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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깨러 왔습니다-13화 (13/139)
  • 뚝배기 깨러 왔습니다 13화

    다음날.

    부주시청 허가과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 강 주무관님, 잘 지내셨어요?

    “여린 씨 잘 지냈죠? 무슨 일 있어요?”

    - 과장님께서 김형복 씨 축사 신축 건 관련해서 왜 불허했냐고 물으셔서요.

    “여린 씨? 그거 3개월 전에 다 끝난 일인데요.”

    - 그건 아는데, 과장님이 알아보라고 하시네요.

    “이미 다 끝난 일이라서 제 손 떠났어요. 저 그리고 이미 주민센터로 쫓겨나듯이 왔는데, 허가과 일을 지금 저한테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 일단 김형복 선생님하고 통화를 해보세요. 저한테 자꾸 전화 거시는데 저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후-우, 알았어요. 이번만이에요.”

    - 네.

    강백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여린, 이름 같이 마음은 여린 친구인데, 일을 못해서 탈이다.

    시험 성적은 좋았는데…….

    김여린한테 문자가 왔다.

    민원인의 전화번호다.

    업체가 아니라 민원인이 직접 전화가 왔다고?

    일단 걸었다.

    “여보세요?”

    - 누구여?

    “김형복 선생님, 축사 신축 신청하신 것, 민원 때문에 연락 드렸습니다.”

    - 잘 전화했네! 왜 안 되는디? 이번엔 뭐가 문제인데?

    “선생님, 일단 가축 토사물 때문에 주변 민원이 많고요. 시 조례상 민가와 거리가 500m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선생님 신청하신 축사 위치는 민가하고 132m밖에 안 떨어진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반려했고요. 재형건축 측 통해서 서류 보완해서 오라는 이야기 못 들으셨어요?”

    『네가 와 봤어? 거긴 빈집이여! 빈집이란 말이여! 이게 왜 안 되는디!』

    “김형복 선생님, 제가 이미 현장 실사까지 다 나갔다 왔습니다. 거기 집주인 조형만 선생님은 서울에서 겨울마다 쉬러 내려오시는 것으로 확인 되었고요. 그 집 말고도 대평리 끝자락에 있는 골짜기 첫 번째 집 아시죠? 그 집도 487m로 거리 이격 기준에 못 미치세요. 죄송하지만 현재 조례상이나 법률로는 허가 안 되세요. 문서는 반려 됐으니까, 장소를 옮기시던지, 아니면 좀 더 알아보시고 해당 두 집에 대해서 용도변경을 하시던지 여러 방법이 있으니까 조치하고 다시 신축허가 신청해주세요. 아시겠죠?”

    『이 미친 쉐끼! 야 이놈아! 너 몇 살이여? 너 몇 살인데 나한테 이러는 겨? 어?』

    “죄송합니다. 선생님, 반말 하시면 저도 끊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야! 인마! 야! 야! 야!』

    강백현은 한숨이 나왔다.

    업체 직원 통해서 잘 이야기를 했는데, 여린 씨가 어떻게 이야기를 했기에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된 걸까?

    그래서 걸었다.

    - 네. 주무관님.

    “여린 씨, 통화해봤는데, 김형복 씨 단단히 화나셨던데요.”

    - 네. 그래서 강 주무관님 번호 안내해드린 거예요.

    “저기, 업체한테는 뭐라고 말했어요?”

    - 업체요?

    “재형건축, 거기 조 실장 있잖아요.”

    - 그냥 다시 알아보고 연락 준다고 했는데요.

    “이보세요. 김여린 씨, 그렇게 하면 업체에서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어? 이거 될 것 같은데? 계속 밀어보면 허가 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어요?”

    강백현의 말에 김여린이 짜증을 부렸다.

    - 아니, 제가 그것까지 왜 고려를 해야 되는데요?

    “후후, 미치겠다. 당신이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됐으면 당연히 업무파악부터 해야 될 거 아니야? 3개월 동안 아무것도 파악 안하고, 지금 나한테 책임 떠넘기는 거야?”

    - 강 주무관님, 말 똑바로 하세요. 주무관님이 깽판 치고 가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게 내 책임이에요?

    강백현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보다 임용이 1년 늦고, 나이는 3살이나 어린 애가 뭘 잘 했다고 팍팍 대드는지!

    분명 자신은 똑바로 업무처리 했었고, 거기에 대해 종결도 확실히 지었다.

