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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14화 (14/139)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4화

강백현이 부주시청 2층 회의실에 들어갔다.

징계위원회.

고압적인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국장님, 바로 징계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리고 그 아래 위원들인 과장님, 계장님들.

그들 중 하나가 강백현에게 고압적인 말투로 말했다.

“아직 시작 안 했어. 자네는 나가 있게.”

“알겠습니다.”

아직 구성원이 덜 모인 것이다.

그래서 백현이 쫓겨나듯 복도로 나왔다.

복도 밖.

간이 의자에 앉아 멀뚱멀뚱 호출을 기다리는 강백현.

그때, 간사를 맡은 후배 태곤이가 허겁지겁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강백현은 허가과에 같이 근무했던 후배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태곤!”

“아… 오셨어요?”

“뭐야? 네가 간사였어?”

“네. 그렇게 바뀌었네요. 과장님하고 주말에 통화하셨잖아요?”

“그랬지.”

“그것 때문에 김여린 주무관 대신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백현은 후배 태곤의 말에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좀 다행이네. 그것보다 나 얼마 나올 것 같냐? 견책? 감봉? 정직?”

“그것까지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일단 위원장님들하고 위원님들이 투표해서 결정하시는 거라서요.”

“그래? 좀 기다려 봐야겠네.”

강백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의아한 시선으로 태곤이가 되물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뭐가?”

“아니, 징계위원회 열리는데, 그냥 해탈하신 것 같아서요.”

“뭐, 대수롭지 않으니까. 일단, 진행해 봐!”

“네. 선배님, 힘내세요.”

“그래~ 알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김태곤이 들어갔다.

그리고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김태곤의 말에 4급 시민안전국장이 대답했다.

“그래.”

“2015년도 제 9차 징계 요구 심의 의결 건이 상정되었는 바, 공직기강 확립을 위하여 징계위원회 위원으로서 공정한 자세로 심의 진행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징계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간사인 김태곤의 말에 국장이 의사봉을 3타 내리쳤다.

“본 징계위원회는 2014년 1월 1일부터 2015년 2월 23일까지 부주시청 허가과 허가담당 강백현 주무관의 직무태만 위반 행위 건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입니다.”

모두가 징계의결요구서를 바라보았다.

『부주시 허가과 허가담당 강백현 주무관은 2014년 12월 23일, 김형복 씨의 축사신축 허가 신청을 접수 받았으나, 서류 내용의 충분한 검토 및 실지조사 없이 업무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처리기한 60일을 넘겨, 해당 민원인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서 공무원의 담당업무와 관련된 각종 법령과 훈령에서 부과된 의무를 적극, 타당하게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조금 애매했다.

그래서일까?

징계위원회 위원이자 건설과장이 되물었다.

“이걸로 징계가 되나? 간사! 이걸로 돼?”

“네. 징계양정기준 보시면, 비위에 따라 해임부터 견책까지 줄 수 있습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징계까진 아닌 것 같은데? 뇌물을 먹은 것도 아니고, 그냥 민원 들어온 거잖아. 민원 시기도 좀 애매한데? 어?”

건설과장의 말에 위원장인 시민안전국장이 나섰다.

“건설과장님?”

“네. 국장님.”

“다들 이거 징계하는 이유 몰랐나?”

“네?”

“얘가 감사실에 시장님 내부 고발했잖아. 그것 때문에 시장님이 징계하라고 하셨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러자 안전국장이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냥 최고 수위로 때리면 돼! 간사!”

“네. 위원장님.”

“징계대상자 불러들여.”

“알겠습니다.”

김태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선배가 잘못한 건 없었다. 다 여린 씨가 일 처리 잘못한 건데….

허가과장님이 시키는 대로 여린 씨가 만든 문서를 받아 간사를 맡았지만, 이 문서, 자기가 봐도 너무 어설프긴 했다.

문을 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당당히 들어온 강백현.

그걸 보며 위원장인 국장이 그에게 고압적인 말투로 내뱉었다.

