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80화 (180/247)

제 8 장 부맹주의 어여쁜 세딸 (8)

"진소협. 오랜만에 뵙는군요."

사씨 청년은 진천명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지라 다른 청건당의 무사들

처럼 무시하지 못하고는 정중하게 예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크...남해검문의 문진우란 자를 불러주십시오."

"오! 혹시 그 소문 때문이십니까?"

문진우를 불러달라는 말에 진천명은 넌지시 그를 떠보았다.

사씨 청년은 진천명 역시 그 소문을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질렀다.

"진소협도 그 소문을 들었다면 녀석이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을 알 것 아닙니까!

당장 그 호로자식을 불러주십시오."

"거절하겠습니다."

"무슨...!!"

진천명의 단호한 거절에 사씨청년은 크게 놀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 곳은 무림맹의 청건단입니다. 확실하지도 않은 소문을 듣고 무사들을 끌고

온 당신에게 청건단의 일원을 내드릴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천명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는지라 사씨 청년은 이를 갈 수 밖에 없었

는데, 그 때 사가장에서 나온 무사들 틈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진천명을 향해

걸어왔다.

"부맹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자신의 앞으로 온 중년인이 무림맹의 부맹주인 사능군이라는 것을 안 진천명은

정중히 포권지례를 하며 인사를 했는데, 그는 인사를 받을 생각도 없는지 인상

을 찌프리며 말했다.

"남해검문의 문진우를 불러 주시오."

"아까도 말한 바와 같이 그것은...."

"정 불러주시지 않겠다면 힘으로라도 그 자를 끌어내겠소이다!"

사능군은 진천명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강압적으로 말을 내뱉으니 청건단의

무사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맹주께서 그러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진천명은 한 숨을 내쉬며 말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사능군으로선 그가 자신의 말에 남해검문의 문진우를 끌어 올 것이라 생각했는

데, 놀랍게도 십보 정도를 물러선 진천명은 허리에 차 있는 검을 뽑아 들고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청건단의 무사들은 모두 병장기를 들고 부맹주님의 월권행위를 막도록 하라!"

"예!"

진천명의 외침이 떨어지자 멍하니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청건당의

무사들은 병기를 뽑아 들고는 모여드니 사능군으로선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짓인가!"

"부맹주님이 직권을 이용하여 청건단에서 불의를 저지르시려하시니 저의로선

해야하는 일을 할 뿐입니다."

"이!!"

진천명의 말에 노기가 치솟아 오른 사능군이 검을 뽑아드니 그와 함께 온 무사

들도 병장기를 들고는 청건단의 무사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들인가!!"

"단주님!!"

한참을 대치하고 있을 때 건물에서 삼십대 초반의 무사가 걸어 나왔는데, 그가

바로 청건단의 단주로 있는 뇌벽검(雷劈劍) 소중(蘇中)이였다.

소중은 천천히 부맹주의 앞으로 걸어가서는 포권지례를 하며 말했다.

"부맹주께서 무슨 일로 이렇든 청건단으로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헛된 소문을 퍼뜨려 딸아이의 혼사를 방해한 남해검문의 문진우란 자를 처벌

하기 위해 왔네."

"헛된 소문이요?"

부맹주의 말에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소중은 옆에 뒤에 있는 진천명를 돌

아보며 말했다.

"그 소문이 무엇인지 말해보도록 하게."

"예."

진천명은 소중의 말에 공손히 무림맹에서 들리는 소문과 함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 해주었고,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소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

맹주를 보며 말했다.

"부맹주께서는 집법당을 거치셨는지요."

"윽...."

집법당은 무림맹에서 죄를 지었을 경우 감찰하는 당으로 맹 내의 어느 곳에서

도 사사로운 싸움이 있어서는 안되며 그 죄를 가리기 위해선 반드시 집법당에

보고를 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귀찮은 절차 때문에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였

기에 집법당은 무림맹 외의 일만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 관례 였는데, 청건단주

인 소중이 집법당을 들고 나오자 부맹주로선 할말이 없었다.

물론 관례를 따지면 되지만 무림맹의 부맹주로서 어찌 맹내의 법규가 있는데

관례를 따질 수 있겠는가?

사능군으로선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소중이 얄미울 따름

이였지만, 어쩔 수 없이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저로서는 부맹주님의 배려에 감사 드릴 뿐입니다."

부맹주는 이를 갈며 뒤로 물러서니 과연 소중은 단주의 직을 맡을 만한 사람이

라고 할 수 있었다.

"진아우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인가?"

"....."

