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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188화 (188/247)

제 9 장 남편찾아 삼만리 (7)

검은 그림자는 창문을 넘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선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길다란 막대기를 들고 있었기에 병장기라고

생각한 일행들은 모두 녀석의 행보를 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노와르 일행과는 달리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묵립이였

다.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게 나타난 그는 어느 순간에 침입자의 등뒤로 가서는 그

에 검을 들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냐..."

"꺄아악!!"

묵립은 조용히 그의 곁으로 가서는 정체를 물었는데, 그 순간 초희가 끔찍한 비

명을 지르고 있었으니 모두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초희야 무슨 일이냐!"

도연랑은 비명에 놀라서는 옆에 놓아 두었던 검을 뽑아들고는 소리쳤는데, 막상

초희의 얼굴을 보니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손을 양 볼에 가져가서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얼굴이 시뻘개진 모습의

초희는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리고는 모두를 경악시킬 단어를 내뱉고 말

았다.

"목소리가 너무 멋있당..."

"...."

사실 묵립의 목소리는 로노와르 일행들이 처음 들어보는 것이긴 했기 때문에

조금 이해가 가기는 했지만, 한마디의 말을 듣고 비명까지 지르는 초희를 보며

다른 이들은 허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초희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것인지 지필

묵을 꺼내어서는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휴..."

초희에게 아무일도 없다는 것을 안 로노와르 일행은 묵립이 잡고 있는 침입자

를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 사이에 어디로 사라졌는지 녀석은 보이지

않았고 구석에서 묵립은 또 다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묵립!!"

도연랑을 묵립이 그자를 보내 주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

는 말했다.

"도대체 우리를 노리고 온 사람을 그대로 보내주면 어떻게 하겠다는거에요!"

도연랑은 멋대로 행동하는 그를 보며 화를 내고 있었지만, 묵립은 아무것도 아

니라는 듯이 그녀의 앞에 무엇인가를 던져 주었는데, 살짝 드러나는 얼굴을 보

니 볼이 조금 상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그가 건네 준 것은 동으로 만든 하나의 패인데, 앞면에는 대나무의 그림이 파여

져 있었고, 뒷쪽에는 문삼(文三)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 패였다.

"설마!!"

그 패를 본 도연랑이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짓자 로노와르는 궁금함을 느끼며 물

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패가 도대체 뭔데 그래?"

"이..이건 흐..흑유림의 문도임을 나타내는 패에요..."

"흑유림?"

"예. 정과 사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은 조직으로 무림인에게 희생당하는 유림의

선비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에요. 그 조직의 규모와 문도의 숫자는 강호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의 조직이지요."

"음....뭔지는 모르겠지만...위험한거야?"

"...아니요.."

도연랑은 심각하게 물어보는 로노와르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

어주고는 패를 다시 묵립에게 던져 주며 말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유림의 선비들을 위한 조직이라서 건드리지만 않으면 별

위험한 것은 없어요. 아마 이 산장이 그들의 소유인 것 같은데 하룻밤 묶고 간

다고 해서 별 문제 될 것은 없겠죠."

"..그런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말하는데..."

"초희가 하는 짓이 재밌는 것 같아서 한번 해봤어요. 신녀님 재밌지요?"

"...."

진지한 모습의 도연랑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자 로노와르는 자신에 대한 존경심

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흑흑...내가 신녀인데...흑흑..."

만만한 대장이 된 로노와르는 눈물로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 자리에 누운 로노와르를 보며 도연랑은 천천히 자리에 누워 생각에 잠기

고 있었다.

'묵립...'

그가 자신에게 패를 던져 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잡고 있던 자의 패라는 것

은 확실하지 않았고 잠깐 뒤돌아 본 순간에 아무런 취조도 없이 그를 보낸 준

묵립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엇인가 감추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로노와르 일행은 선도산장을 떠나 다시 길을 갔다.

도연랑이 별을 보며 어느정도 방위를 잡아 놓았기 때문에 초희의 장난이 아닌

이상 다시 길을 잃은 염려는 없는 듯이 보였는데, 맨 뒤에서 초희가 무엇인가를

읽으며 크게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다.

궁금함을 느낀 유란은 천천히 초희의 곁으로 가서는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을 훔

쳐보았는데, 거기에는 한 남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응? 묵립이네?"

"앗!"

남자의 얼굴이 묵립의 얼굴과 비슷한 것을 보고는 유란은 자신도 모르게 말했

고, 들켰다는 것을 깨달은 초희는 재빨리 족자를 말아서는 품속에 숨겼다.

"그거 어디서 난거야!"

"....."

유란은 초희가 묵립의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아는지라 그 그림

의 출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내가 그렸어..."

