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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디펜스-25화 (25/510)

00025 인간 사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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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라는 언제나 긍지를 지키라고 교육받았다. 가문이 멸문했을 때도, 자신이 노예로 전락했을 때도, 온갖 추잡한 행위를 몸에 익히도록 강요받았을 때도, 그녀는 긍지만큼은 잊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삶이란 어차피 길지 않았다.

언젠가 가문의 정원을 거닐면서 그녀는 상념에 잠긴 적이 있었다. 하녀들이 자기를 보고 수군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선이 마주치면 마치 청소에 열중하는 것마냥 빗자루를 놀렸지만, 라우라는 알 수 있었다. 시선에 담긴 비웃음을.

어릴 때부터 그랬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동자만 바라보면 바로 알아차렸다. 무도회에도 사교모임에도 나가지 않은 채 방에 틀어박혀 전술서적이나 뒤적거리는 '파르네세의 별난 영애'에 관한 소문은, 바깥 소식에 귀가 먹은 라우라 본인만큼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가문의 제 2 계승권자였으나 겉가죽밖에 남지 않은 칭호였다.

‘평판이란 아무 쓸모없는 것.’

라우라가 정원의 푸른 산국화를 바라보았다. 산국화가 산들바람에 미약하게 흔들렸다.

‘모든 것은 흐른다.’

얼마 전, 페테르부르크 학술원에서 파견된 마법사가 학교에서 재미난 강의를 펼쳤다. ‘생명을 가진 자연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옳은가’라는 제목의 강의였다. 마법사는 궁극적으로 ‘정지’라는 개념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했다. 모든 것은 흐른다. 만약 인간이 생명을 가진 자연에서 무언가가 정지해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단순히 인간의 착각이라고, 마법사가 단언했다.

‘감각과 운동, 즉 무언가를 어떤 빠르기로 느끼느냐는 순전히 우리의 맥박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맥박이 빠를수록 세상을 빠르게 인식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집토끼는 소에 비하여 맥박이 네 배나 빠르게 뛰므로 똑같은 시간 안에 소보다 네 배 더 빨리 느낍니다. 네 배 더 빨리 행위를 할 수 있을 테니 네 배나 더 많은 체험을 할 것이고요. 요컨대 집토끼는 소보다 네 배 더 많은 시간을 경험합니다……인간을 비롯해서 여러 다른 아인종, 동물종의 내면적인 삶은 동일한 시공 속에서도 저마다 다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만일 인간종의 맥박, 지각능력, 정신적 흐름이 대폭 느려지거나 대폭 빨라진다고 가정해봅시다! 유년시절, 장년시절, 노년시절을 다 통틀어서 인간의 인생이 원래보다 천 분의 일로, 즉 한 달로 축소되어서 그의 맥박이 천 배를 더 빠르게 뛴다고 생각해보면――사람들은 날아오는 화살을 아주 여유롭게 지켜볼 수 있겠지요!’

노년의 마법사가 강단에서 어린애처럼 방방 뛰었다.

‘삶이 다시 한번 천 분의 일로, 예컨대 대략 40분으로 제한된다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에게 산맥이 그렇게 보이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풀과 꽃들이 부동불변인 것이라고 느끼게 될 겁니다. 터져 오르는 한 송이의 꽃봉오리에 대하여 우리는 일생 동안 대륙의 지질학적 변통에 관해 인식하는 것만큼이나 많거나 적게 인식할 테지요. 토끼의 움직임, 사슴의 발걸음, 개구리의 널뛰기, 이런 것은 전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너무 느리니까요! 기껏해야 우리가 현재 저 멀리 행성들의 움직임을 추론하듯이 사슴의 발걸음도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이 더욱 더 느리게 진행된다면?……우리는 어쩌면 햇빛의 소리마저 들을지도 모릅니다. 자아, 반대로 상상해봅시다. 예를 들어 맥박이 천 배나 느려진다면? 우리의 삶은 잘하면 8만 년이나 지속될 것이고, 우리가 지금 여덟아홉 시간에 경험하는 것들을 1년에 걸쳐서 하게 될 겁니다.’

