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남편 찾아 삼만리 (3)
"로노와르 소저.."
천문황자로 예상되는 유진영이 로노와르의 곁으로 다가오자 다른 칠화들은 키
득거리며 하나 둘씩 자리에 일어서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호호호..조금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요."
"...."
자신을 놀리는 초희의 발언에 잠시 성질이 날 수 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의 이목
도 있었기에 참은 로노와르였다.
유진영은 그녀들이 자리를 비켜서자 더욱 호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웃음으로 때우면서 천천히 자리에 앉는 유진영을 보며 천무황자라는 사람이 조
금 뻔뻔스러운 남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조금 똑똑해 보이기는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멍한 얼굴을 하며 얼
굴 가득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얼빠져 보이기까지 했기에 마음에 들
지 않는 로노와르였는데, 사랑에 빠진 천문황자로선 로노와르의 얼굴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니 어찌 하란 말인가.
원래 사랑에 빠진 남자는 바보 보다 못한 것이거늘....
천문황자가 로노와르의 얼굴을 보며 멍한 웃음을 짓고 있을 때 객잔 안으로 또
다른 무리들의 무사들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뭔 놈의 무사들이 이렇게 많이 들어닥치는데 모르는 일이였지만, 이번에 온 무
사들은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
다.
적의를 입고 있는 그들의 등에는 모두 도가 하나씩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들 모두가 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천천히 객잔 안으로 들어선 무리들은 모두 침묵을 지킨 채 비어있는 자리에 앉
았는데, 그 중 한 무사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천문황자와 로노와르를 잠시
처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느낌이 이상하다.'
천문황자를 호위하고 있는 무사들 중 가장 무공이 높은 만병우(萬炳友)는 그들
이 들어닥치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병우는 천무황자를 호휘하고 있는 황실의 무장이였다.
현재 나이 삼십이세로 십팔반무예에 모두 뛰어나지만 그 중 가장 뛰어난 것은
도를 다르는 것이였다.
그런 이유로 도를 사용하고 있는 무사들에게는 크게 관심을 가지는 그였기에,
지금 들이 닥친 무사들의 모습이나 기도로 보아 사파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들 모두의 자세에 긴장감이 서려 있다는 것이다.
싸움을 앞에 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개중에는 스스로의 정신을 뛰어 넘은 자가 있다고는 그러한 사람은 심신
이 안정되며 한 단계 위의 무공의 세계를 맛보게 된다.
몸과 마음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자라면 상승의 단계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만병우 역시 그러한 정신세계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며 상승의 단계의 초입에
들었기 때문에 천문황자의 호위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보는 적의의 무사들은 두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기에 만병우는 곁에 있는 다른 동료들을 처다보았다.
세명의 다른 동료들은 그들을 경계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그러한 이치를 알아채
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관의 무공과 무림의 무공의 차이인가...'
아직 상승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의 동료들은 이미 삼십대 중반에 이르
고 있었기에 앞으로 상승의 단계에 들어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
었다.
무림의 무공에 비해 관의 무공은 상승의 단계에 오르기 힘들었기에 어느정도
이해는 가고 있었다.
동료에게 알린다면 적의의 무사들 중 두 사람에게 그 상태가 들킬 수 있었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위해 만병우는 천문황자와 그들의 사이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만병우가 자리에 앉자 다른 무사들은 크게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황자의 앞에서 호위무사가 자리에 앉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기 때문
이다.
하지만 그 중 호위대장의 직위에 있는 철정(鐵正)은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부터 다음대로 천문황자의 호위를 담당할 사람으로 만병우를 지목하고 있
었던 그는 자신보다 그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정은 천천히 그가 앉아 있는 자리로 가서는 그의 앞에 앉았기에 다른 호위무
사들은 대장이 자리에 앉자 차례대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대장이 앉는 것으로 보아 황자의 명령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만병우는 대장인 철정이 자신을 혼내지 않고 묵묵히 행동을 같이 하자 고마움
을 느끼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한편 도연랑 역시 적의를 입은 무사들이 조금 수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에 조심스럽게 로노와르에게 전음을 보냈다.
[신녀님 적의를 입은 무사들이 조금 수상해 보입니다.]
[내 앞에 있는 얼빠진 녀석의 부하도 눈치 챈 듯 하니 녀석들이 알아서 처리하
게 내버려둬.]
[예.]
로노와르는 적의를 입은 무사들의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천문황자의 부하들에게 처리하게 하려 했다.
