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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디펜스-236화 (236/510)
  • 00236 마왕결전(魔王決戰)  =========================================================================

    물약이 벌컥벌컥 입안으로 쏟아졌다.

    ‘읍, 으으읏……하, 흐읍……!’

    가미긴은 고통으로 얼굴이 와락 비틀어졌다. 개의치 않고 약물을 계속 먹였다. 미약은 미처 목구멍에 다 들어가지 못해서 입가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지나친 쾌락 탓에 이미 가미긴의 눈가는 눈물로 젖었다. 입가까지 약물과 침으로 흥건해지자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유리병을 입에서 때어내자 뽕, 하고 귀여운 소리가 울렸다.

    가미긴이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잠깐, 이라고 말했잖아……잠깐이라고 말했는데!’

    시선에는 아직도 날카로운 기세가 서려 있었다. 뇌가 핑크색으로 칵테일이 되었을 텐데 적의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잠깐이라니요? 설마 그만두라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조금, 흐읏……조금 더 천천히……!’

    ‘죄송합니다. 불가능합니다.’

    내가 정말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승부에 시간제한이 걸려 있어서요. 벌써 삼십오 분이 흘렀습니다. 정말로 송구스럽습니다만, 저에게는 가미긴 님의 사정을 봐드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가미긴의 음부에 육봉을 쑤시고 싶었다. 상대방은 간단히 쾌락에 미쳐서 항복해버리겠지. 허나 그래서야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미학적으로 수준이 뒤떨어졌다. 어설펐다. 모처럼 풍성하게 자라난 꽃을 소잡는 칼로 가지치는 꼴이 아닌가.

    가미긴의 귓가에 속삭였다.

    ‘진심으로 덤비지 않으면 당신을 결코 이기지 못할 테니까요. 그만큼 가미긴 님, 당신께서는 강하십니다. 아름답군요.’

    ‘윽! ……귀에, 속삭이지 마!’

    귓가에 가볍게 바람을 불어넣자 가미긴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속삭이는 것조차 거대한 자극으로 느껴질 정도가 되었는가. 두 번째로 먹인 미약이 슬슬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아주 좋았다.

    지금쯤 가미긴은 온 세상이 고문도구로 느껴지리라. 살갗을 찌르는 잔디 한가닥한가닥이 죄다 성기에 찔러오는 육봉처럼 느껴질 것이고, 정원에 간간이 스쳐부는 바람은 잔인한 애무처럼 느껴질 것이다.

    ‘흐읏, 끄윽……아, 흐아아……! 으읏……!’

    내가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아도 가미긴은 몇 번이나 절정했다. 애액이 매끈한 허벅지에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복숭아 향기와 비슷하게 농밀한 체취가 물씬 풍겼다.

    ‘이건 어떻습니까? 가미긴 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약간 천천히 미약을 사용하겠습니다. 그 대신에 제한시간을 삼십 분 늘려주십시오.’

    ‘아, 흐으, 아아…….’

    가미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는 말로 거절할 여유마저 없었다. 신음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안타깝군요.’

    사실 예의상 제안해봤다. 이러면 상대방이 희망을 가져주기 때문에.

    가미긴은 이렇게 생각했겠지. 혹시 저 자가 시간에 쫓기는 것 아닐까?

    어떻게든 제한시간을 늘리려고 저렇게 태연한 척 가장하며 제안하는 것 아닐까. 아아, 내가 지금 무척 힘들긴 해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 안달복달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저쪽이다. 조금만 더 버티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더 잘 버티게 된다.

    내가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진리이다. 상대방을 괴롭히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되도록 많은 기회를 안겨주라. 어떠한 탈출구도 없이, 어떠한 선택지도 없이 상대방을 단지 구석으로 몰아넣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미학적으로 수준이 뒤떨어진다.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방이 그 기회를 걷어차면 걷어찰수록, 나중에 떨어지는 과실은 달콤하고 또 달콤하다.

    ‘저런, 가미긴 님. 눈가가 엉망이군요. 제가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아, 잠깐, 안 돼――흐으윽, 그거, 안 돼!’

    가미긴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내 손가락이 살을 만지면 현재 상태에서 어떻게 될지 그녀는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가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그만둘까요?’

    가미긴이 멈칫했다.

    그 순간을 틈타서, 내 손가락이 그녀의 눈물을 스윽 닦았다.

    ‘흐아아아아악!’

    교성이 저녁 하늘을 날카롭게 찢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손가락은, 눈앞에서 아름다운 숙녀가 울고 있는데도 가만히 내버려둘 정도로 예의가 없는 손가락이 아닙니다.’

    ‘흐아아앗, 흐끄으으으읏! 흐앙, 흑, 아아아악!’