마법사가 자그맣게 뭐라 속삭였다. 그러자 그의 오른손에 불이 지폈다. 간단한 파이어볼 마법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네 시간 새에 겨울의 눈이 녹아 사라지며, 언 땅이 녹아 풀과 꽃이 싹터 오르고, 나뭇잎이 무성해져서 열매를 맺고 다시금 온갖 초목이 시드는 것을 목격할 것입니다……낮과 밤은 마치 밝은 1분 그리고 어두운 1분이 교차하듯이 뒤바뀔 것이고, 태양은 화살같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가로질러 내달리겠지요. 이처럼 천 배로 느려진 삶이 다시 한번 천 배로 느려진다면?……낮과 밤의 차이는 아예 완벽하게 없어지겠지요! 태양은 마치 쥐불놀이하는 불덩이가 그렇게 보이듯이 실시간으로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비출 겁니다. 존경하는 롬바디아 학생 여러분. 이것이 '마법사의 관점'입니다. 우리에게 존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은 사실 시간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생성의 거칠디거친 흐름에 삼켜집니다. 존속, 정지, 멈추지 않음은 우리 인간의 한계로 인해 생겨난 착각입니다. 완전무결한 착각이지요……아름다운 환영.’

강의는 라우라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다. 모든 것이 흐른다. 간결한 명제로 표현되는 이 사고방식은 라우라의 인생에도 꼭 들어맞았다. 타인에 대한 평판, 타인에 대한 증오, 억울함, 복수심, 사랑까지, 모든 것은 한낱 잠깐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찰나에 불과하다. 노예에 대한 귀족의 자존심, 국가라는 체계, 신전의 위광마저도. 어차피 백 년 후에 지상에서 살아갈 인간들은 모조리 지금과 전혀 다른 인간이리라.

오직 만물이 흐른다는 사실만이 확실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하는 것뿐.

라우라는 그리 믿었다.

‘하, 시발. 이거 살결 야들야들한 것 좀 보소. 흐-읍. 냄새만 맡아도 발기하네.’

‘아가씨. 눈매가 장난이 아니야? 응? 언제까지 도도할 수 있을련지 우리도 참 관심이 다대해. 고용주가 적당히 하라고 주문했지만, 하, 우리는 적당히라는 단어를 모르는 쌍놈이거든. 배우질 못해서.’

‘다만 할 줄 아는 게 딱 하나 있지, 흐흐. 그걸 이제부터 아가씨한테 가르쳐주겠어. 부디 아가씨가 착한 학생이기를 기도하지.’

노예상인에게 신체가 넘겨진 이후 밤마다 교육을 빙자한 윤간이 이루어졌다. 상품성을 지켜야 한다면서 처녀를 빼앗지는 않았다. 그러나 처녀를 제외하고 육체의 모든 부분이 더럽혀졌다. 그녀는 인간의 육체가 정말 어느 부분이든 '그런'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암흑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

그것에 물든 탐욕이 라우라는 조금 웃겼다. 실제로 '교육' 도중에 웃기도 여러 번 웃었다. 그때마다 용병들은 자기네를 우습게 여겼다며 더더욱 혹독하게 굴었다. 언젠가 지나치게 우스워서 한마디 안 해줄 수가 없었다.

‘내가 새끼고양이처럼 떨어댈 거라고 기대하는가? 헛수고이다, 천민. 괜한 기대를 접고 너희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것만 탐하도록.’

그날은 밤부터 새벽까지 내내 괴롭혀졌다. 물론 라우라는 끄떡하지 않았다. 용병들도 그녀가 평범한 귀족 영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약이 바싹 올라서 일부러 레즈비언 창녀까지 고용하면서까지 라우라를 괴롭혔다. 일부러 레즈와 상대시켰다. 때로는 동료들을 불러 행위를 관람하게 만들었다. 용병들의 세계에서는 얼마나 지독한 짓거리를 벌이느냐가 주목을 받는 요건이었으므로, 대귀족의 여식이 레즈에게 강간당한다는 상황은 꽤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우라는 굳건했다.

‘어우, 독한 년…….’

‘대귀족이란 년놈들은 죄다 이딴 식이냐. 육시랄.’

