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디펜스-116화 (116/510)
  • 00116 가장 긴 십오 분  =========================================================================

    엘리자베트 폰 합스부르크 제3황녀는 따분했다.

    그녀는 인간연합군에서 이미 실권을 잃어버렸다. 합스부르크 제국군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고, 다른 국가에서 파견된 공작들은 나이 어린 황녀를 은근슬쩍 무시했다.

    그녀는 어차피 휴전협정이 물 건너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이십만 대군이 대치하는 이 순간에도, 그저 전쟁이 대충 정리되기만을 기다렸다. 열국에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지원군을 보내고 있었다. 인간군은 이번 월맹군도 어렵사리 물리치리라.

    ‘전쟁 자체도 중요하지만 전후 처리과정이 더 중요하다. 도대체 다른 나라들이 어떤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들고나올지.’

    아마도 합스부르크 제국을 구원했다고 으스대겠지. 사실은 자국의 영토에서 싸우기 싫어서 억지로 합스부르크를 전쟁터로 삼은 것이면서 말이다. 승냥이 같은 놈들! 엘리자베트 황녀는 가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때 평원에 거대한 인물이 투영되었다.

    호리호리하게 생긴 남자였다. 의례적으로 연설을 하러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엘리자베트 황녀가 한숨을 쉬었다. 인간군에서 대표연설자로 선출된 것은 황녀 본인이었다.

    실권은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질 뿐인 대표연설자……저 남자도 마찬가지겠지. 황녀는 남자의 처지가 다소 가여웠다.

    어떤 얘기를 할지 뻔했다. 마왕군은 강력하다. 인간은 약하다. 그러니 얌전히 항복하라. 역사서에 기록된 월맹군의 대표연설은 항상 그 모양이었다. 인간은 어리석지만 그 정도 연설에 패주할 정도로 우둔하지는 않았다. 결국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 인류여. 들으라.

    그래서 남자가 입을 열었을 때.

    ─ 이제까지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다.

    황녀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저게 무슨 소리인가.

    남자의 목소리가 평원에 크게 메아리쳤다.

    ─ 세상에는 두 개의 전쟁이 있다. 하나는 인간군과 마왕군의 전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질긴 전쟁이 있었음을, 그것도 지난 이천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일어났음을 그대들 인류는 아는가.

    남자의 목소리는 또박또박했다. 긴장하지 않았으나 위엄이 서려 있었고, 과장하지 않았으나 신뢰가 있었다. 목소리에 굴곡이 져서 사람들의 귀를 세우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괴이한 소리를 하는군요.”

    “뭐라 지껄인들 인류의 단합은 철옹성이오.”

    주변에서 장군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이 예상하던 연설과 형태가 썩 달랐다. 무엇보다도 내용이 이상했다. 월맹군에 버금가는 전쟁이라니? 그런 것은 배운 적도 본 적도 없었다.

    엘리자베트 황녀가 저도 모르게 흥미를 내보였다.

    “호오.”

    저 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그녀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황녀는 이처럼 사태가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좋아했으며, 만약 자신의 예상을 초월해버린다면 더더욱 좋아했다.

    ─ 말하자면 그것은 영원한 대전쟁이다.

    남자의 목소리가 웅성거림을 꿰뚫고 울려퍼졌다.

    ─ 그에 비하면 인간군과 마왕군 사이의 전쟁이 차라리 우스워보일 지경이다! 월맹군 전쟁은 이천 년 동안 단 여덟 번밖에 없었으나 저 대전쟁은 매 년마다, 매 달마다, 매일 그리고 매초마다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차례대로 호명했다.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남작과 농노.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

    ─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영원한 전쟁이다. 설령 대륙에서 월맹군이 사라진다 할지라도 여전히 그대들은 투쟁하리라. 대륙에 이천 년이 흘렀으나 다시 이천 년이 흘러도 계급투쟁, 오로지 계급투쟁만은 바뀌지 않으리라. 들으라, 세상에서 억압받는 모든 이들이여.

    남자가 바로 눈앞에 병졸들이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소리쳤다.

