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장 루드웨어의 대위기 (1)
팔두마차를 타고 여유롭게 장안으로 향하는 루드웨어의 일행, 여기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의문의 무리들이 있었다.
십이지에 해당하는 동물들의 가면을 쓰고 있는 열 두 명의 인물들, 다만 그 중
에서 쥐의 가면을 쓰고 인물만을 맨 뒤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으니 척 보
도 가장 직급이 낮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부울스님에게 말씀하시대로군."
소의 가면을 쓰고 있는 자는 팔장을 낀채 거만한 자세로 달려가는 마차를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으니 이들이 바로 부울스의 친위무사단인 십일지단(十一支團)이
였다.
물론 십이지가 정답이기는 하지만, 감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짐승인 소의 머
리 위로 올라탄 쥐새끼를 용납 못하는 부울스는 쥐에 해당하는 자리를 모두의
짐꾼 역할을 맡게 했으니 현재 자신의 몸에 수배는 됨직한 큰짐을 지고 있는
자가 바로 쥐의 해당하는 자였다.
역시나 소 가면을 쓴 자가 십일지단의 단주, 놀랍게도 중얼거리는 음성은 가냘
픈 여인의 음성이였다.
여인의 몸으로 무황의 한사람인 부울스의 친위무사단의 단장을 맡았다고 하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작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호랑이 가면을 쓴 자가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끼와 뱀 가면의 무사
를 가리키며 말했다.
"묘아(卯兒), 사랑(蛇琅)."
"예. 단장님."
"가라! 가서 저 셋을 산산히 흩어 놓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소가면의 여인의 말에 큰 소리로 대답한 둘은 푸른빛과 함께 사라져버리니 이
들 역시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이러한 위험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루드웨어 일행은
막간을 이용해서 가볍게 한판을 벌이고 있었으니....
"헉...말도 안돼...흑흑흑..."
루드웨어는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박고 있었으니 로노와르는 남편
의 뒷통수를 밟고는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호호호!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거에요. 호호호"
"...."
두려움을 느끼는 유리마였으나 현재 그의 사정 역시 좋지 않고 있었으니 두 손
으로 술과 잔이 높여져 있는 쟁반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있는 그는 왼손으로
는 스프링 윈드(봄 바람)마법을 사용해서는 로노와르에게 보내주고 있었다.
"호호호..승자의 기쁨.."
"루드웨어....그래서...이 게임은 안된다고 했잖아..."
이제는 그녀의 발등을 핥으며 변태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는 루드웨어 역시 유
리마의 말에 동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들이 하고 있던 게임은 바로 묵
찌빠였다.
보통 인간이 지니는 안력의 수배 아니 수십배에 달하는 이들의 묵찌빠는 당연
히 피가 튈 수 밖에 없는 전쟁이였는데, 일단은 드래곤의 몸으로 기본적인 신체
가 튼튼한 로노와르는 내력을 돋구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이였기
에 쉽게 묵찌빠의 승자인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고로 왕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조금은 비참한 꼴이 되
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잘 나가던 마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했기 때문이다.
[이히힝!! 쿵!!]
"윽!"
갑작스런 급정거에 앞으로 자빠질 수 밖에 없었으니 루드웨어는 마차로 이런
급정거가 가능한 마부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에 자지러 질 뿐이였다.
"무슨 일인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유리마는 마차를 나와서는 마부를 보며 물어 보았는데,
50세 정도의 마부는 앞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기 두 여인이 마차의 앞을 가로막아서..."
그 말에 유리마는 마차를 가로 막은 여인들을 살펴보았는데,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응?"
두 여인이 왜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유리마였지만, 일단
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이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는 명언대로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청의를 입고, 얇은 눈썹에 매끄럽게 뻗어 있는 여인은 백옥과 같은 하얀손을 들
어서는 상대 여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호박!"
"매주!"
역시나 상대방에 있는 홍의의 미녀도지지 않고 한마디를 내뱉으니 두 사람의
한참동안을 언쟁을 하다가는 이제는 서로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다투기 시작하
니 유리마는 크게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아가씨들 마차가 지나가야 하니 잠시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유리마는 싸우고 있는 그녀들에게 가서는 정중하게 물어
보았는데, 순간 그녀들은 싸우는 것을 멈추고는 그를 노려보다니 소리쳤다.
