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외전 1. 루드가 로노를 만났을 때. (6)
"차압!!"
"합!!"
또다시 두 사람을 검을 마주치며 공중에서 일전을 겨루기 시작했다. 일대는 다시 시작되는
엄청난 마나의 돌풍에 의해 용암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식어서 괴상한 대지를 만들어 가
기 시작했고, 사방의 자연은 모두 열기에 시들어 지옥으로 변해갔다.
먼저 일격을 당한 것은 프로란스였다.
루드웨어의 강력한 일검이 머리위에서 떨어지자 그 힘을 견디지 못한 프로란스가 낙하하며
펄펄 끓는 용암속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빙!!(氷)]
프로란스가 용암에 빠지자 루드웨어는 용언을 사용하여 용암을 순식간에 식혀버렸고, 용암
을 얼어 바위가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는데, 그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을 고쳐 잡은 루드웨어는 프로란스가 빠졌다고 생각한 곳을 향하여 검을 집어던지며 소리
쳤다.
"섬광비도술!!"
신성력과 마나가 합쳐지며 엄청난 불꽃을 일어내는 검은 섬광을 발하며 돌이 되어 버린 용
암으로 꽃혔고 일대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바위가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크아악!!"
하지만 바위를 뚫고 들어가던 검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강력한 투기에 의해 튕겨져 하늘로
치솟아 올랐고, 투기는 바위를 깨뜨리며 한 사람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 건방진 녀석!! 차앗!!"
그 순간 프로란스는 드래고니안의 모습에서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형했고, 그
녀의 엄청난 모습이 드러나자 지형은 지진이라도 일어나듯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죽어라 하아앗!!]
그녀는 루드웨어르 향해 엄청난 브레스를 뿜었고, 루드웨어는 놀라며 신성방어벽을 사용하
여 그녀의 브레스를 막았다.
[신성방어벽!!]
루드웨어의 신성방어벽은 순식간에 밀어 닥치는 프로란스의 브레스는 막았다. 얼마 되지 않
아 브레스는 사라지고 그녀는 다시 드래고니안의 모습으로 변했다. 루드웨어는 브레스에서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브레스 때문에 근처의 모든 사물은 녹아 내리고 있었
다.
과히 놀라운 브레스라고 할 수 있었다.
"이 할망구가! 자연파괴는 잘못된 행동이란 것도 모르나!"
"그딴 것은 모른다!!"
다시 맞부닥치며 공격을 시작한 두 사람 때문에 지형은 정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두사람이 싸움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사라토 산맥으로는 많은 수의 존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고위마족은 물론이요, 모습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 신족, 그리고 많은
수의 드래곤들, 하이엘프, 드워프, 산으로 은거한 인간 마도사들 하나하나 엄청난 존재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소란을 알아채고는 다시 신마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이 아닌지 궁금해 하
며 모여 들고 있는 것이다.
"서엘프족의 족장 유겔린 아니요?"
"아! 위대한 종족이신 에이션트 드래곤 카뮤님이시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란인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닌 소란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대의 지형을 뒤
바꿔 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변하더군요."
"도대체 어떤 존재가 싸워야 이런 소란이 일어날 수 있는건지."
"글쎄요. 전 위대한 종족이 싸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예끼 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이 정도는 에이션트 드래곤급에 해당할 정도네. 그것도 최고
의 공격형태인 드래고니안으로 몸을 변형했을 때 말일세."
"그런가요? 그럼 도대체 누구일까요?"
카뮤와 유겔린은 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싸움을 하는 존재들에게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들의 주위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종족들의 수장이나 수많은 강한 존재
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켈린은 플라이마법을 멈추고 카뮤가 권하는데로 그의 등에 올라타서는 빠른 속도로 사건
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루드웨어와 프로란스의 싸움은 더욱 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일대를 바꿔버릴 정도의
광범위한 기술은 아니였지만, 하나하나가 온몸을 마나력으로 방어하여 미쓰릴보다 강력한
신체를 가진 두 사람은 두동강 내버릴 정도의 집중된 힘들이였다.
두 사람의 그런 기술 맞부닥칠 때 마다 튀긴 기의 파편들은 사방의 대지에 엄청난 크레이트
를 만들어 주위에는 수백개의 크레이트가 산재해 있는 것이 마치 달의 표면과 같은 모습이
였다.
"끈질긴 녀석!!"
"그건 내가 할말이요!"
"인간 같지도 않은 녀석!"
"이 똥통에 빠질 할망구가!!"
"뭣이!"
"당신부터 욕했잖아!"
"그게 무슨 욕이야!"
"인간한데 인간 같지 않다는 것이 욕이지 그럼 뭐야!!"
"이런 똥같은 경우가 있나!"