    내가 눈물을 닦아줄 때마다 가미긴은 괴로워하며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새하얀 허리에서 유독 갈비뼈 부근이 도드라졌다. 온몸에서 땀이 흘러나와 살결이 기름칠한 것처럼 매끄럽게 반들거렸다.

    이것이다. 얼마나 신사다운 손짓인가?

    처음부터 가미긴을 육봉으로 쑤신다든지 그렇게 포악하게 굴면 안 된다. 신사는 항상 신사답게 행동해야 할지어니, 고생길을 자처해야 마땅하다.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라. 실패의 위험을 무릅써라. 희망을 선물하라.

    그리고 어디에도 희망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라. 이것이야말로 진리 중의 진리, 일찍이 고대인들이 이른바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로 후손들한테 전해주고자 했던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바 판도라! 비바 가미긴!

    ‘그런데 이거. 눈물이 멈추지 않는군요. 제 손까지 눈물범벅이 되게 생겼습니다!’

    ‘나, 하윽, 끄으으읏! 안돼, 이거, 흑, 안돼!’

    어디까지나 상냥하게 눈가를 닦아주었다. 내가 눈물을 닦아주자 정신 나간 쾌락에 가미긴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으며, 덕택에 나 역시 계속해서 눈물을 닦을 수가 있었다.

    멋진 순환이었다! 단지 눈물을 닦아줄 뿐인데 쾌락의 무한한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위대한 자연법칙의 숭고함을 느꼈다. 비바 가미긴! 비바 앤트로피!

    내가 손짓을 멈추고 말했다.

    ‘이제 이십 분밖에 안 남았군요.’

    ‘느하, 그으으읏……흐아앙…….’

    ‘가미긴 님. 듣고 계십니까?’

    가미긴은 눈동자에서 초점이 망가졌다. 이제 눈가를 만지지 않았지만 쾌락의 후폭풍이 여전히 남았는지 몸이 경련하고 있었다. 어이쿠, 벌써부터 무너지면 난감했다. 바르바토스랑 나는 이것보다 세 배쯤 심한 짓거리도 심심치 않게 즐겼다고?

    내가 목소리를 키웠다.

    ‘가미긴 님. 가미긴 님! 이제 이십 분만 남았습니다!’

    그제서야 가미긴이 흐리멍덩하게 이쪽을 바라보았다.

    ‘이십 분……으, 이십 분……?’

    ‘예, 겨우 이십 분입니다. 당신께선 무려 사십 분이나 버티신 겁니다. 자랑하셔도 좋습니다!’

    ‘이십 분……이십 분…….’

    가미긴이 나약하게 중얼거렸다. 뇌에 입력되지 않는 문장을 억지로 새겨넣는 느낌이었다.

    천천히 그녀의 눈빛에서 총기가 돌아왔다. 전부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반쯤은 어딘가 쾌락의 바다에서 잃어버리고, 나머지 반만 간신히 난파선에 의지하여 되돌아왔다. 그걸로 충분했다.

    ‘저로서도 점점 초조해지는군요. 정말로 패배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아아, 두려워서 미칠 것 같습니다.’

    나는 품속에서 물병을 재차 꺼내들었다.

    ‘그러니 가미긴 님. 세 번째. 세 번째로 가겠습니다.’

    물병 속에서 약물이 기분 좋게 넘실거렸다.

    ‘……, …….’

    가미긴이 입을 뻥긋거렸다. 그녀가 평소 얼굴에 쓰고 다니던, 연극적인 가면은 부서진 지 오래였다. 맨얼굴에는 순전히 공포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 병의 미약으로 이렇게 되었다. 여기서 한 병이 더 들어가면……?

    ‘전부……남은 물약, 전부 한꺼번에……넣어.’

    ‘예? 뭐라고요?’

    내가 놀라서 되물었다.

    ‘남은 물약을 전부 말입니까? 진심입니까?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어차피, 전부 마시게 할 속셈이잖아……!’

    가미긴이 떨면서 말했다.

    ‘네 저속한 생각, 모를 것 같아? 한 병씩, 흐으읏! 흑, 한 병씩 마시게 해서……고문을, 즐기려는 거잖아!’

    과연. 이대로 순차적으로 단계가 높아지느니 차라리 한꺼번에 벌충하겠다라.

    감동적이었다. 이것은 마치 학생이 교사에게 매질을 당할 때 한꺼번에 연속으로 맞겠노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았다. 고통이 지속될 바에야 당장 크게 아프고 말겠다면서. 그러나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매질을 지금 벌어지는 쾌락의 폭풍에 어찌 비교하겠는가?

    내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멋지군요.’

