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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디펜스-10화 (10/510)

00010 튜토리얼 클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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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가 이끄는 조는 놓쳤다. 골렘이 이동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 다른 조를 때려잡는 사이, 리프의 조는 벌써 던전 입구에 다다랐다.

나는 추격을 포기했다. 골렘의 체력이 2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추격을 포기한 이유였다. 결국 맨 처음에 도망친 한 명에 리프의 조 다섯 명을 포함해서, 나는 여섯 명의 적을 놓치고 말았다.

두 번째 전투는 치열했다. 골렘에게 동굴의 어두운 구석탱이에 쭈그려 앉으라 명령한 다음――그렇게 해두니 영락없이 평범한 바위였다――나는 종유석 뒤에 숨었다. 모험자들이 길목을 지나쳐가는 순간, 골렘이 그들을 습격했다. 기습작전 자체는 성공했다. 1분만에 모험자 둘이 죽었다.

“왜 몬스터가 남아 있는 거야!”

“씨부랄, 자연적으로 생성된 놈인가.”

그 다음이 문제였다. 세 사람은 초보자였으나 몇 번 몬스터를 상대해본 듯했다. 당황하지만 않으면 몬스터에게 대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무방패로 공격을 막아냈고 한 사람이 쇠몽둥이로 공격했다. 6이나 남아 있던 골렘의 체력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나는 조마조마해진 나머지 종유석에서 몸을 드러냈다. 자칫 골렘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박을 걸었다. 나는 주의를 이쪽으로 끌기 위해서 와락 소리질렀다.

“와아아악! 모험자, 모험자가 떼거지로 몰려온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내 쪽을 돌아봤다. 그들의 얼굴 표정에 ‘왜 네가 여기에?’라는 의문이 담기려 하는 순간. 골렘이 방심한 모험자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그렇게 한 사람이 탈락했다. 모험자들은 갑작스러운 내 출현, 그리고 모험자들이 몰려온다는 말에 갈팡질팡했고 결국 진형이 흐트러져서 전멸했다.

간신히 사태를 파악한 것일까. 마지막에 죽은 자는, 두 다리가 부러져서도 날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마왕――개자식, 배신했구나!”

그가 나를 향해 창을 던졌다. 나는 기겁해서 땅에 넘어졌다. 다리를 사용하지 않은 채 투창했기 때문이지 창은 나한테 닿지 못한 채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창이 바닥에 구르는 것이 멈추기도 전에 모험자의 머리는 골렘의 손아귀에 바스라졌다.

그 직후에 「CLEAR!」 하고 빵빠레가 울렸다.

─ 튜토리얼 미션을 클리어했습니다.

─ 튜토리얼 보상으로 1개의 스킬이 주어집니다. 스킬은 플레이 성향에 따라 종류가 정해집니다.

─ 축하드립니다! 스킬 '연기'를 습득했습니다.

귓가로 기계음과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에 「CLEAR!」 문구가 번뜩였다. 대문자로 된 단어는 카지노 슬롯머신처럼 형형색색으로 빛났다.

나는 불빛을 멍하게 지켜보았다. 잠시 후, '결과를 보고합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홀로그램이 등장했다. 적들을 격퇴한 결과에 대한 보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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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고]

*Level UP 몬스터 수: 1   행동불능 몬스터 수: 0

*포획 포로 수: 0

소지금액: 611골드

강탈금액:  +2골드     약탈금액: -201골드

금액합계: 412골드

*던전 경험치: 0026/1000(Lv.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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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널브러진 시체. 으스러진 두개골, 뇌수. 그런 으스스한 장면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효과음은 발랄했다. 머리에서 그 간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몸을 쪼그린 채 허공을 바라보았다.

툭.

무언가가 발끝에 닿았다. 마지막 모험자가 던진 창대가 또르르 굴러와서 발치에 걸려 있었다.

“우욱……!”

그때까지 참았던 욕지거리가 한꺼번에 역류했다. 전장의 흥분을 마취제로 삼아 겨우 억제하던 토사물이었다. 이번에도 참으려 애썼다. 그러나 한 번 입술이 열리더니 위액과 토사물이 분수처럼 튀어나왔다. 창대 위에 갈빛의 역겨운 액체가 후르륵 떨어졌다.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선배에게 끌려 집창촌에서 동정을 뗀 적이 있었다. 그때 어렴풋하게 맡은 여자의 아랫도리 냄새가 정말 역겨웠다. 이걸 빨아재끼는 인간이 있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런데 그건 약과였다. 인간의 머리통에서, 내장에서 흘러나오는 피냄새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역했다. 피가 그토록 냄새 나는 물건인지 여태까지 전혀 몰랐다.

