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두 개의 음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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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나는 연못가에 몸을 담고 있었다.
연못 가운데에서 라우라가 푸른 물살을 부드럽게 헤엄쳤다. 수영법 중에 가장 멋없다는 평영이었는데, 라우라가 하니까 그렇게 우아할 수 없었다. 하얀 팔뚝이 수면을 갈랐다. 그녀가 만드는 잔물결이 천천히 이쪽까지 퍼져와 이내 나의 가슴에 닿았다.
“후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 불가항력적이었다……목욕하러 왔다고 말해놓고 갑자기 안 하겠다며 거절할 수도 없었고, 자기가 목욕하겠다는데 하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부탁하기도 뭣했다.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 라우라와 나는 서로 알몸인 채로 연못에 들어왔다.
한점의 흑심이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그 증거로, 지금 하복부의 우람찬 존슨 님께서 절찬리에 존재감을 과시하시는 중이었다.
‘가라앉아라, 가라앉아라, 가라앉아라…….’
니블헤임에서 창관에 들린 이후 한 번도 성욕을 풀지 못했다. 자위조차도. 리프의 모험대를 깨부수느라 한가하게 그거나 만지작거릴 겨를이 없었다.
사실 오늘 아침 연못에 온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선 마음껏 자위를 해도 괜찮겠다 싶다는 것이었다. 그놈이 아침부터 탱탱하게 달아올라서 ‘새끼야! 만져! 날 만지라고!’ 하고 비명을 지르는 통에 어찌 버틸까.
마왕방에서 하자니 입구가 훤히 뚫려 있어――다름아니라 옛날에 리프 녀석이 출입문을 도끼로 쳐부수었다――라우라가 불쑥 찾아올까 무섭고, 대충 아무 동굴 끝자락에 숨어서 하자니 영 볼품이 없고. 지하연못의 운치를 즐기고 성욕도 풀 겸해서 여기 왔더니 이럴 수가, 호랑이굴에 제 발로 기어든 꼴이었다.
그나저나 라우라, 몸매가 참 매끈하다.
턱선에서 쇄골, 가녀린 어깨, 유연한 등,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마침내 발꿈치까지 이어지는 곡선이 매끄럽다. 군살 하나 없는 허리에는 갈비뼈들이 보일락 말락 언뜻 드러났다. 푸른 빛무리가 사랑스러운 배에 어렴풋하게 머물렀다.
저게 이른바 슬렌더 형인가.
살결은 틀림없이 탱탱하면서도 부드럽겠지.
“……!”
시선이 마주쳤다. 가장 깊어 보이는 못 정중앙에서 라우라가 수영을 멈추었고, 바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물 탓에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라우라가 가늘게 눈을 뜨면서 살풋 웃었다.
저편에서 인어처럼 물을 가르는 것은 파르네세 공작영애라든지 천재 전략가가 아니었다. 한 명의 여자아이였다. 더 정확하게는 여자아이의 젖은 육체였다. 자그마한 육체가 내게 다가와, 살짝 기대었다.
“주군도 오늘부터 아침마다 수영을 하는 건 어떠한가.”
그녀가 하얀 숨결을 내뱉었다.
“으음. 그럴까요?”
“운동이 된다. 균형 있게 몸을 다듬는 데도 좋다. 봐라.”
하고 라우라가 일어섰다. 약하게 물방울을 튀기면서 그녀의 몸이 수면 바깥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약간 자랑이 담긴 목소리로 허리를 앞뒤로 비틀면서 내게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었다.
“소녀는 가문에 있던 시절 승마를 즐겨했다. 가문이 몰락한 이후에는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했지. 하지만 수영과 함께 주기적으로 운동하니 금세 근육이 돌아왔다.”
“확실히 탄력적으로 보이네요. 만져봐도 좋습니까?”
“물론이다.”
그녀의 허리에 손바닥을 갖다댔다.
물기, 미끄러움, 피부의 감촉이 손바닥에 쓸려왔다. 약간의 마찰과 얼마간의 부드러움을 느끼면서 나는 손을 위아래로 짧게, 천천히 놀렸다. 위쪽에 있는 가슴에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아래쪽에 있는 둔부에도 관심이 없다는 듯이. 짧게, 천천히, 기계적으로. 그리고 그녀의 적당한 근육에 놀란 것처럼 탄성했다.
“호, 과연. 딱 좋네요. 자랑할 만합니다.”
“그런가?”
라우라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발간 입술 너머로 작은 이빨이 가지런하게 자라나 있었다.
“너무 근육이 많아도 너무 근육이 적어도 보기 싫다. 소녀는 이 수준의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군이 칭찬해주니 지금까지 노력한 게 보상을 받은 듯하군. 솔직히 기쁘다.”
“무얼요. 다 라우라가 노력한 건데요.”