    어지간한 의지력이 없고서는 불가능했다. 여기서 어지간하다는 것은 영웅 중의 영웅만이 가질 법한 의지력을 가리켰다. 말하지 않았는가. 데이지도 물약 한 병에 넉다운했다고. 그에 반하여 가미긴은 실로 서열 제4위라는 직함에 어울렸다.

    ‘알겠습니다. 가미긴 님의 의사를 십분 존중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박수갈채라도 보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섭섭합니다. 고문이라니요? 저는 가미긴 님께서 혹여나 갑작스러운 물약에 당황하실까봐 차례대로 천천히 드렸을 뿐입니다.’

    ‘웃기지, 마…….’

    ‘오해를 받는다는 것은 이렇게나 슬픈 일이군요.’

    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로 남은 물병을 전부, 정말로 전부 한꺼번에 들이키실 생각입니까? 당신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경고하는 것입니다. 가미긴 님, 제발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부탁드립니다.’

    ‘하, 왜……? 계획대로 안 되니까, 쫄려……?’

    가미긴이 웃었다. 입끝이 제어가 되지 않아 형편없이 떨리는데도 웃었다.

    원더풀.

    내가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뒤적거렸다.

    ‘하아, 어쩔 수 없군요. 가미긴 님께서 정 그렇게 원하신다면야. 정말 어쩔 도리가 없어요.’

    옷안에 쟁겨둔 물병들을 풀밭에 차례대로 올려두었다. 하나, 둘, 셋, 넷.

    ‘가미긴 님. 먼저 당신께 사과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

    ‘사실 제가 가진 물약의 전부는 여섯 병이 아니었습니다.’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모두 열세 개가 있었지요.’

    가미긴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어……?’

    ‘이야아. 가미긴 님께서 너무 힘들어하실지 몰라서 일부러 여섯 개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말이지요. 굳이 제가 가진 물약의 ‘전부’를 쏟아내라 명령하시니, 최하위 마왕인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네요.’

    아아, 어째서 사람이란 이토록 어리석은지.

    어째서 하나를 생각하면 두 개는 생각하지 못하는지.

    자아. 가미긴.

    ‘음. 열한 병의 미약이 남아 있네요.’

    ‘아, 아……?’

    ‘부탁하신 대로 전부 한꺼번에, 확실히 가겠습니다.’

    내가 가미긴의 가슴을 꽈악 움켜잡았다.

    ‘히끄으으으윽!’

    가미긴이 비명을 터트렸다. 게임이 시작하고 처음으로 성감대를 직접 만진 것이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쾌락은 애들 장난으로 보이겠지. 나는 그녀의 벌어진 입구멍에다 물병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먼저 한 병.’

    가미긴이 어떻게든 입을 다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그녀의 유두를 꼬집었다. 그럼 별 수가 없었다. 가미긴은 신체가 명령하는 대로 교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제로 벌어진 입구멍에, 다시 물약을.

    ‘두 병. 세 병. 네 병――.’

    다시 물약을.

    ‘일곱 병. 여덟 병. 아홉 병.’

    ‘푸르흡, 꾸륵――하아, 푸크흐흡!’

    가미긴이 괴롭게 숨을 토했다. 물약이 꽤나 많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흘러내리는 것보다 들어가는 것이 월등하게 많았다.

    ‘열 병. 열한 병!’

    나는 마지막 남은 물약까지 싹싹 털어넣었다.

    가미긴이 숨을 꺽꺽거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이찬 물약, 거기에다 가슴과 유두의 자극으로 뇌가 보통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쾌감까지. 그녀는 거의 정신을 잃었다.

    ‘축하드립니다, 가미긴 님. 이제 십 분밖에 안 남았습니다. 기뻐하십시오.’

    내가 오페라 관람객처럼 손뼉을 쳤다.

    ‘십 분만 지나면 당신의 승리입니다.’

    단. 그 십 분은 지옥보다 조금 더 처절하겠지만.

    ============================ 작품 후기 ============================

    [리리플]

    TheDaybreak// 감사합니다.

    NineBreaker// 저 세계에는 경찰이 없습니다. 안타깝네요...

    프롤마룬// 가미긴이 잘못한 건 사실 별로 없는데 너무하죠.

    asd메이지// 그렇습니다. 단탈리안은 천하의 나쁜놈입니다.

    매실농축액2// 제 뜰에 들어가보시면 몇몇 히로인의 그림이 있습니다!

    너굴2i// 제 뜰에 라우라의 스케치 그림이 올라와 있습니다.

    곰상아들// 단사노바...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사라주어야 할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샤에// 예상에서 벗어나질 않는 단탈리안입니다.

    물고기인간// 그렇게 되면 정말로 끔찍한 세상이 되어버릴 겁니다...

    NeoGGM// 단탈리안: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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