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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111화 (111/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11화

    오복주가 잠시 전화를 받는 사이 강백현이 요구사항을 말했다.

    “교감 선생님, 딱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네. 말씀하십시오.”

    “선생님들 여건 어떤지 알겠고, 얼마나 힘든지 알겠는데요. 그래도 감사 나왔는데 수검은 받으셔야 되는 거잖아요. 그쵸?”

    “……”

    “일단 저희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본 감사 진행할 테니까, 감사 진행할 수 있는 행정실 하나 마련해주시고요. 그 다음 선생님들 일정 확인해서 하루씩 나올 수 있게 해주세요. 오늘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시간 이용해서 한분씩 받도록 하겠습니다.”

    백현의 말에 한종구 교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이사장님 뵙는 건…….”

    “감사 끝나고 만나뵙는 게 어떨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재택근무 중인 선생님들 중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나오고, 그게 힘든 분들은 화요일부터 목요일 중 하루 날 잡아서 수검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일단 교행직 분들하고 공무직 분들부터 진행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봉투는 넣어두세요. 이걸로 교감선생님 얼마 남지 않은 교직 생활 마무리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사장님도 본 감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의도는 아시겠죠?”

    “알겠습니다.”

    한종구 교감은 곧바로 선생님들께 연락을 돌렸다.

    그리고 강백현을 비롯한 감사원들이 이용할 사무실은 교무실 바로 옆에 있는 과학실로 정해졌다.

    “다들 불만 가지지 말고 본감사 진행하도록 해요. 차우현 주무관은 회계 쪽 사전감사에서 나온 의문사항 하나하나 따져보고, 해결 안 되는 거 있으면 저한테 말해줘요.”

    “네.”

    “다른 분들도 역할 확인해서 알려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강백현은 일단 교행직 직원부터 맞이했다.

    선생님들과 달리 행정업무를 주로 맡는 그들은 방학 때도 어김없이 일찍 출근한다.

    “김서원 선생님, 잠깐 앞에 앉아주세요.”

    “네.”

    “선생님, 현재 공무직원이시죠?”

    “네. 맞습니다.”

    “저쪽 끝에 김태웅 주무관한테 가서 미흡사항 듣고, 시정 가능한 사항은 조치해주세요. 김태웅 주무관, 김서원 선생님 모시고 가요.”

    “네. 팀장님.”

    김태웅이 강백현의 말에 김서원 씨를 자신의 자리 옆에 앉혔다.

    강백현은 씩 웃으며 김서원이 보완해야 할 사항이 적힌 메모장을 건네주었다.

    “잘 설명해줘요. 확인서 정도면 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사전감사결과 보고서에는 김서원 씨가 업무를 잘못하고 있었던 것이 정확히 드러나 있었다.

    “서원 씨, 전자서명인증서, 기본적으로 학교장이 직접 해야 되는 건 알고 계시죠?”

    “아, 공문이 많다보니 결재를 저희가 하라고 해서.”

    “음… 회계는 책임이 따르는 거예요. 교장선생님이 휴가를 가면 직무대리를 꼭 지정하셔야 하고요. 그 기간에는 직무대리가 결재 및 승인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저희가 IP 추적해보니까 태원 씨 자리에서 학교장 결재가 승인된 것을 총 117건 확인했거든요.”

    “네.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인정은 하시니까 확인서 한 장만 받고 끝내겠습니다. 여기 특별회계 재무회계 규칙 읽어보시고, 앞으로 재정통합시스템 에듀파인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무조건 학교장이 직접 결재할 수 있도록 확인서 한 장 받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결재하실 때, 교장선생님의 허락이 있었던 것은 맞죠?”

    “네. 다 구두로 보고 드린 다음에 오케이하시면 결재 누릅니다. 앞으로 교장선생님이 직접 누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강백현은 김태웅의 감사관으로서의 친절한 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원 선생님. 수검 다 받으셨으면 차우현 주무관님께 가보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차우현은 김서원을 안내하여 자신의 옆에 앉혔다.

    “선생님, 일단 앉으시고요. 여기 홍진학원 소속인 중학교, 고등학교는 다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신탁(DB)형으로 가입하시잖아요.”

    “아. 네. 학교장님이 그렇게 결정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문제 되는 게 있을까요?”

