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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디펜스-9화 (9/510)
  • 00009 약하게 뉴게임  =========================================================================

    리프가 손도끼를 잡았다.

    “닥치고 내 말에 따라, 쫄보 새끼들아. 너희는 아무것도 몰라. 모험자의 세계에서 한 번 우습게 여겨지면 끝장이라고. 던전을 공략했는데도 다른 파티가 무서워서 꽁무니를 뺀다? 하. 그 꼬라지를 보고 사느니 차라리 내가 네놈들을 장사 지내주마.”

    “이 멍청이가…!”

    애꾸눈이 창을 꼬나잡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싸움이 더 격해지는 것은 지켜볼 수 없었는지, 동료들이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 리프가 이거 놓으라고 발버둥쳤다. 대여섯 명이 달려들어서야 사태가 진정되었다.

    “야야, 너희끼리 싸우면 어떡해!”

    “이러고 있을 때 그놈들이 들이닥치면 참 좋겠다.”

    “다네프, 참아. 응? 우리가 싸워서 좋을 게 뭐냐.”

    얼핏 보기에는 내분이 일어난 상황.

    나는 초조했다.

    ‘젠장, 무슨 레벨 3, 레벨 2짜리가….’

    내심 내분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계획은 이러했다. 스물다섯 명의 파티가 온다는 소식에 이들이 놀라서 도주한다. 같은 모험자라지만 본질은 약탈자. 골드를 가진 자신들을 가만히 보내줄 리가 없다.

    이때 마왕인 나를 미끼로 삼게 한다. 내 몸엔 현상금이 붙어 있다. 모험자 파티가 나한테 정신이 팔렸을 때 여러분은 도망가세요― 하고 뻥카를 친다. 이렇게 얌전히 살아남겠다는 전략인데……상태창에 표시된 두 사람의 심리상태가 겉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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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리프

    종족: 인간  소속: 잘센 마을

    속성: 중립(-15)

    레벨: 3       명성: 2

    직업: 나무꾼(B), 농사꾼(D), 모험자(F)

    통솔: 15  무력: 30  지력: 4

    정치: 2   매력: 6   기술: 21

    호감도: 21

    현재심리: ‘썅, 스물다섯이나 되는 놈들에게 이길 수는 없지. 도망은 쳐야 하는데, 도망가다가 놈들이랑 마주치면 그날로 좆 되는 거야. 파티를 셋으로 나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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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다네프

    종족: 인간   소속: 잘센 마을

    속성: 중립(-10)

    레벨: 2    명성: 1

    직업: 농사꾼(C), 모험자(F)

    통솔: 10  무력: 22  지력: 6

    정치: 4   매력: 11  기술: 5

    호감도: 20

    현재심리: ‘안타깝지만, 누군가는 희생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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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웠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냉정히 계획을 짜고 있었다.

    던전입구에서 마왕방까지 이어지는 길은 모두 세 개. 그들은 세 개의 길 중 어느 한곳으로 적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도망친다 해도 운이 안 좋으면 적 부대와 맞닥트릴지도 모른다. 자신들은 틀림없이 전멸하겠지.

    그렇다면 파티를 세 개로 나누자.

    열다섯 명에서 다섯 명씩 조를 짜서, 각각 다른 통로를 이용하여 던전에서 빠져나간다. 어느 한 조는 적과 마주치게 된다. 나머지 두 조는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다. 리프와 애꾸눈, 두 사람은 이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최대한 안전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순식간에 고안한 것이었다.

    갑자기 조를 나누자는 말에 애송이 동료들이 당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열다섯 명이 쭉 함께했으니까. 그래서 리프와 애꾸눈은 일부러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최고 고참인 두 사람이 갈라섰다――이런 상황 아래에선 보다 쉽게 편이 나뉘리라.

    두 사람은 아무런 의논도 하지 않고 단지 눈빛만 주고받음으로써 이 모든 상황을 연출했다. 아마 상태창에 심리상태가 나오지 않았다면 나 역시 홀라당 속아넘었겠지. 나는 소리없이 탄식했다.

    ‘튜토리얼에서 npc의 인공지능이 왜 이렇게 뛰어나!’