“흠, 주군은 심리에 통달했는데도 이런 일에 무지하군. 본래 몸의 아름다움이란 다른 이가 봐주었을 때 비로소 완벽해진다. 나에게 주군의 칭찬만큼 기쁜 것은 없다. 주군이 허언을 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눈앞에 오직 소녀의 하얀 살결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 더.
조금 더 살을 만졌다.
하지만 이 이상 오래 만지면 이상하게 여겨진다. 근육을 확인하는 것 이외의 목적이 있다는 게 들켜버린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손바닥으로 그녀의 피부를 유독 크게 쓰다듬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었다. 손끝으로 아주 살짝 엉덩이 주변을 스치면서.
“으으응.”
라우라가 기지개를 켰다. 등허리가 활처럼 굽었다. 그녀의 풋가슴이 앞으로 부각되어 나왔다. 등쪽의 탄탄한 긴장과 가슴쪽의 살덩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손을 갖다대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녀의 작은 몸집에 내 것을 쑤셔넣으면, 정말로 전부 터져버릴 것 같았다.
“…….”
어떤 소리를 내면서 터질까. 어떤 신음일까. 기분 좋은 듯 미소 짓는 그녀의 표정은 어떻게 일그러질까. 기품으로 세련되게 채색된 그녀의 목소리는 어떻게 망가질까.
“으응, 그럼 소녀는 이만 나가보겠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주군 덕분에 꽤 오랫동안 운동했으니 말이다.”
다시 방긋 웃고 라우라가 몸을 돌렸다. 그녀의 발이 어디론가 떠날 채비가 되었는지 막 물결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
손목을 잡아서 잡아당겼다.
“아?”
바로 품안으로 들어왔다. 한쪽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떠받쳤기에 갑자기 뒤로 자빠지는 불상사는 없었다. 그녀의 몸이 천천히 내 몸에 닿았다.
라우라가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봤다.
“주군?”
나를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체구.
그녀의 잿빛 눈동자에 고스란히 내 얼굴이 담겼다.
“무슨 일인가?”
“우리가 처음 나눈 대화가 떠오르는군요. 그때 라우라가 질문했었지요. 기억하나요?”
그녀의 갸느다란 턱이 움직였다.
“어찌 잊겠는가. 그 시선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그렇게 질문했었다.”
“맞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질문하고 싶네요. 지금 제 시선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습니까?”
“…….”
침묵이 이어졌다.
그녀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그리고 곧 다시 작아졌다. 아, 하고 라우라가 말했다. 어쩌면 말이 아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이 서로 닿았다.
어긋나지 않도록, 가볍게 달라 붙었다.
“응……응…….”
가벼운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우리 두 사람은 한동안 숨소리를 주고받았다. 나는 혀를 넣어 그녀의 잇몸을 핥았다. 살짝 놀란 듯 라우라가 아, 하고 소리냈다. 그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는 혀를 집어넣었다.
“으읍……응, 아……으응, 으으응…….”
라우라가 입가에 타액을 흘렸다.
천천히 목덜미로.
혀끝이 목을 미끄럽게 흝자 라우라의 소리가 약해졌다.
“후읏……하으.”
목덜미인데도 감도가 좋았다. 문득, 그녀가 성노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런저런 감각이 개발된 것일까…….
불쾌하거나 혐오스럽지는 전혀 않았다. 단지 몸의 가장 외진 구석까지 나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었다. 내 손이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올라갔다.
“흐읏.”
입술과 혀, 콧등으로 목덜미를 애무했다.
손으로는 천천히 조급하지 않고 가슴을 만졌다. 만진다고 해야 할까, 문지른다고 해야 할까. 손바닥에서 가슴으로 열을 전달하는 느낌으로 어루만졌다. 손가락과 손사락 사이로 유두가 스쳤다.
“응, 응……으응, 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이 되었는지 라우라의 신음에 열이 섞이기 시작했다.
“간지럽습니까?”
약간의 장난기를 담아 물었다.
라우라가 부끄러운 듯 말을 길게 늘어트렸다.
“……그렇게는, 아니다.”
“다행이군요.”
“응, 아……아읏…….”
내가 쇄골을 핥고 손을 움직이자 우리 주변으로 물결이 퍼져나갔다. 물소리가 찰랑거렸다. 라우라가 두 팔로 내 등을 꾸욱 감았다. 이쪽에 온전히 몸을 내맡긴다는 것. 나는 애무에 박차를 가했다.
“흐읏……앗, 아……으으응……주군…….”
“어떻습니까?”
“기분이, 좋아서……흐응……주군이 뜨거워서…….”
문장이 헝클어졌다.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장난기가 더 샘솟았다.
“글쎄요. 뜨거운 건 라우라인 것 같은데요.”
“그런 말은……얄궂다, 흣, 주군이…….”
“그럼 더 입맞추겠습니다.”
