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오무황령 (3)
불괴성의 계속되는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던 루드웨어는 잠시간
녀석들의 공격이 사라지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폭풍 전의 고요라는 건가?"
"일단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 모두 물거품이 됬으니 잠시 뒤로 물러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유리마의 말에 잠시간 불괴성의 인물들을 칭찬한 루드웨어였다.
"아웅....남들은 출산휴가라는 것도 있다던데...불쌍한 난 출산휴가도 없이...이런
노동에 시달려야 하다니...남편을 잘못 만난게 죄지..."
"...."
절벽의 한 구석에서 손가락을 들어서는 땅에 원을 그리며 한탄하는 로노와르였
다.
유리마는 과거 궁극의 마신 크레이져를 상대로 할 때 로노와르의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그녀의 짜증이 시작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드웨어는 뭐라고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지은 죄가 있는지라 뭐라고 반박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처지고 있는 일행들의 기분이라도 띄워줄 모양인지 대
사련은 한명의 광대를 그들에게 보내주나니...
"우하하하하!"
계곡을 크게 울리며 남자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하자 일행들은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그들이 서 있는 계곡의 길 윗쪽이 벼랑에 한 남자가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 녀석들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감히 불괴성에 침범하다니 나 흑사자가 용서
하지 않겠다."
유창하고 똑똑한 발음까지는 좋았지만, 절벽의 한쪽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는
지 돌틈을 잡고 있던 왼손의 잔경련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꽤 기다렸나보네?"
"음...너와 로노와르가 아까부터 한 곳에서 계속 시간을 끌고 있었으니까..한 반
시진 정도는 매달려 있었겠군.."
"쯧쯧 불쌍한..."
자신이 불쌍한 신세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흑사자는 아직도 긴 웃음을 터뜨리며
힘들게 내려오고 있었다.
루드웨어 일행은 볼 것도 없다는 듯이 그냥 길을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 것을
본 흑사자는 크게 난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젠장! 조금만 올라갈걸...'
뛰어 내리기에는 너무나 높았고, 착지할 만한 곳이 그리 넓지도 않은지라 잘못
뛰어내리면 말 그대로 실족사(失足死)할 수도 있는지라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잠깐 기다리란 말이야!"
흑사자는 떨리는 손을 들어 간신히 밑으로 내려가며 소리치고 있으니 그 목소
리가 지극히 간절했는지라 차마 일행들은 앞으로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아! 저 심금을 올리는 목소리.."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외로운 남자의 마지막 한마디의 기분이 드는 것 같아."
루드웨어는 흑사자의 목소리에 잠시 감평을 한 후 일단은 앉아서 기다려주기로
하고 돗자리를 깔고는 앉아서 그가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흑사자는 그들이 기다리자 크게 한 숨을 내쉬며 서둘러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밑에서 볼 때 입으로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발을 이곳 저곳 움직이며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개구리가 뒷걸음질치는 것과
같은지라 루드웨어들은 웃기는 희극을 보는 듯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높은 절벽에서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반시진, 이 긴시간을 무료하게 보
내던 세사람은 흑사자가 내려왔을 땐 가볍게 티타임을 벌이고 있었다.
"음...역시 강호에서 이름난 용정차의 향이로군..."
"향기로와...우리세계의 차와는 또 다른 맛이 있는걸..."
"....."
숨을 헐떡이며 내려선 흑사자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노기가 치솟지 않을 수 없
으니 멋드러진 신비인인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기 때문
이다.
"흠흠.."
가벼운 기침소리를 내며 시선을 끌어보는 시도도 잠시 해보았지만, 역시나 요지
부동 할 수 없이 흑사자는 그들의 곁에 앉아 티타임을 즐길 수밖에 없었으니
그렇게 아무 일 없이 또다시 반시진이 지나 해는 서산으로 저물어가기 시작했
다.
"오늘은 야숙을 해야겠군."
"앙. 불괴성에서 따뜻하게 이부자리에서 자고 싶었는데..."
루드웨어의 말에 아쉬운 듯 한탄하던 로노와르였다.
한편 저녁무렵이 되도 소식이 없자, 불괴성의 대사련 간부들은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상하긴 하지만 솜씨하나는 뛰어난 흑사자였는데, 그 조차도 소식이 없었기 때
문이다.
"련주!"
"그래 어떻게 되었는가!"
흑사자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나갔던 부하가 들어오자 련주는 다급하게 물어
보았는데,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한 표정을 짓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흑사자는...."
"더듬거리지 말고 빨리 말해보도록 해라.."
"흑사자..님은 현재...침입자와 함께...저녁을 드시고 계십니다.."
"...."
할 말이 없는 련주였다.
