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부맹주의 어여쁜 세딸 (7)
자신의 공격에 대한 느낌이 없자 장인형은 크게 놀라며 유운신법(流雲身法)을
사용하여 급히 뒤로 물러섰는데, 놀랍게도 루드웨어는 자리에서 움직인 적도 없
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어떻게..."
장인형으로선 루드웨어가 귀신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루드웨어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삼초가 지났으니 본좌도 힘을 쓰도록 하겠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세도해 들어간 루드웨어는 장인형을 향해 검
을 내질렀다.
"찻!"
엄청나게 빠른 신법에 놀란 장인형은 대경하고는 급히 검을 휘둘러 자신을 향
해 찔러오는 검을 피하며 뒤로 몸을 날렸다.
"차앗!"
뒤로 몸을 날린 그는 발을 박차며 다시 공격해 들어갔는데, 그 순간 루드웨어의
검이 원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헉! 저 검술은!!"
원을 그리는 검로를 보며 장인형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루
드웨어가 사용하는 검법은 무당의 상승무공의 하나인 태극혜검이였기 때문이다.
태극혜검을 익히고 있는 이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들의 대
부분은 무당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였음에도 거의 대부분이 칠성이상을 익힌
자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 난해한 무공이였다.
상대가 태극혜검을 시전하자 장인형으로선 크게 놀라기는 했지만, 무당의 인물
이 아닌자가 태극혜검을 익혔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던지라 눈속임이라 생각
하고는 태청검법을 사용하여 그를 공격해 갔다.
"검파음양(劍破陰陽)"
자신을 향해 수십개의 검영을 날리는 그를 보며 루드웨어는 태극혜검의 일초식
인 검파음양을 시전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그의 신형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허억!"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태극의 원리로 움직이고 있는 검기만이 드러나고 있었
기에 장인형은 크게 당황해서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두려움에 가득한 장인형의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태극의 문양은 어느 순간 대
지를 모두 삼켜버리는 듯한 착각을 주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떨
어뜨리고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의 장인형은 자신의 본래의 힘에 반도 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
데, 다른 이라면 모를까 본산의 상승무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그 충격이 컸기 때
문이다.
루드웨어는 천천히 검을 멈추었는데, 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자 장인형은 떨리
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당신은 누구십니까?"
"...천의활검(天意活劍) 태청진인(太淸眞人)님을 아는가.."
"천의활검이라 하심은..."
"본좌는 태청진인님께서 서장에서 거두신 제자이네.."
"헉...태사숙조께 장인형 인사드립니다!!"
루드웨어의 말에 장인형은 크게 놀라 땅바닥에 얼굴을 박으며 절을 하니 그의
놀라움은 지금까지 무당의 검술을 그가 시전했을 때 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
었다.
천의활검 태청진인은 무당이 낳은 최고의 고수중의 한사람이였다.
이백여년전 한자루의 검으로 중원을 돌아다니며 사마의 무리를 정벌하며 무림
제일인의 칭호를 얻었지만, 말년에 모든 것이 허무하다 하며 무림에서 은퇴하고
는 무당에서 사라져버린 사람이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서장에서 제자를 거두었고,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
이라니 어찌 장인형이 제 정신을 차릴 수 있겠는가?
루드웨어의 이 신분은 창조주의 세계에서부터 생각하고 있는 신분이였다.
천의활검 태청진인은 놀랍게도 무의 세계에서 그에게 이세계의 검술을 가르쳐
준 스승이였다.
말년에 세상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진정한 천의를 알기 위해 노력한 태청진
인은 심산에서 은거하며 도를 쌓아 신선이 되었던 것이다.
창조주는 신선이 된 그를 자신의 세계로 초청하여 신들을 가르치는 사부로 삼
았는데, 그런 이유로 루드웨어는 그에게서 무공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장삼봉이란 전대 무공 교두가 있었기는 했지만, 그는 워낙 뛰어난 인물이
였던지라 교두의 신분을 벗어나 현재에는 다른 곳의 일급신이 되어 있었기에
무림의 시조인 장삼봉의 제자가 되지 못했던 루드웨어였다.
"지나친 예의일세..."
루드웨어는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으니 고개를 박고 있던 장인
형의 몸은 가볍게 떠올랐다.
"아!"
