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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디펜스-125화 (125/510)

00125 (단행본 제6권 이후) 로마의 아침  =========================================================================

단행권으로 <던전 디펜스>를 보신 분께서는 125화, 즉 이번 편부터 이어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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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영웅을 탄생시킨다.

누군가는 죽는다.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그중에 분명히 죽어야 할 상황인데도 살아남고, 계속해서 살아남는 인간이 극히 드물게 있다.

피로 된 진창에서 헤어나와 호젓하게 두 발로 선 이들을 가로되 영웅이라 한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발 밑바닥에 핏물을 진득하게 묻힌다.

월맹군 전쟁은 평야를 피로 물들였고, 필연적으로, 영웅들의 향연을 불러 일으켰다.

“또, 또 그 황녀 새끼냐!”

바르바토스가 흥분해서 지휘봉을 두 쪽으로 부러트렸다. 마왕들이 면목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엘리자베트 폰 합스부르크, 일찍이 초전의 연설전에서 무참하게 패배한 그녀는――마치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전장에서 미쳐 날뛰었다.

처음에는 별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엘리자베트 제3황녀는 소수의 근위대만 이끌고 움직였다. 마왕들은 애송이 황녀가 부하 장병의 신임을 죄다 잃어버렸고, 간신히 근위기사만 통솔하고 있다며 비웃었다.

비웃음에 동참했던 마왕 중에 세 명이 죽었다.

황녀가 이끄는 별동대는 전쟁터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가장 절실한 순간을 노려서 나타났다. 인간군의 약한 부분을 메꾸었고 월맹군의 약한 부분을 치고 들어왔다. 처음에 월맹군의 마왕들은 애송이 황녀가 꽤나 한다고 감탄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서자 월맹군의 모든 마왕이 깨달았다.

엘리자베트 폰 합스부르크는 괴물이라고.

“절대로 세 배 이하의 병력으로는 저 년이랑 맞붙지 마라!”

바르바토스가 다급하게 선포했다. 고작 천 명 남짓한 별동대에 삼천에 가까운 병력이 희생된 직후였다.

황녀의 비정상적인 강력함을 알아차린 것은 월맹군뿐만이 아니었다. 인간들도 아군에 희대의 천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황녀의 별동대는 날이 갈수록 몸집이 불어났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확실히 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만약 엘리자베트 황녀가 인간군 전체를 통솔했다면 월맹군은 무너졌으리라. 그녀가 귀족들 사이에서 권위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마왕들에게 천운이었다. 황녀는 어디까지나 합스부르크 제국군에만 영향을 끼쳤다. 그것만으로 전황을 뒤집기란 힘들었다.

월맹군도 무능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크흐.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보실까!”

제파르와 벨레드가 황녀를 전담하기 시작했다. 명실상부 평원파의 에이스인 두 마왕이었다. 제파르가 방패, 벨레드가 창이 되어 황녀를 상대했다. 일진일퇴의 혈전이 이어졌다. 전쟁터에 다시금 균형이 찾아들었다.

“젠장. 저 년을 진즉에 밟아뒀어야 하는데……!”

바르바토스가 길길이 날뛰었다. 그래봤자 배는 떠난 지 오래였다.

황녀를 제외하고도 전장의 꽃은 여럿 피었다. 그중에서 가장 화려한 꽃은 단연 브르타뉴 왕국의 젊은 군주였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미소가 멋진 이 여왕은, 이제 열아홉 살의 나이로 친히 왕림했다.

앙리에타 드 브르타뉴. 역시 던전 어택의 주요 인물인데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꽤나 깊다. 딱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음…….

원래 라우라의 주군이 될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게임에서 라우라는 브르타뉴 왕국의 철혈재상에 오르니까. 당연히 브르타뉴의 여왕인 앙리에타를 군주로 섬기는 것이다. 나는 앙리에타가 활약한다는 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올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꼭 남의 것 훔친 도둑이 집주인 소식을 듣는 기분이었다…….

여하간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나는 전쟁통에 부상을 심하게 당했다. 말에서 낙마하여 오른쪽 다리가 제대로 부러졌다. 이 부상 때문에 나는 일선에서 물러났다.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어차피 내가 지위하는 부대라 해봤자 기껏해야 오십밖에 안 되었다. 이십 만 대군이 격돌하는 장소에서 오십 따위는 한줌의 모래에 불과했다. 마왕들은 '지금까지 수고했으니까 쉬어라' 하는 분위기로 날 떠나보냈다.

물론 말에서 낙마한 것은 내 자작극이었다.

“전쟁터에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습니다. 하하.”

