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82화 (182/247)

제 9 장 남편 찾아 삼만리 (1)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죠."

장강을 따라 내려온 로노와르가 있는 곳은 바로 최종 목적지인 항주의 하오문

의 본단이였다.

로노와르의 주위는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 역력하게 들어나 있었는데, 자신들을

무시한 하오문의 잡배들에게 약간의 힘을 보여주었던 결과였다.

그녀의 앞에 있는 하오문의 문주 두경(斗慶)의 안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것

으로 보아 약간의 손속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경은 로노와르의 앞에서 비굴한 모습으로 손을 비비고 있었으니 몇대 맞은

후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알았기 때문이다.

강호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여인곡의 무후 로노와르는 하류잡배들의 모임

인 하오문이 상대할 만한 인물이 아니였던 것이다.

로노와르는 그에게서 루드웨어가 있는 곳을 찾았는데, 다행히도 지하에서 움직

이는 조직인만큼 무림맹에서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이방인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뭐 두사람 다 초록색의 머리색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미 하오문에선 무림맹에

머물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와 무후가 어느정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

는 조사를 하고 있었고, 지금의 상황을 미루어 보아 절대로 큰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나저나 무림맹에서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무당과도 큰 관련이 있다고 하는

데, 난데없이 이런 년놈들이 어디서 튀어나온거지?'

이방에 대한 정보는 얻기가 힘든 까닭에 하오문으로서도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

지고 있으니 무림에 출현한 두사람의 진실한 정체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 할

수 있었다.

"신녀님 축하드립니다."

도연랑의 말에 루드웨어는 미소를 잠시 지어 보이고는 두경을 보며 말했다.

"너는 앞으로 나에게 그가 움직이고 있는 정보를 소상히 알려야 할 것이다. 만

약 그 일에 실수가 있다면 항주에선 다시는 하오문의 모습을 볼 수 없을테니

말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아라. 무림의 하류집단인 너희들에게는 나라는 배경이

생긴 것이니까. 만약 너희 조직이 위험에 닥치면 나에게 말하라. 약간의 도움을

줄터이니."

"아이고 감사합니다."

무후라는 거대한 뒷배경이 생긴다면 나쁠 것은 없는지라 두경으로선 고개를 연

신 구부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오문의 본단에서 나온 루드웨어는 도연랑을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무림맹이란 곳이 어떤 곳이지?"

"무림맹은 정파의 문파들이 사파와 마교에 대항하기 위해서 하나로 뭉친 집단

입니다. 그 주축은 구파일방이 이루고 있지만, 현재는 단순히 맹의 협력자 정도

에 지나지 않고 실제적인 맹의 핵심은 맹주인 구양천을 중심으로 하는 여섯무

가가 장악하고 있는 곳입니다."

"여섯무가?"

"예. 구양세가를 중심으로 하는 무가인데, 그들의 가문을 합친 힘은 현재 구파

일방 전체로 보면 약하지만 하나하나를 비교해보면 뒤지지 않기 때문에 구파일

방이 타문의 무림맹 권력쟁취를 방해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계속 그들 여섯가문

의 중심인물이 무림맹의 맹주직을 이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꽤 복잡한 곳이네?"

"정파에 속한 인간들이니까요."

도연랑은 정파의 인물들을 꽤 싫어하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여인곡은 정

파에게는 배척받고 있는 문파일 뿐만 아니라 도연랑 개인적으로도 정파의 인물

과 원한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면 꽤 싫어하겠네?"

"그럴테지요."

대사련과도 마찰이 있었고, 무림맹 자체는 여인곡과 사이가 나쁜 만큼, 두 거대

집단 사이에 끼어버렸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로노와르였다.

하지만 무림에는 정과 사의 존재만이 있는 것이 아니였기에 장강수로십팔채와

조금 사이를 돈독하게 하면서 다른 문파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일단은 하남 무림맹으로 가보도록 하자꾸나."

"예."

항주에서 하남까지의 거리는 상당했기 때문에 로노와르는 하오문을 통해 계속

적인 정보를 얻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한번 협박을 한 뒤

무림맹을 향해 길을 떠나기 위해 항주에 있는 만화당의 분단에 들렸다.

항주에 있는 만화당에 속한 기루는 모두 열두개, 색향의 도시인만큼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수의 기루가 서 있는 것이다.

이 기루들을 모두 통합관리하고 있는 곳은 항주 월인각(月人閣)이였고, 각주는

현재 나이 삼십칠세의 중년여인인 이화(梨花)가 맡고 있었다.

일단은 만화신녀인 만큼 항주 분단의 서류를 검토하여 부정을 적발하는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로노와르였지만, 워낙 이런 작업에는 서투르다보니 도연랑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는 원인각에 있는 정자에 앉아 달구경을 즐기는

그녀였다.

"아름다운 달이군요."

하지만 장소가 장소인만큼 항주에 들린 풍류객들이 없을 리가 없으니 아름다운

그녀에게 한 남자가 섭선을 저으며 접근을 했다.

값비싼 비단으로 만든 청의장삼을 입고 있는 그는 부잣집 아들네미라는 것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다.

"별로요."

"...."

그의 말에 시큰둥하게 대답한 로노와르는 앞에 놓인 여아홍이 담긴 잔을 들어

서는 한 숨에 들이키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이 겁도 없는 녀석이 미

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본인은 유진영(柳眞永)이라 하오만 소저의 성함을 알 수 있겠소이까?"