"그러니 똥통에 빠지지!"
서로의 공격이 상대에게 통하지 않자 이젠 말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말싸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다시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또 다시 일대는 엄청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는데, 그때 그들의 싸움에 끼여드는 이가
있었다.
[이게 무슨 짓들인가!!]
엄청난 마나가 담긴 목소리에 두 사람은 소리를 지른 당사자를 처다보았는데, 그곳에는 프
로란스의 덩치와 비슷한 황금색 드래곤과 그위에 타고 있는 하이엘프의 모습이 드러났다.
[카뮤인가!]
[카뮤선생님?]
둘 다 골드드래곤 카뮤를 알고 있자 그를 보던 눈을 돌리고는 서로를 처다보며 말했다.
"네 이녀석 카뮤를 아느냐!"
"흥! 스승님의 친구분이다!"
"스승? 누구를 말하는거냐?"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였던 라지베헤루님이 바로 나의 스승님이다!"
"라지베헤루? 금단의 서의 주인?"
"그래!"
"어쩐지 터무니 없이 강하다 했군."
라지베헤루는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였기에,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그 이름을 모르는 자들이
없었다.
한편 골드드래곤 카뮤는 이 엄청난 상황을 만들어내며 싸우는 이들이 자신과 같은 에이션트
급의 드래곤이 프로란스와 친구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는 황당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데체 이게 무슨 짓인가!! 일대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다니 말이야!]
[흥! 카뮤 너는 참견마라 난 오늘 이 녀석을 죽이고 말테니까!]
[카뮤 선생님 어쩔 수 없이 프로란스님과는 생사를 겨루어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기에 카뮤로서는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무리 라지베헤루라고 하더라도 에이션
트 드래곤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는 것은 무리였는데, 그의 제자가 자신보다 힘이 세다
고 알려져 있는 프로란스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녀석이 도대체 어떤 힘을 얻었길레 저 정도지?'
인간 본연의 능력으로선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카뮤였기에, 루드웨어에게서
무슨 기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싸움에 의해 일대의 많은 존재들이 피해를 입고 있네 오죽하면 움직이지
않기로 유명한 서엘프족의 족장까지 이곳에 왔겠는가? 일단은 어디 한적한 곳에서 자초지정
을 듣기로 하지. 내가 먼저 왔기에 다행이지 잘못했으면 이곳으로 오는 수많은 종족들에 의
해 신마대전이 다시 한번 일어날 뻔 했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캬뮤의 말에 두 사람은 조금 흠찟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쨋든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엄청난 전투 2차전은 마무리 짓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3차
전이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였다.
사라토 산맥의 뒷 편으로 간 네사람은 후에 이곳으로 수많은 종족들이 와서 엄청난 광경을
보고는 돌아가는 것을 보며 가슴을 쓸어 담았다고 한다.
산의 뒷편으로 가서 자초지정을 들은 카뮤는 프로란스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
다. 그도 그녀가 자신의 손자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형으로 변한 카뮤는 한참을 생각하다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라지베헤루의 제자라면 헤즐링 보호법을 알고 있을텐데 왜 프로란스의 분노를 막으
려 하는가?"
"물론 저도 헤즐링보호법을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란스님은 분노에 대륙에 있
는 모든 인간들을 전멸시키려고 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카뮤는 프로란스를 보며 물었다.
"그 말이 정말인가?"
"당연하지 내 손자 로노와르의 목숨은 대륙의 모든 인간들보다 더 귀하다고!"
"허!"
프로란스의 말에 카뮤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유켈린은 그 이야기를 한참을 듣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루드웨어
를 보며 물었다.
"당신에게 묻겠소. 그 힘...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이요. 혹시 당신은 일렉쳐가 아니요?"
유켈린의 말에 프로란스와 카뮤는 둘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렉쳐, 그것은 신에게 선택
받아 대리자의 힘을 가진 이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신의 대리자로 루덴스란 자
가 마령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한명의 다른 일렉쳐가 대륙에서 모습을 보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설명은 못하지만, 천신 레이뮤의 신성의 포션을 마신 것은 사실입니다. 이힘은 그
때 얻어진 것이지요."
"천신 레이뮤의 신성의 포션? 레이뮤님은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를 봉인한 후 소멸되셨을텐
데?"
루드웨어의 말에 카뮤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며 물었고,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정말 일렉쳐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음.."
소멸한 신의 대리자라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일이기에 카뮤로서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성의 포션과 마성의 포션은 각각 신계와 마계의 최고위 신의 대리자가 될 수 있는
약물이기에 반정도는 그가 일렉쳐는 맞다고 할 수 있었다.
유켈린은 그의 말에 곰곰히 생각하다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가 만약에 일렉쳐라면 이 사건을 조용히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음..대리자의 심장을 말하는 것인가?"