“……가끔 보면 주군은 다소 사악하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아예 마왕성으로 돌아갔다. 자리를 비운 사이 마왕성에 모험대가 쳐들어왔다고 변명하면서. 실제로도 쳐들어왔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단지 모험대라는 것이 실은 비밀리에 나한테 부탁받은 마을사람들일 따름이었다.

아니, 목적도 달성했겠다. 더 이상 험난한 전장에서 수고할 이유가 없잖아.

내가 눈을 빛내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자고로 들어갈 때와 빠질 때를 잘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얼른 도망치도록 하죠.”

“하아…….”

“자아, 라우라. 떳떳하게 걸으십시오. 우리의 사랑스러운 고향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숨 쉬는 라우라를 억지로 끌고 귀경했다. 안녕, 바르바토스. 안녕, 엘리자베트! 부디 열심히 싸워주려무나. 너희가 열심히 싸울수록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높아지니까. 진심으로 너희의 건투를 빈다.

우리는 거의 반년만에 마왕성에 돌아왔다.

*  *  *

마왕성에 돌아오고 이주일은 두문불출했다.

스스로 나에게 자그마한 휴가를 준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 일 년 동안 너무 열심히 일했다. 난 원래 천성이 게을렀다. 목숨이 위험하다 싶을 때만 허둥지둥 일한다. 그리고 이제 목숨의 위기가 지나갔다!

“으읏, 주군……아, 아까도 했는데. 또오.”

“내 잘못이 아닙니다. 라우라의 몸이 너무 예쁜걸요. 해도해도 또 하고 싶은걸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흐응, 그건, 억지……흐읏!”

그래서 섹스 삼매경에 빠졌다. 군중에 있을 때도 적당히 남의 눈을 피해서 바르바토스나 라우라와 떡을 쳤지만, 역시 전쟁통이라 그런지 속전속결로 끝냈다. 자주 하지도 못했고.

왜 병사들이 전투에서 승리한 다음 적군의 도시를 잔인하게 약탈하는지 이해할 것 같다. 그동안 쌓인 욕구를 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전쟁터에 창녀가 꽤나 많이 따라다니긴 한다. 병사들은 창녀를 통해서 성욕을 푼다. 그럼에도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는 중압감이 그들을 억누르겠지.

보름 내내 라우라와 나는 아예 알몸으로 다녔다. 옷을 입어봤자 곧바로 벗기 마련인데 굳이 입을 필요가 없었다. 마왕방에서도, 던전의 동굴에서도, 지하 연못에서도, 우리 둘은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교접했다. 어떤 날에는 일곱 번 섹스하기도 했다.

“이건 이성적 존재자의 생활이 아니다!”

결국 라우라가 폭발했다.

“섹스는 아무리 많아도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여섯 번! 적어도 하루는 쉴 날을 달라! 이래서야 소녀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지 않는가. 최근 들어서는 배가 저릿해서 걸어다니지도 못할 지경이다!”

내가 잔뜩 울상을 지었다.

“하루에 한 번이라니……너무 적습니다.”

“애, 당, 초! 주군의 정력은 지나치게 비범하다! 비상식적이다!”

라우라가 암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

“무슨 발정기에 걸린 오우거인가, 주군은? 가장 적은 날에도 아침저녁으로 네 번은 몸을 섞는다……소녀가 아무리 주군 이외에 다른 남자와 잔 적이 없다 해도 이게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봐라, 주군!”

그녀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성기를 벌렸다. 그녀는 지금도 알몸이었다. 털 하나 없이 새하얀 생식기에서 탁한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줄줄이 흘러나왔다. 동굴 바닥에 정액이 떨어져 홍수를 이루었다.

“이게 주군이 한 짓이다! 소녀의 뱃속에 주군의 정액이 마를 날이 없다. 복부에다 온수를 한 바가지 집어넣은 기분이라면 이해하겠는가. 시도때도 없이 박아대니 소녀의 배는 이제 곧 터져버릴 지경이다.”

“에이, 과장인 거 같은데요.”

그보다 라우라. 당신은 공작 가문의 귀하디 귀한 아가씨 아니었습니까? 공작영애가 직접 손가락으로 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다니. 어쩌다가 이리도 천박하게 타락했는지, 저는 라우라의 군주이자 교육자인 어른으로서 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주군이 날 이렇게 만들지 않았는가!”

라우라가 내 팔뚝을 붙잡았다. 그녀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농담도 뭣도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 소녀는 복상사해버린다! 주군은 유일한 가신인 소녀를 죽일 셈인가. 적당히 펠라티오로 만족할 줄도 알아달라는 말이다. 오늘 아침도 네 번! 무려 네 번이나 입으로 빼줬는데도, 이 발정난 오우거 남자는……!”