    진짜 게임이었다면 몬스터의 몽둥이찜질 한번에 죽어나갈 저레벨 모험자들이었다. 그러나 여긴 현실과 다름없는 것일까. 그들은 능력치만으로는 표시할 수 없는 삶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내 연기에 속아넘을 만큼 어수룩하고 순진하기도, 주저없이 화살을 쏘아댈 만큼 잔인하기도, 위기상황에서 냉정하게 경우의 수를 생각하기도 했다. 도저히 인공지능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다채로운 면모를 가졌다.

    ‘제기랄, 괜히 발이 쑤시잖아.’

    오른발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과연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대가 예상보다 조금 더 똑똑할 뿐이었다. 아직 절망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열다섯 명의 부대가 갈갈이 나뉘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았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리프와 애꾸눈은 어느새 싸움을 그만두고 있었다. 마치 지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리프가 열다섯 명을 다섯 명씩 나누자고 제안했다.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나 리프의 제안이 최선이라는 게 분명해지자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저런 겁쟁이와는 다시는 같이 다니고 싶지 않거든.”

    리프가 애꾸눈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애꾸눈이 발끈했지만, 주변에서 얼른 말렸기에 다시 언성이 높아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편이 갈렸다.

    오른발이 망가져서 진군 속도에 장애를 주는 날 그냥 내버려두고 가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내게 걸린 현상금을 깔끔하게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상태창으로 확인해본 결과 나에겐 생포 시 무려 10000골드에 달하는 현상금이 달려 있었다. 젠장, 나 따위한테 왜 이런 금액이 내걸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개새끼들아, 죽어라! 그래야 우리가 사니까.”

    “너희야말로 뒈져버려라.”

    모험자들이 낄낄대며 헤어졌다. 그들은 조장을 따라 각자 통로로 흩어졌다. 나는 애꾸눈의 조에 끌려다니게 되었다. 애꾸눈의 조는 나라는 짐덩어리를 맡았다는 이유로 입구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통로에 배정받았다. 덩치 큰 모험자에게 업혀 실려가면서, 나는 묵묵히 <몬스터고용창>을 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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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명]     [체력] [공격] [방어]  [고용비]

    -슬라임       2       2       2        70골드

    -최하급요정     4       3       2       160골드

    -고블린       4       4       4       250골드

    -최하급골렘     7       5       5       400골드

    [소지금: 511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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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망설였다. 이대로 몬스터를 고용하면 정말 모험자들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양자택일이 되어버린다. 실패는 곧 죽음. 다른 작전을 쓸 수 없다. 이 순박한 남자들에게 동정심을 사서 살아남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이들도 죽지 않고 나도 죽지 않는, 최선의 수가 남아 있지 않을까?

    아니다.

    나는 냉정하게 최하급골렘을 선택했다. 지금 가진 금액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강의 패였다. 이 조에서 가장 센 애꾸눈보다 넉넉히 두 배는 강했다. 곧이어 '최하급골렘을 고용하겠습니까'라고 묻는 홀로그램이 떴다.

    ‘고용.’

    「최하급골렘을 고용했습니다!」

    「최하급골렘을 소환하겠습니까?」

    저들이 나를 먼저 공격했다. 그걸 용서할 만큼 나는 자비롭지 못했다. 물론 현실에서 나는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종일토록 게임에 빠져살았고, 자기자신을 쓰레기라 여겼다. 그러나 이곳은 현실이 아니었다. 게임의 세계, 던전 어택의 세계였다.

    나는 던전 어택의 제왕이다.

    비록 용사 로리타가 아니라 마왕 단탈리안이 되었으나, 틀림없이 나는 유일무이하게 대마왕성을 공략하고 사상 최고의 능력치 쌓은 영웅이었다. 나는 현실에서 쓰레기였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마저 쓰레기가 되는 것을――나는 단 한 번도 용납한 적 없었다. 그것이 내 '플레이어'로서의 긍지였다.

    ‘제왕은 자신에게 적대한 자를 살려두지 않는다!’