"....."

한 방 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한 로노와르였지만, 이곳이 여인곡의 분단이라

는 생각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로노와르가 계속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그로선 조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기루에 있는 여인이라면 분명 기녀일 것이 분명한데 너무나 도도하게 굴고 있

었기 때문이다.

그가 알고 있는 이 기루의 주인은 삼십대 후반의 여인이였기에 기루에서도 특

급손님에 속하는 자신이 이렇게 무시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이것

도 하나의 풍류라고 생각한 유진영은 품에서 단적을 빼어 들고는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갔다.

[삐리리...]

달밤에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니 한순간에 정자는 술먹기 딱 좋은 곳이 되

어버렸다.

단적소리에 기루의 기생들이 하나 둘씩 그곳으로 모여드니 유진영의 솜씨가 뛰

어남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이미 만화전에서 악성의 경지에 오른 로노와르 만할

것인가?

유진영을 보며 콧방귀를 뀐 로노와르는 도연랑이 가져다 놓은 칠현금을 들어서

는 다리 위에 올려놓고는 유려한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땅따당 땅땅..]

유진영의 부는 단적의 소리와 함께 칠현금의 맑은 음향이 울려퍼지니 사람들은

두 개의 악기 소리에 심취하여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기

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많은 풍류객들은 모두 귀를 기울이며 천상의 옥음과

도 같은 음악에 모든 손을 놓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두식경 정도가 지난 후 두 사람은 연주하던 악기를 내려놓으며 상대방을 처다

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어느정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꽤 괜찮은 솜씨군요."

멍청한 부잣집 아들네미는 아니라는 생각에 로노와르는 여아홍이 든 단지를 들

어서는 여분으로 남는 잔에 따라 그에게 건네주었고, 유진영은 만족한 얼굴로

그녀가 내민 잔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말했다.

"본인도 소저의 금 솜씨에 크게 탄복하는 바입니다."

"로노와르라고 합니다."

"아!"

유진영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가르치자 크게 탄성을 내질렀는데, 중원의 이름

이 아닌 이방에서 온 사람의 이름이였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머리색도 검은 색이 아닌 초록색이란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녀의 칠현금의 솜씨에 크게 탄복한지라 오랑캐의 여인이라 해도 무시하지 않

는 그였다.

도연랑에게서 중원인이 아닌 사람들이 받는 이곳 사람들의 무시를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에 그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유진영이란

남자가 고리타분한 남자가 아님을 알고는 조금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감사하오."

로노와르가 권해주는 자리에 앉은 유진영은 다시 섭선을 들어서는 풍류적인 모

습을 취하고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당신을 보아하니 이곳의 기생은 아닌 듯 하군요."

"단지 이곳에 일이 있어 들렸을 뿐이지요."

"그렇군요."

로노와르는 조심스럽게 그의 모습을 살펴보았는데, 태양혈의 들어간 것으로 보

아 무공을 익힌 무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단아한 몸가짐과 함께 어딘가 모르게 위엄마저 서려 있었기에 보통 신

분의 남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림인이 아니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로노와르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그와 밤을 새우게 되었다.

다음날 자신을 제외한 홍련칠화들이 모든 감사를 마치게되자 로노와르는 하남

무림맹을 향하여 길을 떠나게 되었다.

월인각의 각주가 마련해 준 마차를 타고 길을 떠나려 할 때 한 남자가 급하게

일행들을 보며 달려왔는데, 로노와르는 그가 어젯밤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유진

영이란 풍류객임을 알 수 있었다.

"소저!"

"유선비님이셨군요."

"휴우...아침 일찍 들려보니 소저가 떠나신다 하길레 이렇게 급하게 달려왔소이

다."

"무슨 일로?"

로노와르는 조심스럽게 그를 보며 말했는데, 그는 쑥스러워 하는 얼굴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품에서 하나의 서신을 꺼내어 그녀에게 전달해 주었다.

"소저를 위해 지은 시인지라 인연이 이어지지 못함을 알면서도 이렇게 드릴 수

밖에 없구려."

"유선비님의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

그가 내민 서신을 조심스럽게 받은 로노와르는 천천히 마차 안으로 들어섰고,

마차는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멍하니 사라져가는 마차를 보고 있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오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하!"

유선비의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극도의 예를 표하

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유진영을 저하라 부르고 있었다.

"그만들 일어나시게..."

"저하 어인 일로 이른 아침부터 이런 곳에...."

그의 곁으로 오십대 정도의 관인이 못마땅한 얼굴로 다가서서는 말했다.

"선녀를 볼 수 있을까 해서 왔네."

"선녀라 하심은?"

"......순부령."

"말씀하십시요. 저하"

"...당장 길을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하게."

"예?"

순부령이라 불리는 사람은 그의 말에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유진영은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여인과 같이 길을 떠나면 꽤 재밌는 여행이 될 것 같군."

"저하!"

그 말에 순부령은 안된다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애석하게

도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유진영, 놀랍게도 그는 바로 당금 황제의 셋째 황자로 진짜 이름은 주진영, 중

원에선 천문황자라 불리는 사람이였다.

셋째 황자라고 하는 것이 태자와는 다른 일인지라 시간이 널럴하게 남을 수 밖

에 없어 잠시 황제의 유허를 얻어 중원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는

색향의 도시인 항주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여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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