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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28화 (28/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28화

    회장님을 수행하고 돌아온 박창현이 숙소로 들어갔다.

    노예가 산다는 그곳을 누군가가 혼자 정리하고 있다.

    물건은 다 빠져있고 안쪽에서는 커다란 비닐봉지에 얼굴과 팔만 빠져나오도록 작은 구멍을 뚫은 복장을 입은 백현이 있었다.

    박창현이 그걸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하냐?”

    “네?”

    “너 뭐하냐고.”

    “도배 하고 있었는데요.”

    “도배 해 봤어?”

    “그럼요. 자주 했습니다.”

    봉사활동을 다니게 되면 이런 일을 자주 접한다.

    그래서 강백현은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었다.

    “아~ 맞다. 박 비서님? 벽에 곰팡이 생긴 것은 결로현상 때문에 그렇거든요. 단열 벽지 사서 붙이면 겨울에 춥더라도 웬만하면 괜찮을 거예요. 거의 다 마무리했으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아~ 응.”

    강백현은 익숙한 듯 곰팡이 핀 벽에 자재를 덧대고 도배 풀을 바른다.

    크기가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재단을 하고 다시 벽지를 붙이고, 벽지가 튀어나오면 현장에서 바로 조치하여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그걸 본 박창현이 신기한 듯 물었다.

    “너 좀 한다?”

    “그럼요. 이런 일 많이 했었거든요.”

    29살에 공무원에 합격한 강백현.

    그는 가정환경 때문에 공부에만 집중할 순 없었다.

    낮에는 일용직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

    물론 그렇다고 매일 일용직으로 일했던 건 아니다.

    노가다 특성상 일감이 없을 때도 많은데 그럴 때는 집중해서 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그게 강백현이 살아온 길.

    강백현의 가족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창현은 바깥에 나온 자신의 물품들을 바라보았다.

    의복은 세탁에 건조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상태다.

    “옷하고 속옷은 어떻게 말렸냐?”

    항상 보일러실에 있던 수도꼭지로 세탁을 했던 박창현 수행비서.

    그래서 옷을 말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불과 5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세탁이 완벽하게 되어 있다.

    강백현은 방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안에 아주머니 계시던데요?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려서 세탁했죠.”

    “뭐?!”

    “말씀드렸잖아요. 아주머니한테 부탁드렸다고요. 흔쾌히 해주시던데요? 이것도 제가 잘못한 건가요?”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회장님의 집.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행동이었지만, 강백현은 달랐던 것이다.

    그는 집안 도배를 마치고는 입을 열었다.

    “박 비서님? 저희 2주 동안 나가서 자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들은 바가 없는데?”

    “저희 둘, 호텔에서 출퇴근하랍니다. 내일부터 건축사에 설계변경 의뢰하고, 구청에서 승인 받으면 화장실하고 간이주방 공사 한다더군요. 그때부터는 다시 안에서 지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도배는 왜 했어?”

    “할 게 없어서요. 놀아서 되겠습니까? 일하러 왔는데, 일당 값은 해야죠.”

    백현이 씩 웃으며 짐을 들며 물었다.

    “박 비서님, 혹시 차 있으세요?”

    “있긴 한데 왜?”

    “짐, 차에다가 실을 게요. 호텔로 가야죠.”

    “응. 아, 그래.”

    박창현은 짐을 운반하는 강백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이상한데? 왜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리지?’

    사실 돌아와서 혼내주려고 했다.

    교육을 제대로 시켜서 눈물, 콧물 다 빼며 질질 짜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었는데, 일들이 기가 막히게 잘 풀리기만 하니, 신기할 따름.

    물론 강백현도 막무가내로 막 나간 것만은 아니다.

    칼 같이 각도를 잰 결과.

    너무 막 나가면 잘릴 수도 있으니, 뭐든지 적당히 건들고, 적당한 수준에서 발을 빼고 있었다. 그런 행동이 박창현의 행동을 무마시킨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간단한 짐을 백팩에 넣어서 매고, 어떻게 보면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박창현의 짐도 양 손에 들어 옮긴다.

    그러자 수행비서 박창현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보면 정상인 것 같기도 하고, 싹싹하기도 한데? 도대체 이 새낀 뭐야?!’

    분명 죽이고 싶을 정도의 사고뭉치였다.

    그런데 결과만 보면 너무 좋다.

    일단 리모델링 확정.

    거기에 2주 동안 호텔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고 회장님의 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에서 자신의 짐을 들고 걸어가는 강백현을 불렀다.

