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8화
백현의 말에 김태웅은 대답 없이 옆 자리에 앉았다.
“이모! 여기 소주잔 주세요. 진영아! 자리 마련해줘서 고맙다. 태곤이도 나와줘서 고맙고.”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
강백현이 치켜 뜬 눈으로 김태웅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김태웅은 대응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말투로 소주잔을 내밀며 한 마디 할 뿐이었다.
“친구끼리 한 잔 하자. 따라줘.”
“너 그런 말이 지금 나와?”
자신과 흔들리는 중인 여자친구를 데려간 녀석.
백현은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강백현의 감정 섞인 말에 김태웅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단은 마시자. 나도 너한테 잘못한 거 있었으니까, 그거 풀려고 온 거야. 너 나 톡도 아예 차단했던데? 전화도 수신 거부 걸려있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네가 나 같으면 너랑 연락하겠냐?”
“연락 못하지. 인정해. 그래서 부른 거고.”
둘의 대화에 조진영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서로 죽마고우 같이 지내던 사이였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참 틀어져버린 것.
“둘이 왜 그래? 싸웠어?”
조진영의 질문에 강백현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하하, 미치겠네. 이 자식이 말이야. 아니다. 말을 말자! 어휴! 아~ 화나!”
강백현은 미진이 생각에 갑자기 열불이 났다.
김태웅에 윤미진! 하나 같이 자기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다.
그런데 녀석은 그 관계를 다시 돌려놓으려고 하고 있다.
“백현아,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정말 잘못했어.”
“잘못하면 오질 말았어야지. 기분 좋은데 왜 산통을 깨는데? 어?!”
그때 이모가 안주를 들고 오며 말했다.
“어휴~ 공무원 총각들이 왜 그래?! 다들 훤하게 생겨가지고! 다들 잘 지내봐~ 응?! 이모가 서비스 줄게. 가게에서 화내지 말고. 응?”
“알겠어요. 이모! 야! 일단 먹자! 먹고 나서 네가 할 이야기가 뭔지 들어나 보자고~.”
“고맙다.”
후배인 태곤이는 말이 없어졌고, 조진영은 옆에서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태웅이가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여자친구를 빼앗은 것에 대한 사죄.
“미진이랑 사귀는 것은 정말 미안하게 됐다. 나도 남자다 보니까 이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러다보니 선을 넘은 것 같다. 정말 미안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조진영이 열 받아서 김태웅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우와! 이 새끼 미쳤네? 너 진짜 그랬어? 백현이랑 미진 씨랑 사귀는데, 그걸 파탄 냈다고? 네가 끼어들어서?”
“응.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사람 감정이 이게 쉽지가 않더라구.”
강백현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와서 왜? 왜 사과를 하는데?
“그럼 지금 다시 미진이랑 내가 잘 되기라도 바라는 거야? 너 미진이랑 싸웠냐? 미진이가 너 싫대?”
“그건 아니고, 반대야. 우리 벌써 결혼 약속도 했어. 날짜도 잡았고.”
한두 달 밖에 안 됐다. 그런데 결혼한다고? 미진이랑 결혼을 한다고? 다시 한 번 들으니 담담했던 강백현의 눈이 또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참고 참은 강백현의 감정이 결국 폭발해버렸다.
“아오! 씨발! 이 새끼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진영아, 나 얘 어떻게 해야 돼?! 아 진짜 때리고 싶어 미치겠다! 나 놀리러 온 거 맞지? 그것 때문에 온 거 같은데?”
조진영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의 여자친구를 빼앗은 녀석이 자신을 이용해 그 친구를 불러서 한다는 소리가 사과한다고.
그러면서 자신은 빼앗은 여자친구랑 결혼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것도 1:1로 만나서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친구들까지 불러서.
분명 반성의 기색은 있었지만 이놈의 심리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백현도 마찬가지였기에 비꼬듯이 말이 나왔다.
“저기요! 김 주무관님, 뭐하세요?! 네? 내 여자 뺏었다고 동네 소문내러 왔어요? 그냥 도청이 있는 홍성에 계시지, 뭐라고 여기 촌동네 부주시까지 오셔서 나한테 이러냐고! 어? 이 개씨발 놈아!”
강백현은 더 이상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사과를 받을 생각도 없었고, 받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어차피 끝난 인연.