“징계대상자, 이름!”

“강백현입니다.”

“소속!”

“부주시청입니다.”

“좋아. 징계의결요구서 봤나?”

“네. 봤죠.”

“왜 그랬지?”

징계의결 요구사항 자체가 애매해서 그런지, 징계위원으로 있는 밑의 계장들 및 과장들이 몸을 사린다. 결국 국장이 스스로 나서 심문을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이 새끼가 존나 당당하게 답변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강백현!”

“네. 국장님. 말씀하세요.”

“네가 잘못한 게 없어?”

“아무리 봐도 없는데요?”

“어휴~ 뒷골 아파! 야! 안전과장! 네가 심문해라.”

백현이 눈을 부릅뜨고 대꾸하자 국장은 심복인 안전과장을 내세웠다.

“강백현 주무관은 평소 생활이 어땠죠?”

“열심히 했습니다.”

“여기 문서 보면 열심히 한 게 아닌데?”

“아~ 그거요? 그거 온-나라 시스템에 허가 안 된다고 기안 올렸습니다. 과장님 결재도 맡았고요.”

“뭐?”

“그 징계위원회 조사결과가 잘못되었다고요. 저는 2014년 12월 23일에 접수해서 그 다음주, 12월 30일에 신축 허가 불가 통보 했고, 그 이유는 민원인을 대행한 업체에 확실히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업무인수인계서도 이미 작성해 놓은 상태였고, 처리기한 60일 내에 답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온-나라 기록물 관리함에 없다고 하던데?”

“그건 수기 기록물에 올려놓아서 못 찾았을 겁니다. 제가 찾아보니까 있더라구요. 여기 출력본 있습니다.”

강백현은 출력본을 7장이나 뽑아왔다.

그걸 각자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당황한 상태.

전자기록물과 수기기록물은 보관되는 장소가 다르다.

조금만 신경 썼다면 이렇게 미숙하게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았을 텐데….

국장과 안전과장을 제외한 위원 5명은 이미 강백현의 편.

“보니까 3월인가 김여린 주무관이 다시 신축허가 접수를 받았더라고요. 제가 일을 잘못한 줄 알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랐는데, 기록물 관리함 보니까 제 잘못이 아니더라고요.”

강백현의 또 다른 증거 자료.

그러자 갑자기 분위기는 싸해지고.

당당한 강백현이 위원 중 한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끝났죠?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최태우 계장님! 끝나고 국밥에 소주나 한잔 사주십시오. 아~ 부주시청에서 가장 먼 부제동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어 죽겠습니다. 인정합니다. 내부 고발자는 제가 맞아요!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걸로 징계위원회 열고, 이거 완전 코미디 아닙니까? 제가 직위해제 되고 주민센터로 쫓겨나듯 간 것까지는 이해했어요. 그거 시장님 권한이시잖아요. 그런데 징계위원회 이건 아니죠! 없던 일을 만들어서 징계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강백현의 말에 국장이 언성을 높였다.

“야! 너 지금 그 말이 나오니? 너 징계하는 자리잖아!”

그러자 강백현은 호탕한 얼굴로 웃으면서 답했다.

“아, 그러셨어요? 저에게 복수하는 자리 아니었고요?! 내부고발자 처단해야 한다면서 시장님과 쿵짝쿵짝 맞추신 거 아니었나요?”

그리고 강백현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파일을 실행한다.

녹음본. 그건 자신이 허가과에서 근무할 때 녹음했던 것.

『백현아~ 쒸발! 승진 안 돼서 힘들다.』

『왜 그러십니까?』

『국장 그 돼지새끼가 5천만원 달랜다. 시장님께 그거 드리면 다음 국장 자리 승진시켜 준다고!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

『술 한 잔 드십시오.』

『씌발 새끼! 돈 밖에 모르는 새끼! 국장이나 시장이나 똑같아. 개 같은 새끼들!』

『좋게좋게 생각하십시오. 소주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백현아, 너 밖에 없다.』

녹음파일 끝.

