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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137화 (137/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37화

    차우현이 적어놓은 징계의결서를 본 부지사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이게 뭐야! 차우현 이놈! 이놈!’

    강백현은 내용을 듣고 차우현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했는지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하셨습니까? 저만 피해보고 끝나면 되는 일을….’

    하지만 판을 깔아준 차우현의 행동에 보답을 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러려고 했으니까.

    강백현은 대회의실 뒤쪽 책상 위에 겉옷으로 살짝 가린 블루투스 카메라를 놓고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틀었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카메라가 강백현을 둘러싼 징계위원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dfadfsa341] : ㅋㅋㅋ. 제목 [도지사가 징계위원회 열었다. 생중계 ㄱㄱ] 이거 뭐임?

    [오하노~1] : 제목이 이런데 안 들어와볼 수가 없잖어~.

    [2t5156] : 오. 씨발. 건물내부 화려한 거 보소. 내 세금이 다 저기다 쓰이누~.

    [193치양마] : 존나 기대됨. 와~ 씨발 이 새끼. 완전 미쳤네. 공무원이 라이브 생방송 ㅋㅋ!

    [전직공무원3] : 당사자 입장에서는 인생 걸고 하는 거니까,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패드립왕자] : 크앙. 나도 공무원 하고 싶당.ㅠㅠ 돼지새끼들, 살 뒤룩뒤룩 찐 거 봐.

    회의가 촬영중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위원들과 위원장.

    차우현조차도 강백현의 계획은 알지 못했다.

    강백현은 사실 공무원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미련은 없었다. 오늘 징계를 받더라도, 한 마디는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것이다.

    오늘 이 녹화 건으로 자신은 무조건 해임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강백현은 억울한 일을 그대로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강백현이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를 세며 마음을 가다듬고, 복수의 칼날을 들이댈 시간을 기다렸다.

    ‘청심환 안 먹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차우현 주무관님, 고맙습니다. 오늘 꼭 이길게요.’

    강백현이 손을 들며 물었다.

    “부지사님, 아니 위원장님. 질문 안 하십니까?”

    “아니, 잠깐, 뭔가 이상해. 차우현! 아니 간사, 이거 내용이 왜 이래?”

    간사가 작성한 징계의결요구 내용.

    그걸 인정하면 도지사가 자신의 비리를 막기 위해 강백현을 징계하는 꼴이 되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강백현에 대한 징계가 성사되지 않는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징계를 하지 못하면 법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징계대상자가 출석하지만 않았어도 징계를 뒤로 무르는 건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징계대상자가 이미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이상 징계절차를 무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늘 여기서 해결을 해야만 했다.

    ‘이 새끼, 노렸군.’

    부지사가 차우현을 독기 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차우현은 그런 도지사의 눈빛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위원장님, 징계대상자 심문하셔야 합니다.”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부지사는 차우현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징계의결요구서를 뒤로 덮으며 심문을 시작했다.

    “강백현 사무관은 개인방송을 통해 도지사님을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까?”

    부지사의 말에 채팅창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ㅇㄹ15ㅅ21] : 와! 씨발 ㅋㅋㅋ. 이것도 징계사유냐?

    [도맛사라무] : 존나 리얼. 슈발

    [wrq65114]님이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였습니다.

    [ga3das] : 후원 ㅋㅋㅋ. 후원한 놈 잡혀가는 거 아님?

    물론 강백현도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지사님을 비난한 적은 없습니다. 정규직 전환의 적정성에 대해 주장한 것뿐이죠.”

    “말 돌리지 말고! 서천군 알아봤는데, 그 인원은 정규직 전환될 만 했어. 지난 2년간 계약직 근로자 중 인사평가 점수가 가장 높았고, 면접 시에도 최고 점수를 받았지. 자네의 억지 주장 때문에 지금 정치권이나 공직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아나?”

