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외전 1. 루드가 로노를 만났을 때 (1)
상쾌한 봄날의 아침, 팔자 좋은 새들은 오늘도 할 일없이 나뭇가지 위에서 지지배배 아침을
알리고 있으니 눈치빠른 사냥꾼에 의해 이내 땅으로 추락하여 어린 꼬마의 아침식탁에 오르
는 불상사가 여지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라토 산맥에는 루페드계곡의 물 좋은 곳에는 오늘도 손만 대면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운
물이 무한급수(無限給水)의 원칙에 따라 흐르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난 토끼같은 한 남자는 세수할 모양으로 수건을 들고 계곡의 바위에 잠시 잠을
깰 겸 앉아 있다가는 어느 정도 잠이 깼는지 시원한 자연산 생수를 잠시 들이키고는 다시
돌아섰다.
"물이 너무 차갑다."
새벽에 일어난 토끼가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 이유는 모두 물이 차
갑기 때문인 것이다.
보일러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계곡이라며, 투덜대던 사나이는 그래도 세수는 해야
겠는지 손에 물을 약간 묻혀서는 고양이 세수만을 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기지
개를 폈다.
"아! 좋다."
상쾌한 아침의 공기를 페에 가득히 들이 마신 남자는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시작됐다는 듯
이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계곡에서 숲으로 나 있는 조그만 오솔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십분여를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자 숲가운에 위치한 작은 공터에 작은 오두막이 눈에 띄였
다.
건축설계사가 본다면 그 허접한 솜씨에 눈물을 흘릴 것 같이 만들어진 엉성한 오두막이 바
로 그 남자의 집이였던 것이다.
끼익 하며 귀를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문이 열리자 오두막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근처에 있는 나무를 잘라 엉성하게 만든 침대위에는 그래도 고급스러운 침대보가 지저분하
게 널려져 있었고, 균형이 안맞는 듯 기울어진 탁자위에는 어제 먹다만 빵과 스프가 흉찍하
게 놓여져 있는 것이 과히 총각의 전형적인 방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은 청동거울을 탁자위에 가져와서는 얼굴을 들이대며 몇 개 부러진 황소의 흉찍한 갈비
뼈 같은 빗을 들어서는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새집을 지은 듯 사방으로 뻗쳐 있는 머리털은 빗질을 조금 해주자 이제는 조금 보아줄 정도
로 보였지만, 역시나 머리를 안감은 덕에 여기저기 비듬이 붙어 근처에 가고 싶지 않은 모
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지저분한 몰골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조금 보아줄만 했다. 지가 제일 높은 줄
알고 솟아 있는 코와 똘망똘망한 눈망울, 초록색의 긴머리는 비듬만 빼면 단정하게 보이는
것이 괜찮은 미남은 정형적인 모습이였다.
물론 그가 절세미남이란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보아줄 정도의 미남, 아무튼 그정도다.
오두막의 한 구석에는 한참을 빨래를 하지 않았는지 사라토산맥과 거의 비등한 정도로 빨래
가 쌓여 있었는데, 그는 빨래더미에 다이빙을 해서는 그래도 냄새가 덜 나는 옷가지를 꺼내
어서는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룰루랄라 오늘도 즐거운 하루일을...."
그 순간 그는 노래부르던 것을 멈추고 말았다. 무엇인가 안 좋은 기분이 그의 등줄기를 스
치고 지나간 것이다.
'설마..'
청년은 문득 중요한 사실을 잊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한쪽 벽에 그래도 공부는 한다고 자
랑하는 듯이 책을 싸놓은 곳에 가서는 낡은 책을 하나 집고는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것을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풀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럴수가...스승님의 책을....내가 모두 익히고 말았다니....흑흑흑 이젠 즐거운 하루일이 없
당.."
애석하게도 그는 배울 것을 모두 배우고 만 것이다. 그가 이런 궁벽한 산골에 와서 혼자 살
고 있는 이유는 그의 스승인 라지베헤루가 남긴 금단의 서라는 대륙의 마법사라면 어느 누
구라도 탐낼 고위마법과 마물소환이 적힌 책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그의 스승인 라지베헤루는 그를 혼자 남겨두고 책 한 권을 던져주면서 멀리 하늘나라로 유
희를 떠났기에 그는 대륙을 돌아다니다 물 좋은 곳을 발견하고는 채 익히지 못했던 금단의
서를 익힌 것이다.