여기서 끝이었다.
그런데 김태웅이 나가려는 강백현을 붙잡았다.
“백현아. 나 좀 살려줘.”
“뭘 살려?! 둘이 잘 살아. 왜? 걔가 돈 해달래? 너 아파트도 있다며! 너 돈도 많고 나보다 직급도 높고 뭐가 문제냐?”
“그거 말고. 나 사실은….”
“사실은 뭐? 뭔데?”
김태웅이 자꾸 말에 뜸을 들이자 강백현은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왔는데?
들어줄 것도 없다. 이 자리 떠나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강백현을 김태웅이 다시 한번 붙잡았다.
애걸복걸하는 눈빛.
그리고 울먹이는 말투.
“백현아. 네가 내부 고발한 자료, 내가 파기했어.”
“그랬냐? 예상은 하고 있었어. 선배 장례식장 이후 너 나랑 연락 안했잖아. 일부러 피한 거잖아.”
“알고 있었어?”
“그래. 시장, 국장, 부장한테 들어간 것도 너희 공직기강감사실에서 흘렸기 때문일 거고. 그거 하나 예상 못했을까봐? 너 시장한테 돈도 받았잖아. 근데 왜?”
강백현의 말에 김태웅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녀석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백현아. 내가 진짜 잘못했다. 정말 잘못했어.”
“됐어. 내가 너 친구니까 그거 가지고 너한테는 뭐라고 안 할게. 그리고 미진이 건도 더 이상 왈가불가하지 않을 테니까, 너도 결혼할 때 조용히 해. 나한테 청첩장 보내지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나랑 헤어진 이후에 너랑 미진이랑 만난 거라고 말해! 알았어? 오늘 사과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받아주겠지만 그런 도리는 여기까지야. 저번에도 말했지만, 다시 한 번 말해야겠다. 우리 인연 끊자. 갈게.”
조진영이 강백현의 말에 일어났다.
“백현아! 같이 가. 우리끼리 한잔 하자!”
“됐어. 태웅이 놈하고 대화나 해. 나도 이걸로 더 이상 무슨 소리 않을 테니까. 집에서 잠이나 잘란다.”
“아~ 미안하다. 내가 이런 자리인지도 모르고 불렀네.”
“선배님! 죄송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둘의 사과를 받고 자리를 뜨는 강백현.
그런데 갑자기 김태웅이 나가는 강백현을 쫓아나갔다.
어이가 없어진 두 사람.
김태곤이 조진영에게 물었다.
“선배님 저 선배 뭡니까?”
“뭐긴 뭐야. 여자 때문에 우정 깨진 거지. 술이나 먹어!”
“네! 한잔 올리겠습니다.”
“올리긴 뭘 올려! 그냥 따라!”
“넵! 알겠습니다.”
* * *
강백현은 짜증이 났다.
히쭉히쭉 웃고 있는 귀신 최용규.
그리고 죄 지은 강아지마냥 쫄래쫄래 쫓아오는 김태웅.
“아! 뭐야! 왜 자꾸 따라오는데?”
“백현아. 나 아직 할 이야기 안 끝났어.”
“뭐가 안 끝났는데? 다 말했잖아. 그냥 넘어가겠다고. 대신 연락하진 말라잖아! 그거면 된 거 아니야?”
“아니… 네가 증언 좀 해줘야 돼서…….”
증언이란 말에 강백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증언? 미진이한테 말하면 되니? 너 용서했다고? 그럼 돼?”
김태웅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더니, 용기를 내어 드디어 용무를 말하는데 성공했다.
“미진이 말고. 네 고발문건 파기했다고 했잖아. 그거 네가 요청했다고 한 걸로 증언해줘.”
“잠깐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최용규도 이 말에는 웃지 못하고 옆에서 인상을 썼다.
“네가 그렇게만 말해주면, 나 징계 안 받을 수도 있거든.”
그러자 최용규가 부연설명을 한다.
[공직기강 감사실에서는 네가 내부고발자료 낸 거 아무도 모르고 있어. 그건 내가 확인해봤지.]
최용규의 말에 단단히 화가 난 강백현이 김태웅에게 따지고 들었다.
“와! 이 미친 새끼! 너 그게 얼마나 중요했던 건지 알아? 그걸 네가 직접 파기해?”
