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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43화 (43/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43화

    현재 윤현주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지만, 문제는 없었다.

    백현에게는 정보통이 있으니까.

    강백현이 최용규에게 물었다.

    “윤현주 씨, 지금 어디에요? 어디에 있어요?”

    [청담동, 뷰티헤어살롱. 2층에서 머리 말리고 있어. 빨리 가.]

    “전화번호 좀 알려줘요.”

    [내가 그 여자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

    “뷰티헤어살롱이라며! 거기 전화번호 있을 테네 그거 알려 달라고요. 사업장에 전화번호 없을 리가 없잖아요.”

    [아~ 오케이. 알아볼게.]

    최용규가 사라졌다.

    그리고 강백현도 빠른 채비를 하고 청담동으로 이동했다.

    그때, 마르코가 강백현을 불렀다.

    “자기야! 지금 뭐해?”

    “데리러 갑니다.”

    “누구?!”

    “윤현주, 그 모델, 데리러 갈 겁니다. 한 시간 내로 올게요. 반드시 데려올게요.”

    * * *

    백현은 택시를 타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최용규한테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통화를 시도했다.

    청담동. 뷰티 헤어살롱.

    거기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 네. 청담 뷰티 헤어살롱입니다.

    수화기에서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윤현주 씨 계시죠?”

    - 네? 누구세요?

    “패션쇼 담당자인데요. 윤현주 씨 계신 것 압니다. 전화 바꿔주세요.”

    송화기를 무음버튼으로 누른 후, 헤어 디자이너가 윤현주에게 물었다.

    “현주야! 패션쇼 담당자가 너 찾는데?”

    “언니, 나 없다고 해.”

    “응. 알았어.”

    다시 송화버튼을 누르고 대답하는 디자이너.

    “현주 씨, 오늘 여기 안 왔어요.”

    - 조미나 디자이너님?

    “네?!”

    “윤현주 씨, 거기에서 지금 엘레강쥬 패션 잡지 보면서 머리 말리고 있는 거 다 압니다. 빨리 바꿔줘요.”

    이 낯선 남자는 자신의 이름에다가 윤현주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조미나 디자이너가 윤현주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언니! 없다고 하랬잖아.”

    “얘는! 기집애야. 이미 너 보는 잡지 이름까지 알고 있더라. 내 이름도 알고 있고. 또 어떤 놈이야?! 네 남자친구지? 어?!”

    “아니야. 언니, 나 그런 사람 아니야!”

    “이그, 됐어! 빨리 받아.”

    “아~ 진짜, 아니라니까!”

    윤현주는 짜증을 부리다가도 공손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저, 누구세요?”

    - 윤현주 씨, 저 아시죠? 김실장님이랑 같이 식사했던 강백현입니다.

    “네. 알아요.”

    - 현주 씨, 다른 말 안 할게요. 도와주세요.

    “……”

    - 제발, 도와주세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일입니다. 김성현 실장, 그 패션쇼 6개월 동안 준비했어요. 모든 걸 현주 씨한테 맞춰놓았고요. 현주 씨가 없으면 패션쇼가 성립되지 않아요! 네?

    “저도 사정이 있어요.”

    - 고기웅이죠? 고기웅 본부장이 막은 거죠?

    “미안해요. 끊어요.”

    - 윤현주 씨! 윤현주 씨!

    윤현주는 전화를 끊었다.

    “왜 그래?! 현주야.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언니, 나 머리 빨리 말려줘. 아무래도 여기 떠야할 것 같아.”

    “뜨다니?”

    “그 사람, 여기 찾아올 것 같단 말이야. 내가 지금 곤란하니까, 얼른 마무리해줘. 알았지?”

    “응. 알았어.”

    * * *

    강백현이 계속해서 전화를 시도해보지만, 뷰티살롱은 통화가 되질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자리 이동한다. 거기로 가는 거 눈치챘나 봐.]

    그런데 택시 기사가 뒤를 돌아보았다.

    “네?”

    강백현은 멋쩍은 얼굴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저씨, 통화중이에요. 신경 쓰지 말고 가주세요.”

    “아… 네.”