여기까지 말했다면 대충 이 사람이 누군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라지베헤루의 유일한 제
자이자 건방진 마법사 바로 루드웨어인 것이다.
루드웨어는 한참을 책을 부여잡고는 울음을 터뜨린 후 조용히 일어나 눈물을 닦고는 훌쩍
거렸다. 남들은 책 한권을 때면 책걸이라고 한답시고 잔치를 하는데 그는 왜 이렇게 서려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하나의 이유때문이였다.
스승인 라지베헤루가 죽고 그는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어설픈 마법을 숙련시키고 있었다. 하
지만 북부의 숨겨진 땅이라는 소비에르제국에 높은 산맥을 넘고 있을때 그는 그곳에서 하나
의 신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 산속에 숨겨진 낡은 신전이라면 비싼 아티팩트는 아니더라도 몇백년된 고귀한 유물이
하나정도는 눈에 띄는 것이 보통이였기에 그는 소비에르의 진미를 생각하며 신전안으로 숨
어 들어갔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던지 사원 안에는 각종 동물들의 변은 물론이요. 겁도 없이 신에게
반항하는 잡초들이 신적의 바닥사이에서 꾿꾿하게 뻗어나오고 있었고, 세월의 흔적을 증명
이라도 하는 듯이 이곳저곳의 벽은 허물어져 간간히 넘어지기 쉬운 장애물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와! 엄청 낡았다."
사원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루드웨어는 한 곳에서 흉찍하게 얼굴은 날아간채 몸만 남아 있는
하나의 석상을 발견하고는 잽싸게 그 쪽으로 뛰어갔다.
두 손을 단전으로 내린 채 동그란 공 하나 손에 들고 있는 석상, 루드웨어는 잠시 이것이
대륙 최초로 배구라는 운동을 만들어낸 운동가의 석상이 아닐까 고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의문은 완전히 풀렸다.
석상의 밑에는 사각형의 석판위에 고대 유온족의 상형문자가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북방 유온족의 문자네?"
많은 지식을 가진 놈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스승인 라지베헤루를 따라 대륙 곳곳의 도서관
은 많은 들렸던 루드웨어였던지라 그 글자를 더듬더듬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음..그러니까..음...천신...레이뮤...경배하라...에잇 모르겠당!"
끈기 없는 놈이였다. 아무튼 루드웨어는 모든 글자를 해석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 석상
이 천신 레이뮤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천신 레이뮤라면, 칠칠치 못하게 신마전쟁에서 궁극의 마신을 봉인하고 사라진 신이잖아.
음...그러고 보면 고대에는 천신 레이뮤가 오성신보다 더 큰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고 했으니
까..우히히 좋은 물건이 하나정도는 있겠구만."
이 신전이 천신 레이뮤를 모스는 신전이라는 것을 파악한 루드웨어는 즐거운 진미를 생각하
며 신전의 곳곳을 헤메이기 시작했다.
숲 속에 묻혀 있었던 탓인지 맨처음 이곳으로 들렸을 때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신전은 장난이 아니였다.
천신레이뮤를 예배당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루드웨어가 뛰면 적어도 삼십분이상은 걸릴 100
미터 정도의 넓은 곳이였고, 그밖에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많은 곳들이 산재해 있었던 것이
다.
한참을 신전을 뒤지며 귀중한 물건을 찾고 있던 도굴꾼 루드웨어는 두시간여정도를 여기저
기 헤메이며 돌아다녔지만, 이미 선배 도굴꾼의 손길이 스쳐지나간 것인지 루드웨어가 찾는
그런 물건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인지 재물이 눈이 어두운 그는 포기를 하지 않고 열심히 찾기 시작했
고, 드디어 괴이한 힘이 느껴지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신 레이뮤가 대활약을 벌리는 장면이 열두개의 거대한 벽에 양각되어 있는 벽 중, 하늘에
서 대륙을 향해 천신 레이뮤가 빛을 뿌리는 장면의 벽화에서 이상한 힘이 느껴지고 있는 것
이다.
"신성력?"
벽을 손으로 살짝 두드려 본 후 마나를 약간 주입해 본 루드웨어는 그 이상한 힘의 정체가
신성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당한 두깨의 벽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루드웨어가 놀랄 정도로 신성력을 뿜고
있다는 것은 벽 저편에 상당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기물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그
의 입은 루드웨어만한 두꺼비가 하품하는 마냥 커졌다.
"히히히."
