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83화 (183/247)

제 9 장 남편 찾아 삼만리 (2)

"유치해.."

한편 마차 안에서 로노와르는 유진영이 건네준 시를 한번 읽어보고는 그 유치

한 글귀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 이렇게 유치한 글을 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고 있었는데,

그 말에 천천히 도연랑은 그가 쓴 글귀를 읽어 나갔다.

"달 밝은 밤에 기러기들이

제 갈 길을 가려 하지 않으니

천상선녀의 목소리에 취해

제 갈 길을 잃어버린 이유리라."

도연랑이 시를 모두 읊자 초희는 로노와르를 보며 물었다.

"천상 선녀는 누구레요?"

"나?"

"기러기는?"

"자긴가 보지?"

"푸하하하하!"

일단은 비유가 재밌는 관계로 조금 웃음을 터뜨린 초희라지만, 로노와르로선 조

금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천상선녀보다 못한게 뭔데 웃는건데."

"성격이요."

자신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성격을 짚어나가는 초희였으니 솔직히 성격에 조

금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는 로노

와르였다.

"그나저나 신녀님이 꽤 마음에 있었나봐요."

"내가 조금 이쁘긴하지 호호호."

"그럼 뭐해요. 유부녀인걸."

"....."

요즘 들어 조금씩 기어올라오고 있는 안초희를 보며 눈을 부라릴 수밖에 없는

로노와르였다.

하지만 조금 귀엽기도 한 초희였기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넘어서려고

했는데, 그 때 과묵한 백일취녀 매화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녀님..따라 오고 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따라 오는 자?"

"말발굽의 숫자로 미루어 보아 일곱명 정도로 생각됩니다."

로노와르는 매화의 말에 이글아이를 사용하여 뒤를 처다보았는데, 아니나 다를

까 일곱명의 무사들이 마차의 뒤를 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이네?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한 로노와르는 자신보다 무공이 낮은 매화가 어떻게 알았는

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지만, 역시나 더 이상 말을 하려 하지 않는 매화였다.

마법을 사용하여 본 그들은 각자 다른 무기를 들고 있었기에 정파의 인물은 아

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옷의 모양을 보아 같은 조직에 속한 자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는데, 정파의

인물은 같은 문파에 속해 있으면 거의 대부분이 똑같은 병기를 쓰고 있었기 때

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그 문파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무림의 문파마다 하나 둘씩

단체가 싸울 수 있는 진법이란 것이 있는데,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편이 진법을

사용하기에 훨씬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맨 앞에서 달리는 그렛나루의 남자는 큰 대도를 들고 있었는데, 보통의 대도보

다 약 다섯치 정도 큰 칼이였다.

태양혈이 크게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반박귀진에 경지까지 오르지 못하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 보였다.

그 뒤로는 쥐처럼 생긴 남자가 보였는데, 무기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수공

(手功)이나 암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수공을 사

용한다고 보기에는 마른편에 속한 남자였기에 암기를 사용한다고 보는 편이 나

았다.

일단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것이 무공이지만, 암기술은 근력보다는 내공과 정확

성이 더 중요한 무공이였기에 지나치게 근력을 키우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기를 사용하는 남자의 옆을 달리고 있는 자는 옆구리에 칠절편을 들고 있는

장신의 남자였는데, 일단은 손이 긴데다가, 바람에 따라 간간히 드러나는 다리

가 팔에 비해 두꺼운 것으로 보아 경공술이 장기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빠른 스피드로 긴 팔을 이용한 칠절편의 공격은 조금 위력이 있으리라 생각되

었다.

맨 뒤에 달려오는 두 사람은 모두 육척이 넘는 듯한 거한이였는데, 한사람을 큰

철퇴를 가지고 있고, 한 사람은 맨몸이 인 것으로 보아 철퇴공과 권공을 익힌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부진 몸을 보아하니 철포삼과 같은 외문기공을 익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

데, 의아한 것은 이 다섯사람 모두 그리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지

는 않다는 것이다.

'잘해야 이류무사 정도 같은데, 왜 우리를 쫓는 거지?'

저 정도면 자신을 제외한 홍련칠화 중 한사람만 나서도 충분히 상대할 정도였

기에 이상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도연랑이 로노와르를 볼며 말했

다.

"마차를 멈추게 할까요?"

"아니 계속 가게 해. 그리 강한 무공을 지닌 사람 같지는 않아. 저런 자들을 상

대로 일정을 늦추다가는 몇 년이 걸려도 하남에 못갈걸."

"알겠습니다."

도연랑은 로노와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를 몰고 있는 여인에게 전음

으로 전달했다.

현재 마차를 모는 여인은 월인각의 각주가 특별히 선발한 여인으로 만화전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기녀라기 보다 자질구레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여인이였다.

