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디펜스-189화 (189/510)
  • 00189 순례의 길  =========================================================================

    간단한 계획이었다.

    슬라임을 반쪽으로 나눈 다음에, 서로 신경을 공유하도록 한다. 하나는 데이지의 몸안에 심는다. 다른 하나는 데이지의 몸속을 완벽하게 재현한 오나홀로 만든다. 그리하여 루크에게 오나홀을 선물하는 것이다.

    루크에게는 단순히 '엄청나게 기분이 좋은 물건'이겠지만……데이지에게는 전혀 달랐다.

    슬라임을 통해서 전달해오는 진동, 움직임, 가장 미세한 꿈틀거림까지, 완전하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오빠의 진동이었다.

    “――, ――!?”

    데이지가 영락없이 쾌감에 홀렸다. 나의 손길이 틀어막아준 덕분에 신음이 새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다만, 소녀의 등이 활처럼 휘어져 계속 허공을 활공했다. 소녀는 뭍으로 꺼내진 물고기처럼 온몸을 퍼덕거렸다.

    수풀 너머에서 루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흑! 너무, 이건 너무……!”

    “왜요? 우리 루크, 그렇게 형편없는 얼굴로 입을 헤벌레 벌리고, 저한테 뭐라고 말하려는 거예요? 너무, 라니 뭐가 너무하다는 거예요? 응? 정확하게 말해주세요.”

    “너무, 기분이……좋아요!”

    제레미가 깔깔 웃었다.

    “그래요? '이게' 기분이 좋은 거로군요?”

    “네, 흐윽……누나, 조금만 느리게, 윽, 미칠 것 같아요!”

    “어디가 어떻게 기분이 좋아요? 네? 자아. 루크가 바라는 대로 느릿느릿하게 움직여줄 테니까요……여기에 새겨진 주름 하나하나를 음미해보세요. 후후. 어디가 좋아요?”

    “모, 몰라요. 진짜 모르겠어요. 그냥, 전부 좋아요…….”

    제레미는 확실히 들떠 있었다. 루크를 희롱하며, 오나홀의 어느 부분이 어떤 감촉인지 생생하게 말해보라고 강요했다.

    가엽게도 루크는 어디가 어떻게 좋다고 술술 불어버렸다. 오나홀의 입구에 들어갈 때는 숨 막히게 좋았다. 주름이 기둥에 스칠 때는 의식이 날아가버릴 정도로 좋았다. 오나홀 끝부분에 닿을 때는 등골이 떨릴 만큼 좋다고 고백했다.

    그것이 무엇을 모조한 물건인지, 지금 풀숲에서 누가 발버둥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

    소녀에게 있어 연옥과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루크는 제레미에게 농락당해 세 번을 갔다. 이미 그 전에도 두어 번 사정했으니 적어도 연속으로 다섯 번 절정해버린 것이었다.

    뿌리까지 쥐어짜냈다고 할까. 꼬마 남자애한테는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장래에 용사가 될 인재라 할지라도 여기에는 완전히 항복하여, 루크는 제레미의 등에 업힌 채로 숲을 빠져나가야 했다.

    그러나 이것도 다른 용사 후보생에 비해서는 약과였다.

    “하아, 하아…….”

    데이지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소녀는 새하얀 원피스(casosock)를 입었다. 신을 섬기는 아이들이 입어 경건한 분위기를 풍기는 옷이었다. 그런 천옷이 지금은 땀에 흠뻑 젖었다. 젖은 옷주름에 흙까지 묻는 바람에 옷이 엉망으로 더러웠다.

    루크가 한 번 사정할 때마다 데이지는 열댓 번 넘게 절정했다. 이 짧은 시간에 어림잡아 서른 번이나 가버렸다. 절정이 멈추지 않고 끝없이 이어진 꼴이었다. 그녀는 견디지 못해 중간에 기절하기도 했다. 기절한 채로 갔다.

    그러면서 소녀는 오빠의 얘기를 들었다. 오나홀의 어느 부분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그 얘기를 전부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너희 오빠가 상당히 만족하는 모양인데.”

    내가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기가 막힌 명기라는 얘기 아니더냐. 기쁘겠군.”

    “당신은……쓰레기 개자식이에요.”

    데이지가 물기 젖은 눈동자로 쏘아보았다.