    “아니요. DB형으로 가입한 것은 전혀 문제 안 되고요. 행정상 그 금액을 원래 세입세출 외 현금으로 세입처리 하셔야 되거든요. 한 회계연도의 모든 수입은 세입으로 잡으셔야 되고 모든 지출은 세출로 잡으셔야 되는데, 그 부분을 놓치신 것 같아요.”

    전문용어가 나오자 강백현이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봤구나. 난 저거 아무리 봐도 모르겠던데.’

    차우현의 말에 김서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퇴직연금신탁까지 세입세출로 잡는지는 몰랐습니다.”

    “일단 이 부분은 출납 담당이신 김서원 선생님이 해주시는 게 맞고요. 아직 1월이니까 정정신고 할 수 있는 기간이거든요. 빨리 확인해서 퇴직연금신탁 세입처리하고, 그 결과 저한테 공유 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수현 선생님은 언제 오시나요?”

    “아, 사무실에 현재 혼자 대기 중이라서 저랑 교대하면 바로 올라 올 수 있습니다.”

    “네. 올라오실 때, 수의계약 체결했던 서류 다 가지고 올라오라고 해주세요. 몇 건 지적사항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바로 처리해서 조치하겠습니다.”

    * * *

    1주일이란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강백현은 자신이 맡은 파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연우 선생님 들어오세요.”

    “네. 감사관님.”

    “홍진고등학교 교무부장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저희 충남교육청에서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와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 예술 교과는 5단위 이상, 생활⋅교양 영역은 12단위 이상 이수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요. 올해부터 예술 교과군 과목을 하나 빼셔서 4단위가 되었네요. 이유가 어떻게 되죠?”

    “아…. 그게 좀 복잡한데, 저희가 기독교 학교지 않습니까?”

    “네. 그런데요.”

    “종교 활동 시간을 추가하라는 이사장님 말씀이 있으셔서 그렇게 됐습니다. 학생 수업 시간을 늘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종교 활동 시간을 더 늘리자니, 과목 조정이 필요하고 해서…….”

    강백현은 곤란해 하는 교무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튼 지금 막 대한민국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의 필수 영역으로 교육청에서 하달한 거잖아요.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방면을 배우고 경험했으면 해서 내린 지침 같은데, 그것을 무시하고 종교 활동을 추가한다? 이건 좀 고민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최소이수시간은 지켜주셔야 되는 거니까요. 해당부분은 어떻게 조치하실지 이사장님하고 의논 해보셔서 연락을 주세요. 근데 이사장님하고 연관이 있나요? 이런 건 학교장 권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 저희 학원 재단 자체가 기독교 성금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어서 이 부분은 확실히 고려가 필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네. 아무튼 알겠습니다. 하나 더 있는데요.”

    “네?”

    “사설 모의고사 관련 내용입니다.”

    강백현은 지금까지 치른 모의고사 내역을 내놓았다.

    “작년에 총 6회 모의고사를 치렀어요. 학생들 수능 때문에 공부 좀 하라고 그러신 것 같은데, 사실 전 교육공무원이 아니라서 이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모의고사를 치를 때는 가정 통신문을 통해 희망여부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시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심의 자료가 없으시더라구요.”

    “그게 계속 해왔던 부분이라서…….”

    “회당 25,000원씩 학생들한테 걷고 있잖아요.”

    “넵. 맞습니다.”

    “이 부분을 의견 수렴 없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강제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보기에 조금 그렇거든요. 그리고 이 부분은 일부 지자체에서 문제가 돼서 현재 강원도랑 경기도는 2016년도부터 사설기관 모의고사 전면금지 지침을 내렸거든요.”

    “아…….”

    강백현은 미리 출력해둔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의 지침을 교무부장에게 건넸다.

    “이 부분은 충남교육청에서 지침 내리기 전에 선제조치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일단 최소한 학부모 의견 수렴 하시고, 학생들 동의 절차 얻으신 다음에 진행해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네요.”

    교무부장이 아직 30대 초반인 강백현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 젊으신 분이 굉장히 꼼꼼하시네요.”

    “일주일 동안 이거 찾아내느라 밤 샜습니다. 죽을 뻔 했죠.”

    “완전 아들 뻘인데, 이거 참 민망하네요.”

