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장 남만에서 태어난 헤츨링 루카스 (1)
남만의 밀림을 해치며, 수많은 독물들과 원주민들의 독화살을 피하며 천신만고
끝에 광의의 오두막에 도착한 세명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쁨의 눈을 흘리기
를 잠시 떨리는 가슴을 안고 앞으로 나선 루드웨어는 천천히 광의를 불렀다.
"무상 어른 계십니까?"
문을 두들기며 광의를 찾는 그였는데, 오두막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
다.
"응?"
루드웨어는 실례이기는 했지만, 오두막의 문을 열고는 천천히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어두컴컴한 오두막의 안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 여기저기 거미
줄과 함께 이상한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휴!"
한발자국 앞으로 옮길때마다 퍼지는 먼지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로노와
르는 손을 휘저으며 인상을 찌프리고 있었다.
"아!"
코와 입을 막으며 먼지를 들이쉬는 것은 막고 있던 그녀는 우연히 충격적인 모
습을 보게 되었다.
"루드웨어! 저기!"
"응?"
로노와르의 말에 그는 그녀가 손짓하는 곳을 처다 보았는데, 그곳에는 의자 위
에 백골이 되어 있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아!"
광의가 살고 있는 오두막에 있는 한 구의 백골을 보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이 끝
나버렸다는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확실히 무상의 시체라고는 볼 수 없었기에 루드웨어는 백골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의자 옆의 탁자 위에 하나의 서신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떨리는 손을 들어 서신을 집어 든 그는 천천히 그것을 읽어보았는데, 애석하게
도 그것은 광의 무상의 유언장이였다.
[본인의 중원에서 광의란 허명을 얻은 무상이란 사람이오......]
서신에는 광의가 중원에서 한 일들 몇가지와 함께 자신을 발견한 사람은 양지
바른 곳에 묻어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루드웨어로선 한 숨 밖에 나오지 않
았다.
갖은 고생을 해서 찾아왔지만, 결과는 너무나 비참했기 때문이다.
남만에서 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던 광의는 모기에게 물린 후 심하게 앓다가
죽었던 것이다.
유언장에 쓰여진 글을 모두 읽은 루드웨어는 허탈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은
죽은 자의 소원이니 그를 묻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천천히 의자에 놓여진 백골에
손을 가져갔는데, 그 순간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의자에 놓여져 있는 백골이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다.
뼈의 형태로 보아 이야기로만 들었던 광의의 몸집과 비슷은 했지만, 무림인의
신체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무림인은 내공을 익히며, 신체를 단련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을 적 겉모습에는
변화가 없을 지언정, 내장과 뼈와 같은 것은 크게 변형을 가지게 된다.
뼈의 경우에는 보통 사람보다 두세배는 더 단단하게 변형이 되는 것이 보통이
였는데, 눈에 보이는 백골의 경우는 보통 사람의 뼈일 뿐, 무공을 익힌 자의 뼈
라곤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의가 혹시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디그 마법을 사용
하여 뼈를 땅에 묻은 후 근처에 있는 남만의 부족마을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가까운 곳에 있는 부족이라면 광의의 일을 알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
문이다.
이틀 정도의 후에 마을을 발견한 루드웨어 일행은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갔
다.
일행이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사방
으로 흩어지기 시작하니 얼마 되지 않아, 부족의 청년 전사들이 바람화살과 창
을 들고는 천천히 일행들의 주위를 둘러싸 포위하기 시작했다.
[랭귀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루드웨어는 마법을 사용하여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가
능하게 한 후 앞에 있는 청년을 향해 소리쳤다.
"우린 중원에서 사람을 찾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이곳의 촌장을 만나고 싶은
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찾는 사람은 없다! 당장 이곳에서 떠나라!"
하지만 부족의 청년들은 루드웨어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마을에서 떠나가라
고 소리치며 공격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하니 어쩔 수 없이 힘을 써서 그들을
굴복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난 중원에서 온 무당이다. 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곳을 불바다로 만
드리라!"
그 말과 함께 파이어볼 마법을 사용한 루드웨어는 사람들의 앞에서 거대한 불
의 구를 만들어내니 그것을 본 부족 청년들은 크게 놀라서는 뒷걸음질치기 시
작했다.
"중원에서 온 무당은 멈추십시요!"
