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오무황령 (2)
로노와르가 처음 이계에 도착해서 들어선 계곡, 하지만 그곳의 모습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큰 싸움이 있었는지 근처에는 핏자국이 널려 있고, 계곡 근처의 숲은 심하게 파
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로노와르는 이 광경에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여인곡의 모습을 보기 위
해서 급히 계곡 안으로 들어섰는데, 한때 웅장했던 여인곡의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까악! 까악!]
여기저기 까마귀들이 곡내의 흩어져 있는 시체들의 살을 파먹고 있는 것이 보
였기 때문이다.
여인곡의 중앙의 한 가운데는 다섯명의 여인들이 몸이 돤통된채 꽃혀 있었는데,
깃발의 모습을 확인한 유리마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무황령!"
사방에 널려 있는 시체들의 대부분은 모두 치명상을 입어 죽어가 까마뀌떼들에
의해 여거지거 파먹혀 있었기에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였다.
루드웨어는 로노와르의 어깨를 잠시 도닥여주고는 근처에 있는 여성의 시체로
다가갔다.
아직 시체는 부폐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이 일이 있은지 별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날씨가 써늘한 것을 생각하면 일주일을 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군."
까마귀들이 시체를 뜯어먹은 지라 상당히 훼손이 됐지만, 생명을 앗아간 치명상
은 남아 있는 시체들도 꽤 있는지라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루드웨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대체적으로 도상(刀傷)이 많은데다가 수법이 사악한 것을 보면 사파쪽의 도법
이라 생각되는군. 하지만 시체의 상처가 그리 많지 않고 치명상을 입혀 죽인 것
을 보면 실력은 상당한 자들이야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집단에 의해서 공격당했
으며 그중 반 이상은 비슷한 도와 도법을 구사하는 것을 볼 수 있기에 적어도
200명 이상의 집단이 일시에 밀려 온 것 같군."
루드웨어의 말에 유리마는 조금 생각에 잠겨 있더니 말했다.
"현재 사파의 연합이라는 대사련에서 200명 이상의 일류무사들로 그것도 도로
이루어진 집단은 모두 세곳이 있다. 흑사당(黑死堂), 교룡당(蛟龍堂) 그리고 팔
연회(八聯會) 그 중 팔연회는 북해쪽에 위치해 있고 그들이 움직인다면 소문이
나지 않을 리가 없으니 흑사당이나 교룡당 둘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지, 둘다
대사련에서 비밀리에 움직이는 집단이니까 말이야."
일행들은 로노와르의 뒤를 따라 만화당에 도착했다.
화려한 전각으로 이루어져있던 만화당은 여기저기 크게 파손되어진 흔적이 확
연히 드러났는데, 군데군데 상당한 장력의 흔적이 보이는 지라 지금까지 보아왔
던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고수들이 싸움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레리스란 여자가 있던 곳이에요."
"알고 있다...곳곳에 그녀의 잔존마나가 느껴지는군."
유리마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곳의 처참한 광경을 본부터 주먹
이 떨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크게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조사가 끝나자 루드웨어는 마법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시신을 한 곳으
로 모아서는 불계열의 마법을 사용하여 그들을 화장시켜 주었다.
봉분을 제대로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면 상당한 시
간이 소비되는데다가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지라 화장을 하여 계곡으로
뿌려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우리보다 한발자국 앞서서 일을 처리한 것 같군."
"오무황령......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이가보군."
레리스의 힘을 얻어낼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생명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루드웨어였다.
일단 이세계에서 온 동료들이라면 자신들이 완벽하게 그녀를 잡아 놓고 있는
이상 죽이고 싶은 생각을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였다.
"휴..."
로노와르는 화장을 하는 한쪽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가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지?"
"갈 곳은 정해졌잖아."
"어디?"
루드웨어의 말에 그녀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는데,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음에
갈 곳을 말해 주었다.
"대사련 총단."
중원의 거의 대부분의 사파들의 모인 연합체라는 대사련, 이 대사련의 총단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의 침입을 받지 않은 곳으로 유명한데, 이유는 그 총단의
위치때문이였다.
해발 150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대사련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절벽으로
이어진 단 한곳의 길과 함께 고원에 서 있는 성벽에 장치되어 있는 이십팔개의
도르레를 이용한 승강기뿐이였다.
이런 이유로 절벽으로 이어진 길은 두명 이상 같이 걷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이였기에 정파가 아무리 총단을 공격하려해도 많은 무사들을 파견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대사련은 총단이 설치된지 100년 동안 단순한 첩자의 침입도 받지
않았기에 또 하나의 이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괴성(不壞城)이였다.
한 대 오무황령에게 총련주가 잡히는 바람에 단 대사련은 완전히 그들의 수중
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것은 총련주가 외부에 나와있다가 열두명의 원로와 함
께 잡힌 것 때문이지 만약 불괴성에 총련주가 계속 있었다면 오무황령은 결코
대사련을 손에 넣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사파무인들의 생각이였다.
오무황령에 의해 대사련이 정복당한 후 대사련 총단인 불괴성은 더욱 견고하게
다져지게 되니 대명의 황제라 해도 불괴성만큼은 수백만의 군대를 움직인다해
도 점령하지 못할 곳이였다.
하지만 이 불괴성의 명성에 최초로 금이 가게 할 자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
으니 바로 루드웨어를 비롯한 나머지 두명이였다.
"우와!'
절벽에 나 있는 길을 걸으며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지상에 탄성을 잠시 질러
보는 루드웨어였다.