    아직 살결에서 땀이 식지 않았다. 가녀린 팔뚝에서 갈비뼈, 허벅지까지 어디에서나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극도로 민감해진 신경, 뺨을 쓰다듬기만 해도 떨어대는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그곳이 뚫리는 느낌이 몰아닥친 것이었다.

    단순히 쾌락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녀는 심장에 새겨지는 고통까지 감내한 적 있었다.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마저 공략당했다.

    자신이 느낀 쾌락들, 질벽을 들쑤기고 휘저으며 두들기는 감촉 하나하나가 전부 다름 아니라 루크에서 비롯한다……바로 이러한 생각이 데이지를 괴롭혔다.

    실제로는 아무런 성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데이지 본인에게는 그렇게 생각될 수 없었다. 그녀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쾌락의 격류에 무너졌고, 더군다나 그 격류가 오라비의 것이라는 생각에 붕괴되었다.

    지금 데이지는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느낌이겠지.

    “네 실책은 죽음을 너무 쉽게 처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암살이라니, 더군다나 잠자는 사이에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죽게 만들려고 했다니! 그딴 것이 너의 방식이었나. 어디 나에게 말해봐라, 네놈.”

    나는 이를 바득 갈았다.

    심장에 각인을 새기는 작업은 고통스러웠으리라. 나를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그 증오심은 한없이 올바랐다.

    하지만 게임의 '룰'을 벗어나서 증오심을 표출하면 곤란했다.

    “나는 너와 약속을 지키는 척하면서 네놈과 네 오라비를 죽일 수도 있었어! 언제든지, 얼마든지! 너를 죽여버리고 오라비만 챙길 수도 있었다! 나는 네 녀석과 일종의 계약을 채결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루크는, 상관없잖아요!”

    “상관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처신해라!”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아니면 네가 끌어들여도 괜찮다고 해줄 사람과만 관계를 맺든지. 이런! 그러고보니 가족이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관계를 맺어버리는 것인가. 그거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구나!”

    “당신은, 정말이지…….”

    “무엇을 그리 걱정하느냐? 어차피 루크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웃었다. 웃고 싶을 때 웃는 것, 그것도 권력이었다.

    “네 오라비는 심성이 꽤 착해보이던데. 아주 순수해. 누구와 다르게 말이야. 자기가 사실 친여동생과 성교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깨달으면, 글쎄. 어떻게 될련지 모르겠군.”

    데이지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나는 담뱃대에 불을 지피고 말했다.

    “잘 들어라. 나는 네 녀석의 마을을 파괴하려 했고, 마을사람 일곱 명을 사살했다. 그렇지만 너의 청원을 들어주어 학살을 중지했지. 더 나아가, 마을사람들에게 나의 영지를 새로운 터전으로 선물했다. 여기까지 우리의 거래는 적절해.”

    “…….”

    “그런데 네 녀석이 나를 죽이려 들었다. 전혀 아름답지 못한 방식으로. 나는 이걸 잊지 않을 것이다. 오라비한테 진실이 알려지기 싫다면, 앞으로 제대로 행동하라. 알겠느냐? 내 목숨을 빼앗으려면 말이다.”

    그녀에게 얼굴을 갖다대서 후우, 하고 담배연기를 불었다.

    “내가 깨어있을 때. 눈앞에서, 당당하게 빼앗도록 해라. 내가 네 년을 죽여야 할 때가 다가온다면 나 역시 그러할 테니.”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 알고 있었다. 그저께 밤의 습격에서 시작한 신경전에서 누가 승리를 거두었는지.

    화전촌에서는 데이지가 완승을 거두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완패를 안겼다.

    나는 우리 두 명이 언젠가 질척질척한 늪에 빠져버릴 것임을 직감했다. 이미 종아리쯤은 진흙탕에 잠겨 있었다. 그렇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늪밖에 없는 세상이었다.

    *  *  *

    용병단은 파죽지세로 프랑크 북부를 휘저었다.

    마왕 레라지에가 군세를 일으켜 대대적으로 침략해오자 군소 영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영주들은 이미 제8차 월맹군에 원병을 파견했고, 황태후 및 황제의 소집령에 응하여 병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황태후와 황제 양편에다 군사를 파견한 영주들도 꽤 많았다. 어느 쪽이 이겨도 변명할 거리를 남겨두기 위해서 술책을 부린 것이었다. 영주들 나름대로 내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피처를 마련해둔 셈이었으나, 타이밍이 안 좋았다. 기책(奇策)이 도리어 생명을 위협하게 되었다. 애도를 표할 수밖에.