    부지사의 말에 강백현이 반론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000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민원이 지난 2년 동안 12건이나 접수된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다른 계약직 근로자의 평균 민원은 0.3건인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000주무관의 경우 계약직 당시 두 달에 한 번꼴로 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그것도 자리 이탈로요. 문화재 매표소 판매직원이 입장권을 팔지 않고 담당 자리에서 이탈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것도 두 시간, 세 시간씩 자리를 비우면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부지사가 인상을 찡그리자, 강백현이 또 다시 근거를 들었다.

    “제가 어디서 근무했습니까? 공직기강감사실에서는 회계면 회계, 민원이면 민원, 모든 것을 열람할 권한이 있습니다. 이것까지는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강백현이 주머니에서 법인카드내역을 꺼낸다.

    “부지사님, 직책수행보조금 대부분을 다방에서 쓰셨더군요. 그것도 업무시간인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요. 도대체 무슨 업무를 수행하시기에 다방을 다니시는지요. 다방에 만나는 여자라도 있습니까?”

    “야! 너 이러면 파면이야! 어디 안전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려?”

    “사실 부지사님도 감사조사 대상 중 하나였습니다. 도청 자체감사 시 요주의 대상 중 No.1이었죠. 아~ 그러고 보니 부지사님 따님이 이번에 수자원공사 충남지부에 합격하셨더군요. 올해 수자원공사 행정직 채용은 0명이었는데, 어떻게 행정직으로 합격 가능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군요. 그것 때문에 미리 절 직무정지 시킨 것이라면 아주 잘하신 겁니다. 아니었으면 제가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조사했을 거니까요.”

    강백현의 말에 징계위원회 위원인 민원실장 강제규가 중재를 시도했다.

    “징계대상자는 자중해주세요. 여기는 강백현 사무관에 대한 징계 의결 자리입니다. 주의 바랍니다.”

    “아~ 강제규 실장님 아내분 이야기도 깜박했네요.”

    “뭐?”

    “강제규 실장님 아내분이 밭농업 직불금 지원 받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진짜로 밭농사 지으세요?”

    “징계대상자!”

    “실장님 아내분은 밭농업 직불금 지원에 육아수당도 받으시고, 홍천군 자체에서 지원하는 주소지 변경에 따른 전입 정착금 또한 받고 계시더군요. 아이구~ 이게 얼마야~ 한 달에 90만원씩을 그냥 공짜로 가져가네? 마음 안 불편해요?”

    부지사에 이어 강제규 실장의 얼굴 또한 붉어졌다. 강백현은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위원들에게도 한 마디씩 던졌다.

    “아주 참 고맙게도,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은 당했으나 여기 위원님들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은 남아있더군요. 물론 오늘 이후로 막히겠지만, 여러분들의 비리 사항은 이미 전부 수집을 끝낸 상태입니다. 징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전 상관없습니다. 다만 이건 하나 알아두십쇼. 여기 위원님들도 저한테 곧 뚝배기 깨질 준비 하셔야 된다는 것.”

    강백현이 자신 있게 입을 벌리고 소리쳤다.

    “더 할 말 있습니까?”

    “이…이이이이이!”

    “저 새끼…”

    “그럼 결정되면 알려주시고요~ 전 나가봅니다.”

    강백현은 징계위원회와 당당한 태도로 마주하며 대회의실 바깥으로 나갔다.

    라이브 생방은 여전히 켜져 있는 가운데.

    부지사가 간사인 차우현에게 욕을 내뱉었다.

    “차우현! 이 새끼야. 너 이 내용 뭐야! 뭐야!”

    “……”

    “하~아! 됐고, 위원들 내 말 잘 들어. 결정 파면으로 한다. 도지사님 의견이야. 차우현! 투표 쪽지 줘 봐.”

    그러더니 부지사가 투표용지에 파면, 파면, 파면, 파면, 파면. 다섯 표를 홀로 행사한다.

    “저 새끼, 파면시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민원실장.”

    “네. 부지사님.”

    “쟤 엄마랑 아빠 뭐하는 지 알아봤어?”