“…….”
“그거 진한 선배가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나한테 얘기해준 거야. 시장하고 건설사 사장들, 시장 6촌인 유령업체 사장까지, 놈들이 담합한 증거가 들어 있는 자료를 다 넘긴 거라고. 넌 알지 모르겠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 주변 사람 2명이 죽었어. 진한 선배가 죽었고, 최용규 선배도 죽었어.”
“우연히 그렇게 된 거잖아.”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 진한 선배가 자살한 게 우연이야? 최용규 선배가 뺑소니 교통사고 당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해?”
“…….”
백현의 말에 김태웅의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백현은 여기서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
“근데 넌 그 소중한 자료를 직접 파기했다고? 이 죽일 놈의 새끼야! 공직기강감사팀의 주무관이면 책임을 지고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게 네 할 일이잖아.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야? 사람 새끼냐고! 이 씨발 놈아!”
“미안하다. 나도 나쁜 놈인 거 아는데, 미진이랑 너 헤어지게 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어. 사랑 때문에 눈이 돌아간 거지. 내가 미쳤었는데, 아무튼 미안하다.”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하는 김태웅. 하지만 강백현은 더욱 더 울분이 치솟았다.
“파기한 걸로 모자라서 나보고 증언까지 해달라는 게 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한 번만 부탁할게. 그것만 해주면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미진이랑 헤어지는 거 말고는 나머진 다 할게. 돈 줄까? 얼마면 되겠니? 천만원? 2천만원이면 되겠니?”
강백현은 믿었던 친구가 이토록 망가진 것을 보자 자연스레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뭐가 얘를 이렇게 망가트렸을까?
“돈을 떠나서, 너 이러는 목적이 뭐야?”
“……”
“말해! 인마! 말해야 나도 상황파악을 할 거 아니야? 어? 이 미친놈아!”
“징계 수위가 클 것 같아. 공문서 위조, 무단 파기면 최소 중징계라서 공무원 그만 둘지도 모르잖아.”
“야! 네가 그거 내가 내부고발한 거 까발려서 내가 불이익 받은 건 생각 못해? 네가 원칙적으로 내부고발자인 나 보호해주기만 했어도 넌 아무 일 없었어.”
“그랬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진이랑 너랑 헤어지진 않았을 거잖아.”
정말 눈치 없는 놈이었다.
자신과 미진이가 헤어지게 만들려고 공문서를 파기한 것도 파기한 건데 자기 스스로 그 말을 하고 있으니 열불이 뻗는다.
강백현은 한심한 얼굴로 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진이랑 내가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가 그거인 거 몰라? 나랑 같이 있으면 쪽팔려서 공무원 못하겠다잖아! 그리고 그 대상은 이제 네가 되겠고. 네가 공문서 위조하면서까지 이런 짓 했다는 거 알면 미진이가 너랑 결혼하겠냐?”
다행히 여기까지는 녀석도 머리가 돌아갔나 보다.
김태웅이 인정한다는 듯 말했다.
“그래. 나도 알아. 그래서 사과하러 왔잖아. 부탁하러 왔고.”
“하하하, 이 새끼 완전 돌았네. 진짜 돌았어. 꺼져! 이 새끼야. 너 진짜 친구 아니야. 염치가 있으면 나한테 이렇게 부탁하면 안 돼. 그냥 사과만 하고, 징계 고분고분 받았으면 너랑 나랑 친구로 남아있을 수는 있었겠지. 그런데 뭐? 내가 파기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을 하라고?!”
백현의 주먹이 진짜 얼굴 앞까지 날아갔다.
술을 조금만 더 마셨다면 이성의 끈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단단히 화가 난 상태.
하지만 백현은 녀석의 얼굴 바로 앞에서 충동을 참아냈다.
녀석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번 애걸했다.
“제발……. 백현아~ 부탁한다. 나 징계 받으면 미진이가 헤어지자고 할지 몰라. 미진이는 미래 없는 사람한테 관심 없는 거 너도 알잖아. 제발 도와 줘.”
“결국 이유는 처음부터 미진이였네. 미진이 만나고 싶어서 나 엿 먹이려고 내부고발자로 정보 흘렸고! 이번에는 미진이랑 헤어지기 싫어서 나보고 덤탱이 써달라는 거고.”
