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모습을 드러내는 비밀의 인물들 (1)
거대한 황하를 타고 한 척의 화려한 배가 흘러가고 있었으니 선체의 유려함은
한 마리의 금빛잉어를 보는 듯 했다.
배의 곳곳에는 오색의 기가 꽃혀 있었으니 기 한가운데에는 금빛 글씨로 각각
화, 수, 목, 금, 토의 오행에 해당하는 글자가 수 놓아져 있었다.
배의 곳곳을 지키는 무인들은 하나같이 절세고수가 아닌자가 없었으나 더욱 놀
라운 것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정, 사, 마 섞이지 않으리라 생각한 중원 세
개의 세력의 무사들이 입는 옷이란 것이다.
자주색이 화려한 비단으로 치장되어 있는 배의 선실 안으로 들어서자 세명의
중년인들이 삼각형의 탁자 위에 앉아 있었는데, 잠재되어 있는 그들의 내력은
그 삼각형의 탁자에서 무형의 힘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세 개의 세력을 태두를 뜻하는 하나의 패가 각자의 앞에 놓여져
있었는데, 구파일방을 포함한 정파의 모든 문파들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대정
신패(大正神牌), 대사령을 비롯한 사파의 모든 문파들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만사신령(萬邪神令), 마교에 최고의 위치에 속해 있다는 마교교주의 천화신부
(天火神符)였으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정사마의 최고의 신분을 가진 이들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사람은 한참동안을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는데, 천화신부를 앞에 두
고 있던 중년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세사람이 반목한지 십년, 이젠 다시 힘을 합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소이
다."
"십년전에는 대형과 막내를 상대로 이번에는 그 자들을 상대로 인가?"
"이 모든 것이 끝난 후 중원의 패권을 다시 겨루도록 하지요."
세 사람은 각자 한마디씩을 내 뱉고는 품에서 하나의 기를 꺼낸 그들은 삼각형
의 탁자 가운데에 내공을 사용하여 꽂았다.
그들의 품에 나온 기는 바로 강호의 암묵적인 지배자들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
비밀의 기, 바로 오무황령이였다.
넓디널은 들판에서 빠른 속도로 말을 몰아가는 세명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루드웨어를 비롯하여 로노와르, 묵립이였다.
로노와르와 함께 하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일을 하러 갔으니 마
지막까지 안초희는 묵립과 헤어지기 싫어 발버퉁치다 로노와르의 일격에 기절
을 한채 도연랑에게 끌려간 것이 바로 한달 전 일이였다.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은 바로 남만이였으니, 남만에 오지에 묵립의 기억상실증을
고칠 수 있는 명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명의의 이름은 광의 무상, 이십년전만 해도 무림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
다는 의원이였다.
의가의 일에 몰두했던 그가 못고치는 병은 거의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였는데,
이십년전 자신의 아들이 독에 의해 중독되어 죽은 이후, 세상의 모든 독의 해독
약을 만들겠다는 말과 함께 남만의 오지로 모습을 감춘 인물이다.
광의라고 해서 사람을 살리고는 다시 죽이는 그런 미친사람은 아니였고, 다만
광적으로 의원의 일에 몰두해서 붙여진 이름 이였을 뿐이다.
그를 만난 인물 줄에 지병을 못 고친 인물이 없었으니 그라면 충분히 묵립의
기억상실증을 고칠 수 있으리라는 생각하여 진천명이 말해 준 것이다.
남만의 밀림으로 많은 사람이 간다는 것은 조금 귀찮은 일인지라 루드웨어와
로노와르 그리고 당사자만이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남만까지는 삼주일 정도 후면 도착할 것이라 생각되는 거리였는데, 이상하게 로
노와르의 표정이 좋지 않아 루드웨어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노와르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아..아니야. 걱정마."
루드웨어의 말에 그녀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젖고 있었기에 이상
하긴 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드래곤의 몸인 그녀에게 잔병이란 것은 있을 리도 없는지라 자신의 곁에 있으
니 어떤 문제가 앞을 막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한참을 그렇게 말을 몰아가던 이들은 잠시간 보였던 평원을 지나 거대한 산맥
이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말을 몰아가는 것이 불가능한지라 말에서 내려서는 도보를 사용하여
다시 길을 재촉해 갔다.
한 참을 그렇게 길을 재촉하고 있을 때 루드웨어는 갑자기 일행들에게 손을 뻗
어서는 더 이상 멈추게 했다.
"무슨 일이야?"
"숲에 사람들이 숨어 있군. 적어도 이십명 이상이 사람들인데 상당한 실력을 소
유자인지라 나도 지금에야 알아챘다."
그의 말에 로노와르는 조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드웨어가 뒤늦게 적의 종적을 알아챘을 정도라면 상당한 수준의 무공을 익힌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과연! 태맹주께서 인정할 정도의 능력이로군."
루드웨어가 일행들을 멈추게 하자 큰 웃음소리와 함께 일단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한결 같이 청의와 함께 하나의 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그들은 가슴
에 정(正)이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너희들은 누군데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냐."
루드웨어는 점잖은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낸 60대 정도의 긴 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무사를 보며 말했는데, 그는 계속 너털 웃음을 흘러내며 말했다.
"본인은 무당의 장로인 우허자(羽虛子)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당의 이십사
수(이십사수)라 하오이다."
"무당이라면 본인의 신분을 알터인데?"
"하하하 바로 그것 때문에 당신에게 들렸소이다."
"음..."
"장사제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본 우허자를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요. 어떻게 천의활검 태청진인의 무공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내놓
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요."