    그런데 다시 문의한 사항에 얼버무리며 대답하다가 업체에게 빌미를 주었고, 결국 민원인이 난리를 치게 된 것.

    “여린 씨, 자기 실수는 솔직히 인정하자. 응? 내가 당신하고 있을 때, 당신한테 피해준 거 있어? 많이 도와줬잖아. 지금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 이게 내 잘못이야?”

    - 몰라요. 이 일은 강 주무관님이 책임져요. 과장님도 주무관님한테 전화해 보라고 하셨어요.

    “난 더 이상 안 해. 지금부터 다시는 이 업무로 전화하지 마.”

    - 강 주무관님!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가과에 있으면서 허드렛일은 도맡아 했었다.

    지금 자신의 자리가 비워진 탓에 업무분장을 하고 있을 허가과.

    그러나 똑바로 일하는 사람이 없기에 강백현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강백현은 자신의 공무원 임용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영아! 나다. 백현이.”

    - 오! 오랜만이네.

    “건축과는 어때?”

    - 뭐, 평소랑 똑같지. 너는 어때? 주민센터 일 할 만하냐?

    “시청 일의 반도 안 한다. 민원인도 없어서 그냥 놀아.”

    - 그래? 어휴! 이 새끼야. 잘 좀 하지. 잘 나가는 새끼가 왜 그렇게 됐냐? 허가과장님하고는 잘 풀었냐?

    “어? 뭘 풀어?”

    - 너 징계위원회 회부 한다고 난리 치던데?

    “그거 전출로 무마 됐잖아.”

    - 내부고발 말고 다른 건으로 회부하려고 하는 거지. 솔직히 이유야 만들면 많잖아.

    “씨발… 존나 어이없네.”

    “그래서 내가 저번 주에 우리 과장님하고 같이 술자리 하는 도중에 말씀드렸어. 그래도 10년 이상 같이 지낸 친군데, 한 번 봐주시라고. 우리 과장님도 너 좋게 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잘 풀린 줄 알았는데? 전화 안 하셨어?

    “그런 건 없었는데….”

    - 그래? 그럼 그냥 넘어가셨나보다. 잘 됐네. 한 건 잡았다고 좋아하시던데.

    “……”

    강백현은 공무원 동기 조진영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설마, 축사 건으로 날 물 먹이려는 건 아니겠지?’

    - 뭐야? 왜 말이 없어? 설마 징계위원회 회부된 건 아니지?

    “아니야. 설마! 그러시겠냐? 그리고 너도 나 알잖아. 일 하나는 확실한 거.”

    - 그래. 공무원 연수원에서 성적 1등하고, 도지사 상장도 받았었잖아. 그 머리로 왜 공무원 했냐? 사업이나 하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처럼 찍히지 말고, 넌 승승장구 해라. 네가 잘 돼야 또 내가 잘 되지.”

    - 그래. 아무튼 미안해. 내가 먼저 전화했어야 하는데! 그리고 조용히 시간 가면 다 잘 될 거야.

    “응.”

    - 근데 미진 씨 결혼한다는 건 뭐냐? 좋은 남자 만났다고 소문 다 내고 다니더라. 네 욕도 좀 하고. 너랑 거리 두려는 것 같던데, 가만히 있어도 괜찮냐?

    “그냥 놔 둬. 내가 지금 난리치면 무슨 꼴을 당하겠냐? 지금은 잠자코 있어야지.”

    - 그래. 알았다. 나중에 소주 한 잔 하자고!

    “응!”

    전화를 끊고, 강백현이 머리를 쥐어 싸맸다.

    ‘아, 골치 아파지네. 아니야. 지금은 딴 데 신경 쓰지 말고 시험이나 붙을 생각 하자.’

    5급 공채 마지막 시험.

    이제 남은 날짜는 4일.

    강백현은 퇴근 후 이제까지 공부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이제 고지가 눈앞이었다.

    이번 면접만 합격하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잠도 줄여가며 모든 시간을 공부에 매진했다.

    그런데 이 귀중한 시간에 전에 일하던 허가과 다른 후배 녀석이 전화를 걸었다.

    남자 후배. 이제 신입 2년차, 9급 김태곤이다.

    “여보세요?”

    - 선배님, 김태곤입니다.

    “어. 넌 무슨 일이냐?”

    - 김여린 주무관님 일을 제가 맡게 되어서요.

    “뭐? 그걸 갑자기 네가 왜 맡아?”