장인형은 격공섭물의 힘으로 자신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을 알고는 태사숙조의
능력을 알아볼 겸 내공을 돋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손을 한번 휘두르자 자신
의 힘이 덧없이 사라져버리고는 일으켜지자 태사숙조의 신기에 크게 놀라지 않
을 수 없었다.
루드웨어는 장인형에게 다가가서는 무엇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에 크게 놀란 그
는 크게 고개를 젖고 있었다.
진천명으로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지만,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하던 루드웨어는 그에게 책을 한권 건네주었는데, 그 순간
장인형은 입은 찟어지듯이 벌어지고는 다시 몸을 숙여 루드웨어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기 이야기하던 루드웨어는 장인형을 보내고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
며 진천명에게 걸어와서는 검을 건네 주었다.
"자네의 검 잘썼네."
"예.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를 했길레 장소협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입니까?"
"별 것 아니네, 이런 일을 예상하고 내가 알고 있는 무공 중의 하나를 책으로
정리해 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주었더니 저렇듯 좋아하더군."
"도대체 그 무공이...?"
"구궁영검(九宮影劍)이라 하네."
"예? 구궁영검이라면 무당에서 실전되었다던 검법이 아닙니까!"
"그랬던가?"
루드웨어는 진천명의 놀람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를 하며 지나쳐 걸
어가니 진천명으로선 또 한번 그에 대한 혼란에 사로 잡힐 수밖에 없었다.
실전된 무당의 검법마저 알고 있는 인물, 과연 저 자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음날 무림맹에선 엄청난 소문이 퍼졌는데, 부맹주의 둘째 여식인 사도혜의 정
혼자인 무당의 속가제자 장인형이 일방전으로 파혼을 선언하고는 급히 무당으
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일을 장인형의 사제에게 들어 알게 된 부맹주는 급히 그를 찾아갔지만, 이미
그는 새벽에 무당으로 떠난 후였다.
갖은 고생 끝에 딸에게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것도 감수한 채 만들어 놓은 것이
이렇듯 허무하게 끝이 나자 부맹주는 크게 낙담을 해서는 정무실에 출석조차
안하니 무림맹 사가의 저택은 암울한 분위기가 돌 수밖에 없었다.
"어제 이야기 하셨던 것이?"
"별 것 아니였네. 장인형에게 구궁검법과 사도혜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고 했는
데, 그는 무공을 고르더군."
"...."
그제서야 어제 했던 이야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던 진천명이였다.
'여소저와 무공비급을 고르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물론 과거라면 무공비급을 선택했겠지만, 현재의 그라면 어떠한 무공보다도 한
명의 사랑스러운 여인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의 그에게 여사랑은 무림제일인의 좌에 오르는 것 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에 있는 여사랑은 얼굴은 그리 좋지 못했으니 진천명으로선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고민이요..나에게 말해 줄 수 없겠소...'라며 말하고 싶은 진천명이
였지만 차마 그 말이 입에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한편 무림맹에선 진천명에 의해 한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사도혜에 관한 내용이였다.
무당의 장인형이 일방적인 파혼을 선언하고 떠난 것은 사도혜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고, 그 남자는 바로 남해검문의 문진우다라는 소문이였다.
실제로 사도혜가 문진우와 몇번의 밀회를 한 것은 사실이며,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알려진 소문이였기에 진천명의 입에서 나온 소문은 사
실처럼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사형!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남해검문의 문진우는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는데 자신의 사제가 화급하게 달
려오자 조용히 물어보았다.
"부..부맹주님께서 백명의 무사와 함께 청건당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부맹주께서?"
"예."
문진우로선 어제의 충격으로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운기조식과 명상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기에 무림맹에서 떠도는 소문을 들은 적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그가 무사를 이끌고 찾아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그 때 청건
당의 대문을 박차며 무사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남해검문의 파렴치한 개자식 문진우는 어디 있느냐!!"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친 인물은 부맹주의 아들인 사씨청년이였다.
사씨 청년은 호랑이같은 눈으로 내공을 돋구어 소리치니 크게 놀란 청건단의
무사들은 적이 처들어 왔다고 생각하고는 병기를 들고는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소협 아니십니까?"
진천명은 이미 그들의 출현을 알고 있었기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앞으로
나와서는 의아한 얼굴로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