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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106화 (106/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06화

    강백현은 강에 빠진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김동성을 확인하고 바로 119를 불렀다.

    ‘김동성, 도대체 이게 뭐한 짓이야. 왜 날 죽이려고 그런 거지?’

    [그만 둬! 죽게 놔둬.]

    최용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강백현의 신고를 말렸다.

    “실장님이 슬퍼하실 겁니다.”

    [인마! 내 천국행 티켓하고 바꾼 거니까, 죽게 놔두라고!]

    “사람 목숨, 쉬운 거 아니잖아요. 죄는 죽음이 아니라 법정에서 판결해야죠.”

    119 번호의 안내원이 전화를 받았다.

    - 119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저 교통사고가 났는데요. 다리에서 차량이 추락해서 강가에 있어요. 주소가 어디냐면요.”

    - 네. 위치확인 결과 군장면 소호리 엄하가든 주변 소호교 맞을까요?

    “네. 맞습니다.”

    -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현장에 계신 거죠?

    “네. 빨리 와주세요.”

    강백현은 곧바로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구하지 말라니까!]

    “사람 생명 귀합니다. 선배님. 네? 죽었다고 사람 목숨 함부로 잃게 하시면 안 돼요.”

    [인마! 인마! 날 죽였고, 널 죽이려고 했다고!]

    “알아요. 압니다. 압니다.”

    강백현은 인상을 쓰면서도, 강가로 뛰어들었다.

    1월 1일, 한 겨울의 강은 너무나 추웠다.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와중에 백현은 바지를 벗고 강가로 들어가 강에 빠진 차량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김동성을 꺼냈다.

    김동성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강백현은 그의 심장박동을 확인한 후,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도련님! 도련님!”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어떤 상황이죠?”

    “운전하시다가 갑자기 다리 펜스를 들이받고 추락하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렇군요. 저희가 병원까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걱정마세요.”

    “네. 저도 바로 뒤따라가겠습니다.”

    구급대원은 응급조치 후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김동성을 후송했고, 강백현도 아버지 차를 타고 구급대원을 쫒아갔다.

    * * *

    1시간 후.

    응급실 앞에서 대기 중인 강백현은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괜찮은 거죠?”

    “네. 술은 안 드셨네요. 취해서 운전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인지능력에 잠시 문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그런가요?”

    “네. 현재 의식은 깨어있는 상태입니다. 한 번 보시겠어요?”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서요.”

    “네. 걱정마세요. 단순한 타박상인데, 심신이 미약한 것 같긴 해요. 귀신을 봤다고 하는데 교통사고가 꽤나 큰 충격이니 그럴 수도 있지요.”

    응급실 당직의사의 말에 강백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때 최용규가 백현에게 물었다.

    [백현, 후회 안 하냐? 널 죽이려고 했던 놈이야.]

    “선배는 괜찮은 거죠?”

    [모르겠다. 일단 내가 강에 빠뜨린 건 맞으니까. 그놈이 살아있는 것이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모르겠어.]

    최용규는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을 죽인 범인이 김성현의 동생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김동성의 몸에 빙의해서 그를 죽이려고 한 것이다.

    백현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원인이 김동성일 줄은 예상도 못한 최용규였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백현이한테 비서로 일하라고 강요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알고 보면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자신 때문이었다.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이 살인미수를 낳았다.

    “선배, 아이러니하네요.”

    [뭐가?]

    “이 병원, 선배가 죽었던 병원이잖아요. 저 여기 응급실 앞에서 엄청 울었었거든요.”

    [그랬어?]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1시간이 더 흐르고 김도한 회장과 김성현, 노진희, 그리고 실물로는 처음 보는 김도한 회장의 여동생 김도희 회장이 도착했다. 백현이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셨습니까?”

    “백현 씨, 연락 듣고 왔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강 비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동성이가 운전하는 차량이 왜 다리에서 떨어진 거야?”

    “아, 저랑 식사하려고 따로 이동하는데 밤이 좀 어두웠나 봐요. 그 다리가 가로등이 없거든요.”

