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202화 (202/247)

제 12 장 남만에서 태어난 헤츨링 루카스 (5)

"으아앙!!"

묵립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묘아는 그의 근처를 돌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

하니,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건드리지 못하는 묘아였으니 가부좌를 틀어 앉은 채 움직이지 않는 묵

립 주위를 돌다가 그의 정면에 앉아서는한 없이 그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세시진, 네시진, 그리고 이틀이 지나도 묵립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

니 묘아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앙!!"

묘아는 죽은 자를 위해 소리를 한번 질러 준 다음, 천천히 혓바닥을 들어 그의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힘든 내공심법의 영향으로 많은 땀을 흘렸기에 그의 얼굴을 소금기가 붙어 지

저분한 얼굴이었기에 묘아는 전에 보았던 깨끗한 모습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는

데, 그 순간 갑자기 묵립이 눈이 번쩍 뜨이더니 자신의 얼굴을 핥고 있는 묘아

를 처다보기 시작했다.

"으엥!!"

묘아는 그 모습에 크게 놀라 뒤로 몸을 날렸는데, 아이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

보던 묵립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양쪽으로 뻗더니 말했다.

"이제야 생각이 나는구나. 묘아야!"

"으앙!"

전에 보았던 모습과 똑같이 변한 것을 보며 묘아는 크게 반가워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그의 몸 위로 뛰어 올라서는 얼굴을 비비니 묵립은 머리를 쓰

다듬어주었다.

"네가 걱정을 많이 했나 보구나."

"으으응..묘..묘..아..걱정..많이 했당..."

"!!"

자신이 말에 묘아가 어설프게나마 대답을 하는 것을 들은 묵립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 할 수 있었구나?"

"으..응..묘아...말 하는거..어려워서..안했다..."

'음...하긴 광의라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 아이에게 말을 붙였을테지..'

제대로 배운 것은 아니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금침대법이나 여러 가지를 가르치

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말을 가르쳤을 것은 분명할 터, 알아들을 수는 있으나 말

하지 못했던 묘아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묵립이였다.

묵립이 눈을 뜬 후 한참을 묘아를 처다본 이유는 기억상실증이 모두 치료되었

기 때문인데, 갑자기 개방된 수많은 기억 때문에 이전에 묘아를 만나고 금침대

법을 시행한 기억이 금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묘아의 얼굴을 본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까지의 일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루드웨어를 이곳에서 만나다니...재밌는 일이군..'

이젠 과거의 기억까지 모두 되살아 난 묵립은 루드웨어의 기억을 되새기며 다

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자. 묘아야. 네 아빠를 만나러 가지 않으려냐?"

"아빠?"

"그래. 네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준 아빠 말이다."

"엥?"

묘아는 아빠라는 말의 뜻을 알지 못했기에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밖에 없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세우기 전에 광의에게 납치되었다고 할 수 있는 묘

아에게 부모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기만 할 뿐이였다.

하지만 묵립은 이 아이가 만독묘랑을 만난다면 부모에 대한 생각이 날 것이라

믿었다.

사람이 태어남에 제일 처음 보게 되는 얼굴이 부모임에, 그런 이유로 살아감에

잊을 수 없는 얼굴 중의 하나도 부모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헤츨링의 부화까지 앞으로 한달, 만독묘랑과 서종은 루드웨어가 무기를 완성했

다는 말에 남만의 로노와르 레어가 되어버린 동굴 앞에서 기대에 찬 얼굴로 모

여 있었다.

상자를 하나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은 세상을 진천시키는

뛰어난 무인이라기 보다 장난감을 앞에 두고 기대에 차 있는 아이의 모습이라

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해도 괜찮겠소?"

"무슨 말이요?"

만독묘랑의 말에 루드웨어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반문했는데, 그는 신선이 그

런 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고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미의 몸 속에 있을 때

요. 아이를 생산함에 그 어미는 아이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음식은 피하는 한편,

바른 말을 사용하며, 시끄러운 곳을 피하게 하는 것들을 비롯한 태교가 가장 중

요한 것인데, 지금 용아가 태어나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흉찍한 무기를

근처에서 시험을 한다면 어떤 결과를 낳겠소이까.."

"......"

루드웨어와 서종은 그 순간 만독묘랑을 멍하게 처다볼 수밖에 없었으니, 겉보기

에는 터프하기 그지없는 그가 세 명 중에서 가장 섬세한 면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그렇군요.."

"내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공터를 하나 알고 있으니 그리로 가도록 합시

다."

"알겠소."

이렇게 해서 세사람은 무거운 상자를 들고 근처의 공터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

다.

만독묘랑이 말한 공터를 꽤 넒은 곳이였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흔적이 엿보이며, 근처에 무엇인가 강하게 파여진 흔

적이 보이고 있기에 루드웨어는 무엇인가를 짐작하고 물어보았다.

"만독묘랑께서 무공을 연마하시는 곳인 것 같군요."

"그렇소. 과거 이곳으로 오신 스승에게 한 수의 조법을 배운 것은 수십년 동안

연성하여 지금까지 올 수 있었소이다."

"그렇군요."

만독묘랑에 말을 들으며 이곳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

는데, 그의 표정은 아까와는 다르게 우울하게 변해 있었다.

"응?"

루드웨어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으니 서종이 한 숨을

쉬며 루드웨어에게 전음을 보냈다.

[만독묘랑께선 이곳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와 같이 묘아님에게 무공을 가르치려

하셨으나...그 뜻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니..저리 한숨을 쉴 수 밖에요."