    저들도 게임의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변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겠는가? '마왕 단탈리안'에게 주어진 설정대로 던전에 침입한 저 괘씸한 인간들한테 죽음의 철퇴를 내려주는 것 또한 게임의 시나리오가 아니겠는가.

    “설마 우리한테로 오지 않겠지.”

    “에잉, 재수가 없어도 그리 옴팡지려구?”

    “만에 하나 마주치면, 이보게들. 그냥 금화를 다 주자고. 돈이 아무리 귀한들 목숨보다 중요하겠나. 마왕까지 넘겨주면 살려는 주겠지.”

    저들은 전투에 임할 준비라곤 하나도 갖추지 않았다. 싸움이 일어나기도 전에 항복할 생각부터 하다니. 이만한 기회가 달리 없었다. 나는 내 몸을 업은 사내의 귀를 있는 힘껏 물었다. 순식간에 사내의 귀가 뜯겨나갔다.

    “끄아악!”

    사내가 울부짖었다. 동시에 내 몸도 떨어졌다. 낙법 따위를 구사할 틈도 없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띵, 하고 주먹으로 강하게 얻어 맞은 것처럼 충격이 머리통을 흔들었다. 모험자들이 당황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크? 뭐야, 왜 그래?”

    “큭, 크어어억! 저 자식, 저 자식이 내 귀를…!”

    저들이 아직 제대로 상황이 파악하지 못한 이때. 내가 절규하듯 외쳤다.

    “최하급골렘――소환!”

    동굴이 보랏빛으로 가득 찼다. 한 순간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바닥에 그려졌다. 빛은 거기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약한 지진을 일으키며, 문양에서 빛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삐져나왔다. 그것은 갈색 바위로 이루어진 팔뚝이었다. 바위손이 땅바닥을 붙잡더니, 마치 지옥구덩이에서 기어오르듯 골렘이 불쑫 튀어나왔다.

    ─ 크후으으으으오!

    골렘이 포효했다. 저 답답한 지하에서 드디어 탈출하게 된 것에 환호하며. 몬스터의 감정이 그대로 나한테 전달되었다. 녀석은 자신의 신고식에 어울리는 전장을 욕구하고 있었다. 내가 명령만 하면, 언제라도 하찮은 인간들을 찢어발기겠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것이 몬스터!

    이것이 마왕의 능력인가!

    온몸에서 열이 부글부글 끓었다. 냉정함을 되찾으라고, 머리 한구석에서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차라리 흥분에 몸을 맡길 때였다. 나는 골렘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깔아, 뭉개버려라!”

    문장을 전부 말하기도 전에 골렘이 팔을 휘둘렀다. 목표는 가장 근처에 있는 애꾸눈이었다. 유일한 고참인 녀석을 죽이면 걱정할 거리가 사라진다. 애꾸눈이 깜짝 놀라 옆으로 뛰었다. 나쁘지 않은 반응 속도. 하지만 어리석었다. 차라리 바닥에 몸을 숙였다면 공격을 피했겠지. 골렘의 두툼한 돌주먹이 그대로 허공에 뜬 애꾸눈을 후려쳤다. 짤막한 비명과 함께 애꾸눈이 멀리 날아갔다. 애꾸눈은 3미터 넘게 날아가다 하필 동굴의 종유석에 머리부터 부닥쳤다. 뼈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 크후르으으아!

    골렘은 처음으로 내려진 명령을 완수해내자 기뻐했다. 던전의 잔잔한 공기가 쩌렁쩌렁 요동쳤다. 내가 미처 다음 명령을 생각해내기도 전에 골렘은 바닥에 뒹굴던, 나한테 귀가 뜯긴 사내를 발로 짓밟았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사내는 뭉개지지 않고 다만 끔찍한 비명을 연신 내뱉었다. 골렘이 화난 것이 느껴졌다.

    꼭 개미를 밟았는데 죽지 않아 불쾌한 기분이라고 할까. 골렘은 다리를 크게 올려 대여섯 번 강하게 내리쳤다. 비명소리는 네 번째 발길질을 즈음해서 멈추었다. 돌로 된 골렘의 발에는 희여멀건 뇌수가 묻어 있었다. 욕지거리가 나와야 마땅할 광경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내 몸은 희열로 가득 달아올랐다.