    “알았네. 들어가지!”

    강백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응급실에 들어가는 성현의 가족에게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내가 무슨 이야기하는지 보고 올까?]

    “아니요. 괜찮아요.”

    백현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때, 박창현 비서가 주차를 마치고 올라오다 강백현을 보고 입을 열었다.

    “넌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네?”

    “네가 뭔데 도련님하고 식사를 하고, 이렇게 위험한 상황을 만드냐고.”

    “회장님이 무슨 말씀 하셨습니까?”

    “그런 건 아닌데, 분위기가 좀 그랬어. 여기 천안까지 오는 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신데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냐?”

    강백현은 자신을 나무라는 박창현에게 속내를 전했다.

    “회장님이 그러신 거 아니면 좀 가만히 계십쇼.”

    “뭐 인마?”

    “전후사정 모르시면 그냥 가만히 계시라고요. 진짜 모르면 좀 나서지 마시고요.”

    “하-아, 진짜! 너 나한테 개기냐?”

    강백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가씨랑 곧 헤어질 것 같은데, 분위기 파악 좀 해. 어? 지금 네가 화낼 때야?”

    박창현의 말에 강백현이 인상을 쓰려는 찰나, 응급실 문이 열리며 김성현이 백현을 불렀다.

    “백현 씨, 들어와요.”

    “아, 실장님, 아닙니다.”

    “들어와요. 아빠가 데리고 오래요.”

    “알겠습니다.”

    * * *

    김동성은 응급실에서 깨어난 것을 깨닫고 당황한 눈치였다.

    ‘나 여기 왜 있어? 내가 여기 왜 있어?’

    의사들이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이유를 묻는다.

    “여기는 안 아파요?”

    “아… 거긴 괜찮아요.”

    “여긴 어때요?”

    “거기도 괜찮습니다.”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지만, 일단 내부 출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CT 촬영할 거예요. 머리에도 살짝 피가 나서 괜찮으면 MRI 촬영도 해보고 싶거든요. 보호자분, 어떻게 할까요?”

    “네. 검사하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제대로 확인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백현은 고개를 숙인 채로 조심스럽게 들어와 김도한 회장에게 다시 인사를 드렸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나? 상황 설명 좀 해 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그래.”

    “같이 식사하려고 장소 이동 중에 다리가 조금 어두웠나 봅니다. 그래서 차량이 다리 밑으로 떨어져서 깜짝 놀라 바로 119에 신고해서 이렇게 됐습니다.”

    그때 김도한 회장의 여동생 김도희 회장이 말했다.

    “아니! 이봐! 우리 동성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식사를 하냔 말이야. 둘이 왜 만났어?”

    “그것까지는 저도 잘….”

    그러자 김도희가 백현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왜 네가 우리 귀여운 조카 동성이를 이 촌구석까지 부르냔 말이야! 어?”

    “네? 도련님이 먼저 뵙자고 연락했습니다.”

    “동성이는 네가 먼저 보자고 했다는데? 우리 동성이가 거짓말 할 리가 없잖아!”

    “아닙니다. 도련님이 먼저 뵙자고 하셨습니다.”

    김도한 회장은 김동성과 강백현의 주장이 상반되자 고개를 저었다.

    ‘누구 말이 맞는 거야?’

    반면, 김도희 회장은 조카인 동성의 편이었다.

    “장소는 왜 그런 곳으로 잡은 건데?”

    “네?”

    “왜 사람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저녁을 먹겠다고 한 거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잖아. 대답해 봐. 장소는 왜 거기로 잡았어?”

    “제가 잡은 거 아닙니다. 도련님이 잡으셨습니다.”

    강백현은 자신을 의심하는 김도희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순간 답변을 멈췄다.

    “거짓말!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 뭘 숨기는 거야! 도대체 뭘 숨기냐고!”