“하, 하지만 말입니다.”

그녀의 험악한 안력에 밀려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라우라가 너무 맛있어요. 속은 쫄깃쫄깃하고, 가슴은 부드럽고. 엉덩이도 만지면 반들반들해서 기분 좋고……일단 한번 박으면 막 쪼여오는 기분이라니까요?”

“소녀가 알 게 뭔가!”

사실 정말로 알 게 아니긴 했다.

나는 억울해서 항변했다.

“나만 좋은 것도 아니잖습니까. 라우라도 실컷 즐겨놓고는 이쪽만 탓하다니, 비겁합니다.”

“물론 소녀도 좋다. 너무 좋아서 문제인 거다! 일단 한번 했다 하면 서른 번은 가볍게 가버리니 도대체 소녀보고 어쩌라는 얘기인가! 주군, 알겠는가? 자그마치 서른 번이다. 하루에 세 번만 성교해도 소녀는 그날 백 번을 느껴버리는 것이다!”

라우라가 머리를 쥐어잡으며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백 번 가면 어떤 느낌인지 아는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분간하지 못한다……아까 전에 일어났는지, 아니면 한참 전에 일어났는지, 내가 밥을 먹기나 했는지도 아리까리하게 된다는 말이다……그런 상태가 벌써 보름……천국 같은 지옥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아니, 백 번은 차라리 낫다. 이백 번 가버리면 그 순간부터…….”

그녀는 계속 혼잣말하면서 암울한 아우라를 내풍겼다.

끄응.

저렇게까지 나오니까 왠지 내가 잘못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라우라는 아직 열일곱 살. 확실히 열일곱 살짜리 여자애랑 보름 내내 밤낮 가리지 않고 섹스했다고 어디 가서 밝히면, 십중팔구 죽일 놈이라고 욕을 얻어먹지 않을까.

“바르바토스 군단장……아니, 하다못해 라피스 경이라도 있어야 한다.”

라우라가 서글픈 눈초리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최소한 두 명이라도 되어야 주군의 막돼먹은 하반신을 감당할 수 있다. 솔직히 소녀로서는 서너 명은 원한다마는……으으. 라피스 경은 언제 오는 것인가?”

“글쎄. 라피스는 일단 쿤쿠스카 상회의 직원이니까, 음. 그쪽 일이 끝나야겠죠.”

라우라가 털썩, 하고 동굴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좌절하면서 말했다.

“라피스 경, 제발 빨리 돌아와주게. 이토록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린 적은 소녀의 짧은 생애에서 여태껏 없었다네…….”

으음. 애초에 라피스와 나는 그런 관계도 아니고……뭐라고 할까.

지금 라우라가 땅바닥에 주저앉은 자세가 마침 엉덩이를 들어올린, 그러니까 후배위와 비슷했다. 잘 익은 사과처럼 엉덩이가 딱 좋게 둥실했다. 나는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봐라. 내 잘못이 아니다. 라우라는 천성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교태를 품고 있다.

“좋습니다. 성교를 제한하죠. 하지만 그럼 저는 뭘 합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마왕성은 초라하다고요. 라우라랑 자는 것 외에는 딱히 즐길거리가 없습니다.”

“주군은 마왕성 주변의 마을들을 복속시키지 않았는가.”

라우라가 여전히 좌절 포즈를 취하며 중얼거렸다.

“말하자면 주군은 그들의 영주가 된 셈이다. 주군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마을들도 발전하거나 쇠락하겠지. 이참에 마을들을 통폐합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지를 키워보는 게 어떠한가.”

“헤에. 영지라.”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라우라의 말을 들어보니 어딘지 모르게 흥미로울 것 같았다. 마왕성, 그리고 그 주변에 널린 마을인가……. 어쩌면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덥썩.

“……주군?”

“말하세요.”

“소녀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지금 주군은 내 엉덩이를 잡고 있다마는.”

“착각이 아닙니다.”

“설마 또 한판 뛸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음. 정액이 윤활유 역할을 해주겠네요.”

라우라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안 돼! 오늘도 벌써 네 판을 뛰었다! 제발, 하다못해 두 시간 후에!”

“엉덩이가 예쁘게 생긴 라우라가 잘못한 겁니다.”

“흐, 흐아아앙!?”

나는 힘껏 허리를 밀어넣었다. 음침한 동굴에 교성이 가엽게 울려 퍼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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