하지만 사파십대거두는 대사련에 속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리 의
무감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 아닌지라 이렇다 해도 뭐라 책망할 수 없는 노릇
이였으니 한숨만을 쉴 뿐이였다.
"휴...부련주..."
"예.."
"이래서 내가 십대거두만큼은 쓰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괜히 부련주에게 닥달하는 련주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일행들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예정된 일을 진행
하기 시작했다.
"감시 대사련의 영역에 침범하다니 나 흑사자가 용서하지 않겠다!"
"꼴불견이다..."
"난 어젯밤 아무 말도 안하길레, 말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
"음..."
흑사자는 행동에 한마디씩 꼭 덧붙이는 일행이였다.
하지만 일단은 불괴성에서 자신들을 막기 위해 온 사람이라는 것은 아는지라
억지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것이 또한 가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
다.
"후후! 흑사자...네가 아무리 신비인이라 자처한다해도 지금 하는 꼴을 보니 불
괴성의 개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구나."
어제 저녁부터 이야기 했던 것이 있는지라 그가 신비인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
을 보며 약점을 찌르는 루드웨어였으니 그 말을 듣는 순간 흑사자는 크게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무..무슨 말이냐! 이 흑사자님이 불괴성의 개라니!"
"그렇다면 지금 하는 꼴이 무엇이냐! 자신의 주관도 없이 불괴성의 꼬임에 넘어
가 선량한 무인을 공격하려는 너의 꼴이 말이다."
한마디 한마디 틀린 곳이 없었던지라 흑사자는 좌절감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
었으니 이것이 바로 루드에어의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전법이였던 것이다.
"아직 신비인을 자처하기에는 흑사자 네 녀석의 수행은 멀었다 할 수 있다. 진
정한 신비인의 자격이 생겼다 할 때 다시 나를 찾아오도록 하거라.."
"..예."
그 말과 함께 흑사자는 멀리 모습을 감추니 실로 단 한합의 겨룸도 없이 승리
를 거둔 루드웨어였다.
물론 보통사람이라면 전혀 통하지 않을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흑사자가 실패하자 불괴성의 대사련의 인물들은 다시금 계획을 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음...길의 폭이 너무 좁아 다수의 무사들이 나갈 수 없는지라 힘이 드는군요."
"차라리 길을 관에서 훔쳐온 화약으로 폭파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무인은 길을 폭파시키는 것을 제안했지만,
대사련의 사정상 그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길을 폭파시킨다면 불괴성으로 들어서는 모든 물자는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크기가 크기인 만큼 상당한 수가 살고 있는 곳이였기에 그렇게 되면 불
괴성은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물자조달에 써야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기 때
문이다.
이렇듯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을 하고 있는 이들의 뒤로 갑자기 푸른색의 섬광
이 일기 시작했으니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크게 놀라서는 련주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었다.
섬광이 점차 사라지자 그곳에는 가면을 쓴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의 이마에는
무(武)라는 글자가 금색 글씨로 쓰여 있었다.
"대사련의 련주께 인사드립니다."
"오무황령의 사자를 뵙소이다."
빛에서 나온 가면의 사나이가 인사를 하자 련주 역시 포권을 하며 가볍게 인사
를 받아 주었다.
"오무황께서는 이곳에 서역의 고수들이 찾아 왔다 했는데, 사실입니까?"
"그렇소. 그 일로 회의를 하고 있지만, 불괴성의 사정상 쉽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소이다."
"음..대사련에는 십대거두가 있다 했는데, 그들로서도 어렵습니까?"
"십대거두들은 조금...."
"생각해보니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련주께서도 조금 힘들겠군요. 오무황령의 령
조차도 어기려는 자들이니 말입니다."
사자도 어느정도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련주의 걱정을 조금 이해하고 있
었다.
"이런 일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오무황께서 그들의 손에서 불괴성을 지키기 위
해 사람들을 보내었으니 련주께선 마음을 놓도록 하십시요."
"아! 그렇소이까?"
오무황의 보낸 사람들이 직접 처리한다면 자신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라 련
주는 크게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대사련의 힘으로 그들을 통솔하기가 어려우니 지금부터 불괴성의 총권은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헉...."
그 말에 대사련의 간부들은 망설여질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자신들이 잘 처리할 수 없기는 하지만, 그런 일로 불괴성의 총권을 외부
인에게 맡긴다는 것은 꺼려질 수 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무황에 의해서 직접 정해진 일이라면 련주로서도 반대 할 수 없는지
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알겠소..."
"그럼..이만.."
련주가 승낙을 하자 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또 다시 푸른 섬광과 함께 사
라지니 사람들은 오무황의 부하들마저 이렇듯 술법에 뛰어난 것에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