    “백현아!”

    “……”

    “신입! 너 도대체 뭐냐?”

    그런데 녀석은 뒤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선배랑 저랑은 계약관계잖아요. 시키는 대로 해야죠.”

    그걸 들은 박창현의 눈이 뒤집혔다.

    ‘계약 관계? 나랑 계약관계라고?’

    * * *

    사실 강백현의 바로 옆에는 유령 최용규가 있었다.

    최용규가 강백현에게 말을 걸기에, 그도 유령의 말에 대답하고 있었던 것.

    [너, 요즘 내 말 잘 믿는다?]

    최용규의 말에 강백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선배랑 저랑은 계약관계잖아요. 시키는 대로 해야죠.”

    뒤에는 박창현이 이 말을 듣고 당황하는 중.

    그런데 강백현은 뒤에서 박창현이 따라오는지 모르고 있었다.

    최용규는 갑자기 장난을 치고 싶었다. 그래서 원하는 방향으로 대답을 유도했다.

    [너랑 같이 살게 된 비서, 이름이 뭐였지?]

    “박창현?”

    그러자 뒤에 있던 박창현이 반응한다.

    ‘지금 나 부른 거야?’

    그걸 확인하고 싱글벙글 웃는 최용규. 그가 강백현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너 부모님 사랑하냐?]

    “사랑하죠.”

    그러자 뒤에서 예상보다 더 큰 반응이 왔다.

    “너 뭐라고 했냐?”

    강백현은 갑자기 등장한 박창현에 당황했다.

    “네?”

    “내 이름 말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아니요. 혼잣말이었는데요.”

    그런데 박창현은 분명히 들었기에 다시 되물었다.

    “분명히 네가 말했잖아. ‘박창현, 사랑하죠’라고!”

    “아, 아니에요. 잘못 들으셨겠죠!”

    “뭐가 아니야?! 너 나 떠 본 거지? 너 그 쪽이냐? 나한테 잘 보이려고 도배한 거야?”

    “아… 아니라니까요.”

    강백현은 킥킥 웃는 최용규를 보며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정색했다.

    “아~ 저 그냥 가끔 혼잣말 합니다. 혼잣말 할 수도 있죠.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세요?”

    뭔가 얼버무리며 넘어가려는 듯한 강백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른 것도 다 의심스러웠다.

    갑자기 숙소를 호텔로 잡은 것도 그렇고, 이 새끼 눈빛도 좀 이상하다.

    그런 박창현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강백현!”

    “네?”

    “왜 침대가 더블이냐? 트윈으로 잡았어야지!”

    침대 사이즈 더블.

    침대가 2개인 방이 배정되어야 하는데, 직원의 실수로 침대사이즈가 큰 더블룸으로 배정된 것.

    즉, 남자 둘이 한 침대에서 자야 할 상황인 것이다.

    사소한 우연이 필연이 되고, 확신이 된다.

    “박 비서님! 오해에요! 오해.”

    “아니야. 너 의도했어! 의도한 것 분명해!”

    “바꿀게요. 아~ 더블로 잡혔지? 미치겠네.”

    * * *

    다행히 그 날 저녁까지 아무 일 없었다.

    강백현은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조심했다.

    이번에도 각도기를 잘 재야만 했다.

    자신의 순수한 정체성이 의심받고 있었으니까.

    자신을 다른 의미로 주시하고 있는 박창현.

    박창현의 심각한 눈길에 옆에서 킥킥대는 최용규.

    평소라면 허구한 날 김성현 옆에 들러붙어 있을 선배가 지금은 곁에서 자꾸 쫑알쫑알 귀찮게 한다.

    강백현은 후회했다.

    집에서 성주단지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최용규가 이리저리 난리를 친다.

    손톱 한번만 살짝 긁어줘도 비명을 지를 망자인데.

    [백현아, 쟤, 널 그쪽으로 보는 게 분명하다. 크크, 널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거 너무 티 나는데?]

    ‘나도 알거든요?’

    진짜 얄미워 미칠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앞에서 유령과 대화를 하면 미친 놈 취급을 당한다. 일단은 조심해야 할 터.

    그때, 박창현이 먼저 강백현의 이름을 불렀다.

    “야, 신입!”

    “네?”

    “너 만나는 여자 없냐?”

    “없는데요.”

    “왜 없어?”

    “여자라면 지긋지긋합니다. 사실 당한 것도 많고요.”

    “그래? 일단 알았어. 그럼 다른 거 하나만 더 묻자.”

    박창현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네. 물어보세요.”

