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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139화 (139/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39화

    강백현의 돌발적인 행동에 충남도청은 물론 청와대마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언론들은 연일 정치권을 비판했고,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실체를 알고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며 광화문에 시위를 하러 뛰어나왔다.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서일까? 여기저기 공무원들의 양심고백이 이어지고, 그런 공무원들의 양심고백은 사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부 CEO의 문란한 성생활과 개인 인격을 무시하는 행동이 밝혀지고, 그 숫자가 하루 단위로 바뀌어가며 그와 관련된 연예인과 재벌, 거기에 정치인들까지 폭로되어 하루도 이슈가 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강백현은 한 달 동안 무인 호텔을 전전하며 그동안 모은 돈을 까먹었다. 그는 방황하고 또 방황하며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찾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백현아. 괜찮니?”

    “엄마. 하하, 나 인생 망했나봐. 어떻게 하지?”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근데 왜 집에 있어?”

    “그게… 아니. 아니야.”

    집에는 엄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빠도 집에 계셨다.

    “백현이, 들어왔냐?”

    “아빠. 오늘 출근하는 날 아니에요?”

    “그게 뭐가 궁금해~. 그것보다 이제 괜찮은 거야?”

    “아빠. 설마 그만 두시게 된 거예요?”

    “내가 일도 하기 싫었고 때마침 인원 조정한다고 해서~ 나왔지. 괜찮아. 좀 쉬지 뭐.”

    “엄마도?”

    “헤헤, 아들~ 괜찮아. 엄마 모아둔 돈 많아. 그러니까 괜찮아.”

    결국 흐지부지.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강백현은 부모님께 무릎을 꿇었다.

    “엄마, 아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괜찮다니까! 이놈 자식! 괜찮다고 한 이유가 있어!”

    “뭔데요?”

    “윤수. 윤수 할아버지가 성한그룹 회장이라며.”

    “아… 맞다. 윤수가 있었죠?”

    “통장에 금액 보면 네가 깜짝 놀랄 거야.”

    “네?”

    “핸드폰은 왜 끄고 다녀. 빨리 알려주고 싶었는데.”

    강백현의 엄마가 통장에 찍힌 금액을 슬쩍 보여준다.

    금액 1억 5천만원.

    강백현의 집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 입금되어 있다.

    “그거 받아도 돼요?”

    “그럼! 더 필요하면 말하라던데?”

    강백현은 핸드폰을 충전하고 전화기를 켰다. 그러자 부재중 메시지가 수백 건.

    부재중 통화는 999+ 로 찍혀 있다.

    가장 많은 부재중 통화는 김성현의 전화.

    - 백현 씨, 전화 왜 이제 해요? 아~ 진짜! 좋은 소식 전해주려고 했는데.

    “뭔데요?”

    - 백현 씨, 우리 브랜드, 백현 씨 덕분에 대박 났어요. 시민들이 백현 씨랑 저랑 사귀는 거 알아보고 엄청 사줬다니까요.

    “그럼 회생 가능한 거예요?”

    - 회생이라뇨! 말은 똑바로 해야지. 처음부터 메리야트 그룹은 망한 적 없거든~요?! 망할 뻔한 적이 있는 거지. 그리고 성한그룹 측에서도 2000억 지원해줬어요. IMF때 저희가 도와준 적이 있잖아요. 그거 때문인지, 아니면 윤수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오늘 입금 받았고요. 즉, 우리 메리야트 그룹의 위기는 지나갔다 이 말이죠~

    김성현의 밝은 목소리에 강백현이 씩 웃었다.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데 어떻게 하죠? 저는 좋은 소식이 없는데.”

    - 좋은 소식 있네. 지금 목소리. 살아있다는 증거. 그게 나한테는 가장 좋은 소식인데?

    “서로 존댓말 하자면서 은근슬쩍 말 놓는다니까?”

    - 서로 말 놔. 그럼 되지?

    “갑자기?!”

    - 아무튼 백수 강백현 씨. 집이죠? 바로 갈게요.

    “이것도 갑자기?!”