    “아닙니다. 바쁘신데 이런 거 하나하나 찾는 게 쉽지 않죠.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감사결과가 어느 정도 종합되는 분위기였다.

    다들 각자의 분야를 꼼꼼히 확인하는 사람들.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하면 좋은데, 쓴소리도 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다행히 오늘은 팀장 대신 팀원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었다.

    차우현 주무관이 평소와는 달리 인상을 팍 쓴 채 말했다.

    “아니, 선생님!”

    “네?”

    “방과 후 학교 외부강사 강사료를 운영비에서 집행해야지, 업무추진비에서 집행하면 어떻게 합니까? 왜 이렇게 쓰셨어요? 운영비는 어디다 쓰시고?”

    “아… 그게 좀 부족해서.”

    “회계는 굉장히 체계적이에요. 운영비로 쓰라는 돈은 운영비로만 써야 되고, 업무추진비는 업무 추진용으로만 써야 돼요. A4용지, 볼펜 등 사무용품 쓰라는 돈으로 인건비를 지출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거 회수해야겠죠? 네?”

    “회수 말씀이십니까?”

    “세목 자체를 전용해서 쓰신 거잖아요. 국가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집행하신 거잖아요. 외부강사 강사료 쓰라고 업무추진비 준거 아니죠? 그런데 학교에서는 외부강사 마음대로 쓰고 업무추진비에서 그 비용 지출했죠? 잘못 됐어요? 안 됐어요?”

    차우현의 말에 해당업무를 담당했던 선생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하아, 죄송할 게 아니고, 이건 환수 들어가야 합니다. 선생님 잘못은 아니겠죠. 재단에서 물어주거나 담당자가 물어주거나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환수 조치하겠습니다. 전용하신 거 인정하시죠?”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차우현의 분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 이거 진짜… 노래방 뭡니까?”

    “네?”

    “운영비로 노래방 결재한 내역. 11월 15일 23:22에 신나는노래방에서 결재하신 내역, 이거 뭡니까?”

    “그게 저희 회식 하느라…….”

    “어떤 회식을 하셨길래 노래방에서 16만원을 결재하셨어요?”

    “아니, 그냥 불렀어요. 맥주 좀 시키고.”

    “아니 선생님, 상식적으로 노래방에서 16만원은 좀 그렇잖아요. 네? 그리고 이 돈이 선생님들 노래방에서 놀라고 준 돈입니까? 교실에 없는 비품들 채워놓으라고 준 예비비잖아요. 하아, 이건 진짜 용서 안 되네.”

    “감사관님, 이게 제가 긁은 건 아니고요.”

    “그 자리에는 계셨잖아요.”

    “있긴 했는데요.”

    “다른 선생님하고 같이 갔다? 같이 징계받자 이거죠?”

    “그런 말로 한 건 아닌데요.”

    차우현이 답답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들며 말했다.

    “팀장님!”

    “네.”

    “감찰 불러야 될 것 같습니다. 오복주 팀장님 안 계신 게 좀 크네요.”

    “아, 그 부분은 제가 부를게요. 노래방 건이죠?”

    “네. 맞습니다. 신나는노래방 16만원 결재 건입니다.”

    “일단 그 금액만큼 환수조치 진행하시고요. 품위유지 위반 건으로 제가 감찰조사 요청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차우현은 고개를 저으며 12월 카드명세표를 확인했다.

    그런데 의외의 금액이 나온다.

    “360만원 결재는 뭡니까?”

    “아, 그게 개근한 학생들한테 문화상품권 지급하려고요. 그거 만원씩 주려고 산 겁니다.”

    “그럼 그 문화상품권 360만원 어치 가져와보세요.”

    “네?”

    “그거 실물로 한 번 보여달라고요. 아직 학년이 끝나진 않았잖아요. 겨울방학 기간이니까. 아직 가지고 계실 것 같은데 가져와보시라고요.”

    잠시 나간 그가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 차우현이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어디 계세요?”

    - 아니, 문화상품권이 사실은….

    “없으신 거죠? 선생님들끼리 나눠 쓰신 거죠?”

    - 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일단 돌아오세요.”

    차우현이 큰 한숨을 쉬었다.

    “하아, 팀장님.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요. 규정대로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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