창을 부르려 해도 맞장구가 있어야 흥이 달아오르는 법.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난공불락에 용병들이 먼저 시들해졌다. 그들은 그저 형식적으로 최소한의 교육만 진행했다. 자기 몸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들어대는 사내의 모습이, 라우라는 어딘지 멀게 느껴졌다.

모든 것은 흐른다.

‘이분은 귀족입니다. 라우라 데 파르네세! 자그마치 공작 영애지요.’

그저껫밤에 자신의 임시 주인이 찾아왔을 때도 라우라는 마음에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주인과 함께 마차에 들어온 한 사람이 신경쓰였다. 신기한 시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받아보는 눈길이었다. 자기를 바라보는 듯했으나 동시에 아닌 것도 같았다. 그녀는 궁금한 것은 즉석에서 풀어야 만족하는 성미였다.

‘그 시선은 무슨 의미이지?’

‘예?’

‘네 시선의 의미에 대해 하문했다. 그런 시선은 처음 받아보는군.’

그녀는 상대방 역시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인에게 잠시 나가달라고 부탁해서 단 둘이 남은 것이었다. 그가 곧장 라우라를 소유하고 싶노라고 우회적으로 속내를 밝혔다.

‘어떻게 해야 당신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까?’

라우라는 지금까지 자신의 철학을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어딘지 자신을 광고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은 왠지 너저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상대방이 질문하자 이상하게도 대답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생소한 감정에 신기해하며 조금 흥분되어 말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말동무가 생겨 기쁜 것인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사내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소녀여. 그럴듯하게 들리는 사고방식이구나. 네 말에 따르면 만인에게 주인이란 없을 터. 귀족에서 천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란 한낱 필멸자일지니. 아니한가?’

갑작스러운 하대였지만 라우라는 개의치 않았다. 애당초 노예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편이 이상했으니까. 아마 급격하게 말투를 바꿈으로써 자기를 압박하려는 수작이리라. 어쩌면 임시 주인이 있을 때는 모종의 연기를 한 것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좋았다. 기세 싸움에 말려들 이유가 없었다. 라우라는 우습다는 듯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다.’

‘그대가 방금 모순을 말했음을 깨닫지 못했는가? 그대는 스스로 긍지 높은 주인이라 천명했다. 그러나 정작 그대의 논리에 따르자면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의 주인일 수 없다.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소녀여. 내 도저히 풀릴 길 없는 질문이 하나 있으니 어디 답해보아라.’

사내가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지금 당장 자결하지 않는고?’

‘……!’

그녀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태까지 예상하고 있던 사내의 말, 그에 대한 반론, 반론에 대한 반론, 다시 재재반론에 대한 재재재반론, 그 계획들이 일제히 엉클어져서 증발했다.

머릿속이 비어버리자 그녀에겐 눈앞의 광경이 그대로 비추어졌다. 사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로 불쌍한 것을 바라보는 눈초리였다. 그녀는 치욕스러웠다. 노예로 팔려갈 때도 이만큼 치욕적이지는 않았다. 아니, 비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사내의 말에 승복하느니 차라리 죽음으로써 승리를 거두고자 했다. 이빨을 깨무는 데에는 약간의 고민이 필요했다. 마침내 혀를 잘라버릴 기세로 이빨을 악 물었을 때는 그러나 사내의 손가락이 입안에 들어온 직후였다.

사내가 비웃었다.

‘고민했구나, 소녀여.’

‘……! 읍!’

‘죽음만은 자신의 것이라고 자부하던 아이야. 네 것을 처분하는 데 실로 몇 분이나 걸렸다. 그렇지 아니한가?’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사내의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였다. 분명 손이 크게 다쳤을 텐데도 사내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직시했다.

‘그렇다. 그대의 그 대단한 철학은 고작 몇 분조차 견뎌내지 못했다! 그대가 결코 꺾어내지 못한 그것을 나는 삶의 의지라고 명명하노니. 세상에는 그대의 철학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 그것을 모르는 채로 죽고자 하느냐? 단지 누군가에게 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라우라. 내가 그대에게 여분의 세상을 보여주마!’