“우웩! 욱, 우으웨엑!”

지금 나의 몸속에도, 저기 바닥에 낭자한 핏덩이와 똑같은 것이 흘러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역질이 더더욱 심해졌다. 머릿속의 뇌까지 입밖으로 토해지는 느낌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 또 다시 띠링 소리가――이제는 혐오스러운 그 효과음이 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는 토악질이 쏟아진 곳에 쓰러져서 기절했다.

얼마나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동굴에선 하늘을 볼 수 없었다. 마법적인 처리가 됐을 법한 조명기구, 동그란 구체가 희미하게 하얀 빛을 내뿜을 따름이었다. 내가 눈을 깜빡였다. 동굴 천장은 까마득해서 어둡게 비추기만 했다.

죽을 것처럼 피곤했다. 계속 드러눕고 싶었다. 하지만 지독한 냄새가 풍겨서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신음하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평소 습관대로 오른발로 땅을 밟고 일어서려다 문득 깨달았다.

‘아. 나 오른발이 안 움직이지.’

그 사실을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내가 있었다. 아직 머릿속이 무거운 안개가 낀 것처럼 먹먹해서 그런 건지 몰랐다. 주변을 둘러봤다. 골렘이 얌전히 내 곁에 서 있었다. 잠든 주인을 위해 경호를 선 것이었다.

“……고맙다.”

하급 몬스터가 언어를 알아들을 리 없지만, 나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골렘은 단 한 명도 내 편이 아닌 이곳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다.

─ 크롸아.

제법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골렘이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울었다. 혹시 이것도 마왕이 가진 능력인가.

나는 땅바닥을 기어서 일일이 모험자의 시체들에 다가갔다. 그들이 품에 숨긴 금화를 뺏기 위해서였다. 눈을 뜨자마자 내게 든 생각은 '살아남아야 한다'였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은 '돈이 필요하다'였다. 생애 처음으로 저지른 살인에 대한 죄책감?

그런 것은 없었다.

정확히 말해, 그런 감정을 느낄 여유 따위가 없었다.

첫 전투에서 모험자 한 명을 놓치고 말았다. 그는 내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리프 일행에 알릴 것이 분명하다. 리프 일행은 분노하겠지. 그리고 동료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더욱 격분하리라.

언제 그들이 복수를 위하여 다시 던전에 침입할지 몰랐다. 혹은 정말로 또 다른 모험자 파티가 쳐들어올 수도 있었다. 열다섯 명이 아니라 스물다섯 명, 어쩌면 서른다섯 명으로 구성된 파티가. 그날이 오기 전에 최대한 돈을 모아야만 한다.

‘마왕――개자식, 배신했구나!’

마지막 모험자의 옷속에서 금화를 꺼낼 때, 그런 환청이 들렸다. 나는 이를 꽉 물었다. 비웃음을 날려주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비웃음이 아니라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야. 너희가 방심한 탓이고.”

쳐들어오지 않았으면 죽을 일도 없었다.

핏물과 토사물이 묻은 손으로 금화를 꾹 쥐었다. 때마침 홀로그램이 눈앞에 떠올랐다. 리프를 비롯한 모험자들의 호감도가 제로로 떨어졌다는 알림말이었다. 내가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골렘의 어깨에 앉아서, 마왕방으로 향하라고 골렘에게 명령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알 수 없었다. 여기는 어떤 곳인지, 왜 던전 어택과 세계가 똑같은지, 무엇보다 왜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내가 종일토록 마왕방의 침대에서 퍼잘 예정이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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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튜토리얼 종료.

─ 플레이어 스테이터스.

[플레이어: 로리타]

진명: 단탈리안

종족: 마왕    소속: 단탈리안 마왕군

속성: 중립(-10)

레벨: 2     악명: 16

직업: 던전운영자(F), 마왕(F)

통솔: 14/19  무력: 2/9  지력: 25/25

정치: 10/20  매력: 4/7  기술: 1/10

*칭호: 칭호가 없습니다.

*능력: 능력이 없습니다.

*스킬: 연기

[업적: 0개]

[부하: 1개체/30개체]

─ 다음 스테이지(stage no.01)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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