눈치빠른 소중은 진천명이 이번 일에 앞으로 나선 것을 보며 그가 관련이 있다

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강호오룡의 일인인 진천명이라 해도 소중의 명성과 직위를 알고 있는지라 함부

로 거짓을 말할 수 없었기에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때 한 사람이 앞으

로 나서며 말했다.

"이 일은 본좌가 계획한 것이요."

"루드웨어대협?"

청건단의 손님이기도 한 루드웨어가 계획했다는 말을 들은 소중은 나직히 한숨

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이곳에 손님으로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집법당에서 자신이 허락한 손님에게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청건당의 명성이 떨어짐은 물론 루드웨어 역시 해를 당할 것을 알기 때문

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젖고는 말했다.

"대협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다."

"예."

"진천명은 문진우를 데리고 나의 방으로 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잠시 후 소중의 방에는 이번 일의 관계된 이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문진우는 부맹주가 청건당으로 무사들을 몰고 온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

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였다.

"루드웨어대협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꾸미신 겁니까?"

"부맹주의 여식과 문소협을 연결시켜주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말에 아무 여과 없이 결론을 말하는 루드웨어를 보며 소중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사자가 있다고 치면 조금 돌려서 이야기 하는 것

이 보통이였기 때문이다.

서장의 사람인지라 중원의 예의가 서툴러서 그렇다는 생각에 작은 한숨을 쉰

소중은 진천명을 보며 물었다.

"이제부터 어떻할 생각인가?"

"글쎄요. 원래 아까 그 자리에서 끝낼 생각이였는데.."

"그자리에서?"

"예. 부맹주님이 화가 나셔서 검을 뽑으시면 그 때 루드웨어님이 나서셔서 부맹

주님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그 때 부맹주님을 구하러 문소협이 나서게 되서...철

썩 두 사람이 성혼을 한다는 계획이였습니다."

진천명의 말에 문진우와 소중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부맹주의 무공은 무림맹 서열 7위의 고수인 것은 둘째치고 이러 서툰 연극에

넘어갈 정도로 부맹주는 바보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가능해다 생각됐는가?"

"글쎼요. 실패하면 다른 생각을 해볼 작정이였지요."

"...정말 자네가..청건단의 참모를 맡았던 진천명인지 의심이 드는군."

소중은 진천명을 보며 한마디를 해 준 후 루드웨어에게 말했다.

"집법당에서 사람이 올 것입니다. 그 때까지 조용히 있어 주십시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그럼..."

소중은 조용히 뒤로 돌아서니 무언의 축객령을 받은 세사람은 그의 방에서 나

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문진우는 시뻘개진 얼굴로 루드웨어를 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무슨 생각이라니 자네를 사도혜소저와 연결시켜려 하는 것 아닌가?"

"제발 그만 하십시오. 이제 이런 소란을 거절하겠습니다."

단단히 화가 났는지 문진우는 루드웨어에게 소리를 지르고는 물러나니 죄도 뉘

우칠 생각을 하지 않는 루드웨어는 미소만 지을 뿐이였다.

"루드웨어님 이젠 어떻게?"

"어떻하긴 어떻해 부맹주의 집으로 가야지."

"...."

단주인 소중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 루드웨어였다.

부맹주의 저택에선 부맹주의 그의 아들이 사씨 청년이 노기를 참지 못하고 씩

씩거리고 있었으니 아낙네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 아무 말도 못할 뿐이였다.

"내 이자식을 죽여버리겠다!!"

사씨 청년은 수치를 참을 수 없는 듯 이마에 핏발까지 세워져 있었는데, 그 때

사능군의 부인인 금소련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보..."

"왜 그러시오."

"둘째를 문청년과 연결 시키는 것은 어떤가요.."

"그게 무슨 말이요! 남해검문의 개자식과 내 딸을 연결시키라니 말이요!!"

사능군은 아내의 말에 노발대발을 하니 금소련으로선 한숨만을 내쉴 뿐이였는

데, 그때 하인이 그들에게 와서는 말했다.

"주인마님. 서장에서 오신 루드웨어란 분이 잠시 뵙고자 합니다."

"오늘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만날 수 없다 전하게."

"하하하 부득이한 사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하십니다."

하인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이미 한 사람이 그들의 곁으로 와 있었으니 루드웨

어였다.

"무슨 짓인가!!"

허락도 없이 남의 집으로 찾아온 루드웨어를 보며 사능군은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를 질렀는데, 그의 말에도 미소를 거두지 않은 루드웨어는 조용히 서신을

하나 건네며 말했다.

"저와 거래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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