    * * *

    강백현은 공무원으로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차우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파면 바로 아랫단계인 해임.

    퇴직금은 전부 받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인생은 마감되는 징계를 받은 것이다.

    “차우현 주무관님! 여깁니다.”

    “아~ 팀장님! 이제 말 놔도 되나?”

    “말 놓으세요. 우현이 형. 인생 어떻게 사실 겁니까?”

    “직장 알아봐야지. 그런데 나도 후회 안 해. 네 말에 동조했던 건 사실이고, 스스로도 썩은 집단 내에서 더 이상 쉬쉬하며 일하는 건 질색이었으니까.”

    “아~ 일자리 없으면 저희 회사로 와요.”

    “너희 회사?”

    “네. 메리야트 그룹이죠. 아! 수행비서 자리입니다.”

    “연봉 많이 쳐주냐?”

    “그럼요. 당연히 많이 쳐드려야죠. 공무원 월급의 1.2배?”

    “1.5배.”

    “에이! 너무 불렀다?”

    “1.3배?”

    “콜!”

    “콜! 오케이.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냐?”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휘두르는 못된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건전한 비판문화가 형성되었고, 소위 말하는 ‘빨아대는’ 맹목적인 신봉집단은 사라지고 정치인 자체가 아니라 정책 자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김성현과의 결혼식도.

    - 신랑 강백현 군은 신부 김성현 양을 배우자로 맞이하여 평생을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까?

    “네.”

    - 신부 김성현 양은 신랑 강백현 군을 배우자로 맞이하여 평생을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까?

    “네.”

    이것으로 백년가약, 신랑 신부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이 자리에서 선포합니다.

    결혼식은 비공개로 치러졌지만 시민들은 외부로 유포된 사진을 보며 댓글을 남겼다.

    형~ 형은 영웅이야, 와~ 신부 엄청 이쁘네. 뭐. 이런 댓글들.

    그리고 첫날밤.

    두 사람이 결혼식을 하면 성불한다고 했던 최용규는 말을 바꾸었다.

    “선배, 이제 중요한 날이거든요. 안 가요? 성주단지 손톱도 빼드렸잖아요.”

    [아니, 성현이하고 같이 가고 싶거든. 혼자 가면 외롭잖아.]

    “이제 제 신부거든요?”

    [아~ 안 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정 못해. 인정 못한다고.]

    “하아~ 안 되겠네. 알겠습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의 방법을 생각해야겠군요.”

    그때, 김성현이 강백현을 불렀다.

    “백현 오빠, 지금 화장실에서 누구랑 통화해? 나 준비 됐어. 빨리 나와.”

    “응~ 잠깐만!”

    이제 오빠로 호칭을 바꾼 김성현.

    그녀와 방해 없는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백현이 호텔방에 무언가를 붙인다.

    “그게 뭔데?”

    “응. 잠깐만. 퇴마부적인데, 귀신오는 거 쫓아주는 거야.”

    “응? 왜 그런 걸? 빨리 와~”

    “응.”

    퇴마부적을 붙이자, 최용규가 방에서 강제로 쫓겨난다.

    [야! 누가 부적 그렇게 사용하래?]

    ‘다 선배가 가르쳐 준겁니다. 오늘 같은 날 방해받지 말아야죠.’

    * * *

    2018년. 강백현이 공무원을 그만두고 2년이 지났다.

    강백현은 메리야트 그룹 김도한 회장에게 경영수업을 받았고, 그런 백현의 곁에선 차우현 수행비서가 일하고 있다. 박창현 비서는 수행비서에서 승진해 비서실로 이동, 박창현 차석비서로 이름을 올렸다.

    김도한 회장이 한숨을 내쉬며 강백현에게 물었다.

    “자네, 행복하나?”

    “네. 행복하죠. 회장님이 저희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서 식당도 하나 내주셨잖아요. 저도 행복하고, 이제 성현이 배속에 아이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죠.”

    “그런가? 난 자네가 좀 더 위를 바라봤으면 했는데.”

    “네? 지금도 충분히 위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회장님, 아니 장인어른, 나중에 회사 저한테 주실 거 아닌가요?”