“할 말이 없다. 친구로서 마지막 부탁이니까 들어줘. 뭐든 다 할게.”
그걸 지켜보던 유령, 최용규가 한심한 듯 말했다.
[김태웅, 진짜 이 녀석 한심하네. 그냥 성실한 놈인 줄 알았는데 완전 망가졌네. 망가졌어.]
강백현은 김태웅을 위해 거짓 증언 따위 해줄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선을 그었다.
“그럼 미진이 말고 다른 여자 만나. 너 징계 받아도 좋아해 줄 사람 만나면 되겠다. 나 간다!”
그의 말에 김태웅이 무릎을 꿇고 백현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백현아! 살려줘! 어? 나 구해줘라! 제발! 제발! 제발! 어?”
“아는 체 하지 마!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강백현은 매정하게 돌아섰다.
김태웅은 그의 손을 붙잡으며 질질 매달려봤지만, 강백현은 거침없이 뿌리치고 제 갈 길을 갔다.
결국 백현의 뒤에서 소리 지르는 김태웅.
“강백현! 야! 야! 내 인생 망칠 거야?! 야! 이 씹새끼야! 야!”
하지만 강백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갔다.
* * *
다음 날, 상급기관인 감사원에서 강백현에게 전화가 왔다.
- 강백현 주무관 맞죠?
“네. 맞습니다.
- 저는 감사원 지방행정감사국장 유성재에요. 충남도청 공직기강감사팀 관련 건으로 한 번 만나 뵙고 싶은데요. 언제 시간 되세요?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 알겠습니다. 조만간에 일정 잡아서 찾아뵙도록 하죠. 그런데 어느 정도 알고 있나 봐요? 무슨 일인지 묻지를 않네요.
“네. 김태웅 주무관한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 건 때문에 그러신 것 같아서 따로 묻지는 않았습니다.
- 잘 알고 있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스케줄 잡아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시오.”
전화가 끊어진 후, 백현의 입가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한숨이 나올 일이 또 생겼다.
팀장의 한 마디.
“백현아~.”
“네?”
“김태웅 씨라고 충남도청 공직기강감사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 저 없다고 말해주세요.”
“있다고 말했는데?”
“그럼 전화 저한테 돌려주세요.”
전화를 받고 강백현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강백현 주무관입니다.”
- 백현아! 나야. 마음 좀 바뀌었어?
“응. 끊는다.”
- 야! 야! 야!
바로 끊었다.
그런데 또 전화가 오고, 또 전화가 온다.
하지만 강백현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감사원 지방행정감사국장 유성재를 만나 진실을 전했다.
“제가 제보한 자료, 저는 단 한 번도 파기 요청한 적 없었습니다. 그 자료에 있던 워터마크가 노출되는 바람에, 오히려 저는 내부고발자로 몰려서 다른 이유를 핑계로 징계위원회도 열렸었고. 지금은 원래 보직에서 직위 해제되어 부주시에서도 가장 외곽, 교통편도 좋지 않은 부제동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좌천이죠.”
백현의 말에 유성재가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고생이 많았겠네요. 저희 조직에 대해서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 조직, 생각보다 깨끗하고 좋아요. 사람들 다 스마트하고.”
하지만 강백현은 이제는 믿음을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입에서는 불신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전 공직기강감사팀이 깨끗한지 어떤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깨끗했다면 일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고, 김태웅 주무관이 저한테 파기요청 했다고 증언해달라고 말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아,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일말의 협상도 불가하다고 생각하고요, 해당부분은 규정에 맞게 잘 처리되면 좋겠습니다.”
유성재는 강백현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백현 씨 입장은 잘 알았고. 명함 드릴 테니까 나중에 다른 제보사항 있으면 나한테 다이렉트로 말해요. 그리고 김태웅 주무관 관련 건은 우리 감사원 차원에서 징계 조치하고 문책할 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감사합니다.”
“그래요.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강백현과 헤어진 유성재.
50대인 유 국장은 동행한 40대의 정호섭 과장을 불렀다.
“정 과장?”
“네. 국장님.”
“진실은 역시 이거였네. 내가 말했지? 충남도청 걔네들 다 썩었다니까?”
“네. 그럴 것 같았습니다. 이번 건은 형사고발도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