    “……”

    “혹시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난 네 놈을 능지처참 시킬 거야.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네란 존재를 지워버릴 거야. 알았어?”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아닙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김도희 회장이 언성을 높이는 가운데 강백현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오빠, 빨리 경찰 불러. 이 새끼 이거, 동성이 죽이려고 한 거 아니야? 성현이랑 잘 되는 거 방해되니까 미친 짓 한 거 아니냐고.”

    지방대 출신, 보잘 것 없는 재산, 거기에 김성현이랑 사귄다는 정황까지 모든 게 의심스럽다.

    그때 김동성이 김도한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빠, 고모! 경찰 부르지 마요. 누나가 사랑하는 사람이잖아요.”

    “미쳤다 미쳤어. 야. 너 죽이려고 했던 거 아니야? 우리 동성이 너무 착해. 너무 착해서~ 바보 같애.”

    김도희가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갔다.

    “환자분 CT 촬영 바로 하겠습니다. 이동하실게요.”

    “네. 아빠 경찰 부르지 마요. 누나 결혼해야죠. 누나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해야죠.”

    “……”

    김동성이 침대에 누운 상태로 CT 촬영을 위해 빠져나갔다.

    강백현은 멍한 표정으로 김성현을 바라보았다.

    김성현은 아무 말 없이 백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이 들이닥쳤다.

    “어휴~ 늦게 왔네. 바로 오라니까.”

    “네. 부주시에서 인계 받는 게 느려서 조금 늦었습니다. 신고자 김도희 씨 맞으시죠?”

    “메리야트 식품, 김도희 회장이고, 이 친구 잡아가. 우리 조카 죽이려고 한 살인마.”

    김도희 회장이 다시 강백현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조사가 필요한 과정인데, 물어보긴 하겠습니다. 강백현 씨, 오늘 김동성 씨와 만난 적 있으시죠?”

    “네. 맞습니다.”

    “강백현 씨는 최근 김성현 씨하고 사귀었다고요?”

    “네. 진지한 관계로 만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 됐고요. 일단 조사차 내일 경찰서에 출석하실 수 있는 거죠?”

    “네.”

    “저희도 정황증거 확인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대로 그냥 가?”

    “네. 아직 증거 취합이 덜 돼서요.”

    “아니 이런 게 어딨어? 세금을 받았으면 일을 똑바로 해야지. 내가 범인이래잖아. 얘가 동성이 죽이려고 그랬다니까?”

    “아, 네. 김도희 씨 주장은 그런데요. 그 당시 장소에 김도희 씨가 있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맞죠?”

    “…….”

    “일단 김동성 씨 진술도 받아보고, 현장 증거도 있으니까요. 그거 확인해서 취합해서 빠른 시일 내에 결론 내릴게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희 일 똑바로 하고 있고요. 지금 휴일이고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출동해서 현장 확인 하고 있으니까, 좀 자제해주시고요?”

    “뭐라고?”

    김도희가 짜증을 부리자, 김도한 회장이 동생을 말렸다.

    “그만 좀 해.”

    “아니, 짭새 새끼들이 날 무시하잖아. 나 메리야트 식품 회장 김도희야! 자제해?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강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경찰관이 전화를 받았다.

    “네. 부주시 김창훈 경관님?”

    - 블랙박스 확인했고, 범인이 차량 운전자 같던데요? 그 다리에서 떨어지신 분이 범인이에요. 그 분이 사람 치려고 엄청 밟다가 핸들이 틀어져서 다리에 떨어진 것 같더군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때마침 CT를 찍고 나오는 김동성.

    천안에서 나온 경찰관들이 그를 향해 수갑을 꺼내며 말했다.

    “김동성 씨, 당신을 살해미수혐의로 즉각 체포합니다. 미란다 3원칙에 의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김동성이 현장에서 체포되자, 김도한 회장이 뒷목을 잡았다.

    “아이고야! 아이고! 내가 미치겠다. 씨발, 저것도 아들이라고! 아이고야!”

    “아빠. 아빠!”

    “당신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뻘쭘해진 김도희 회장.

    “동성아, 네가 죽이려고 한 거였어?”

    “씨발… 고모! 신고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신고 취소하면 안 돼? 신고 취소하자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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