    강백현은 최용규에게 말을 이었다.

    “선배, 지금 성현 씨 관련된 일이니까, 윤현주에 관한 정보를 모아줘요. 이쪽에 유리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서 나한테 전달해줘요. 지금 당장이요! 30분 내로 설득해서 돌아가야 하니까! 급합니다.”

    [알았어. 10분 내로 올게.]

    “응.”

    최용규가 떠나고, 강백현이 초조한 마음으로 고기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받지 않을 줄 알았던 고기웅이 의외로 쉽게 전화를 받았다.

    - 어. 강 비서? 무슨 일이야?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윤현주 씨, 본부장님이 빼돌리신 거잖아요.”

    - 뭐? 빼돌려? 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네. 책임지라면 져야죠. 지금이라도 마음 돌려줘요. 윤현주 씨, 우리하고 같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네?”

    - 넌 뭔데 계속 나서지?

    “아가씨가 잘 되어야 저도 잘 되니까요. 지금 본부장님이 배후라는 거 알면 아가씨가 본부장님을 좋아하겠어요?”

    -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한 모양인데, 난 그런 적 없어. 그럴 생각도 없고.

    “그렇군요. 본부장님이 윤현주 씨한테 패션쇼 참가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는 거네요.”

    - 그래. 사람 그렇게 치졸하게 만들지 마. 난 그런 사람 아니니까.

    “네.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오해했네요.”

    강백현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패션쇼 현장은 최종 리허설을 마친 상태였다.

    마르코가 같은 직원 고연주에게 물었다.

    “자기야! 현주 씨 연락 해봤어?”

    “전화가 꺼져있어.”

    “아~ 뭐 그런 애가 다 있니? 이거 어떻게 해? 응? 지금 당장 모델을 섭외할 수도 없잖아.”

    직원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성현이 모두를 진정시켰다.

    “기다려 봐요. 백현 씨가 찾으러 갔으니까 일단 저희는 준비한 그대로 갑시다. 현주 씨가 없으면 없는 대로 가면 되는 거예요.”

    “하지만! 그 드레스는 실장님이 가장 아끼던 드레스잖아요. 그거 만든다고 거의 1년을 구상해서 만드신 드레스잖아요.”

    “맞아요.”

    “매일매일 입어보시고, 사이즈 체크하면서 자기하고 체형이 맞는 모델이 입었으면 좋겠다고, 현주 씨 모델로 세우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거 잘 어울릴 거라고… 매일매일 그 얘기만 하셨잖아요.”

    “그래요. 그러니까 하는 얘기에요. 한 명 빠진 것 때문에 전체를 망칠 수는 없잖아요. 네? 지금 다른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네.”

    “10분 후, 셀럽들 입장합니다. 모두 리허설 그대로 가주시고요. 현주 씨는 무조건 참석한다는 전제하에 무대 조명, 음악, 그리고 모델 워킹 순서! 다 그대로 가겠습니다. 조명감독님! 그리고 음향감독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그대로 가 주세요.”

    김성현은 차분했다.

    어떠한 역경이나 위기가 와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난 혼자 해결할 수 있어.’

    * * *

    같은 시각, 강백현은 택시를 돌려 윤현주가 있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위치는 알고 있었다.

    최용규가 있었으니까.

    어디로 도망을 가든 추격할 자신이 있는 것이다.

    [얘 진짜 단단히 마음 먹었나보다.]

    “괜찮아. 게임 끝났어.”

    [뭐? 게임이 끝나다니?]

    “봐둬. 내가 어떻게 설득하는지.”

    백현은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윤현주는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을 한다는 걸까?

    커피숍에 들어간 강백현이 창가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윤현주를 발견했다.

    청담동, 그녀가 아무리 유명한 모델이라도,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어도 누가 관심 가지지 않는 동네.

    그래서일까? 한가한 자세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강백현이 그런 윤현주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표정을 감추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현주 씨.”

    “어?”

    “기다렸어요.”

    “기다리다니요? 나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사방을 다 뒤졌어요. 시간이 없어서요.”

    “말도 안 돼! 온 지 5분 밖에 안 됐는데?”