"예. 대리자의 심장은 어떠한 존재든 한번의 생명은 더 가지게 해주니까요."
그 말에 카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프로란스가 이렇게 설치는 것도 로노와르가 죽었기
때문인데, 만약 대리자의 심장으로 로노와르가 살아난다면 모든 것이 깨끗이 끝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프로란스도 대리자의 심장이 가지는 효력을 앓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이 녀석이 일렉쳐이고 대리자의 심장으로 로노와르가 사라진다면 나 역시 대륙의 모
든 인간들을 전멸시키지는 않겠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진짜 일렉쳐일까 하는 것이군요."
"음..그게 문젤세."
대리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도 신이 소멸한 후에 나온
적이 없었기에, 모두들 결정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대리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됩니까?"
루드웨어가 묻자 카뮤는 안 좋은 기색을 하며 말했다.
"그야 당연히 심장을 잃은 인간을 죽겠지, 그리고 로노와르는 살아나지 못하고 말일세."
"그런..."
루드웨어로서는 자신의 심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기꺼이 심장을 내주고 싶었지만, 만
약 일렉쳐가 아니라면 그냥 목숨만 버리는 꼴이 되고 프로란스는 또다시 인간을 전멸시키기
위해 날아오를 것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루드웨어는 무엇인가 결심했다는 듯이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저의 심장을 로노와르에게 주겠습니다."
"하지만..아니라면 자네의 목숨만 버리는 꼴이 아닌가?"
"그래서 한가지 조건을 걸고 싶습니다."
"조건?"
루드웨어의 말에 카뮤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예. 만약 제가 일렉쳐가 아니라면 두 분은 프로란스님이 인간을 전멸시키는 것을 막아주십
시오."
"뭐?"
"그런?"
두 사람은 루드웨어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일렉쳐가 아니라면 두 마리
에이션트 드래곤이 싸워야 하는 판국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헤즐링의 율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 그 헤즐링의 율법에 따라 제국의 인간
들만 희생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그 이상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였기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프로란스는 수긍하지 못하
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도 안돼! 난 그렇게 못해!"
"그렇다면 3차전을 시작하지요!"
프로란스의 말에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데고 용납하지 않자 화가 난 루드웨어도 더 이상 참
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3차전의 시작을 말했고, 프로란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카뮤의 입에서 결정이 터져 나왔다.
"좋다. 루드웨어 네 녀석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카뮤!!"
"프로란스 진정해라 만약 너의 손자가 아니라 다른 녀석의 자식이였다면, 네가 모든 인간을
전멸시키겠다고 이렇게 법석을 떨었겠는가!!"
"그건."
"율법은 지엄하다. 아무리 에이션트라도 율법을 어긴다면 전 드래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
다. 율법을 지키지 않는 드래곤은 마룡과 다름이 없으니까!"
그 말에 프로란스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힐 따름이였다.
"그럼 대리자의 심장을 전해주는 의식은 삼일 후 나의 레어에서 진행하겠다. 루드웨어 내
레어가 어디 있는지는 기억하고 있겠지?"
"예."
"삼일이란 시간 후에 진행하는 것은 일렉쳐가 아닐 경우에 대비해서 너에게 마지막으로 가
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그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오도
록 해라."
"예."
이렇게 해서 두 마리의 에이션트 드래곤과 서엘프족의 족장,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가 모인
회의는 간단하게 끝나고 말았다.
과연 루드웨어는 일렉쳐일까. 지금 상태로는 알 수 없는 일이였다.
대충 오두막을 정리한 루드웨어는 마령 서쪽의 나라 레던왕국의 아페스산 꼭대기에 있는 스
승 라지베헤루의 무덤을 찾아갔다.
친지라고 해봤자. 그에게 부모와 같이 기억되는 사람은 라지베헤루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페스산은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 하늘과 가깝고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묻어 달
라는 유언에 루드웨어가 마련한 못자리였다.
무덤은 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기에, 눈 위에 털썩 주저 앉은 루드웨어는 하늘을 바라보
며 말했다.
"사부 만족해요? 묫자리 하나는 끝내주게 골라줬지요?"
하지만 라지베헤루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고, 루드웨어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 잘못하면 사부의 뒤를 따라가게 될 것 같아요. 사부 내가 오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
요. 그래도 사부가 하라는데로 금단의 서도 다 익혔는걸요. 대륙 최고의 마법사도 됐고....잘
했지요?...그런데...사부 나 아직 한가지 일은 하지 못했어요. 아직 지상계에서 친구는 못사겼
어요...나 아직 혼자에요...마계에 있는 유리마 밖에... 나 혼자야...넘 외롭고...슬퍼요. 이렇게
죽을지도 모르게 되니...내 푸념을 받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사부...아버지라고 불러
도 돼요?..."