[그렇군요.]

모든 부모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편하게 먹고사는 자식도 걱정을 하는데, 어찌

생사를 알 수 없는 아이에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레그르토의 경우를 생각하면 루드웨어나 로노와르는 예외라고는 하겠지만,

역시 보통의 인간에겐 당연한 일이였다.

"자! 개봉박두!"

만독묘랑의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루드웨어는 기대를 하라는 말을

하며 흥을 돋구니 두사람의 우울한 기분은 기대감에 차 있는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쨔잔!"

루드웨어는 멋드러지게 돌상자의 뚜껑을 여니 순간 붉은 빛이 번쩍이며 보는

이들이 눈을 뜨지 못하게 했다.

"오!"

붉은 빛의 작렬에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지만, 사실 이건 무기에서 나는 것이

아닌 루드웨어가 마법으로 거창하게 보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나 붉은 빛은 완전히 사라지니 상자 안에 물건이 드러

났고, 만독묘랑은 자신이 받을 무기를 기대에 어린 눈으로 처다보았다.

"응?"

하지만 막상 무기를 보니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두 쌍

의 팔뚝보호대였기 때문이다.

만독묘랑이 자신이 보여준 무기에 대해서 흡족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며 고개를 내저은 루드웨어는 천천히 상자에서 팔뚝보호대를 꺼내더니 말했

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무기라 하지 않았소. 내가 보기엔 보호장비에 지나지 않을 것을...."

"휴...잘 보시오."

루드웨어는 그것을 들어서는 자신의 팔에 차기 시작했는데, 팔뚝 보호대는 루드

웨어의 팔뚝 두 개는 들어갈 정도의 컸던지라 비웃음을 던지려고 했는데, 팔뚝

에 차자마자 그 물건이 갑자기 줄어들어 딱맞게 변하니 그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기능이요. 차고 있는 이의 몸에 맞추어 크기가 변하게 하

였소."

"오..."

서종은 자신의 신체에 맞추어 변하는 무기를 본적이 없는지라 크게 탄성을 내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두 팔에 보호대를 찬 루드웨어는 자리에 일어나서는 만독묘랑을 보며

말했다.

"이 상태에서 이 무기에 내공을 돋구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시오."

그 말과 함께 가볍게 무기에 내공을 돋구니 그 형태가 크게 변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팔에는 세 개의 날카로운 날이 보이고 있는 갈고리가

만들어졌다.

"아!"

만독묘랑은 그제서야 왜 그것이 무기라고 했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루드웨어는

그를 보며 말했다.

"본인은 이것은 염화묘조(炎火苗爪)라 이름을 지었소."

"염화묘조?"

"차압!"

서종의 되물음에 루드웨어는 내공을 돋구어 가볍게 휘두르니 그 순간 묘조에선

뜨거운 불길이 형성되면서 그의 앞에 있는 풀과 나무들을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오오!"

"아쿠아 볼!"

일단 남만같은 밀림에서 불이 나면 겉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물

원소 계열의 마법인 아쿠아 볼을 사용하여 잽싸게 꺼버린 루드웨어였는데, 이것

역시 무기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 두 사람은 크게 놀라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오! 물까지 나오다니 놀라울 따름이요!"

"....방금 불을 끈 것은 제 도술입니다."

"...."

그 말에 괜히 박수쳤다는 듯이 손을 툭툭 터는 시늉을 하며 다시 루드웨어의

팔에 차여 있는 무기를 쳐다보았다.

"세번째 기능은 절대의 방어장구라는 것입니다. 만독묘랑은 저를 향해 공격을

한번 해보겠습니까?"

"알았소."

자리에서 일어난 만독묘랑은 오른 손에 내공을 끌어올리더니 루드웨어를 향해

일조를 뻗었다.

"단맥묘조!(斷脈苗爪)!"

만독묘랑이 단맥묘조의 일수를 뻗은 순간 날카로운 기운이 만들어져서는 루드

웨어를 향해 날아갔다.

"차압!"

루드웨어는 그 조공을 보며 가볍게 오른팔의 보호대를 앞으로 내밀었는데, 단매

묘조의 기가 보호대에 닿는 순간 갑자기 푸르스름한 기운이 형성되며 그 기운

을 흩어버리니 두 사람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내공의 양만큼 상대방의 강기를 중화시키는 기능이 있

소이다. 즉 내 몸의 내공이 일갑자라면 상대방의 이갑자의 강기공격 중 자신의

내공에 해당하는 일갑자를 중화시키는 기능이지요."

"오!"

물론 완전히 방어하지는 못하지는 자신의 내공만큼 적의 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뛰어난 방어구라 할 수 있었다.

"어떻소이까. 이래도 실망하십니까?"

"하하하하! 내가 언제 실망을 했었소이까. 하하하!"

루드웨어가 안 줄까봐 재빨리 발뺌하는 만독묘랑이였다.

팔뚝에서 염화묘조를 해체한 루드웨어는 그것을 돌사장에 넣고 그에게 건네주

니 떨리는 손으로 선물을 받아드는 그였다.

간단한 선물 증정식이 끝난 루드웨어는 로노와르가 기다리고 있을 동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때 주위에서 알 수 없는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따.

"응?"

중원의 무림의 기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질적인 면이 있었기에 그로선 이것

이 이 세계의 기가 아니라는 것을 금새 알수 있었다.

"누구냐!"

"우왕!!"

"헉!"

그 순간 루드웨의 머리 위로 예상치도 못한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떨어져 내려

와서는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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