"거짓말! 사군자는커녕 보통 글자도 삐뚤어 쓰는 네가 어떻게 그런 그림을 그린

다는 거야! 빨리 말해봐!"

"내..내가 그렸다니까!"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자 도연랑은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서 그 쪽으로 걸어갔

는데, 유란에게서 묵립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초상화를 가진 족자가 초희에게

있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잠시 그 초상화를 보도록 하자."

"...예."

도연랑의 말에 초희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초상화가 그려진 족자를 건

네 주었다.

족자를 펼쳐보자 꽤 실력있는 화공이 그린 묵립의 얼굴이 보이는지라 도연랑은

초희를 보며 물었다.

"이 족자는 어디서 났느냐."

"그..그게...."

"빨리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으아아앙...도언니는 나만 미워해! 아앙.."

도연랑이 다그치자 초희는 그만 참지 못하고 울어버리니 일행들은 모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도연랑은 로노와르와 함께 초희가 족자를 어디서 구했느냐를 물으며 다그쳤으

니 한참을 눈물을 흘리던 초희는 그것을 어떻게 구했는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젯밤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남자는 묵립에게 잡혔는데, 그 때 목소리를 들은

자신이 비명을 질러서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다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로노와르 일행들 외에도 시선이 쏠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묵립

이였다.

갑작스러운 비명에 무뚝뚝한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유일한 침입자는 기회를 틈타 몸을 날려 창문으로 날아가니 묵

립은 검을 휘둘렀던 것이다.

하지만 워낙 재빠른 경공술을 가진 자라 몸에 적중하지는 못하고 그의 옷만을

잘랐을 뿐인데 그 때 동패가 흘러내렸다는 것이다.

묵립은 적을 놓쳤음에도 쫓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 때 안초희는 침입자

가 창문 밖으로 도망갈 때 무엇인가 하나가 더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 밖으로 가보니 종이에 묵립의 얼굴이 그려져 있

는지라 짐에 넣어 두었던 족자를 고쳐서는 묵립의 초상화를 붙여 간직하고 있

었던 것이다.

"음...."

"무슨 생각을 하지?"

"어제...묵립이 왜 동패만을 던져주었는지 그 이유는 알았는데, 더 이상의 말도

없었던 것으로 보아...아마도..."

"아마도?"

"초희의 비명에 자신조차 속았다는 것이 조금 창피했던 것이 아닐까요?"

"무슨 소리야?"

"어제 동패를 건네 줄 때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거든요. 멋지게 침입자를

잡았는데 초희의 비명 때문에 녀석을 놓치자 면목이 없어져서 묵립은 그렇게

대충 넘어가려 했던거라고 생각해요."

"음..."

도연랑의 생각이 그렇게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라 로노와르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는데, 만약 쪽팔려서 그런 것이라면 묵립이란 사내 조금은 귀여운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로노와르였다.

아무튼 아무 일도 아니였기에 도연랑은 초희에게 족자를 건네주니 잃어버렸던

보물이라도 찾은 마냥 기뻐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왜 흑유림의 인물이 묵립의 초상화를 가지고 있는지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묵립과 흑유림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적어도 같은 편은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하는 도연랑이였다.

산을 겨우 내려갈 수 있었던 일행들은 얼마 지나지 않은 객잔에 들릴 수 있었

고,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무림맹 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하지?"

"예상대로라면 이주일 정도 후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음..."

로노와르는 이주일 후면 루드웨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뛸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구석에 앉아 있던 묵립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연랑은 묵립을 조금은 의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리에 일어났는데, 그 때

도연랑의 모습을 보며 묵립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서는 그녀를 향해 재빠르게

던졌다.

"찻!"

빠른 속도로 날아온 단검을 두 손으로 받은 도연랑은 반격을 하려고 했는데, 그

때 단검의 손잡이에 무슨 종이가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천천히 종이를 풀고 도연랑은 그 내용을 읽어나갔는데, 모든 것을 읽은 순간 얼

굴이 시뻘개진 그녀는 멀리 나가는 묵립에게 미안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다

시 자리에 앉았다.

"도대체 뭐라고 써있는데 그래?"

로노와르는 그 종이에 무슨 말이 쓰여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물어

보았는데, 도연랑은 말없이 종이를 건네주었다.

"푸하하하하!"

로노와르는 그 종이에 쓰여진 글을 보고는 크게 대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으

니 종이에는 떨리는 손으로 쓴 글자인 듯 흔들리는 필치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발 측간 좀 갑시다.]

무림 이들은 체내의 분비물을 최소한으로 만들어 몇일을 버틸 수 있기는 하지

만, 그것을 전부 없앨 수는 없었으니 그 동안 그의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알 수 있는 글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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