    ─ 이천 년 전, 대륙에 처음으로 월맹군이 진군했다. 그날 고대공화국의 지배자들은 전 인류의 보존을 울부짖었다. 헌신스럽게도 그대들의 조상은 목숨을 바쳐가며 전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전투했다. 그럼에도 전쟁이 끝나고 노예는 여전히 노예였으며, 농노는 여전히 농노였다.

    ─ 천팔백 년 전, 대륙에 두 번째로 월맹군이 진군했다. 그날 고대제국의 황제는 인류를 수호하기 위해 일어서라고 명했다. 그대들의 조상은 다시 한번 목숨을 바쳤으며, 경이롭게도 이겨냈노라. 그럼에도 전쟁이 끝나고 노예는 여전히 노예였으며, 농노는 여전히 농노였다.

    ─ 천오백 년 전, 대륙에 세 번째로 월맹군이 진군했다. 그대들의 조상은 또다시 삼십 만 몬스터 대군에 맞서싸워 이겼노라. 놀랍도다. 대단하구나! 실로 그대들은 인류를 지킨 방패였으며, 그대들이 아니었다면 대륙은 진즉에 우리 마왕의 손아귀에 떨어졌으리라. 그대들은 수천 년 간 인류의 수호자였다. 그대들이야말로 대륙의 주인이었다. 나는 대륙의 역사에서 항상 승리를 거둬온 그대들과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여기노라.

    남자가 박수를 쳤다. 난데없는 갈채 소리가 평원에 북소리처럼 울렸다. 병사들은 명백히 당황하고 있었다. 남자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비웃음과 같은 것이 한점 담겨 있지 않았다.

    ─ 천오백 년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여덟 번째로 이 땅에 도래했노라.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남자가 손짓을 멈추고 돌연 말했다.

    ─ 대륙의 주인이여. 인류를 수호한 이들이여. 그대들은 여전히 노예이고, 농노이며, 평민이고, 굶주림에 허덕이며 전염병에 죽어나가는 약자 중의 약자이다. 어찌된 일인가. 도대체 그대들은 무엇을 위하여 목숨을 바쳤는가?

    이때쯤해서 엘리자베트 황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남자의 의도를 곧바로 파악했다.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찬 시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단지 입술을 벌리고, 경악으로 물든 눈동자로 남자의 거대한 영상을 바라보았다.

    황녀가 곧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주변에서 마법진을 준비하던 마법사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마법을 가동하라!”

    “저, 전하?”

    “무엇을 들었는가. 당장 가동하라는 말이다!”

    나긋나긋하게 마법을 영창하던 노인이 곤란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송구하오나, 대규모 마법인지라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 십오 분 정도는 더 남았나이다.”

    “십오 분이라니…….”

    황녀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안 된다! 십 분이면, 남자가 연설 하나를 끝마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정말로 모든 것이 늦어버린다!

    대표연설은 앞서하는 것보다 뒤에 하는 게 유리해서 느긋하게 준비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인간군은 마왕군이 연설하는 것을 보고 그 뒤에야 천천히 마법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황녀의 초조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법사들은 섬세하고 엄격한 절차에 맞추어 영창했다.

    그 위로 남자의 목소리가 멀리 우레가 울리듯이 퍼졌다.

    ─ 그대들은 분명히 대륙을 지켰다. 그 대륙이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일어난 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는 대륙이었다. 그대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부모가 흑사병에 신음하며 죽어가도, 치료제로 쓰이는 풀 한 포기조차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는가?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는가? 그대들은 자신의 가난을 수호하기 위해 이천 년 동안 목숨을 바쳤는가?

    ─ 결코 아니리라.

    ─ 인류여. 진실이란 이러하다. 공화국의 지도자, 제국의 황제, 귀족들이 울부짖는 인류에는 그대들이 들어가지 않는다. 귀족들이 수호하자고 외치는 대륙에는 그대들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은 민중의 재산과 땅이 아니라 오로지 그들 자신의 부유를 수호하기만 원했노라.

    ─ 그대들의 조상이 피땀 흘려 지켜낸 것은 어이없게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 즉 귀족의 소유물이었다. 그러니 전쟁이 끝나고도 여전히 가난한 것이 당연하다! 귀족은 여전히 귀족으로 남았으며, 평민은 여전히 평민으로 남았다. 바로 그대들이 귀족을 도운 것이다!