    “네. 강백현 사무관의 아버지는 학교 경비일 하시고, 엄마는 대학교 식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쪽에 전화해서 해고하라고 압박 넣어. 다들 공공기관이니까 말 잘 듣겠네.”

    “알겠습니다. 해고 압박 넣겠습니다.”

    “차우현.”

    “네.”

    “너 앞으로 나 찾지 마라. 알았냐?”

    “…….”

    부지사의 이런 행동은 전부 인터넷으로 전달되었다.

    공무원들의 실태.

    정말 깨끗하고 청렴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추악하기 그지없는 지방직 공무원.

    안타깝지만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

    젊은 세대는 그나마 낫지만, 옛날 세대는 아직도 법 위에 존재하고 있다.

    강백현이 씩 웃으며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쿠~”

    “뭐야!”

    “제가 카메라를 놓고 갔네요. 가져갑니다.”

    “이…씨바! 야! 동영상 찍었어? 너! 너! 너!”

    “네. 찍어뒀습니다. 부지사님의 본 모습, 그대로 찍었죠.”

    “내놔! 내놔! 너 또 올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파면이겠죠. 이미 파면 당했고요.”

    “너 들었어? 결과 들었어?”

    “그럼요. 저만 들었나요? 세상 사람들이 다 들었죠. 요즘 세상이 너무 좋아요. 실시간 생방송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비밀 없는 세상, 얼마나 깨끗합니까?”

    [고차장314] : 이 새끼, 방송 천재. 공무원 그만둬도 이 새낀 성공한다.

    [1140카지오] : 와~ 존나 당당해. 멋있어.

    [1호오노바] : 공무원 수석이라서 범생인 줄 알았는데, 완전 상남자잖아~. 꺄악 형! 내~스타일. 안아줘.

    - RE : [ㄷㅈㄱ1] : 하아, 똥꼬충 묻었네. 이 새끼 차단 안 되나.

    [호자셉지] : ㅋㅋㅋ. 역대급 생방송. 근데 뭔가 멋있네. 다 썩었다는 거잖어?

    [노바제소] : 와, 존나 재밌다.

    강백현은 씩 웃으며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시청자 여러분, 징계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모아지아] : 안 돼!

    [보장지나]님이 달풍선 9900개를 후원하였습니다.

    [자미낭자] : ㅎㄷㄷ. 달풍선 존나 잘 터져.

    [노자이크] : 크아아앙.

    강백현이 미련 없이 대회의실을 떠나 대기 장소인 민원실로 향했다.

    그리고 10분 후, 차우현이 민원실로 찾아와 강백현에게 물었다.

    “이제 좀 후련하십니까? 공무원 인생은 끝났네요.”

    “그러게요. 이만큼 사고 쳤으면 끝내야죠. 그래도 홀가분했어야 하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네요.”

    “뭔데요?”

    “차우현 주무관님이죠. 왜 제 편 드셨습니까? 이제 공직생활 힘들어지실 텐데 어쩌시려고.”

    “어차피 저 조금 있으면 근속승진 합니다. 천천히 버텨보죠 뭐.”

    그리고 차우현은 강백현에게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징계결과 통지.

    결과 : 파면.

    “역시 그대로 진행하더군요.”

    “그렇군요….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연락하고 지내면 좋겠습니다.”

    “네. 파면이라. 퇴근해봐야겠네요.”

    “넵.”

    강백현은 파면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제소를 한다고 해도 1~2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복직한다 해도, 그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비리와 싸우고 또 싸워도 끝이 없는 세상.

    일개 공무원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세상은 바뀔 수 없다.

    그렇다고 생각했을 때…

    강백현에게 뜻밖의 기회가 주어졌다.

    02-730-****.

    “여보세요?”

    - 강백현 사무관 맞죠?

    “아닌데요. 강백현 사무관은 아니고, 백수 강백현입니다. 전화 거신 분은 누구시죠?”

    - 청와대 민정수석실장 최석현입니다. 기사 잘 봤습니다. 한 번 올라오시죠. VIP께서 비공식적으로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 언제쯤 시간이 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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