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1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
바르바토스는 한 마디로 말해 보여주기 용으로 출격했다.
죽음의 기사는 그림자에 두고 다닐 수 있었다. 추격과 같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때는 당연하게도 그림자에 넣어서 움직이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만약 바르바토스가 진심으로 제국군의 뒤를 쫓고자 했다면, 차라리 벨레드와 같은 마왕만 대동하고 극소수의 정예로만 움직였을 것이다. 제국군이 밤을 지새는 동안 틈을 노려 기습했겠지. 죽음의 기사는 그야말로 기습에 최적화된 병종이니까.
그런데 보란듯이 죽음의 기사들과 함께 진군했다.
나는 확신했다.
‘죽음의 기사는 한 기도 안 죽었을걸.’
실제로는 그닥 고급스럽지 않은 병종, 오크나 해골병사 따위만 이끌고 추격했으리라. 그마저도 병력이 고작 천 마리……글쎄. 그 천 마리도 과연 전부 소모했을지 어땠을지 의문이다.
천 명 미만의 병사를 투자하여 바르바토스는 명분을 얻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군을 쫓아간 마왕, 이라고. 다른 마왕들이 본색을 드러내며 주저앉은 순간 오로지 바르바토스만이 진실하게 월맹군에 참여했음을 널리 알린 것이었다.
마인들은 바르바토스를 굳건하게 지지하겠지. 설령 대다수의 마인이 대륙 정벌을 불가능한 이상이라 생각할지라도, 아무튼 간에 바르바토스에겐 명분이 있었다. 그 명분에는 마인들이 마땅히 존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 깔깔깔.
머릿속에서 바르바토스의 웃음소리가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하여간 비열하게 머리를 쓰는 녀석이었다.
나는 가끔 궁금했다. 저토록 비열하게 삶을 살아가면 피곤하지 않을까? 조금 성실하고 조금 착실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전달하면서 살아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인생이 아니겠는가.
바르바토스는 인성이 글러먹었다, 인성이. 쯧쯧. 그런 부류의 사람과는 웬만해서 엮이지 않는 편이 여러모로 좋았다.
내가 시트리에게 말했다.
“고마워. 시트리. 너 덕분에 월맹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어.”
─ 헤헤. 아니야. 이런 것 가지고 뭐.
시트리가 방실방실 웃었다. 조금 전까지 바르바토스한테 사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모습은 금세 증발해버렸다. 시트리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살아가면 한결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그런데 단탈리안. 몸이 참 안 좋다!
시트리가 뜬금없이 일침을 가했다.
지금 나는 지하연못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당연히 알몸이었다. 수정구의 각도를 조절해서 내 상반신만 비추게 만들었는데, 시트리는 그걸 보고 한 마디 말한 것이었다.
내 입가가 약간 떨렸다.
“몸이 안 좋다니. 중상모략이 따로없군. 내 체격은 지극히 평범해.”
─ 응?
시트리가 정말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시트리의 시선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아니야, 단탈리안. 네 체격은 평균이 아니라 평균 이하야. 이건 확실해.
“…….”
─ 근육도 없어. 팔뚝은 가녀려. 어깨도 좁아. 가슴도 들어갔어. 어딜 봐서 단탈리안 네가 평균이야? 이건 확실하게 해야지. 그 정도 체격으로는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전쟁터에서 구를 수도 없어.
시트리의 표정과 말투에는 악의가 없었다. 단지 사실을 사실 그대로 서술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오늘 저녁식사에서 우리가 오리고기를 먹었지, 라고 말하듯이 담담하게. 그녀는 순진무구했으며 순진무구한 그만큼 나에게 거대한 상처를 남겼다.
내가 변명했다.
“나, 나는 전방에서 칼 휘두르는 종류의 마왕이 아니야. 후방에서 고상하게 전략과 전술을 논하는 사람이니까 근육 따위는 불필요해. 맞아. 나한테 중요한 것은 몸의 근육이 아니라 뇌의 근육이라고.”
─ 으응? 아니야. 최소한 몰골이 볼 만은 해야 하잖아. 단탈리안은 군주로서도 책사로서도 볼품이 너무 없는걸. 솔직히 말해봐. 너 운동 전혀 안 하지? 그러면 안 돼! 아무리 마왕이 평범한 마인보다 재생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기본 체격까지 저절로 높은 건 아니야.
아, 무언가 무척 익숙한 데자뷰가 느껴졌다.
그리우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반항감이 치솟는 이것은, 내가 잘못 떠올리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것이었다. 거의 모든 인간이 태생적으로 반항감을 안게 되는 바로 그것――어머니의 잔소리였다.
─ 이제 단탈리안도 명망 높은 마왕이 되었으니까, 마왕답게 행동할 필요가 있어. 나야 파이몬 언니의 수하이니까 대놓고 난봉꾼처럼 다니고 있지만 단탈리안은 바르바토스의 수하로만 있을 생각은 아니잖아. 그치? 그러면 남들이 보기에도 아, 저 사람은 역시 마왕이니까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 싶을 만한 인상을 줘야 해!