    “빨리 패션쇼 가요. 지금 가도 아슬아슬해요.”

    “아, 사정이 있어요. 이러지 마요.”

    “그 사정, 제가 해결했어요. 스마트폰 전원 켜 봐요.”

    “……”

    꺼놓은 휴대폰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알림이 울린다.

    그건 문자 수신을 알리는 소리.

    그것도 고기웅한테 온 문자였다.

    [From : 고기웅 본부장님]

    현주 씨, 상황이 바뀌었어요. 김성현 실장이 준비한 패션쇼 반드시 참석해주세요.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아….”

    “빨리 나가요! 차 준비해뒀어요. 빨리 가요.”

    “네! 네!”

    택시는 커피숍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걸 타고 바로 움직이는 강백현과 윤현주.

    불과 20분 만에 패션쇼가 열린 현장에 도착했다.

    윤현주가 뛰어 들어가고, 강백현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힘들다. 힘들어.”

    [잘 했어. 너 대박인데?]

    “뭐가요?”

    [발신번호 수정해서 윤현주한테 메시지 보낸 거잖아. 아니야?]

    “그래요. 대신에 난 고기웅한테 완벽하게 찍히겠죠.”

    [잘 했어. 인마! 잘한 거야.]

    “모르겠네요. 내가 너무 나선 것은 아닌지….”

    [됐어. 잘한 거야.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다 지켜줄 테니까 걱정 말고. 알았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패션쇼가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네요.”

    * * *

    그런데 이상했다.

    셀럽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뭐야? 왜? 왜?!’

    사람들은 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특히 기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가관이었다.

    “오늘 패션쇼 대박! 완전 특종이었어.”

    “맞아. 김성현 실장, 그렇게 안 봤는데, 독종이야. 아주! 응?”

    “그러니까요. 재벌가 따님이라 그런 모습 안 보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니까요.”

    강백현이 당황해서 패션쇼 현장으로 들어갔다.

    모델들이 다 같이 모여 있고, 주요 바이어들은 마르코와 명함을 교환하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윤현주가 보였다.

    들어가기를 머뭇거리는 그녀.

    오히려 되돌아 나오고 있었다.

    “현주 씨…”

    “이미 끝났어요. 미안해요.”

    “네?”

    “나, 망했어! 망했어! 망했어! 어떻게 해!”

    윤현주가 실망한 듯 비틀거리며 바깥으로 걸어나간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강백현.

    결국 모델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고연주와 윤진희에게 물었다.

    “연주 씨, 진희 씨, 지금 실장님 어디 계세요?”

    그러자 고연주가 미소를 지으며 백현에게 되물었다.

    “어디 있는지 모르시겠어요?”

    “네. 모르겠는데요.”

    “바로 옆에 계시잖아요. 실장님! 여기 보시면서 손 좀 흔들어주세요!”

    “응!”

    패션쇼, 윤현주를 대신한 모델.

    그건 바로 김성현 실장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까 워킹 실수했는데 괜찮겠지?”

    “네. 그 정도면 괜찮아요. 실장님은 일반인이잖아요. 충분하죠.”

    “그래.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윤현주의 빈자리를 대신한 사람은 다름 아닌 김성현이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드레스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강백현은 곧바로 사과했다.

    “실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현주 씨 왔다 돌아간 거 확인했어요. 고생하셨어요. 백현 씨, 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러자 고연주와 윤진희가 서운한 듯 끼어들었다.

    “실장님~ 저희도 고생했어요! 저희도 칭찬해주세요!”

    “알아! 우리 연주 씨랑 진희 씨가 고생한 거 내가 너무나 잘 알지. 끝나고 우리 삼공주들끼리 한 잔 할까?”

    “좋죠!”

    “그래. 근처에 좋은 데 알고 있어.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치우는 건 내일부터 하자.”

    “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성현 실장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했다.

    그녀는 준비된 인재였다.

    아니, 그 준비를 위해 홀로 크나큰 노력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강백현의 눈에 그런 김성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최용규가 말했다.

    [야! 눈 떼! 인마! 우리 성현이한테 그런 눈빛 보내지 마! 어?!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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