    “팔백 골드! 팔백 골드를 내겠소. 우리 영지를 도와주시오!”

    “우리는 천 골드를 지불하겠습니다! 부디 라로웨 영지에 구원을…….”

    “천일백 골드……이 이상은 여력이 없습니다. 제발, 아르테미스의 사도이시여. 곤궁에 처한 자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영주들은 부리나케 시종과 집사를 보내서 애걸복걸했다.

    브레시 준남작령에서 우리 용병단이 발휘한 용맹, 특히 보통 용병과 다르게 지극히 신사적인 태도는 백도(伯都)를 통하여 사방에 퍼졌다. 자크리가 이끄는 양날도끼 용병단은 그렇지 않아도 명성이 높았다. 얘기로만 듣던 용병단의 실력이 근처 영지에서 명백하게 증명되었으니, 영주들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었다.

    영주의 종자들이 접견을 청할 때마다 나는 곤란하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저는 여신의 뜻에 따르는, 한낱 미천한 하인일 뿐입니다. 여신께서는 세상 만민을 도우라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곤란하군요…….”

    “무엇이 곤란하다는 말씀입니까, 성스러운 사도이시여? 야만스러운 괴수들이 우리 백성을 물어뜯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곤란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한숨을 쉬었다.

    “마침 가르시벨만이 아니라 라로웨, 라시아렐, 트로인에서도 사자(使者)가 와 있습니다. 그들 모두 괴수의 치떨리는 이빨 아래 신음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의 백성이나 모두 백성이기는 매한가지. 저로서는 누구를 먼저 도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하자 백이면 백, 영주의 시종들은 얼굴을 구기면서 떠났다. 그러다 다시 다음날이 되면 어제보다 더욱 애처롭게, 더욱 불쌍하게, 더욱 절절하게 도와달라 청했다. 정말로 다른 영주들도 구원을 요청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시종들은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 통달해 있었다.

    “여신께서 자그마한 진상품에 흡족하시기를 바랍니다.”

    “천백 골드를 선불로, 토벌이 성공했을 경우 다시 오백 골드를 드리겠습니다.”

    “천사백 골드를 일시불로 지급하겠습니다……정말로 이 이상은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자 나는 더욱 더 곤란한 표정을 내보였다.

    “여러분의 성의에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어찌 백성을 구하는 데 있어서 여신께서 순번을 정해 놓으셨겠습니까?”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라는 말씀입니까, 사제님!”

    “미천한 저로서는 도저히 판단하지 못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고견을 나누시지요.”

    나는 시종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고 슬쩍 혼자서 빠졌다. 문 너머에서는 우리 영지가 더 급하다느니, 네 영지는 그대로 백작의 비호를 받지 않느냐느니 다투다가 이윽고 십 년 전에 수조권을 놓고 영지전을 벌였던 얘기까지 튀어나왔다.

    다음 날.

    “천육백 골드, 아니 천칠백 골드를!”

    “선불로 천오백 골드를 내고 후불로 오백 골드를 내겠습니다!”

    “제발, 사도이시여……천육백 골드를 한번에 드리겠습니다. 정말, 정말로 더 이상은 여력이 없습니다!”

    용병단의 몸값이 성층권을 뚫고 치솟았다.

    그들은 만약에 자기 영지를 제일 먼저 구원해준다면 웃돈까지 끼얹어주겠다며 딜을 제시했다. 나는 물론 상냥했다. 상냥하니까 살그머니 다른 시종들한테도 정보를 알려주었다. 눈덩이가 눈덩이를 불리듯이 딜은 딜을 불러들였다.

    대략 용병단의 의뢰금이 이천 골드를 약간 밑돌 쯤.

    나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말하자면 성모강림. 실로 신의 어미만이 짓는 게 가능한 미소가 그곳에 있었다.

    “여러분 모두에게 여신의 자비로우신 손길이 함께하기를. 자아, 손을 모으십시오. 무도하기 짝이 없는 마왕의 침략에 견디게 해달라고 우리 모두 기원합시다.”

    악부, 악자, 악령의 이름으로. 아멘.

    ============================ 작품 후기 ============================

    조아라의 권고 조치에 의해 수정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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