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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135화 (135/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35화

    처음 시청자는 한 명이었다. 묻혀야 정상인데,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어야 정상인데, 운영자의 눈에 든 게 문제였다.

    [Hot Issue] 어느 사무관의 고백.

    운영자가 제일 첫 줄에 강백현의 라이브 영상을 올려놓자 신기해서인지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게임방송, 뷰티채널, 연애상담채널 등을 방송하던 크리에이터도 핫이슈 채널이 떴다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고 해당 방송에 들어가 본다.

    “먼저 저는 부주시에서 9급 공무원으로 2012년도에 임용되었고, 3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베벨보이] : 사무관이라면서요! 어떻게 9급이 4년 만에 사무관이 돼요? 사칭 아니야?

    “맞아요. 저는 2014년도에 8급 공무원으로 승진을 했고요. 2015년에 한번 공무원을 그만두고, 5급 공채 시험에 응시해서 사무관이 된 케이스입니다. 여기 자료 올려놓을게요.”

    신문기사가 보인다.

    [2015년, 공무원 5급 공채 수석, 일반행정 분야 강백현 외 00명.]

    그리고 메인에 떠 있는 강백현의 사진.

    신문기사를 띄우자 시청자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자라이냐] : 오~ 찐이다. 대박.

    [조나비] : 와! 8급 그만두고 5급. 이 ㅅㄲ 뭐냐. 먼치킨이자누~

    [fdaf62] : 공채 수석. 머리가 얼마나 좋은 거야.

    [봅보31] : 크암!!!

    강백현의 방송은 계속 되었다.

    “사실 8급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는 제가 공익제보자였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부주시장이 조례에도 맞지 않는 축사 허가를 내려고 무리하게 진행을 했거든요. 그걸 막은 게 저고요. 거기서 전 보직해임을 당했고, 부제동 주민센터로 강제 발령이 났습니다. 한직이었죠.”

    [마비노구사랑] : 오오오. 흥미진진.

    [소소한일꾼] : 공무원들 원래 저럼?

    [ㅈㅈ314] : 리얼한데? 부주시장 ㅋㅋ. 얼마전 뚝배기 깨졌잖우.

    강백현은 채팅창을 읽어가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직에 발령된 저는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결과는 무혐의로 나왔지만, 공익제보자인 제가 내부고발자로 변질되어 차별을 당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죠. 그래서 전 지방직 공무원에 미련을 버리고 5급 공무원이 되고자 시험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작년 1월부터였을 겁니다.”

    [ㅈㄱㅁㄷㄱ2] : ㅆㅂ, 존나 능력자네. 4개월 만에 5급 공채 수석으로 붙어버리누~.

    [조밥ㄱㅅ1] : 말도 안 됨. 소설 속 주인공 아님?

    강백현은 못 믿어하는 눈치의 시청자를 보며 이유를 설명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예전부터 했었고, 이미 9급에 붙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5급 준비하는데 크게 힘이 들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쉬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운이 좋았죠.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출제된 문제가 많기도 했습니다.”

    강백현의 말에 시청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dfa4t6y11] : 찐 맞음. 수석합격 기사 떴잖아.

    [2ㅈ3124] : 운 존나 좋네. 전생에 나라를 구하고도 남았음.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고요. 제가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을 당한 이유는 충남도지사의 친인척 채용 관련 비리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홍천군 계약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단 한 명만 전환이 됐는데, 그게 도지사와 관련이 된 인물이었고 그것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 현재 보직 해임을 당한 상태입니다. 뭘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다만 대한민국이 좀 더 투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dfa321] : 공무원은 개인방송하면 징계 받는데. 아닌가요?

    “맞습니다. 특히 공무에 관련한 사실을 발언하면 징계를 피할 수 없죠. 전 그 부분에 대해선 감수하고 있고요. 이 일로 공무원을 그만두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생각으로 방송을 켰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치인들이나 기초단체장들의 범죄는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범죄기록을 가진 자들이 나라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방송 마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채팅창에 대화가 물밀 듯이 올라왔다.

    시청자수, 1176명.

    처음 방송을 켠 것 치고는 상당한 숫자.

    실시간 순위가 무려 13위까지 치솟았었다.

    강백현은 방송을 끄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최용규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

    [시원하냐?]

    “모르겠네요. 마음이 씁쓸합니다.”

    [넌 2개의 기회를 다 잃은 거야. 그냥 한쪽 편이라도 좀 들었으면 정치인 될 수 있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냐?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강백현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말씀드렸잖아요. 이런 거 넘어갈 성격도 아니고. 정치인은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바보냐. 힘이 있는 자리에 가야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지. 너 부정부패, 비리척결 하고 싶었다며. 그게 꿈 아니었냐?]

    “모르겠습니다. 아~ 선배. 저 사실 고백할 게 있습니다.”

    강백현은 침대에 누워 최용규에게 고해성사를 시작했다.

    “성현 씨랑…”

    [말하지 마! 어디까지 갔는지 안 물어볼 테니까, 말하지 마.]

    최용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늘 위에서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김성현과 강백현이 결국엔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물론 운명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강백현이 10년 이내 정치인이 된다는 것과 김성현과 결혼한다는 것, 두 가지의 운명을 확인한 그는 그 운명이 바뀌지 않도록 최소한의 개입만을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내려온 터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자신이 개입해서?

    만약 이 일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백현이가 어느 한쪽 편에 섰을까?

    야당의 편? 여당의 편?

    아무리 고민해도 백현은 누구의 편도 설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강백현이 자신의 속을 전했다.