그제서야 무당의 인물들이 왜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습군. 무당의 도복을 입지 않고 온 것을 보니 내 마음속에 사기가 가득하구
나. 네 놈은 본문의 무급을 되찾는 목적보다 무급을 익히는 것에 마음이 더 두
고 있구나!"
"부정하진 않겠소이다."
역시나 루드웨어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을 의심하여 무당에서 사람을 보냈다면 분명 도복을 입고 정식으로 찾아
왔을 것이 분명할 터 진면목을 감추고 풀숲에 숨어 급습을 하려던 모양새를 보
건데 사적인 욕심에 의해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루드웨어였다.
"하나 너희들로선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텐데?"
그들이 무당에서 꽤 이름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힘으로
자신들 세명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루드웨어는 비웃
음을 날리며 말했다.
"하하하 물론이요. 천의활검의 무급을 익힌 당신을 어찌 우리가 상대할 수 있겠
소."
그 말과 함께 휘파람을 부니 두명의 인형이 빠른 속도로 일행들의 앞으로 모습
을 드러내었다.
"음..."
루드웨어는 자신 역시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지금까지 본 고수
중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검은 복면을 쓰고 있어 진면목을 알 수 없었는데, 한 사람의 눈 밑의 잔
주름 정도로 보아 60이 넘는 나이로 보였고, 또 한사람은 40대 중년정도의 나이
로 보이는 자였다.
그들은 두 손에 한쌍의 판관필을 들고 있었는데, 진천명에게 많은 정보를 들었
던 루드웨어였지만 한쌍의 판관필을 들고 있는 무림고수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었는지라 그들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무공만으로 싸운
다면 자신 역시 조금 힘겨운 상대 일 것이라 짐작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로노와르는 몸이 조금 안좋은 것 같고, 유리마는 한명이라면 모를까
저들 두명의 상대는 되지 못하니 내가 나서야 할 것 같군.'
자신이 나설 생각을 한 루드웨어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고는 가볍게 포권지
례를 하며 말했다.
"무림말학 루드웨어 한 수 배워볼까 합니다."
그말에 두 사람의 복면인은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하며 받는 것으로 보아 정파
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문의 한사람이 아니라면 적을 상대로 이런 예의를 보이는 이는 없었기 때문
이다.
가볍게 기수식으로 서로간의 예의를 차린 후 루드웨어는 구궁보(九宮步)를 사용
하며 녀석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구궁영검(九宮影劍)"
사정거리 안으로 녀석들이 들어오자 루드웨어는 구궁영검을 사용해서는 녀석들
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의 구궁영검은 사방에서 검영이 만들어지며 공격해 들어오니 복면의 두 사나
이는 판관필을 들어서는 마치 미리 짜 놓은 듯한 모습으로 협공해 들어갔다.
"음양합해(陰陽合解)"
한 사람의 음의 기운을 한사람의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라 두 사람의 힘이
합해져 합공이 이루어지자 사방은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울이 합쳐지며 대지
를 파괴하기 시작하니 그들의 합공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해
주었다.
구궁영검을 검영을 음양합해의 초식이 튕겨내자 루드웨어는 급히 제운종의 경
공을 사용해서는 몸을 공중으로 띄운 후 일검을 내뻗었다.
그가 뻗은 일검은 수십개의 검을 만들어내서는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가니 두
복면인은 판관필로 하나의 막을 만들어 단 숨에 그 검기들을 모조리 튕겨내고
는 이어서 경공을 사용하여 몸을 띄우고는 빠른 속도로 좌우에서 합공해 들어
갔다.
"헉!!"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좌우에서 공격해 들어오는지라 루드웨어로선 정신 없이
판관필이 노리는 자신의 요혈을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전성이(斗轉星移)!"
무자비하게 공격오는 와중에 정신을 차린 루드웨어는 두전성이의 초식을 사용
하여 오른 쪽 복면인의 공격을 좌측으로 돌려 서로간의 상잔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격은 호흡이 딱딱 맞는지라 서로간의 판관필의 촉이 맞부
닥칠 뿐 어디 하나 상처를 입지 않았다.
마치 한사람이 두 개로 나뉘어진 것 같은 공격에 이 복면인들의 협공이 예사롭
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루드웨어는 이마에 땀을 닦아내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압!!"
루드웨어의 두전성이에 의해 서로를 공격했던 두 사람은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듯 천천히 상대방의 어깨를 처준 후 노기에 찬 얼굴로 루드웨어
를 공격해가니 괜히 아무 이득 없이 상대방에게 더욱 거센 공격을 유도하게 된
것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공격은 전과는 달리 더욱 거세어졌기 때문에 루드웨어로선 방어초식을
사용해서 녀석들의 공격을 막을 뿐 공격할 방도가 없었다.
'젠장할!'
하지만 이세계에서 온 루드웨어는 단순히 무공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였
으니 정신을 집중하여 상대에게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파이어볼!!"
파이어볼의 시동어를 외친 루드웨어가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을 앞으로 뻗으니
엄청난 불길의 구가 형성되어 좌측의 복면인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합!!"
갑자기 난데없이 불꽃이 날아오자 두사람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네
개의 판관필을 서로 교차하여 뻗어 파이어볼의 불덩이를 막을 수 있었다.
[쿵!!]
판관필과 마주친 파이어볼은 큰 폭음과 함께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었지만, 내력
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두 복면인에게는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두 사람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준 것인지 그들은 떨리는 음성으
로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총맹주의 신공을 네 녀석이...?"
"응? 신공?"
루드웨어는 두 사람의 말에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 말에 의하면
총맹주라는 자가 자신과 같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