우와아아……내가 짜게 식은 표정으로 시트리를 쳐다보았다.
어째서 내 주변에는 잔소리꾼밖에 없을까. 라피스는 물론이었고, 라우라도 운동 문제에 관련해서만큼은 나한테 만날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이제 여기에 시트리까지 추가되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 살았다고 다들 연합해서 쪼아대는지 모르겠다.
알고 있다. 이 시대는 근육형 남성. 이른바 마초를 숭상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농사를 짓는 데도 마초가 유리. 전투를 벌이는 데도 마초가 유리. 생존이 지상최고의 목표로 여겨지는 이 시대, 사람들은 오로지 마초 그리고 마초만을 연호했다. 마초가 아닌 남자는 살아남기도 힘들었다.
이처럼 불합리한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당당하게 선언한다.
“대세는 가녀린 남성상이다!”
─ 에?
“근육은 폭력과 억압의 상징에 불과하다. 왜 남자는 전부 마초여야 하는가. 매우 지독한 편견……시대를 병들게 하고 사람을 병들게 하는 편견이다. 아름다움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자도 얼마든지 가녀릴 수 있다!”
─ 잠깐만, 단탈리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해하기 어려운데.
“후우. 시트리. 순진무구하지만 그렇기에 시대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가. 너 역시 시대의 아집에 붙잡힌 망령이었는가. 통재라. 더 이상 너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어쩔 수 없군. 오늘 통신은 여기까지.”
─ 단탈리안? 단탈리안! 기다려봐, 나 아직 할 이야기 끝나지…….
마법수정구를 껐다. 시트리를 투영하던 막이 사그라들었다. 지하동굴이 조용해졌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시트리, 그녀와는 진심으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의 편견이란 이토록 단단하고 무거웠다. 하지만, 삶이란 이런 것이겠지……결코 이해할 수 없는 장벽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놓여 있었다.
나는 연못에서 나왔다. 몸에 옷을 걸치지 않았다. 마왕 레벨이 오르면서 내 던전의 온도를 약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이 딱 적당하게 서늘하고 적당하게 따스했다. 어차피 던전에는 라우라랑 내 몬스터밖에 없기에 알몸으로 돌아다녀도 무방했다.
마왕방에 돌아왔다. 라우라가 책을 읽고 있었다. 금발의 소녀가 독서하는 광경은 그 자체로 그림이 되었다.
“우우, 라우라! 라우라!”
나는 알몸으로 라우라한테 달려들었다. 라우라가 비명을 지르면서 기겁했다. 그녀는 양손으로 책을 보호하며 의자에서 일어섰는데, 나한테 허리가 붙잡혔다.
“흐아앗! 주군!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
“세상이 저를 괴롭힙니다, 흑. 막 저한테 몸이 안 좋다느니 체격이 볼품 없다느니 놀려대요. 라우라! 우리 라우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요? 제 체격은 딱 평균이지요?”
라우라가 무척 귀찮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주군은 말 그대로 볼품 없는 사나이의 대명사이다.”
“…….”
“으앗!? 왜 가슴을 주무르는가, 주군! 앗, 으, 왜 치마를 벗기는가!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다오! 적어도 애무는 해주고 삽입해주길 바란다! 아니, 그렇게 당장은, 하윽!? 주군, 아프다! 흐윽, 주군!”
네 시간 후.
나는 침대에 자빠져서 색색 숨을 몰아쉬는 라우라를 내려다보았다. 라우라의 엉덩이가 아직도 경련에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라우라. 제 체격은 딱 평균이 맞습니까?”
“주군은……세상에서 가장 멋진 몸을 가진……사내…….”
“후후후.”
내가 씨익 웃었다. 승리의 도취가 가슴에 부풀어올랐다.
“이제야 진실을 말해주는군요. 자아.”
나는 아랫도리를 라우라의 얼굴에 갖다댔다.
“사죄의 의미로 깨끗하게 핥으세요.”
라우라가 질색했다.
“으으. 애액이랑 정액이 뒤섞여서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묘한 냄새가…….”
“라우라의 애액입니다. 자기 것은 자기가 청소해야죠.”
“그, 그럼 정액만이라도 주군이 처리해라.”
“주군의 뒷처리는 마땅히 신하가 하는 법.”
내가 쿨하게 말했다.
라우라가 눈물을 흘렸다.
“어쩌다가 소녀의 신세가 여기까지 추락했는가. 어디서부터 소녀의 인생은 잘못되었는가. 인생이란 애시당초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인가. 여신이시여, 여린 필멸자를 부디 동정하여주소서.”
“여신께선 당신이 지금 제 귀두를 핥을 것을 운명으로 정해주셨습니다. 이건 태초부터 결정된 사항입니다. 자아, 얼른 핥아요.”
“언젠가 반드시 여신을 죽이겠다……흐윽.”
불경하기 그지없는 말을 입에 올리면서 라우라가 나의 귀두를 혀로 할짝거렸다. 그녀는 탐색하듯이 혓바닥을 놀리더니 이윽고 입술 속으로 육봉을 집어 넣었다.
“음.”