쇄골이 그리는 골짜기에 혀를 뻗었다. 물맛이 느껴졌다. 아까 헤엄치다 우연히 쇄골의 도랑에 들어가버린 물이겠지. 그것을 핥았다. 살냄새가 강하게 올라왔다.
“꺄읏……응, 하아, 하응…….”
그와 함께 손가락 사이로 유두가 들어가는 경우도 잦아졌다. 어쩌다 걸린 것처럼 검지와 중지가 유두 끄트머리를 스치었다. 라우라의 헐떡임이 조금 더 빨라졌다.
손을 조금 더 아래로.
적당히 탱탱한 복근을 쓰다듬으면서 꼭 아래쪽을 정찰하려는 듯 하복부를 오갔다.
“아…….”
라우라가 어깨를 움찔했다. 내 손끝이 그곳의 끝자락에 닿았다. 혹시라도 긴장이 되돌아오면 안 되었다. 쇄골에서 입을 떼어 귓가에 대었다. 내가 속삭였다.
“무섭습니까.”
“무서운 게, 읏!”
라우라의 턱이 젖혔다. 그녀의 귀에 혀가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귓바퀴를 핥았고 귓볼을 깨물었다. 일부러 숨결을 과장되게 불어넣었다.
“으응! 흐응! 아, 안 된다, 이건…….”
“이건? 이건 뭡니까?”
“이, 이상……앗.”
이상하다니 뭐가 이상하다는 얘기일까.
속으로 웃으면서 유두를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지 않고 집게손가락으로 콩을 굴리는 것처럼 유두를 만졌다.
“아, 아……! 주군……아앙…….”
귀에는 내 숨결소리와 침소리, 아래에는 그녀의 성역을 두리번거리는 손길. 가슴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쾌감이.
아마 그녀는 정신이 없겠지. 성노예로서 받은 교육은 결국은 폭력적인 종류였을 거다. 지금처럼 감각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깨워주는 손길은, 귀한 집안의 영애에게 처음 겪는 일이리라.
귓바퀴를 삼켰다.
“아? 아아……?”
자그마한 귀가 입안에 들어왔다. 그 오돌토돌한 느낌을 즐기면서, 약하게 물었다. 라우라의 턱이 또 한번 꺾였다. 목덜미에 닭살이 돋아났다. 그녀는 꽤 잘 느끼는 편이었다.
유두를 괴롭히는 손이 격해질수록,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매만질수록, 내 등을 껴안은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모든 신체에서 힘이 빠져나가 팔에만 집중되는 것 같았다.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이번에는 혀로 유두를 핥았다.
“흐아, 흐으읏……주군……하응, 주군…….”
“여기가 질척질척하네요.”
클리토리스 부근을 애무했을 뿐인데도 손가락이 미끌거렸다. 연못의 물과는 확연히 다른 점성. 아직 손가락을 집어넣지도 않았는데. 커널링구스나 손가락 삽입이 필요없을 정도였다.
내가 다소 야비하게 웃었다.
“이제보니 야했군요, 라우라.”
“아니다!……그, 그건 주군이.”
말을 끝마치기 전에 유두를 꽉 문질러주었다.
“으읏! 으으으……하아아……앗, 하앙……으으…….”
가운데 손가락 세 개를 붙여서 클리토리스를 애무했다. 우리 두 사람의 몸 주변으로 물결이 계속 첨벙거렸다. 물결이 강해질수록 내 손도 빨라졌다. 클리토리스를 애무하는 척하면서 그녀의 성기 입구를 문질렀다. 입구에서 조금 안쪽을.
“햐읏!”
옥타브가 하나 올라갔다.
“주군, 거긴, 하윽……거긴, 안 돼…….”
질척질척했다. 입구 안쪽을 상하로 계속 문질렀다. 수중인데도 불구하고, 액체가 질질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잔뜩 흐르는군요.”
“아아아아…….”
추욱 젖은 눈초리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주군이 나쁘다.”
“…….”
키스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했다.
“응, 으읍……읍…….”
혀와 혀가 뒤섞였다. 아까 전엔 수동적으로 농락당하기만 하던 라우라의 혀가 이리저리 얽혀들었다. 입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 가슴과 국부를 쓰다듬는 손을 더 격렬하게 했다.
“……! 으으으읍!?”
위아래로 질의 가장 바깥쪽 벽을 쓰다듬었다. 빠르게. 나에게 입이 막힌 라우라는 속절없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순간, 등이 활처럼 휘었다. 첫 번째로 간 것이었다.
“으읍! 으으읏, 흐으으읏……!”
오르가즘은 길지 않았다.
등이 천천히 펴졌다.
“응, 으읍, 으으응, 하, 하응…….”
혀를 뗐다.
그녀의 입과 내 혀 사이에 침으로 된 아치가 길게 늘어졌다.
“라우라. 예쁩니다.”
“…….”
라우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