"쳇! 플라이마법을 사용하면 금방 올라 갈 수 있는데, 뭣 하러 이렇게 고생을
한데."
로노와르는 힘들게 절벽으로 나와 있는 길을 걷는 루드웨어가 못마땅하게 그지
없었는데, 손을 내저은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중원의 무사라면 무사로서의 낭만이라는 것이 있는거라고 이세계까지 와
서 마법을 펑펑 쓰면 멋이 안나잖아."
"쳇!"
루드웨어의 말에 그녀는 투덜거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유유하게 불괴성으로 오르고 있는 일행들을 시기라도 하는 듯 하늘에서
수십개의 연이 갑자기 날아 올랐다.
"어라? 웬 연?"
로노와르는 갑작스럽게 날아오른 연을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처다보았다.
"불괴성이 자랑하는 녀석들 중 하나인 비살객(飛殺客)이로군."
"비살객?"
유리마는 비살객에 대해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비살객은 불괴성에서만 볼 수 있는 암살자집단으로 좁은 절벽 길에서 연을 통
하여 하늘을 날아올라 적을 처리하는 녀석들이다."
"음...실용성은 있을까?"
"글쎄...그다지 실용성은 없는 자들인 것 같군."
유리마와 로노아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바로 루드웨어의 행동 때문이였으니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근처에서 돌맹이를 줏으며 돌아다니던 그
는 난데없이 돌팔매질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상당한 내력이 담긴 돌맹이들은 여지없이 연에 매달려 있는 비살객들의 연을
맞추어서는 추락하니 그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 치듯 계곡을 울릴 뿐이였다.
"보통 비살객들은 하늘을 날아올라 독분을 뿌려 적을 중독시키거나 독화살 같
은 것을 쏴댄다고 들었는데....음..."
일단은 설명해 주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된다면 설명해 줄 필요가 없는지라 말
을 흐릴 수 밖에 없었다.
"대사련 녀석들도 허무하겠군."
"상식이 통하지 않는 녀석이 바로 루드웨어니까.."
약간의 시간이 흘러 이제 비살객들이 완전히 땅으로 추락하니 크게 대소를 터
뜨린 루드웨어는 불괴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편 이 사태를 접한 불괴성의 경비책임자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장! 비살객들이 모조리 추락했습니다!"
"추락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그것이 침입자들에게 독분을 뿌리기 위해서 띄어 올렸더니 돌팔매질에 당해
서...중심을 잃고...."
"돌팔매질?"
그 말에 중년의 경비 책임자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살객들은 이 곳의 바람의 변화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상공 백장 정도
의 공중에서 일대의 거의 대부분을 중독시킬 수 있는 독분을 뿌리는데, 그 것을
돌팔매질로 맞추었다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상대는 암기의 명수 같구나! 총력을 다해 녀석들이 비괴성에 들어서
지 못하도록 막아라!"
"예."
그 이후로 경비무사들은 돌을 굴린다거나, 화살을 쏘는 것을 포함하여 많은 방
법을 총 동원하였지만, 애석하게도 단 한번의 공격도 성공하지 못하니 그들로선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드디어 상부로 이 일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오무황령의 지령서에 적혀 있는 자들인 것 같습니다."
"서역에서 온 무리들 말인가?"
"예."
"음.."
대사련의 련주는 경비책임자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옆에 서 있
던 흑의의 무사를 보며 말했다.
"대사련진입로는 적 또한 소수밖에 들어오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무래도 흑사자(黑獅子) 자네가 나서줘야 할 것 같군."
"후후후..기다리고 있었소..."
련주의 말에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말한 그는 멋드러지게 걸치고 있는 검은 망
토를 크게 휘두르고는 사라지니 모든 이들의 눈에선 조금 못미더운 표정이 생
길 수밖에 없었다.
"저럴 때보면 정말 저런 자가 사파십대거두의 위치에 있다니 의심이 가는군."
"그렇긴 합니다만 사파 십대거두 중에선 흑사자가 제일 양호하다는 소문도 있
지 않습니까.."
"제일 양호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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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십대 거두 (일단 5명만 소개)
1. 만암괴인(萬暗怪人) 오발(吳發) 몸에 수백가지의 암기를 지니고 있는 암기의
명수, 사천 당가에서 마누라의 등살에 도망친 데릴사위였다는 소문이.....
2. 흑철돈녀(黑鐵豚女) 무삼랑(武三琅) 까무잡잡하고 거구의 여인으로 장법이 절
기이다.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보통여인의 심성만 가지고 있다.
3. 막검자(邈劍子) 순호(順虎) 검의 달인이기는 하나, 정말 치사하게 검을 사용
하는 인물
4. 흑사자(黑獅子) 이름은 모르는 무인, 귀두도를 다룬다고 알려져 있으나 무공
명은 불명, 뭐 아는 사람은 그의 도법이 백귀도법(百鬼刀法)이라는 것은 알고
있긴 하지만, 자신의 도법을 알고 있을 경우에는 무자비하게 없애버리는 탓에
다 알고 있는 비밀이다. 스스로 신비인임을 자처하는 자이나 그다지 신비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5. 불불괴승(佛彿怪僧) 겉으로 자비를 표방하고 있긴 하나 알고 보면 전혀 자비
롭지 않은 스님, 소림사에서 쫓겨난 자로 스스로 부처와 비스무리하다 해서 불
불승이라하고 남들은 사이에 괴를 하나 더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