    남자가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 통탄할 노릇이다! 대저 귀족이란 어떤 작자인가. 마을에 몬스터가 침략해와도 귀족은 그대들을 위해 기사단을 파견하지 않는다. 그대들, 인간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월맹군이 다가오자 귀족은 그대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인류를 위해서!

    ─ 마을에 흑사병이 창궐해도 귀족은 그대들을 위해 흑색 허브를 베풀지 않는다. 그대들, 인간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월맹군이 다가오자 귀족은 그대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인류를 위해서!

    ─ 흉년이 들어도 귀족은 그대들을 위해 세금을 줄이지 않는다. 당장 논밭이 메말라 아들딸이 빵 한 가루를 먹지 못해 죽어가는데도.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귀족은 결코, 결코 그대들을 위해 수리권(水利權)을 내놓지 않는다. 그대들, 인간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월맹군이 다가오자 귀족은 그대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 인류를 위해서!

    ─ 이제 귀족들이 말하는 인류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그들이 말하는 인류란 다름아니라 귀족이라는 이름의 인류이다. 그들이 말하는 대륙이란 오로지 귀족이 소유한 토지이다.

    ─ 무엇을 위한 인류였는가? 오직 억압하는 자를 위한 인류였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가? 오직 억압의 보존을 위한 전쟁이었다. 무엇을 위한 이천 년이었는가? 그대들은 우습게도 자신의 가난을 대물림하기 위해 천 년 그리고 다시 천 년을 죽어온 것이다!

    ─ 인류여. 귀족이 거짓된 사탕발림으로 호명한 인류가 아니라, 그대들, 평민과 농민, 농노, 노예, 진정으로 피땀을 흘려온 자들이여. 그대들, 대륙의 주인이여!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정말로 그대들이 노예인가? 대륙의 진정한 주인은 그대들이고――오히려 귀족이야말로 그대들의 피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노예가 아닌가?

    “무슨 저딴 망발을!”

    “저주 받을 마왕 새끼가!”

    그 말에 주변의 장군들이 격분했다. 그들은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면서 하늘을 향해 삿대질했다.

    엘리자베트 황녀는 허공에 욕을 쏟아붓는 대신 냉정하게 군중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병사들……병사들은 멍하게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 왜 그대들이 거둔 곡식을 그대들이 아니라 귀족이 가로채는가. 왜 귀족은 그들이 먹을 것을 스스로 수확하지 않는가? 그들이 주인이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왜 마을이 침범했을 때, 마을의 주인인 귀족은 정작 전투에 나서지 않는가?

    ─ 이유는 간단하다. 마을이 귀족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당연하게도 마을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대들, 곧 민중의 것이다. 귀족은 단지 민중의 것을 강탈할 따름이다. 요컨대 마을을 침범한 몬스터와 귀족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점도 없다. 둘 모두 그대들의 재산을 노리는 도적이다. 도적이 집주인을 대신해서 집을 지켜줄 리 만무하다. 고로, 귀족은 그대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 귀족은 다만 그대들을 강탈한다. 그대들이 수확한 곡식을 먹으며, 그대들이 만든 집에서 살고, 그대들이 지은 옷을 입는다. 어째서 인류에 이처럼 기생충과 같은 작자들이 생겨났는가?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지난 이천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가?

    ─ 왜냐하면, 인류여. 그들이 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는 어떠한 이유도 없다.

    ─ 그대들이 세금을 내놓지 않으면, 몬스터가 침공했을 때는 그토록 갈망해도 오지 않던 기사단이 들이닥친다. 요컨대 다른 도적이 그대들의 집을 터는 것은 용납할지언정 자신이 집을 털지 못하게 되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 그대들이 정당하게도 이 곡식은 내 것이요, 이 집은 내 것이고 이 옷도 내 것이라고 항변하면, 저들, 기생충이자 도둑인 작자들은 어김없이 무력을 동원한다. 그렇다. 귀족들이 계속해서 기생충으로 남을 수 있는 까닭은 오로지 그들에게 무력이 있기 때문이다.

    ─ 인류여, 들으라.