루드웨어는 이 청년들을 조금 놀래켜야 하겠다는 생각에 파이어볼을 내치려고
했는데, 그 때 한 노인의 들고 있던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소리치는 것을 들
을 수 있었다.
이리의 가죽을 둘러쓴 채 종류를 알 수 없는 새의 깃털을 꽂고 있는 노인을 보
며 이 자가 이 마을을 다스리는 무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루드웨어는 천
천히 파이어볼을 사라지게 한 후 그의 앞으로 걸어가서는 말했다.
"이 근처에 중원에서 온 자가 있었는데,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겠습니
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무당은 해가 지고 있는 서쪽을 지팡이로 가리키며 말
했다.
"그대가 찾고 있는 이는 서쪽 늪의 지배자인 만독묘랑(萬毒苗郞)의 손에 있소!"
"만독묘랑?"
"서쪽 늪을 다스리는 자로 뱀의 신을 모시는 사신족(蛇神族)과 흑묘족(黑苗族)
이 받드는자요. 그대가 말 한 자는 감히 만독묘랑의 뜻을 거역하여 흑묘족에 의
해 끌려갔소."
"음..."
무당의 말을 들은 루드웨어는 그가 만독묘랑이라는 사람에게 끌려갔다고 생각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대의 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요."
"만독묘랑은 독으로 이 곳에서 가장 사납다는 흑묘족을 굴복시킨 사람이요."
"그대의 충고를 감사히 받겠소!"
포권을 하며 뒤로 물러선 그는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발길을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로노와르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노와르 괜찮은거야?"
"응...갑자기 현기증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들어 로노와르의 안색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선 잠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마에 손을 대어보니 뜨거운 열이 느껴지는지라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드래곤의 병치레를 앓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지라 고개
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숲에서 야숙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 밤 중에 로노와르가 일어
나서는 숲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루드웨어는 이상한 생각에 그녀의 뒤
를 쫓았다.
로노와르는 열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지 루드웨어가 쫓아 오는 것도 모르고 있
었는데, 조금 깊숙이 들어간 그녀는 아무도 없는지 주위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폴리모프!"
그 순간 그녀의 인간의 모습은 크게 변형하더니 등뒤에서 수장의 날개와 함께
이마에서 뿔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바로 드래코니안의 변신체였다.
변신체가 된 그녀는 한 숨을 내쉬고 있었기에 루드웨어는 그녀의 앞으로 걸아
나갔다.
"로노와르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
루드웨어의 모습이 나타나자 그녀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밤 중에 드래코니안으로 몰래 변하다니....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로노와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
다.
"휴...아무래도 저 임신한 것 같아요!"
"헉!!"
그 말을 듣는 순간 루드웨어는 크게 놀라 뒤로 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임신?"
"예. 이계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음...."
이곳에서 처음 만났을 때 루드웨어는 그녀에게 상당한 공격을 받았는지라 화를
풀어주기 위해 잠시 시간을 할애한 적이 있었다.
"잠깐...그때라면...설마..?"
"예. 헤츨링이 태어날려나봐요."
"......"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얼굴에선 녹조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열이 심하게 났었는가..."
드래곤의 포오류와는 달리 알을 통해 새끼를 부화시키는 종족이였다.
그런 이유로 지금 그녀의 뱃속에는 알이 있다는 것인데, 폴리모프로 인해 인간
으로 변한 상태였기 때문에 심하게 열을 나고 있었던 것이다.
루드웨어는 잠시 시간을 점지해보니 이제 알을 낳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젠장할! 일을 어쩌지!"
지금은 드래코니안의 모습으로 잠시 몸을 식히고는 있지만, 앞으로 얼마지마지
않으면 드래코니안의 모습으로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알을 낳기 위해선 약 이주일간 본체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녀의 거대
한 몸집을 생각한다면 몸을 감출 곳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드래코니안으로 몸을 식힐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한 사흘정도 남았어요."
"그 다음에는 본체로 변해야 한다는 거로군. 젠장할 광의를 찾을 때가 아니로
군!"
다급한 상황이 되어버린 루드웨어였다.
본체가 되어 알을 낳는다고 해도 약 세달 이상의 부화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하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남만의 밀림에
서 그녀와 아이가 거처할 동굴을 찾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하는 루드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