    “성현 씨랑 헤어질 겁니다. 저로 인해 성현 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죠.”

    [하아, 미친놈아! 인마!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그게 맞습니다. 선배, 이제 좀 혼자 있게 놔두세요.”

    강백현이 이불을 뒤집어쓰더니 혼자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흐흐흐흐… 아…흑, 흐흐흐흐…진짜….”

    아무도 강백현을 도와줄 수 없고, 아무도 그의 편이 되어 줄 수 없다.

    방송으로 고해성사를 했지만, 속 시원할 줄 알았던 행동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백현의 주변에는 외로움과 공허함만이 가득 찼다.

    그걸 본 최용규가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다 썩었어. 아등바등 해봐야 다 썩었어.]

    * * *

    최용규는 이불 속에 숨어 혼자 울고 있는 강백현을 두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 이유는 자신의 스승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운명에서 벗어나버린 백현의 인생에 대해 상담하기 위해서다.

    [어르신!]

    저승사자 이성복은 구름 위에서 홀로 장기를 두고 있었다.

    그는 최용규의 등장이 내심 반가운지 장기말을 흐트러트리며 말했다.

    [앉아 봐. 한 판 두자고.]

    [아이고~ 그럴 때가 아닙니다. 어르신,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옛끼 이놈아! 넌 매일 부탁만 하냐?]

    [어르신이 하는 이야기하고 결과가 다르니까 하는 말이죠. 백현이, 성공한다면서요. 정치인도 되고, 성현이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고 했잖아요.]

    [이놈아, 운명이란 게 바뀔 수도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너 노발대발했잖아. 김성현인가 뭔가 못 잊어가지고, 자기랑 영혼결혼식이라도 하고 싶다고 난리 피우던 거 생각 안 나?]

    영혼결혼식이란 죽은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의식의 하나다.

    [그건 원귀들 한 풀어주려고 하는 거고 저는 해당사항 없다면서요. 더구나 성현이는 살아있지 않습니까.]

    [으이구~ 주책바가지! 아무튼 기다려 봐. 아직 모르는 거잖아.]

    [그 말씀은… 운명이 아직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장기나 둬 봐! 네가 초고, 내가 한이야. 장기 둘 줄은 알지?]

    [그럼요. 기물점수도 다 아는데요. 제가 어르신 이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시는 겁니다.]

    [일단 이겨 봐.]

    * * *

    다음날 아침, 백현에게 차우현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주무관님.”

    -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어제 방송 잘 봤습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팀장님 동영상 돌아다니고 있고, 지금 도지사님을 비롯한 그쪽 파벌은 팀장님 어떻게 처벌할지 검토 들어갔습니다.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사전감사결과 보고서는 저한테 위임됐는데, 결국 도지사 권한으로 감사 취소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저한테 전화 거셔도 되는 겁니까?”

    - 원래는 안 되겠죠. 실장님이 팀장님께 연락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럴 수 있어야죠. 양심이 찔리는데, 이성적으로는 연락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감성적으로는 그렇게 안 되더군요. 아무튼 이미 벌어진 결과이니 그에 대해 책임은 지셔야 할 겁니다. 저도 여기서 벌어지는 일 중에 중요한 일 있으면 전화 계속 드릴 테니까요. 제 전화는 잘 받아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 아닙니다. 마음고생이 많으셨죠 뭐. 이만 끊습니다.

    강백현은 차우현이 얼마나 힘든 결정을 한 건지 알고 있었다. 내부고발자로 전락한 자신에게 전화를 한다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부담이었을 텐데.

    그리고 김성현에게도 연락이 왔다. 강백현은 성현의 전화를 받을 면목이 없어 수신거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김성현] : 백현 씨, 동영상 봤어요. 마음고생 많았겠어요. 아~ 난 내 생각만 했지. 백현 씨가 그렇게 힘든 상황인 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 [08:23]

    [김성현] : 백현 씨, 자는 거예요? 일부러 안 받는 건 아니죠? 나 정말 괜찮거든요. 백현 씨가 무슨 일을 해도, 백현 씨 믿으니까 연락 받아줄래요? [09:18]

    [김성현] : 백현 씨, 마음 정리되면 연락해요~ [10:44]

    한 시간마다 메시지를 보내는 김성현.

    강백현은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네. 실장님. 백현입니다.”

    - 치! 살아있었네. 죽을 생각 한 거 아니죠?

    “제가 그런 생각을 왜 합니까?”

    - 아이구~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하면 극단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거죠. 나도 겪어봤으니까. 시간 되면 올라와요. 같이 밥 먹어요. 그리고 너무 걱정 말아요. 언론은 지금 백현 씨 편인 것 같거든요.

    “네?!”

    - 메시지로 백현 씨 관련 기사 보낼게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나 보러 와요. 밥이나 먹자고요.

    김성현이 보내는 메시지에 달린 기사.

    언론사 가장 윗줄에 있는 기사의 헤드라인.

    [5급 사무관 강백현의 폭로, 서천군청, 충남도청 홈페이지 접속자 폭주로 마비]

    현직 5급 사무관, 강백현 사무관의 도지사 채용 비리 폭로로 서천군청과 충남도청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가 이어져 접속이 마비된 상황이다. 현재 도지사와 친인척 관계인 A씨는 서천군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이며, 강백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대로 해당년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A씨 단 한 사람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도지사는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평소 깨끗한 정치인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일이어서 충남도청과 서천군에서는 아직 별다른 발표가 없는 가운데, 해당조직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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