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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194화 (194/247)
  • 제 10 장 회하대전 (6)

    "끼하하하하!"

    로노와르의 용린으로 손을 가져간 루드웨어는 부드러운 마나를 사용하여 간지

    럼을 태우니 버티지 못한 그녀는 참을 수 없는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용들의 이 용린은 인간으로 치면 발바닥 중앙의 용천혈과 같이 민감하기 때문

    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끼하하하 당장 멈추지 못해! 끼하하하!"

    눈물이 범벅인채로 로노와르는 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루드웨어 역시 살자면 어

    쩔 수 없는지라 이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계속 그 자세를 유지할 수도 없는 일, 이런 식으로 계속 했다간 역시나

    허파에 바람이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웃음소리로 허파에 바람이 빠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만약의 경우도

    있고하니 천천히 부드러운 마나를 멈추게 한 후 로노와르는 마법을 사용했다.

    "카오스 서클!!"

    루드웨어의 카오스 서클 마법이 시전되자 일대는 검은색의 어둠의 영역으로 뒤

    덮히니 영역에 닿는 식물들은 생기를 빼앗기고 시들어가고 있었다.

    암흑마법 계열의 카오스 서클은 영역안의 존재하는 모든 것의 생기를 빨아들여

    버리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원소 드래곤인 로노와르에게는 어둠의 영역에 속하는 마나 역시 가지

    고 있었고, 루드웨어 역시 시전자이니 만큼 어둠의 마나를 소지하고 있었으니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는 그런 영역이라 할 수 있었다.

    서서히 어둠 속으로 갇혀가는 두 사람은 근처에서 그 싸움을 구경하는 이의 눈

    에서 완전히 사라졌는데, 얼마 후 큰 괴성이 어둠 속에서 밀려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오!!]

    [카오!!]

    이 엄청난 괴성은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니 도연

    랑을 비롯한 이들은 모두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으나 단 한사람 초희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묵립의 품으로 안겨드니 그녀에겐 고마운 괴성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엄청난 괴성이 한시진 정도가 이어진 후 천천히 어둠의 영역은 사라지기

    시작하니 일대 일킬로미터 공간의 모든 식물들이 생기를 빨려 말라죽거나 불에

    탄 현장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였으니 멋드러지게 곰방대를 들

    고 담배를 피는 루드웨어의 옆에서 다소곳한 모습의 로노와르가 재떨이를 받치

    며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응?"

    사람들은 이 모습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일단은 일이 조용하게 끝났

    다는 생각에 천천히 그들의 곁으로 접근해가기 시작했다.

    진천명은 천천히 루드웨어에게 다가가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루드웨어님...어떻게 되신 일입니까?"

    "응? 하하하 별 것 아니야. 아 자네에게 소개하지 내 옆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

    이 바로 나의 아내인 로노와르일세."

    "예?"

    그 말에 진천명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루드웨어

    의 아내라는 로노와르의 힘을 자신 역시 직접 체험해 봤기 때문이다.

    부부 두명 모두 상상치도 못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대륙에 어찌 이러한

    부부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자신 역시 여사랑과 이어졌더라면 멋드러진 고수 부부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서를 뺏긴 것을 아깝게 생각한 진천명은 조심스럽게 로노와

    르에게 포권지례를 하며 인사를 올렸다.

    "주모님께 인사드립니다. 루드웨어님을 모시고 있는 진천명이라 합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남편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로노와르는 그렇게 말한 후 천천히 몸을 숙여서 인사를 하니 도대체 어떤 모습

    이 그녀의 진면목일까 진천명으로선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 싸울 때와는 너무나 다른 요조숙녀의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어쨋든 시끌벅적한 소동은 크게 가라앉기는 했는데, 상황을 보아하니 엄청난 소

    동에 청건단의 인물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라 로노와르

    는 한심하다는 듯이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도대체 청건단의 무사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거야?"

    "아무래도 두 분 싸움의 여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몸을 피한 것 같습니다."

    "휴...어떻게 생각하면 다행이군. 무림맹에서 의뢰한 일을 할 수 없었을테니 말

    이야."

    "네?"

    진천명은 그의 말에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천천히 생각을 해보니 아까

    혈류검이란 사내에게 고목에 매달린 매미처럼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는

    사이가 분명했고, 찾고 있던 여인은 아내였으니 무림맹에서 의뢰한 일은 하나도

    처리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진천명은 천천히 묵립을 쳐다봤는데, 지금에 일에는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

    가 없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검은머리이기는 하지만, 이국적인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는

    지라 그 역시 이방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진천명이였다.