    강백현은 대답했다.

    “너, 혹시 호모냐?”

    “뭐라고요? 호모요?”

    “그래. 게이 인마! 남자 좋아하냐고!”

    “아~그 질문 그만 하시죠.”

    강백현은 의미 없는 대화를 애써 차단하며 주제를 돌렸다.

    그런데 박창현은 오히려 여기서 확신을 얻었는지 신신당부했다.

    “나 화장실 문 잠글 테니까 절대 들어오지 마라. 알았지?”

    “제가 박 비서님 화장실 쓰는데 거길 왜 들어가요?”

    “됐어. 너 의심스러워. 이상해.”

    비서들은 대부분 체격이 좋다.

    보디가드의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사모님이나 회장님의 물건을 대신 들어야 하고, 가끔은 가구도 옮겨야 한다. 아무튼 뭐든 만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은 무도 단증이 있거나 키가 훤칠하고 체격이 좋은 사람을 뽑는다. 물론 인성도 본다.

    박창현은 김성현 아가씨에 대해 아주 잘 알았다.

    그리고 그 주변인물도 잘 알았다.

    분명 그쪽 성향이 많은 패션계였다.

    강백현도 그쪽이 아닐까?

    * * *

    한편, 안에서 샤워기 소리가 들리자, 강백현이 실실 쪼개는 최용규를 향해 화를 냈다.

    “아! 뭡니까? 일부러 오해 사게 그런 말 유도한 거죠?”

    [설마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아,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박 비서가 나 게이로 의심하고 있잖아요? 이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네?”

    [뭘 어떻게 해? 그냥 지내야지. 아니면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자고 하던가!]

    “그 방법이 좋겠네요. 사람끼리 말 좀 하다보면 풀리는 것도 있으니까.”

    [그래.]

    박창현은 씻고 나와서도 백현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침대가 하나니까 유독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강백현이 1층 프런트에 요구해놓은 모양이다.

    “방 353호로 가면 된답니다. 거기 침대 2개래요.”

    “응. 바로 옮기면 되냐?”

    “네.”

    이제 각자 다른 침대.

    아예 서로 다른 방을 얻어서 자면 좋을 텐데.

    하지만, 공짜로 숙박을 제공받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요구는 지나치다는 것을 잘 아는 박창현이었다.

    그런데 신입 녀석이 또 유혹을 해온다.

    “첫 날인데, 술 한 잔 어떠십니까?”

    “왜 너랑 마셔야 하는데?”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죠. 오해도 풀어야 하고 말입니다.”

    “너 완전 이상하거든? 벌써부터 친해지는 건 오바야, 인마!”

    “전 박 비서님이 더 이상합니다. 친해지는 게 잘못된 겁니까?”

    “난 일 잘 하는 놈이 필요하지. 친한 놈이 필요한 건 아니거든? 그리고 너 눈빛이나 행동 이상해!”

    “아~ 진짜 계속 그쪽으로 몰아가면 저보고 어쩌란 겁니까?”

    * * *

    다음날 이른 아침, 수행비서인 박창현에게 김성현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아가씨, 박 비서입니다.”

    - 강백현 씨한테 차 좀 대기해달라고 부탁해요.

    “네 아가씨. 혹시 목적지가 어떻게 되십니까? 미리 길 파악하라고 말 해두겠습니다.

    - 대현 백화점으로 갈 생각이에요. 9시 30분까지 차 대기하라고 말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대기시키겠습니다.”

    기사님이 따로 있긴 하지만 회장님, 사모님이 차량을 사용하시면 가끔 수행비서 2, 3이 아가씨와 도련님을 수행할 때가 있다.

    강백현을 수행비서 3으로 고용한 건 아가씨이니 가장 먼저 일을 주는 건 당연한 거긴 한데.

    ‘어? 아가씨는 보통 혼자 다니는 걸 선호하시는데!’

    그런데 왜 강백현을 따로 불렀을까?

    박창현은 고민에 빠졌다.

    남녀 관계란 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잘생긴 외모와 키. 남자가 봐도 멋있는 백현의 모습.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런 의심이 싹 사라졌다.

    이 녀석은 취향이 확고하다.

    이상한 말투에 자꾸 자신을 떠보는 듯한 행동.

    혼잣말로 자신을 사랑한다 하질 않나, 호텔방도 남자 둘에 침대 하나로 잡는 것까지. 모든 게 노린 듯한 느낌이다.

    더구나 친해지고 싶다고 술 한 잔 하자는 소리까지.

