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남편찾아 삼만리 (4)
순식간에 객잔 안은 소란스럽게 변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이들의 반응
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적의를 입은 무사들의 경우에는 두 사람의 싸움을 돌아보려 하지도 않을 뿐 아
니라, 일행들을 쫓아왔던 다섯명의 무사들 역시 싸움에 관심이 없는 했고, 당사
자인 나머지 홍련칠화의 여인들은 조용히 앉아서 소심랑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
을 뿐이였다.
떠들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명 만변귀랑 뿐이였으니 그로선 이런 분위기가 조
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젠장...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지?'
조금 소란스럽게 변했으면, 소란을 틈타 도망갈 기회라도 생기련만 괜히 주변
사람들이 미워지는 만변귀랑이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닌지라 갈고리를 쥔 오른손을 들
어서는 자신을 노려보며 부채를 들고 있는 소심랑을 노려볼 뿐이였다.
"하앗!!"
처음 선공을 가한 것은 소심랑이였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힘찬 기합과 함께 출발한 그녀는 화려한 몸짓으로 두 개
의 부채를 연환하여 그어가니 부채가 한번 지나갈때마다 들리는 날카로운 파공
음에 만변귀랑은 여자라고 얕볼 수가 없었다.
"영사횡격(靈蛇橫擊)!"
소심랑의 부채공격을 몸을 눕히며 피한 그는 영사횡격의 초식을 사용하여 뱀처
럼 몸을 틀어서는 그녀의 옆구리를 향해 찔러갔고, 소심랑은 왼손을 아래로 원
을 그리며 내려 막고는 누워 있는 그를 향하여 부채를 집어 던졌다.
"헉!!"
설마 부채를 던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는 급히 몸을 옆으로 굴려서는 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손에서 날아간 부채는 원을 그리며 다시
그녀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회풍선영(回風扇影)!"
그녀 오른 손의 부채가 돌아오자 다시 왼손의 부채를 던지는 식으로 부채는 그
를 공격해 오고 있었는데, 파공음과 함께 상당한 내공이 깃들여져 있는 공격이
였기에 파공음과 함께 부채살에 부닥친 객잔의 식탁과 탁자들은 양단이 되어
잘려지고 있었다.
"헉!!"
설마 어린 계집의 내공이 이정도 일 것이라고는 생지도 못한 만변귀랑은 이 싸
움이 득보다 실이 많으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주위를 돌아보니 적의를 입
은 무사들이 모여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찻!!"
급히 옆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든 그는 적의의 무사들을 향해 의자를 던지니 내
공이 깃든 의자는 빠른 속도로 한 무사의 뒷통수를 향해 날아갔다.
"합!!"
[쿠궁..]
하지만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인 무사는 자신의 뒤로 의자가 날아오자 급히 도
를 빼어서는 횡소천군의 초식을 사용하여 베어나가 부닥치는 것을 면할 수 있
었는데,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객잔은 연기로 뒤덮이고 말았다.
"연막탄이다! 녀석을 잡아라!"
로노와르는 만변귀랑이 연막탄을 사용해서는 도망치려하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라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홍련칠화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병장기를 들고
는 뛰어나왔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만변귀랑이 노리고 있는 것이였으니 그 역시 객잔 안의 분
위기를 파악하고 있었던지라 적의의 무사들이 좋은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녀석들 주위에 연막탄을 터트린다면 분명 시야가 가려진 이유
로 병기를 뽑아 들 것은 뻔한 일, 자신은 그들의 사이로 몸을 숨키면 분명 자신
을 쫓는 부채를 든 여인과 무후의 일행들이 그들과 마주치리라 생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으니 홍련칠화들은 그를 쫓으려
가다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해서는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짓이냐!"
"그건 우리가 할말이다."
"우린 만변귀랑이란 녀석을 잡으려고 할 뿐이라고!"
초희는 적의의 무사들이 자신들을 막자 화를 내며 소리쳤지만, 대장인 듯한 자
는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병기를 들고 달려오는 자들을 경계하지 않을 무사가 어디 있겠는가!"
"칫!"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을 독살하려던 자를 놓쳤다는 생각에 입술
을 깨물며 화를 삭이는 초희였다.
이미 그를 다시 잡을 기회를 놓쳐버린지라 로노와르는 적의의 무사들과 대치하
고 있는 홍련칠화들을 보며 말했다.
"되었다. 그만 자리에 앉도록 하여라."
"예."
로노와르의 명령에 칠화들은 조용히 병기를 집어 넣고는 자리에 앉았는데, 초희
는 너무 억울한지 시퍼런 안색의 얼굴로 부르부르 떨면서 분을 참지 못하는 모
습이였다.
"잉...억울해!!"