루드웨어는 스승의 무덤에 몸을 묻고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고아가 된 후 그가 처음으로 사
랑을 받았던 존재는 라지베헤루 한 사람, 하지만 라지베헤루가 하늘로 떠나간 후 즐겁게 살
려고 괴짜같이 행동했던 루드웨어였지만, 마음속에는 외로움과 함께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 그는 단 한사람도 위로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스승의 무덤에 어
서 떠나간 스승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크흐흐흐흑...아버지..아버지..."
루드웨어의 눈에선 눈물이 그치지 않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아버지의 곁에 있고 싶은 루드웨어였다.
스승의 무덤에서 마음껏 울음을 떠뜨린 루드웨어는 디멘젼 패스를 사용하여 마계로 내려갔
다. 오랜 시간동안 내려와보지 않은 마계였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천신의 힘에 의해 오염되어 있는 땅에 있는 자신의 집이였다.
떠나올때와 같은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루드웨어는 포근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이
곳에서 루드웨어는 처음으로 진짜 가족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었다.
라지베헤루가 언제나 앉아 차를 즐기던 의자를 보며 루드웨어는 스승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리마를 만나야 겠지?"
루드웨어는 자신이 살고 있던 오두막을 떠나 마계의 궁전으로 날아갔다. 유리마는 이제 수
업을 모두 마치고 마신 라스타를 모시는 고위신관으로서의 일을 수행하고 있었기에 궁전으
로 가야만 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였다.
궁전에 도착하자 일단의 마계 마족 경비병들이 그의 앞을 막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인간 같이 생긴자가 마계의 궁전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막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자식들! 열심히 지키고 있군. 난 암흑신관 유리마의 친구 루드웨어다 내가 왔다고 알려라."
그 말에 경비병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서로를 보며 수근거리다가 말했다.
"그럼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빨리 갔다오라고."
십여분 후 경비병은 황급히 뛰어와서는 루드웨어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유리마님께서 접견실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거봐. 자 안내해."
"예."
거만하게 행동하며 손짓을 한 루드웨어는 그에게 안내되어 마계의 궁전의 접견실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간 접견신의 안에는 검은색의 사제복을 입은 청년 한명이 있었다.
"어! 유리마!"
반갑다는 듯이 손을 내밀며 그를 껴안는 루드웨어였다. 유리마는 난데 없이 루드웨어가 자
신을 껴안자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적당히 까불어라 이 녀석아!"
"히히 친구를 만나니 기분이 좋아서 그런다. 그나저나 넌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어린 놈
의 얼굴이냐?"
"흥! 그건 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런가 히히히"
루드웨어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고, 유리마는 그를 보며 할말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
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무표정한 듯한 그의 입에서 살짝 미소가
비쳤다.
"그나저나 네 녀석이 마계엔 왠일이냐? 몇십년동안 얼굴도 보이지 않더니."
"음..그냥."
"그냥? 날 속일 생각하지 말아라. 네 녀석이 그냥 마계까지 내려올 놈이 아닌 것은 알고 있
으니."
그 말에 루드웨어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접견실의 쇼파에 앉아서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역시 널 속일 수 없구나. 그래 말해주지 나 잘못하면 죽을지도 몰라."
"응?"
루드웨어의 말에 유리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불치병에 걸린 것 같아..나 죽으면 양지바른 마계에 묻어달라고 왔어."
"젠장!"
그제서야 루드웨어가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안 유리마는 표정을 바꾸고는 말했다.
"네 녀석은 언제쯤 진지해 지겠냐."
"글세 말이야. 후후"
자신도 안다는 듯이 웃고있는 루드웨어를 보며 유리마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말했
다.
"아무튼 나 바쁘니까 할 일 없으면 돌아가라."
"엥? 그냥 친구를 보내도 되는거야?"
"그래. 임마! 마신 라스타님을 보좌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줄 알았냐."
"앙. 아쉽다.."
"적당히 마족들하고 놀고 돌아가라 알았냐?"
"응."
간단히 말한 유리마는 고개를 돌려 접견실을 걸어나갔는데, 문쯤에서 유리마는 걸음을 멈추
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혼자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보고 있지만은 않을테니까."
유리마는 그냥 돌아서기는 했지만, 역시 유일한 친구인 루드웨어가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마디를 했고, 친구의 그런 마음을 고맙게 생각한 루드웨어는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응. 고맙다 유리마."
"고맙기는.."
그렇게 유리마가 사라지자 루드웨어는 익살스러운 얼굴을 지우고는 침울한 얼굴로 바뀌어서
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친구여..잘 있어라."
프로란스와의 대결이 있은 지 삼일 후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