이름은 한인영(漢璘榮)으로 방년 스물다섯살의 여인이였다.

그리 미색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가무에 뛰어난 것도 아니였기에 조금 어정쩡

한 위치의 여인이였지만, 중원의 지리에 밝고, 셈이 빠른 여인인지라 각주가 추

천한 것이다.

마차를 모는 솜씨도 꽤 수준급이였는데, 손에 들려 있는 말채찍이 마치 뱀과 같

이 움직이고 있었기에 여인곡에서 연편의 수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시진 가량을 그렇게 달려가자 객잔의 모습이 보였기에 로노와르는 마부인 여

자에게 말했다.

"저 객잔에 잠시 쉬어 가도록 하자꾸나."

"예."

로노와르의 말을 들은 그녀는 천천히 객잔으로 말을 몰아가니 뒤에서 따라오던

자들의 말도 천천히 그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객잔에 도착한 일행은 마차를 마굿간지기에게 넘기고는 안으로 들어섰는데, 객

잔 안에는 단 한명의 무사만이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

도연랑은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는 장강에

서도 같은 편에 탔던 일본도를 가진 의문의 무사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저 남자 우리 중에 누구한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닐까?"

초희는 다시 그의 모습을 보고는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기에

도연랑은 가볍게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는 전음으로 말했다.

[저 남자를 도발할 생각일랑은 꿈도 꾸지 말아라.]

"헹..."

자신의 속셈이 드러나자 초희는 실망하는 표정을 짓고는 자리에 앉았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그녀들이 자리에 앉자 점소이가 와서는 주문을 했는데, 도연랑이 나서서는 간단

하게 음식을 시켰다.

한참을 그렇게 있을 때 객잔의 문이 열리면서 다섯명의 무사들이 안으로 들어

섰는데, 역시나 로노와르의 마차를 쫓고 있던 무사들이였다.

그들은 오랜 시간 말을 타고 왔는지 조금 피로한 기색이 보이고 있었는데, 자리

에 앉고는 거한 한명이 호탕한 목소리로 음식을 주문했다.

"여기 통돼지 두 마리하고 죽엽청 세항아리를 가져 오너라!"

"예. 예."

그의 말에 점소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갔다.

"우와!"

초희는 그들의 시킨 음식의 양을 보고는 크게 놀라고 있었다.

"왜 몸 크기로 보면 초희 너도 저정도는 먹고 있는 거라고."

"치."

유란의 말에 초희는 삐진 얼굴을 하고는 앞에 놓인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로노와르는 일본도를 가지고 있는 무사의 기세를 읽고 있었는데, 역시나 고요한

호수를 보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고 있었다.

'저 정도의 경지라면 상당한 수준의 무공을 익힌 건데, 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

도연랑에게 명령하여 저 자의 이름과 무공 수준을 알아보게 한 적이 있었는데,

무림의 인물첩에는 일본도를 가지고 있는 무사중 뛰어난 자는 드물었고, 있다고

해도 자신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일행들의 음식이 나왔을 때 다시 객잔의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사람들의 얼굴을 본 순간 로노와르는 마시고 있던 차를 무의식적으로 내뱉고

말았다.

"아! 로노와르 소저 또 만나게 됐군요!"

"유진영공자!?"

월인각에서 시가 적힌 편지를 받은 것으로 더 이상의 만남이 없기를 바랬던 유

진영의 모습이 객잔에서 드러나자 로노와르는 크게 황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홍련칠화들은 그의 출현을 보며 크게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끈질긴 남자네?"

"그만큼 신녀님에게 반한게 아니겠어? 호호호."

"흠흠.."

칠화들의 소근거림에 헛기침을 터뜨린 로노와르는 그의 곁에 따라온 이들을 살

펴 보았다.

검을 들고 있는 무사가 모두 다섯명 정도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절도가 있는데

다가, 보통 무림인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기 느껴지고 있었다.

'관에 속한 무인...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무인이로군.'

그들의 몸가짐으로 보아 보통 무사가 아닌 군에 속한 무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던 로노와르는 왜 유진영의 곁에 무장이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

었다.

[아무래도 소문이 사실 인 것 같습니다.]

[소문?]

도연랑의 전음을 통한 말에 로노와르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들리는 소문에 황제폐하의 셋째 황자인 천무황자가 항주에 들렸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항주의 기녀들은 조금 귀티가 남는 남자들을 보면 최대한 친절하

게 굴어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하더군요.]

[음..그럼 저 유진영이란 자가 천무황자라는 거야?]

[일단 무장을 거느리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지요.]

눈썰미가 좋은 도연랑은 이미 그들이 무장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