"만변귀랑이란 녀석이 임기응변에 뛰어난 것뿐이다. 만변귀랑이라면 자신의 명
예를 위해 반드시 재차 우리에게 손을 뻗어 올테니 때를 기다리도록 해라."
"..알았어요..."
억울해하는 그녀를 보며 도연랑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전음을 사용하여
로노와르에게 전달했다.
[아무래도 또 다시 시끄러운 소란에 휩쓸린 것 같습니다.]
[그렇군...적의의 무사들이 누구인지 짐작 할 수 있겠는가?]
[아직 저들의 도법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기에...]
[알았다.]
문파나 소속을 상징하는 아무런 표식도 보이지 않고 있는 자들이였기에 로노와
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로노와르는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덕에 조금 배가 고파졌기에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집어 먹었는데, 그 순간 유진영이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달려와서
는 그녀의 손을 덥썩 잡으며 소리쳤다.
"소저 그 음식엔 독이 들어있지 않습니까!"
"응?"
"아!"
그의 말에 다른 이들 역시 크게 놀라는 표저을 지었는데, 한바탕 소란스러운 일
을 벌였던 탓인지라 로노와르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을 모두 눈치채
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아. 난 백독불침이라고 백독불침!"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몸을 가지고 있는 로노와르에다가 직종이 독의 브레스를
뿜는 그린 드래곤이다보니 독이란 것은 단순히 간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백독의 불침이란 말에 크게 안심을 한 유진영이였지만, 그래도 조금 불안이 남
아 있는지 품에서 커다란 환단을 꺼내서는 그녀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소림사에서 얻은 해독단이니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이것을 들도록 하십시오."
"이걸....."
"예."
로노와르는 주위를 돌아보니 나머지 사람들도 먹으라고하는 눈망울이 가득한지
라 어쩔 수 없이 입에 가져갈 수밖에 없었는데, 유진영의 손에서 나온 환단의
크기는 보통 장정의 주먹 하나 정도의 크기였기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휴..."
주방에서 묶여 있는 사람들을 풀어 준 후 끼니를 간단하게 때운 로노와르는 다
시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 두시진 정도를 길을 가다 뒤를 본 그녀는 크게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이미 매화는 말하기도 귀찮다는 얼굴로 넘기고 있었으니 로노와르의 마차의 뒤
로 족히 수백명은 넘을 듯한 무사들이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 딴에는 안들키게 조심스럽게 온다고는 하지만, 수백명의 사람들이 뒤
를 미행하는데 안들킨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는가?
"무슨 연유가 있을 터인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군요."
똑똑한 도연랑 역시 이런 상황에 크게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파사신검의 혐의는 연왕에게 검이 들어감으로써 풀린지라 오래인데, 왜 그
녀들의 뒤를 많은 무림인들이 따르고 있는 것일까?
수백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는 일인지라 계속 마차는 서북쪽을 향
해 나아가니 이 거대한 행렬은 강남은 물론 강북에 산재해 있는 모든 문파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천문왕자 일행은 그녀들의 뒤를 따라오는 무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들
의 마차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거참 이유를 알 수 없구료."
그 역시 수백의 무인들이 자신들의 뒤를 쫓자 크게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
었는데, 자신이 당금 황제의 셋째 황자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힘도 없었뿐더러
황제의 자리 역시 탐할 생각이 없었던지라 자신을 쫓는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
했다.
"저들 중 한사람을 잡아 연유를 캐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연랑은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로노와르에게 밝혔고, 그 생각이 별로 나쁘
지는 않은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로구나. 그래 누가 나서겠느냐?"
로노와르는 여인들을 돌아보며 물었는데, 매화가 자리에 일어나서는 조용히 말
했다.
"제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조심하도록 하여라."
"네."
로노와르에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매화는 마차를 빠져나갔는데, 이미 로노와
르에게서 많은 무공을 배운 홍련칠화들은 내공은 물론 무공에 조예도 크게 높
아진 상태였기에 수백명 중 한사람을 잡아 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였
다.
반시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마차 안으로 한 남자가 줄에 묶여서는 끌여 왔는
데, 옷차림을 보아 사파 계통의 삼류무사로 보였다.
"사..살려 주십시오."
난데없이 여인에 의해 혈을 짚혀서는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곳으로 끌려
오자 그는 비굴한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는데, 초희가 앞으로 나서서
는 그의 뺨을 후려갈기며 소리쳤다.
"네가 신녀님의 물음에 제대로 답한다면 목숨만을 살려주도록 하마."
"아이고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로노와르는 잠시 뜸을 들이며 상대의 애간장을 태우고는 조용히 입
을 열었다.
"너희들은 무슨 연유로 나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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