    박창현은 군대에서 그런 성향을 가진 선임을 본 적이 있었다.

    생활관에서 자신에게 뽀뽀를 하고 안 받아주면 자꾸 삐지고.

    샤워실로 가면 졸래졸래 쫓아와서 물 뿌리고.

    강백현의 행동이 그 녀석과 묘하게 겹친다.

    다행히 지금은 그때와는 반대상황.

    지금 직장에서는 자신이 엄연히 상사다.

    그가 백현을 불렀다.

    “백현아.”

    “네. 박 비서님.”

    “출근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팬티를 훌렁훌렁 벗는 강백현.

    알몸 상태로 양말부터 신고, 양말 신은 다음에는 내의부터 입는다.

    ‘도대체 왜 팬티부터 안 입는 거냐!’

    의식하다 못한 박창현이 후배를 나무랐다.

    “백현아~ 적어도 속옷은 팬티부터 입어줄래?”

    “네?”

    “아니다. 너 화장실 가서 옷 갈아입고 와.”

    “아~ 아직도 오해하시는 겁니까? 남자끼리 뭐하는 겁니까?”

    “응. 너 이미 정체성 탄로 났어. 숨겨도 소용없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박창현은 여전히 녀석과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다.

    * * *

    다시 회장님 댁 쪽방이다.

    호텔에서 30분 거리.

    그 쪽방 옆 차고에서 박창현이 백현에게 물었다.

    “너 운전 잘 하지?”

    “네. 기본은 합니다.”

    “아가씨가 대현 백화점 청담점으로 가실 거야. 수행하고 와.”

    “주의할 점은 없습니까?”

    “성현 아가씨는 까다롭지 않으시니까 달리 문제될 건 없어. 과속하고 신호위반만 하지 않으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거면 뭐, 자신 있습니다.”

    차량에 들어가서 시동을 켜고 대문 앞에 정차한 후 김성현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박창현이 그걸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때, 김성현이 차고 쪽으로 걸어 나왔다.

    “아가씨!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박창현이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데, 강백현이 시작부터 실수를 한다.

    “오래 걸리셨네요?”

    “네?”

    “아닙니다. 타시죠!”

    ‘아~ 미치겠네.’

    김성현과 친하다는 듯 선을 넘는 강백현.

    김성현은 그걸 또 받아준다.

    “백현 씨! 운전은 잘 하죠?”

    “그럼요! 엄청 잘 하죠. 베스트 드라이버죠.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강백현의 틱틱 대는 말투에 박창현의 입에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출발하죠.”

    “네. 모셔드리겠습니다. 안전벨트 단단히 매십시오.”

    백현이 차량을 몰고 저택을 빠져 나갔다.

    차가 멀어질수록 박창현의 근심이 더해갔다.

    오늘은 강백현이 무슨 사고를 칠까?

    과연 사고를 치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생각도 잠시, 김도한 회장이 박창현을 호출했다.

    - 박 비서.

    “네. 회장님.”

    - 우리 성현이 출발한 거 확인했나?

    “네. 저는 아가씨 출발한 거 확인한 후에, 사모님 외출 건이 있어서 대기 중입니다.”

    - 음, 그 신입 있지? 성현이가 추천해서 고용한 애.

    “네.”

    - 성현이랑 그 친구 무슨 관계인 줄 아나? 어제 자네들 숙소 관련 건으로 나한테 떽떽 거리던 게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그래. 남녀관계가 원래 좀 그렇잖나. 자네가 2주간 지내보며 어떤 친구인지 알아봐 주게.

    그런데 박창현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회장님?”

    - 응. 뭐 할 말 있나?

    “그 친구가 성현 아가씨를 좋아할 것 같진 않습니다.”

    - 그게 무슨 말이지? 뭔가 알아낸 게 있다는 건가?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 말해보게.

    뭔가 걱정스러운 듯한 김도한 회장.

    그런데 박창현은 확신이 있었다.

    “이런 말 하긴 죄송하지만, 저 그놈하고 같이 지내기 싫습니다.”

    - 자세히 말해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군.

    “아가씨가 패션 쪽이시니, 그쪽 남자들과 친한 건 회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 친구도 아마 그쪽인 것 같습니다. 동성을 좋아하는 놈이죠. 밤새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 그래? 그럼 다행이군. 일단 확실해질 때까지 자네가 더 가까이에서 지켜봐주게. 자네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확보해두고.

    김도한 회장은 박창현과의 통화를 끊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최용규. 낄낄 대며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크크크크. 이렇게 진행될 줄은 예상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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