가볍고 부드러운 쾌감이 하반신에 스며들었다. 라우라는 침으로 애액을 닦을 속셈인지 계속해서 침을 흘렸다. 육봉이 금방 미끌미끌해졌다. 질퍽질퍽하게 침소리를 내면서 라우라가 자지를 빨았다. 여전히 펠라 솜씨가 일품이었다.
“계속 빨면서 들으세요. 월맹군의 전황입니다.”
“으읍, 츄릅……하으읍. 읍…….”
“월맹군이 합스부르크의 제도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혈입성이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군은 자국의 수도를 버리고 후방으로 퇴각했다고 하더군요. 소문에 따르자면, 황제가 직접 수도를 버리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라우라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머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음경을 정성스레 빨았다. 네 시간 내내 섹스하여 지칠 법도 했건만, 나의 아랫도리는 다시 딴딴해져서 라우라의 따뜻한 입안을 유린했다.
“지금까지 제국군을 통솔하던 엘리자베트 황녀는 황제의 명령에 의하여 반쯤 실각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수도를 정리하고 후퇴시킨 인물은 황녀가 아니라 제2황자……애당초 민중과 군부의 지지도가 높았던 황녀에 비하여, 제2황자는 궁정귀족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계자입니다. 즉 현재 합스부르크 황실은 제2황자를 중심으로 한 궁정귀족이 장악하고 있다. 그렇게 봐야겠지요.”
“흐읍, 으으음……하음……츄릅.”
아. 라우라가 약간 이빨을 세웠다.
실수로 세운 것이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이빨 끄트머리로 육봉의 살갗을 아주 살짝 긁었다. 나는 이 감촉을 싫어하지 않았다. 쾌감이 저릿하게 올라왔다.
라우라는 이제 손까지 동원했다. 자지의 윗 부분은 입으로 감쌌고, 아랫 부분은 손으로 쥐어서 흔들었다. 부드러운 쾌감과 자극적인 쾌감이 한데로 섞여서 진동했다. 정액이 꾸물꾸물 올라오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싸라. 얼른 싸서 내 입안을 탁하고 비릿한 정액으로 가득 채워달라. 라우라는 그렇게 말하듯이 격렬하게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흐음.”
이대로 싸버리는 것은 뭔가 분했다. 나는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구슬들을 집어 들었다. 이 구슬들은 서로 노끈으로 이어져 있었다. 기름칠이 되어 있어서 번들번들했다. 나는 그것을 라우라의 엉덩이에 가져다 댔다.
“라우라. 문제입니다.”
“하읍?”
라우라가 입에 자지를 문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녹색 눈동자에는 어서 행위가 끝나기를 바라는 염원만 나타나 있었다. 벌써 네 시간째 섹스했다. 지친 것이었다.
“맞추면 오늘 성교는 여기까지로 하죠. 하지만, 틀리면 이걸 엉덩이에 집어 넣을 겁니다.”
“…….”
기분 탓인지 라우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애널을 희롱하는 것 자체는 라우라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나한테 영입되기 이전에 성노예로서 잔뜩 교육을 받았고, 소위 교육과정에는 애널을 조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이 이상 행위가 길어지는 것이 끔찍하다. 라우라의 심정은 그 정도였다. 물론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마음대로 질의응답을 시작했다.
“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는 여러 개입니다. 그중 하나만 맞추면 됩니다. 어때요. 쉽죠?”
라우라가 시선을 내리고 다시 나의 육봉을 빨았다. 주군 마음대로 하라. 그런 의미였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 소문에 따르자면 황제와 제2황자에 의해서 엘리자베트 황녀는 유폐되었습니다. 엘리자베트 황녀는 앞으로 실각할까요, 실각하지 않을까요? 자아. 실각할 것 같다면 귀두를 혀로 살짝 핥으시고, 실각하지 않을 것 같다면 육봉을 깊숙이 빠세요.”
“…….”
퀴즈쇼 진행자가 된 기분으로 유쾌하게 떠들었더니, 라우라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그 와중에도 입에서 자지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라우라의 봉사정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엿보였다.
“제한 시간은 십 초입니다! 시작! 십, 구, 팔, 칠…….”
“…….”
라우라가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내가 사를 셀 즈음해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움직였다. 자그마한 혓바닥으로 귀두를 할짝 핥았다. 애완동물 같아서 귀여웠다.
내가 싱긋 웃었다.
“아쉽군요. 틀렸습니다.”
나는 첫 번째 구슬을 라우라의 애널에 쑤욱 집어 넣었다. 그때까지 입에서 자지를 빼지 않은 라우라가 저도 모르게 몸을 들썩이며 신음을 내뱉었다.
“흑, 핫, 하으으으윽!”
“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문제를 틀릴 때마다 구슬 하나씩 넣을 거예요. 과연 라우라의 뱃속에 구슬이 몇 개까지 들어갈까 무척 궁금하군요.”
내가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라우라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었다.
============================ 작품 후기 ============================
단탈리안: 으이구, 음흉하게 썩어빠진 로리 같으니라구.
바르바토스: 어휴, 남 조져버릴 생각밖에 안 하는 변태 같으니.
라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