벽을 뚫기 위해 히죽거리며 뒤로 물러선 루드웨어는 조용히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현
재 그가 가지고 있는 마법 능력은 8서클마스터, 이 정도면 인간으로선 거의 극한에 이르는
마법실력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목표는 9서클을 넘어서 스승인 라지베헤루를 넘어서는 것이
기에 아직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아무튼 8서클의 엄청난 마법실력을 가지고 있는 루드웨어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몸에서 상
당한 양의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이어볼!!"
뭐 8서클의 마스터가 3서클의 파이어볼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벽 하나 뚫는데 8서클 마법을 난사하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
만 바보였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벽에선 엄청난 불꽃의 폭발이 일어났지만, 잠시 후 자욱한 연기가 사라
져가며 벽의 모습이 드러났을 땐, 아무런 상처도 없는 벽의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엥? 이게 뭐야!"
놀란 루드웨어는 벽으로 뛰어나 여기저기를 만져 보았지만, 역시 그슬린 것을 제외하고는
흠집하나 없는 석벽이였다.
"젠장...어쩐지.."
몇백년은 지난 듯한 성전의 모습과는 달리 벽화는 너무나 명확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
었다. 양각이 된 벽화는 그만큼 풍화가 잘되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흐릿하게 보여야 정상이
였지만, 루드웨어의 앞에 보이는 벽화는 명확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단순한 것도 추리하지 못하는 자신의 머리를 잠시 주먹으로 몇대 갈긴 루드웨어는 벽을 만
져보며 재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음..보통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벽인데...어째서 흠집이 안나지? 신성력때문인가?"
루드웨어는 벽을 살펴볼때와는 달리 많은 양의 마나를 석벽안으로 집어 넣었는데 그 순간
큰 반발력과 함께 루드웨어의 마나는 반사되어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음..일정 이상의 마나를 받으면 되튕긴단 말인가? 젠장 이것만 팔아도 돈 되겠네."
이정도의 벽화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벽만 팔아도 적어도
수만골드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리는 루드웨어였다.
한참을 석벽에 등을 기대며 고민에 잠긴 루드웨어는 석벽너머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
기 시작했다.
"석벽너머는 돈이 굴러다니는데, 분명 공간이 있다는 것은 통로가 있다는 뜻인데, 도데체 어
디있는 거야?"
그가 있는 석벽은 말했던 것과 같이 열두개의 벽화가 나란히 양각되어 있는 곳이였다. 그
중 제일 마지막 벽화가 문제의 석벽이고 나머지 열한개의 벽화는 풍화가 방지되기는 했지
만, 일정 이상의 마나를 되튕기는 능력은 없었다.
분명 열쇠구멍이나 비밀장치가 있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열한개의 벽화를 차례대로 흝어보
기 시작했다.
벽화의 내용은 창세에서 대륙의 탄생까지의 천신 레이뮤의 신화가 그려져 있었다.
창조주의 명을 받아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와 천신 레이뮤가 대륙을 생명이 살아있는 땅으로
만들기까지의 그림이였다.
"평범한 내용이잖아.."
벽화 자체는 보통의 신화에서 나오는 그런 내용으로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루드웨어
는 계속 벽화를 살펴보던 중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일곱 번째 대륙을 두 신, 레이뮤와 크레이져가 반대로 나위어져 빛과 어둠을 이루는 장면에
서 크레이져의 얼굴이 찡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이상한 생각에 다른 벽화들을 살펴보았지만, 그곳에는 모두 위엄있는 크레이져의 모습이 조
각되어 있었는데 유독 그 벽화에서만 크레이져가 찡그리고 있었기에 루드웨어는 그 주변을
샅샅히 흝어보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야!!"
루드웨어는 벽화의 한부분을 보며 그 이유를 찾아 낼 수 있었다. 낮과 밤으로 나뉘어진 두
신의 모습이 합쳐지는 부분 바로 두 신의 다리부분에 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천신 레이뮤의 발이 크레이져의 발을 밟고 있는 기현상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러니 크레이져가 발을 찡그리는 것은 당연한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오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곳도 모두 그렇게 나
와 있었던 것이 의도한 것은 아닌 것이다.
하긴 천하의 마신 크레이져가 발 좀 조금 밟혔다고 얼굴을 찡그리겠는가? 또 그런 벽화를
만들었다면 분명 벽화를 만든 예술가는 몰매 맞고 쫓겨났을 것이 분명했다. 천신 레이뮤의
신전이 번성했을 때는 그와 함께 어둠의 마신 크레이져의 신전도 번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신 크레이져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였기에, 그것에 무슨 문제가 있
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다시 한번 벽화를 보며 곰곰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젠장! 그냥 조각 잘못한 거 아니야?"