    - 저보고 처리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선배님? 축사 허가 불허 건 때문에 과장님이 징계위원회 연다고 하십니다. 알고 계십니까?

    동기가 알려준 정보.

    결국 실행하는 허가과장.

    “야! 3개월이나 지났고, 내 선에서 실수한 게 아닌데 왜 그 민원 가지고 내가 징계 받아야 하는데?”

    - 그래도 나오셔서 소명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과장님은 왜 직접 전화 안하고 네가 하는데?”

    - 과장님 지금 옆에 계십니다. 저랑 한잔 하고 계십니다.

    “바꿔줘 봐.”

    - 알겠습니다.

    과장님과 처음으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과장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전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태곤이 녀석에게 도착한 문자.

    [과장님이 전화 왜 건네주냐고 많이 화내십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과장님께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안 받아도 계속 걸었다.

    그러자 10번째 시도가 되어서야 과장님이 받았다.

    - 이 새끼, 어이없네. 너 지금 누구한테 전화하냐?

    “네?”

    - 야! 너 깽판 쳐 놓고, 전화하고 싶냐?

    “깽판이라뇨, 과장님도 아시잖아요. 축사 신축 허가 내줄 수 없다는 거 알고 계셨잖아요.”

    - 그래도 내부고발은 아니지. 새끼야! 감사팀에 찔러?

    “과장님께 분명 말씀 드렸습니다. 이번 거 추진하면 과장님이나 저나 다 죽는다고. 그런데 왜 또 축사 신축 허가 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징계위원회 회부는 뭐고요?”

    - 이 새끼야. 그거 안 하면 내가 죽어. 내가 승진 못하고 좌천된다고! 넌 인마! 네 생각만 하냐? 모두가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야지. 너만 쏙 빠져나가려고 배신을 해? 너 때문에 나, 국장님, 부시장님, 시장님까지 존나 똥줄 빠진 거 생각 안 해?

    허가과장의 말에 강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과장님. 잘 생각해보십시오. 축사 신축 허가를 제가 안 내줬기 때문에 과장님 목숨이 남아있는 겁니다. 그거 허가 내주면 시장님께는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과장님은 그거 때문에 퇴직해서도 계속 불법인 거 걸릴까봐 시달릴 겁니다. 왜 위법인 걸 굳이 하려고 하십니까? 승진 때문이십니까? 아니면 시장님께 돈이라도 받은 겁니까?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절 왜 괴롭히시는 겁니까?”

    - 아주 웃긴 새끼네. 잘 해 봐! 너 내일 당장 징계위원회 회부할 테니까! 어디 거기 출석해서도 그렇게 나오나 보자고! 알았어? 알았냐고!

    “맘대로 하십시오. 전 잘못한 게 있다면 부패하고 썩어 빠진 부주시장을 비롯한 그 일당들 내부 고발한 것 밖에 없습니다. 그 문제 가지고 징계위원회 회부할 수 있으면 맘대로 해보십시오! 얼마든지 상대해드리겠습니다!”

    강백현의 말에 과장이 욕을 계속 퍼부었다.

    엄마 욕부터 아빠, 자식 욕, 듣도 보도 못한 욕까지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옆에서 후배 김태곤과 술집 이모가 말리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과장은 취했는지 계속해서 욕을 퍼부었다.

    그것을 들으며 최용규가 강백현을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이대로 되겠어?]

    “응. 선배. 나, 절대 참지 않을 거예요. 나 이렇게 만든 사람들 다 후회하게 만들 겁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다음날 출석통지서가 도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5급 공채 3차 최종 면접 다음날.

    강백현은 출석통지서는 찢어버린 채 면접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결과는? 최종 합격이었다.

    최용규가 면접 결과 문서를 보고 알려준 것이다.

    소식을 듣고 강백현이 말했다.

    “선배.”

    [응?]

    “나랑 같이 공직 사회 다 바꾸죠. 선배가 말했죠? 나 대통령 만들어주겠다고.”

    [아…, 당연하지.]

    “내가 선배가 못 이룬 업적, 다 이룰게. 부정부패 다 바로잡을게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그래. 알았어.]

    “그럼 일단 징계위원회부터 준비하자. 선배는 내일 시장실에 가서 정보 좀 모아줘.”

    [응. 알았어.]

    최용규는 5급 사무관에 최종 합격한 강백현을 바라보며 고심했다.

    [‘왜 이렇게 일이 커졌지? 존나 부담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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