    “흐아아아악!”

    매가리 빠진 비명이 퍼졌다. 시선을 돌리니 모험자 한 명이 꽁지 빠지라 도망치고 있었다. 다함께 힘을 합쳐 대항해도 쓰러트릴지 의문인 상대를 눈앞에 두고 동료 한 사람이 비겁하게 도망친 것이었다.

    “씨발! 도망치지 마!”

    “저 개새끼가 우리를 속였어! 신이시여, 다네프!”

    남은 두 사람이 대열을 맞추어 방진을 짰다. 골렘이 비웃었다. 그 비웃음은 나한테까지 전염되었다. 마지막 발버둥치고는 지나치게 어설펐다. 더군다나 두 명 중 하나는 궁수였다. 방패가 없었으며 갑옷의 수준도 한심했다.

    “약한 상대부터 노려라!”

    나의 몬스터는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골렘이 느릿하지만 묵직한 주먹질로 궁수를 공격했다. 궁수는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주먹질이 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갔다.

    “하, 피했――.”

    그러나 그는 골렘에게 팔이 두 개 있다는 것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궁수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골렘의 왼쪽 팔이 그의 얼굴을 덮쳤다. 궁수의 면상이 움푹 부수어졌다. 그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이제 나머지 한 놈.

    “으, 으아아아!”

    모험자가 창을 부여잡고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뭉툭한 창끝이 골렘의 팔관절을 찔렀다. 그곳이 약점이라고 믿은 것일까. 골렘의 체력이 1 떨어졌다는 홀로그램이 떴다.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 그만한 분전을 펼친 것은 과연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그뿐. 개미와 같은 존재에 물리자 골렘은 분노할 대로 분노했고, 양팔과 양다리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모험자는 필사적으로 주먹질을 피했지만 결국 발길질에 맞아 허리가 부러졌다. 동굴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그를 향해 골렘은 주저없이 주먹을 망치처럼 꽂아넣었다.

    “하아, 하아…….”

    동굴에 내 가느다란 숨소리가 흘렀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조용했다. 골렘은 동작을 멈춘 채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세계에 떨어져서 처음으로 맞이한 전투는 그렇게 싱겁게 끝났다.

    “후……후하하.”

    어리석기는.

    골렘은 강력했다. 하지만 느렸다. 골렘을 상대하는 대신 차라리 나를 노리는 편이 훨씬 좋았다. 날 인질로 잡으면 골렘 역시 공격하길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런 간단한 사실조차 모험자들은 잊어버렸다. 초반에 고참인 애꾸눈이 허무하게 죽고, 차마 몬스터가 소환되리라 상상하지 못한 탓이리라.

    내가 골렘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직… 아직 끝이 아니야.”

    나는 F급 모험자들의 능력을 보았다. F급이라 무시하기에는 지나치게 뛰어났다. 언제 이 지랄맞은 세계에서 빠져나갈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들보다 강대한 모험자들이 던전에 침입해올 것이 분명했다. E급, D급, 언젠가는 A급 모험자가 찾아오겠지.

    철저하게 방비해야 한다. 몬스터 부대를 고용하고, 던전에 각종 함정을 설치해야만 한다. 그럴려면 돈이 필요했다. 아주 많은 돈이! 초반 자금인 1000골드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었다. 다른 조들이 뺏어간 자금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던전지도창.”

    던전의 지도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반투명의 홀로그램에는 모험자들이 붉은 점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중엔 아까 전에 도망친 모험자도 나타났다. 그는 빠르게 던전 입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내버려두자. 어차피 붙잡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놈들까지 놓칠 필요는 없지.

    모험자의 시체를 뒤져서 금화를 전부 찾아냈다. 이제부터 돈이 생명줄이었다. 나는 묘하게 흥분된 감정을 느끼면서――왜인지 감정을 다잡을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골렘에게 나를 업으라고 명령했다. 골렘은 자기 어깨에 나를 가뿐하게 들어 올려놓았다.

    시야가 탁 트였다. 나는 모험자들이 향하는 길목으로 움직일 것을 골렘에게 명령했다. 골렘의 발소리가 동굴에 나지막하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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