    ─ 그대들 자신의 것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 도적들로부터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장군들의 고함이 더더욱 격해졌다. 그와 반대로 병졸들 사이에는 무서운 침묵만이 맴돌았다. 황녀는 아직도 십오 분이 지나지 않았는지 마법사를 질책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음을, 엘리자베트는 마음 한구석에서 느끼고 있었다…….

    ─ 그렇다!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서싸우는 수밖에 없다!

    남자가 소리쳤다.

    ─ 창을 세우라. 활을 들라. 그대들이 가진 것을 그대들이 경작하도록 하라. 당연한 것이 당연한 방식으로 굴러가게 만들어라! 더 이상 그대들이 노예라고 속지 마라! 그대들이야말로 이 땅의 주인들이다. 그러니 이 땅에서 나는 것은 당연히 그대들의 것이다!

    ─ 투쟁하라!

    ─ 아무도 그대를 대신해서 그대의 것을 되찾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대 스스로 일어서는 수밖에 없다.

    ─ 투쟁하라!

    ─ 아무도 그대를 대신해서 그대의 삶을 살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대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

    ─ 투쟁하라!

    ─ 인류여. 민중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다! 그대들만이 정당하게 인류라고 자칭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천 년 역사에서 민중은 무엇이었는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그대들, 유일무이한 인류는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

    ─ 모든 것이!

    ─ 나 단탈리안, 한 사람의 마왕이자 월맹군의 대표로서 선언하노라. 우리는 그대 민중들의 전쟁에 영원한 동맹군으로서 참여하리라! 이미 합스부르크 북부의 인민들은 우리와 대의를 함께하고 있다.

    ─ 그대들은 속고 있다. 우리는 귀족을 죽이지 민중을 죽이지 않는다. 합스부르크 북부 인민 전원에게 우리는 흑색 허브를 지급했다. 전원에게 말이다. 우리는 인민을 위해서 우리의 통제에서 벗어난 몬스터를 토벌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 합스부르크 북부에는 세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 세금이 존재하지 않는 땅. 이것이 바로 이상향임이 느껴지지 않는가?

    ─ 우리 월맹군에서 인간과 몬스터는 서로 적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존한다. 그대들이 마을을 이루고, 몬스터가 부락을 이루며,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고요히 살아가노라. 이것이 바로 이상향임이 느껴지지 않는가?

    드디어 마법사가 마법진이 전부 준비되었다고 보고했다. 황녀는 그러나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이미 늦었다.

    이제부터 자신은 대표연설자로서 방금 저 남자가 말한 것이 전부 거짓이라고 공언해야만 한다. 그러나 벌써 의심의 싹은 인간군 깊숙한 곳에 심어졌다. 무엇을 위한 인류인가.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만약 전쟁이 조금이라도 불리해지면, 징집병 부대는 금방 사기를 잃고 패주하겠지. 마왕군에 투항하는 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단탈리안이라고 했는가. 터무니없는 자가 마왕군에 나타났군.”

    황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멀리서 남자가 웅변했다.

    ─ 이상향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대들이 본래 가져야 할 토지문서를 실현할 때이다. 지금이 바로 어둡고 외진 거짓의 계곡에서 벗어나 햇살이 환히 비치는 정의의 길에 들어설 때이다. 지금이 바로 신의 모든 자손들, 그대와 그대의 자식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줄 때이다.

    ─ 정의를 노래하라. 모든 이여, 모든 이를 대신하여 모든 이로써 분노하라. 귀족들에게 누가 원래 주인이었는지 일깨워라. 그 노래는 다시는 주인에서 노예로 전락하지 않겠노라는 맹세가 되어야만 한다. 그대들이 함성을 지르고 창칼을 바로 세울 때, 비로소 내일이라는 이름의 찬란한 삶이 시작할지언저.

    ─ 우리는 주인인 척 행세하는 노예를 경멸한다. 우리는 진실로 주인인 자를 존중하며, 다함께 주인으로서 살아가기를 열망하노라. 지배계급들로 하여금 민중의 혁명 앞에서 전율케 하라. 그대들에게는 거짓된 족쇄 말고는 혁명에서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대들에게는 얻어야 할 세계, 얻어야 할 모든 것만이 있다.

    ─ 인류여, 투쟁하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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