    혈류검이 루드웨어와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구태여 강한 상대와 싸우지 않는

    것은 좋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정파에서 혈성으로 지목하고 있는 혈류검이 루드웨어와 같은 편이라면 자신들

    역시 정파의 공적으로 몰릴 확율이 높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무후는 대사련과 충돌이 있는 형편이니 만큼 중원에 있는 거대한 세

    개의 세력 중 두 개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휴...."

    그런 생각이 계속 들자 진천명으로선 한 숨 밖에 새어나오지 않았는데, 그 때

    로노와르가 묵립에게 다가가더니 한참을 처다 보다가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정말 유리마가 맞는 것 같네, 이목구비가 조금 변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삿갓을 벗겨

    보니까 비슷한 얼굴이 나오더라고 다른 사람이라면 조금 의심을 했을테지만, 나

    와 유리마는 얼굴이 크게 변했다고 해도 못 알아볼 사이가 아니지."

    "......"

    진천명은 루드웨어가 맨 처음 묵립을 대했을 때 바로 공격했던 것을 생각하며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기로 했다.

    "루드웨어님 일단은 무림맹과의 접촉은 끊어야 할까 합니다."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뭐 상관은 없어 어차피 무림맹에는

    문진우와 부맹주라는 줄이 있고,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유리마의 머릿 속에 있

    을테니까."

    루드웨어는 나머지 네사람의 행방은 유리마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

    데,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없다."

    "응? 뭘 물어보려고 그러는지 알기나 하는거야?"

    "모른다."

    "그럼 뭐야!"

    "애석하지만 난 기억을 상실한 상태다."

    "응?"

    유리마가 기억을 상실했다는 말에 루드웨어로선 조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

    다. 그가 기억을 못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적자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유리마와 로노와르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루드웨어의 사상에는 그들은 원

    금에 지나지 않았고, 그 밖에 부수적으로 딸려온 여인들은 이자였기 때문에 마

    땅한 소득이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림맹이란 지출로 값비싼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이런 이

    유로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휴...."

    하지만 유리마의 이야기를 안들어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사람들을

    인솔하여 장소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크게 일이 벌어진 장소였기에 방해요소들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한 시진 후 일행들은 한적한 다점(茶店)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그곳에서 유리마

    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유리마의 이야기는 대충 이런 것이였는데, 갑자기 눈을 떠보니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며 기억조차 없었는데, 그가 있었던 곳은 불에 타고 있는 큰 저택의 모습과

    함께 사방에 몸이 잘려나간 남녀노소의 시체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그의 손에는 지금 들고 있는 한자루의 일본도가 들려져 있었는데, 자신에 대한

    유일한 단서가 이 일본도라고 생각한 유리마는 지금까지 그것을 들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음...그러니까..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모두 죽어 있었단거지?"

    유리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드웨어는 차를 홀짝이며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원래 세계에도 이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검사가 극한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마나의 조절을 실패하게 되면 한순간 광전

    사와 비슷한 폭주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때는 자신의 몸에 견딜 수 없는 마나를 사용하여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에 모든 마나를 방출하고 죽거나 폐인이 되어서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쉽사리 이 문제의 결론

    을 낼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말하는 주화입마에 빠져서 광기를 일으켰다고 볼 수는 있지만...유리

    마의 정신력이 주화입마 따위에 밀릴 정도는 아니란 말이야. 또 창조주의 세계

    에서 나온 녀석이라면 나와 같이 몸의 재편성되었을 것은 분명한데, 신체의 세

    맥까지 깨끗이 뚫려있는 녀석이 주화입마라는 것에 걸릴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루드웨어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잠시 맥을 짚어볼게."

    무림에선 믿는 이가 아니면 함부로 맥문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나 루

    드웨어란 자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자가 아니라고 생각한 묵립은 천천히 자신

    의 손을 내밀어 주었다.

    맥문을 잡은 그는 가볍게 내공을 사용하여 녀석의 몸을 살펴보았는데, 역시나

    세맥까지 깨끗하게 뚫려져 있었다.

    하지만 머리 위의 혈도에 다다랐을 때는 조금 이상한 것이 느껴지고 있었는데,

    유리마의 뇌호혈에 이상한 기운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억상실증의 원인인가?'

    하지만 사람의 머리에 관한 혈은 함부로 건드리다간 큰일이 나는지라 일단은

    물러서기로 결심한 루드웨어는 내공을 다시 집어넣고는 말했다.

    "너의 뇌호혈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데 알고 있어?"

    루드웨어의 말에 유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하지만 그 기운을 몰아내지는 못하겠더군."

    "나한테 한번 맡겨보지 않겠나?"

    "거절하겠네."

    역시나 미덥지 않은 루드웨어의 말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유리마였으니 그의 뛰

    어난 통찰력은 기억을 상실해도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친구의 몸이 걸린 일이였기에 미숙한 자신의 힘보다는 명의를

    찾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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