가 가미긴을 건져올려서 대충 분수 바깥에다 내려놓았다.
그녀가 숨을 거칠게 헐떡거렸다. 한편으로 나는 옷을 벗은 다음, 가미긴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비부에 육봉을 가만히 갖다댔다.
‘에? 잠깐……뭐야,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야아?’
가미긴이 나를 올려다보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가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내 몸을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아무런 힘이 없었다. 가미긴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제발, 부탁할게……거기만은……제발, 거기만큼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내기에서 승리할 경우, 앞으로 종종 저와 몸을 섞어주셔야겠다고.’
내가 빙그레 웃었다.
‘내기에 패배한 결과를 얌전히 받아들여주시길.’
‘나중에……나중에 얼마든지 해줄 테니까……으응, 제발……부탁이야, 단탈리안……내가 잘못했어……내가 잘못했어, 제발, 제발 거기만큼은……흐아아아아앗!’
문답무용으로, 단번에 그녀의 속살에 육봉을 박아넣었다.
그날 저녁부터 시작하여 새벽이 될 때까지 그대로 정원에서 섹스했다. 가미긴은 도중에 수십 번 기절해버렸다. 그러나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질구가 육봉에 쑤셔지자, 그녀는 제대로 기절하지도 못했다.
새벽이 되어 내가 일어서서 옷을 챙겨입었다.
‘멋진 밤이었습니다, 가미긴 님. 참. 오늘 제3차 협상이 예정되어 있는 거, 잊지 않으셨겠지요? 시장 관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가미긴의 갈라진 틈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흔두 번째로 혼절해버린 가미긴을 내버려두고, 별장에서 가볍게 걸어나왔다. 그것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협상석에 앉아서 여유롭게 기다렸다.
멀리 주변을 둘러싼 마왕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협상이 시작하기로 합의된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이런 자리에는 원래 삼십 분 정도 일찍 도착해주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가미긴은 명백히 지각하고 있었다.
“가미긴 님이 조금 늦으시는 것 아닌가?”
“설마 패전의 충격으로 인해서…….”
“아니. 가미긴 님이 그럴 리는 만무하지. 약속시간 하나는 철저하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글쎄다.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미약을 네 병 마신 다음에 바르바토스와 나는 이틀 동안 제대로 생활하지도 못했다. 하물며 가미긴은 열세 병을 들이켰다. 과연 협상장까지 올 수나 있을련지 어떨지.
나는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노블레스가 유료연재의 장이 되기 이전, 조아라 19금란은 야설의 파라다이스였습니다.
레드에이어 님, 리그너스 님……. 지금은 활동하지 않고 계시지만, 조아라 19금란을 이끌어가던 거두였지요. 그때 조아라 19금란은 떡신. 실로 떡신에 열과 성의, 피와 땀을 쏟아부었습니다.
바야흐로 유료연재 시장이 열리고, 조아라 노블레스에서 19금씬은 배척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얼마나 통탄할 노릇인지요?
과거를 잊은 자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진리는 이곳에서도 유효합니다. 노블레스는 다시금 19금이라는 지상명제에 대해 숙고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야말로 노블레스가 노블레스답게 나아가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비바 노블레스! 비바 H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