"잘됐어요!"
"당신 말해 주세요!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예쁘죠?"
"에?"
그녀들의 말에 유리마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마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어느사이인게
두 사람의 언쟁에 자신이 끼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다투던 유리마는 잠시 후 두 여인이 다투게 된 이유를 알 수 있
었다.
역시나 그것은 남자 문제였다.
두여인은 쌍둥이 자매였는데, 한 순간 똑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한 사람이 그 남자를 포기하려 하지 않으니 두 사람이 서로 싸우게 된 것
이였고, 자신들이 더 미인이라며 이제는 주먹까지 오고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들의 부탁에 유리마는 어느쪽이 예쁜지 대충 말해주자고 생각하고는 뚫어
지게 처다보았는데, 애석하게도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일단 쌍둥이인데다가, 각자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우..."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그였는데, 그 때 마차에서 루드웨어가 천천히 나오더니
이유를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지...."
유리마는 자신의 능력으로 처리 할 수 없는 문제라 그에게 상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참을 두 여인을 처다보다
가는 물어 보았다.
"정말 어느쪽이 더 예쁜지 알고 싶은가?"
"예."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그녀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은 루드웨어는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 둘에 비하면 로노와르가 백배 더 미인이지 푸하하하!"
"...."
팔불출 루드웨어였다.
"누가 언니야?"
그 말에 홍의를 입은 여인이 손을 들었는데, 그것을 본 루드웨어는 그녀를 가리
키며 말했다.
"니가 더 예뻐 이상!"
"뭐에요!"
루드웨어의 말에 승복할 수 없다는 듯이 청의의 여인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따
지고는 루드웨어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예쁜 쪽을 선택해 달라고 했잖아?"
"단순히 언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선택을 하신거잖아요! 전 승복할 수 없어
요/"
"그래 그럼 다시 결정을 보는 좋은 수가 있는데 따르겠느냐?"
"예."
다시 결정한다는 말에 청의를 입은 여인은 반드시 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
했다.
"네가 사는 곳이 여기서 얼마나 되는냐."
"이 서쪽으로 오리 정도가 가면 있어요."
"되었다. 넌 그곳에 가서 맨 처음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서 둘 중 누가 미인인지
가려달라 부탁하거라."
"예?"
청의의 여인이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루드웨어는 품에서 잽싸게 합죽선을
꺼내서는 쫙 피더니 하늘을 보며 말했다.
"본인은 멀리 강남에서 복술사로 유명한 신점수사(神占秀士)라 한다. 내 오늘
이곳에서 너희들이 서로를 보고 다투는 것을 불쌍히 여겨 백금을 줘도 보기 어
려운 점을 처주었으니 모든 일은 그곳에 가면 알게 되리라..허허허.."
그 말과 함께 가볍게 주문을 외우리 그의 발 밑으로 안개가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복술사님."
여인은 그 모습을 보고는 크게 탄복해서는 인사를 하고 물러서니 드디어 마차
가 지날 수 있는 길이 뚫렸다.
"허허허.."
"....사기꾼."
"어쨋든 귀찮은 아이들은 쫓아 보냈잖아."
루드웨어의 말대로 일단은 쫓아내기는 쫓아낸지라 할말이 없는 그는 마차에 오
를 뿐이였다.
한편 그의 말을 듣고 돌아선 여인들은 숲 한 쪽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치! 쫓아 낼 수 밖에 없게 만드는군..."
"보통의 여인으로 변장을 했으니 그 정도에 물러서지 않는다면 의심을 받았을
거에요."
홍의의 여인은 청의의 여인이 크게 분해하는 모습을 보이자 어쩔 수 없다는 얼
굴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나저나 정말 상대하기 힘든 인물이로군."
"예. 예측을 할 수 없는 인간인 것 같아요."
두여인은 바로 토끼와 뱀 가면의 주인공이였다.
이곳에서 루드웨어와 유리마에게 어느정도 시간을 끌어서 다음 작전으로 넘어
가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는데, 예상외로 그의 말솜씨에 넘어간지라 어쩔 수 없
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