그러자 당황한 국장이 언성을 높였다.

“야! 이건 뭐야! 뭐야!”

“뭐긴요? 국장님이 허가과장에게 돈 요구했다는 증거죠. 썩은 물끼리 만나서 아주 잘 하시고 있습니다! 저는 뭐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줄 아셨습니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징계하면 그냥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습니까? 국장님! 똑바로 사세요. 그리고 시장님은 국장 자리 두 자리니까, 각자 3천만원만 걷어 달라고 했다면서요. 그걸 왜 5천만원으로 올립니까? 2천만원 국장님이 먹으려고 하신 거죠? 그런 거죠?”

“야! 이 새끼 당장 내보내! 당장 내보내!”

하지만 강백현은 물러나지 않았다.

“안전과장님?”

“어?”

“과장님도 계장님들한테 승진하려면 2천만원씩 달라고 했다면서요. 시장님께 로비한다고 말하셨다면서요. 시장님은 천만원씩만 걷으라고 했었는데!”

“누가 그런 소릴 해?! 너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피라미드 구조.

먹고 먹히는 공생 관계.

국장은 국장 승진 예정자들인 과장에게서 돈을 걷어 시장에게 헌납하고.

과장은 과장 승진 예정자들인 계장에게서 돈을 걷어 시장에게 헌납한다.

시장은 그렇게 자기 라인을 구축해놓았다.

시민안전국장.

안전과장.

그 두 멤버가 돈을 걷는 핵심 멤버.

강백현은 할 말을 다 하고 바깥으로 나가려 몸을 돌렸다.

“야! 어디가! 이 새끼야! 어디 가냐고!”

“나가라고 해서 나갑니다.”

“거기 안 서? 너 이 새끼 이리 와! 이리 와!”

하지만 강백현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국장이 의사봉을 집어던졌다.

강백현은 씩 웃으며 의사봉을 받아냈다.

그러며 자신의 후배이자 간사인 김태곤에게 물었다.

“태곤아, 너 지금 과장님이 의사봉 집어던진 거 봤지?”

“네.”

“그래. 너 본 거다. 지금 거 녹음했어! 나중에 너 증인으로 서야 된다!”

“네?”

“오늘 일 다 녹음했으니까 나중에 증인으로 안 서기만 해 봐! 그럼 전 징계위원회 끝난 것으로 알고 주민센터로 출근하러 가보겠습니다. 계장님들, 과장님들, 그리고 국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백현이 나갔다.

그리고 징계위원회 분위기는 아작이 났다.

계장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저 새끼는 얼마를 줬는지, 누가 줬는지를 머릿속으로 굴리고 있고, 국장과 과장은 쪽 팔린지 얼굴을 들지 못했다.

밖으로 나온 강백현에게 최용규가 달라붙었다.

[대단한데? 너 완전 돌았구나?]

“뭐, 여기까지 해야 나도 미련이 없을 테니까 그런 거죠.”

[미련?]

“응. 이제 새로 시작해야죠. 선배가 말했잖아요. 나 5급 만들어준다고.”

[처벌 안 하고? 쟤네 고발 안 해?]

“고발 한다고 되겠어요? 일단 충남 감사실부터 조져야죠. 선배가 가진 자료, 다 날려먹고 무마시킨 거 생각 안 합니까? 그럼 거기도 썩었다는 거잖습니까! 안 그래요?”

유령 최용규가 강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백현, 정말 웃긴 놈이었다.

시민들한테는 그렇게 다정하고 친절하더니, 선배 공무원들한테는 아주 칼 같이 대한다.

하지만 이 정도가 다일 것이다.

주민센터로 가서 또 쥐죽은 듯 버티면서 살겠지.

분명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백현이 1층 로비가 아닌 3층으로 올라간다.

[주민센터 간다면서 왜 3층으로 올라가? 어디 가는데?]

“인사과 갑니다.”

[왜?]

“사표 내야죠. 이제 5급 공무원 무조건 되는 거 아닙니까! 이제 8급 그만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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