잠시 점원이 로노와르 일행이 시켰던 음식을 들고는 자리로 오는 모습이 보였
다.
음식이 도착하자 칠화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는 음식에 손을 대려고 했는데
그 때 당미가 음식 위로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잠깐."
"뭐야 당미."
초희는 당미가 음식을 못먹게 막아서자 얼굴을 찌프리고는 말했는데, 그녀는 왼
손에 들린 침을 그녀에게 보여주고는 말했다.
"독이다."
"응?"
당미의 손에 들린 것은 당삼랑이 장강에서 헤어질 때 은침으로 당가에서 특별
히 제조한 약품이 묻어 있는 은침이였기에 보통 은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독도
알아 낼 수 있었다.
로노와르가 무후의 명성까지 얻자 당미는 무림의 생리에 따라 음식을 먹는 것
에도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것을 알아내게 된 것이다.
초희는 독이 들어 있다는 말에 점원의 얼굴을 처다보았는데, 어린 나이의 점원
은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독이라니요? 주방장 아저씨가 바로 가져오신 건데...?"
그 때 유란이 요대를 풀고서는 휘둘렀는데, 요대의 날카로운 선은 점원의 볼을
스치고는 다시 되돌아갔다.
"아!"
그 순간 점원은 크게 놀란 얼굴을 하고는 얼굴을 가리니 초희가 고개를 끄덕이
며 말했다.
"다른 이들은 다 속여도 난 어려워 전에 있었던 점원과 너의 목소리의 떨림은
조금 틀리더군, 선녀지음 안초희의 귀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그 말에 점원은 몸을 뒤로 날려서는 얼굴을 찢어 발겼는데, 인피면구를 쓰고 있
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무후의 부하답구나 본 만변귀랑(萬變鬼郞)의 역용술을 알아채다니 말이
야."
"거참 역용술은 눈치 못챘다니까. 당신의 목소리가 틀려서 알아낸거란 말이야!"
초희는 그의 말이 틀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니 만변귀랑은 조금 황당할 수밖
에 없었다.
만변귀랑은 무림의 유명한 살수 중의 한사람으로 뛰어난 역용술과 함께 용독술
에 뛰어나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살수였다.
"그거나 저거나 후후후 하지만 음식의 독을 알아내었다고 해도 네 년들의 중독
은 면한 것이 아니다."
이미 만변귀랑은 음식이 독이 들킨 것과 함께 암암리에 가루독을 날렸기 때문
에 로노와르 일행은 중독됬을 것이란 것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그 때 로노와르
가 고개를 내저으며 손가락을 그의 앞으로 튕겨냈다.
"크윽!!"
로노와르가 손가락을 튕겨낸 순간 누런 먼지가 일더니 그의 콧속으로 빨려 들
어갔는데, 만변귀랑은 그것이 어떠한 가루인지라 알았기에 급히 품에서 해독약
을 꺼내서는 입에다 집어 넣고는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어..어떻게 독분을..."
"바보 녀석, 그 정도의 용독술로 나를 상대하려 하다니 그 정도의 분독은 흡기
공만 안다면 별로 처리하기 어려운 독이 아니야."
로노와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는데, 그 때 선무낭자 소심랑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두 손에 매화가 그려져 있는 두 개의 부채를 들고
는 말했다.
"신녀님 이 자는 제가 상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평소에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에 앞으로 나서지 않는 소심랑이 앞으로 나서서
는 만변귀랑을 처리하겠다는 말을 하자 로노와르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지
만, 그녀에게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감사합니다."
소심랑이 앞으로 나서자 로노와르는 옆에 있던 도연랑을 보며 전음을 사용하여
물었다.
[도연랑 소심랑과 만변귀랑이 무슨 관계가 있는거야?]
[개인적인 사정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녀와 친한 유란의 이야기로는 부모님
이 독으로 목숨을 잃으셨다고 하더군요.]
[만변귀랑의 짓이라 생각할 수 있겠군.]
[짐작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짐작이 맞는 듯 소심랑은 평상시와는 달리 두 부채에서 살기가 느껴
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소심한 성격에 사람을 함부로 해하지 못하는 그녀가 살기까지 내뿜는
것을 보니 만변귀랑을 싫어하긴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애송이 계집년!"
만변귀랑은 품에서 하나의 갈고리를 꺼내어 들었는데, 그 끝이 시퍼렇게 윤기가
나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독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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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수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