    “크크크, 자네는 진짜 넉살도 좋아! 그런데 자네가 원하는 건 기업이 아니잖나.”

    강백현이 고개를 숙였다.

    “하아… 가능할까요?”

    “한 번 도전해보게. 내 적극적으로 밀어줄 테니. 어느 한쪽 정당에 속하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는 정치인에게 말이야.”

    강백현이 김도한 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크게 바뀐 건 없죠. 적극적으로 밀어주신다는 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으십니까?”

    “그래.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좋습니다. 그럼 잠시 경영수업에서 물러나, 정치에 도전해보겠습니다.”

    강백현은 재보궐 선거에 도전했다.

    재보궐 선거 출마지역은 충남도지사.

    물론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 출신이다.

    젊은 정치인, 모든 것을 때려잡겠습니다.

    첫 째, 부정부패를 때려잡겠습니다.

    둘 째, 비리를 척결하고, 적발된 자는 파면시키겠습니다.

    셋 째,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겠습니다.

    넷 째, 범죄자가 정치인으로 출마할 수 없도록 입법 추진하겠습니다.

    다섯 째, 제 월급부터 최저임금으로 삭감하겠습니다.

    간결한 슬로건.

    충남도지사 후보 기호 6번 강백현.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소속 출신의 출마.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 강백현

    “저는 공익제보자로 시작하여 많은 역경을 겪었고, 또 극복해 왔습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억울한 사람이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 운이 좋아 당시 상황을 극복했지만, 저처럼 재기해서 일어날 수 없는 분들도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고 싶습니다. 아~ 압니다. 제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치에 입문한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것 하나만은 약속합니다. 부정부패만 없어지면 대한민국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여당과 야당,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저 같은 사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몇 년 후면 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려면 저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정치인, 즉 새로운 인물을 뽑아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는 야당도, 여당도 아닌 무소속 출신을 뽑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신다면 저를 뽑아주십시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에게 보답하겠습니다.”

    개인방송, 유튜브 조회수는 무려 500만.

    강백현이 유튜브로 생방송한 이유는 간단했다.

    외국기업이라서 국가에서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해당 영상에 대한 댓글이 쏟아졌다.

    - 아, 안 되는데. 저런 사람이 왜 대한민국에서 나오냐고!

    - 하아~ 일본하고 격차가 또 벌어지겠군. 이제까지 대한민국도 뻘짓해서 우리랑 같은 수준인 줄 알았는데.

    - 부럽네요. 우라야마시!

    방송은 잘리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강백현의 동영상을 내리기 위해 지지자를 이용한 영상 신고를 퍼부었지만, 구글 측은 무시로 일관했다.

    그런 운이 겹쳐서일까?

    아니면 강백현의 이미지가 깨끗해서였을까?

    재보궐 선거 결과는 당연히 당선.

    무려 97%의 지지율. 대한민국에서 역대급 지지율이었다.

    나이 35세, 재보궐 선거로 정치에 입문한 새로운 인물, 강백현의 등장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선거로 도지사에 당선된 강백현이 방긋 웃으며 차우현에게 말했다.

    “우현이 형.”

    “어.”

    “수행비서 그만하고, 다시 공무원 하셔야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공무원 아닙니다. 사무관이죠. 제 보좌관으로 오시죠.”

    “아~ 공무원 하기 싫은데. 지금처럼 수행비서 하면서 꿀 빨고 싶은데.”

    “크크크, 그냥 좀 해주세요! 저 잘 알잖아요! 네?”

    “그래. 까짓 것 또 한 번 해보지 뭐. 근데 하나만 묻자. 너 부지사는 바꿀 거냐?”

    “당연히 바꿔야죠. 당장 자를 겁니다. 부지사만 자르나요? 부지사, 감사실장, 그리고 부패한 공무원들도 다 자를 겁니다. 저 한다면 하는 거 아시죠?”

    “그래. 바꾸자! 세상을 우리가 바꿔보는 거야. 좀 더 깨끗한 사회로, 부정부패, 비리 없는 청렴한 국가로.”

    “그거 제가 할 대사거든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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