그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용병들의 눈과는 전혀 다른 빛으로.

‘그대는 삶의 주인이 아니었다. 단지 죽음을 신으로 모시는 사제에 불과했다. 여태까지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어왔을 뿐이노라. 그것을 긍지로 여겨 세상만물을 하찮게 여겼으니 모든 것이 거꾸로 되었구나! 웃음이 나오는구나.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겠는가! 눈앞에서 어릿광대가 물구나무를 서고 있거늘.’

사내의 목소리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울렸다. 그녀는 마치 텅 빈 머릿속이 다시금 사내의 말로 빼곡하게 채워지는 것 같았다. 저항할 수 없는 언령이 그녀를 몰아붙였다.

‘들어라. 한때 정신은 신이었다가 다음에는 인간이 되었고 이제 마침내 천민이 되었다. 산맥을 가는 데서 가장 가까운 길은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가는 것이라. 그러기 위해서는 긴 발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더 짧은 길은 무엇이겠는가? 아예 산에 오르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 주인과 노예는 양극단이라 노예조차 사실은 머리위에 있는 모든 것을 자기 발아래에 있다고 착각할 수 있노라.’

사내가 돌연 터번을 풀었다. 그의 뒤통수에는 뿔이 나 있었다. 라우라가 질겁했다. 그것은 문헌으로만 들어온 마왕의 뿔이었다. 그녀는 상대가 누구인지 깨닫고 공포에 휩싸였다. 인간계의 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눈앞의 저 자는 몬스터의 제왕이었다! 실제로 사내는 미래가 보이는 듯 그녀의 미래를 줄줄이 얘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같은 미래가 두렵지 않았으나 사내의 시선과 목소리에 점점 숨이 막혔다. 마지막까지 존댓말을 쓰지 않은 것이 그녀 최후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이미 자긍심이라곤 겉가죽밖에 남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알고 있었다.

‘그대로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서라도 삶을 움켜잡을 것이냐? 양자택일하라. 마왕의 제안을 가볍게 여기지 말지어다! 그대 나에게 본연의 지략을 바칠지언저!’

‘지략……?’

그녀가 숨이 차서 간신히 발음했다. 그러자 상대가 대견하다는 듯 웃으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대가 내게 말한다. 삶이 감당키 어렵다고. 그러나 무엇 때문에 그대는 아침에 긍지를 품었다가 저녁에 체념하는가? 삶은 감당키 어렵다. 그러나 내게 그처럼 연약한 태도를 보이지 마라! 더 이상 패배를 승리로 위장하지 말지어다. 패배하라! 연이어 패배하라! 그러나 그 끝에 그대가 오롯이 두 발로 서 있다면 그대의 승리이다!’

그녀는 귀가 먹먹했다. 입안이 말랐다. 식도가 조였다. 오른손이 저절로 올라갔다. 어디론가 끈이 연결되어 자신을 조종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힘이 없어 오른손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금 상대방이 웃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웃음소리 속에서 그녀는 딱 두 문장만 알아들었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보겠다는 것. 그리고 사내의 이름이 단탈리안이라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본문에 등장한 마법사의 강의는 실제로 페테르부르크 학술원 출신인 폰 배어가 1860년에 연설했다는 내용에서 따왔습니다. 이 연설에 대해서는 니체가 <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Die vorplatonischen Philosophen> 제 10 절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니체전집 1권>으로 출판된 번역본의 313쪽에 나와 있지요.(책세상, 2003) 저는 그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단탈리안의 대사 중간중간에 <쓰기에 대하여>라는, 역시 니체가 쓴 짤막한 문구도 참고했습니다. 헤헤. 제가 좋아하는 구절들이에요.

판타지 소설에서 보통 마나를 심장에 둘러쳐진 서클로 설명하다보니 왠지 모르게 저 구절이 떠오르더라구요. 만일 판타지 세계에서 마나가 근본적이라면, 서클이 빠르게 회전할수록 마법사에겐 주변 풍경이 느릿느릿하게 비추겠지요? 똑같은 파이어볼을 생성해도 5서클 마법사가 4서클 마법사보다 재빠르게 만들어낼 테고요. 그런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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