하지만 이런 정교한 조각을 한 예술가가 실수한 작품을 그냥 내버려 뒀을리는 없었기에 이
젠 짜증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에잇!! 제발 인상 좀 펴라! 이 크레이져야!"
화가난 루드웨어는 벽화에 그려져 있는 찡그린 크레이져의 얼굴을 잡고는 강제로 인상을 피
게 하려고 힘을 주었는데 그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정말 이건 홧김에 한 것이였는데, 크레이져의 인상이 펴지면서 위엄있는 모습을 되찾은 것
이다.
"조금 꼬집어 줬다고 바로 쫄기는 쳇!"
괜히 심술내는 루드웨어였다. 하지만 그 후 그의 얼굴은 활짝 펴지면서 연신 크레이져의 얼
굴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바로 마신의 인상이 펴짐과 동시에 파이어볼로도 부서지지 않던 열두번째 벽화가 서서히 열
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앙! 크레이져오빠! 넘 멋져요!!"
너무 기분 좋은 루드웨어는 느끼한 언어를 남발하고 말았으니 하늘은 절대 그런 그를 용서
하지 않았다. 그 순간 크레이져의 인상을 굳어지며 다시 서서히 문이 닫히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할!!"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루드웨어는 재빨리 서서히 닫히는 문을 향해 몸을 날렸고,
정말 간발의 차로 루드웨어는 감추어진 통로로 들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후회하고 말았으니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없이 그는 물욕에 눈이 어두어 무턱대
고 안으로 뛰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젠장! 난 왜이런거야!!"
자신을 욕하는 루드웨어였지만, 어떻하랴 이미 화살은 활을 떠났고, 컵의 물은 엎질러진 후
였고, 루드웨어는 비밀통로로 들어온 후였던 것이다.
투덜투덜거리던 그는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여 어두운 비밀통로에 불을 밝혔다.
"헉!"
흉찍한 얼굴의 등장, 놀란 루드웨어는 뒤로 자빠지고 말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폼이
어디선가 많이 본 폼인지라 루드웨어는 라이트를 들이대고는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휴. 레이뮤형이였군."
언제 천신 레이뮤가 루드웨어이 형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루드웨어가 놀란 그것은
바로 레이뮤의 석상이였던 것이다.
원래 사진은 라이트의 조작에 따라 그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처럼 위엄있는 석상도 밑에서
위로 라이트를 비추니 거의 흉찍한 귀신 꼴로 나타난 것 뿐이다.
이상하게 라이트마법으로 향하는 마나의 공급이 시원치 않아서 생긴 현상이였는데, 아무래
도 동굴안의 신성력이 루드웨어의 마나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듯 했다.
"4서클 수준이로군."
자신의 마법이 신성력의 영향으로 장애를 받아 4서클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느낀 루
드웨어는 제발 신전을 지키는 가디안이 나타나지 않기를 빌었다.
가디안이란 것이 고대 마도제국의 던젼이나 드래곤의 레어에서 나타나기도 했지만, 간혹 이
런 낡은 신전에서도 발견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거의 바닥 난 전지 마냥 불규칙한 빛을 비추고 있는 라이트마법을 통해 루드웨어는 천천히
동굴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입구쪽의 문을 여는 장치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분명 입구
의 끝에 다른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각 외로 동굴은 상당히 깊었고, 루드웨어의 마나는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
성력의 영향으로 그의 마나소모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였다.
"불 끄면 무서운데..어쩔 수 없지."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일단은 뭐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였기에, 라이트마법으로 마나를
소비할 수 없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큰 맘 먹고 마법을 해제했다.
빛 조차 들어오지 않는 비밀통로는 이제 짙은 어둠에 깔리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
다.
약간의 빛 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루드웨어는 조용히 눈을 감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
작했다. 8서클의 뛰어난 마법사인 걸을 때의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통로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왜 맨 처음부터 이 방법을 안 썼냐고 말한다면, 루드웨어는 말할 것이다.
"니가 혼자서 깜깜한 동굴 혼자 걸어가봐라 얼마나 무섭나."
능력있는 마법사라고 해도 루드웨어 역시 귀신 무서운 줄 아는 인간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