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78화 (178/247)

제 8 장 부맹주의 어여쁜 세딸 (6)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여 흘린 눈물로서 그녀의 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설

산의 령은 그녀의 곁에서 조용히 물었다.

"설빙화 당신의 사람은 당신은 버렸거늘 왜 다시 돌아오시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전 그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운명이였는걸요. 저만의 간절한

소망이이였던 것을....."

설빙화의 말에 설산의 령은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돌아갑시다. 당신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꿈이였을 뿐이랍니다."

"단지 꿈일지라도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전 행복하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눈물은 결코 행복함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없는 그리움으로 가득한 여인의 눈물, 설산은 더 이상 그녀에게 무어라 말하

지 못하며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루드웨어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나는 듯 쟁반 위의 서려 있던 영상은 서서

히 사라져가기 시작했고, 여인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음에 이야기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다니요?"

루드웨어의 말에 그녀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는 조용히 사도혜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습니까?"

"...."

"시간은 냉혹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가는 것이지요. 그리움은 아픔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혀짐은 훨씬 더 큰 아픔일 수밖에 없습니다."

루드웨어의 말을 듣는 순간 사도혜는 문진우의 생각이 들었고, 그의 기억에서

자신이 지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두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문란과 사문희는 그녀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지 안타까운 표

정을 짓고는 천천히 그녀를 안아 주었으니 자매간의 우애가 상당히 깊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루드웨어님 이만 돌아가주세요."

지금까지 자신을 반겨주던 사문란은 루드웨어에게 축객령을 내렸고, 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이만..."

루드웨어는 그녀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부맹주의 저택을 빠져 나왔는데, 대문을

나서자마자 오른 쪽으로 돌아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문소협 이제 나오지 그러나."

루드웨어의 말에 문진우는 천천히 숨어 있던 나무에서 어수룩한 몸으로 내려와

서는 옷을 털고는 말했다.

"역시나 알고 계셨군요."

"물론. 자네의 기를 숨기는 실력은 형편 없었으니까."

"......"

멀리서 보이는 사도혜의 얼굴, 루드웨어의 한 마디에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

며 과연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궁금할 수 밖에 없었지만, 차마 그것

을 물어볼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강한 손이 자신이 영혼을 끄집어 당기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

강렬한 불길이 타오르는 느낌, 불안감?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뜨거워지는 감정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기에 가슴

을 끌어 안으며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웬 생쑈냐?"

"예?"

"아니야. 그냥 한번 해본 말이다."

루드웨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가버렸기에 멀리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만을

보는 문진우였다.

남해 검문에 들어와서 자신이 선택한 것은 검, 지금 이 순간 몰락해가는 문파를

생각한다면 멀리서 눈물을 짓고 있는 여인을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을 알고 있

었다.

루드웨어는 자신에게 그 불안감을 해결해 준다고 말한 후 사도혜에게 조금씩

접근해가고 있었다.

그가 다가감에 따라 가슴속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루드웨어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자신은 다가가지 못한 것을 너무나 쉽게 접근해 가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더 이상을 참지 못한 문진우는 천천히 부맹주의 저택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멈추시오!"

부맹주의 저택을 지키고 있는 무사에 의해 문진우는 가로막혔다.

"사도혜소저를 만나러 왔습니다."

"알고있네. 하지만 부맹주님의 지시로 자네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알

고 있지 않은가?"

문진우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무사는 어느정도 면식이 있는 사이였기에 어느정

도 상황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그를 막고 있었지만, 문진우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보게 해주십시오."

"미안하네만 그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참을 수 없는 노기가 치솟아 오른 문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검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는데, 그 때 자신의 손을 잡는 이가 있었다.

"멈추게.."

"루드웨어님.."

루드웨어는 돌아 선 듯 했지만, 문진우의 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돌아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을 크게 만들려고 하는 그를 보고는 막을 수 있

었다.

"기다리지 못하겠는가?"

"......"

그의 말에 문진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때 그들의 곁으로 한 여인

의 모습이 보였다.

"사도혜..."

"잊어주세요.."

"...."

그녀의 말에 문진우는 머리 속에 텅 비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천천히 뒤

로 돌아 부맹주의 저택을 벗어나는 자신을 발견했다.

들려오는 여인의 흐느낌 소리에도 그는 돌아 설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갔을 때 문득 정신이 든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그곳은

사도혜와 밀회를 하던 청건당 근처의 작은 정원이였다.

"으아아앙!!"

그 순간 눈물이 치솟아 오른 문진우는 나무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리기 시

작했다.

멀리서 실연을 당한 청년의 눈물을 지켜보고 있던 루드웨어는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사소저가 결정을 내린 모양이군."

자신을 찾아온 그에게 잊어달라 말한 것은 부친의 말에 따라 장인형과 결혼하

기로 결심했다는 뜻이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녀에게 한 말은 두가지 선택을 강요하는 그런 뜻이였기에 어느 것이

결정될지 모르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곳 세계의 법도는 부모와 자신간의 끈이

연인의 끈보다 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역시 강호는 무공뿐이란 건가?"

그런 생각을 한 루드웨어는 진천명이 말해 준데로 특별 연무장으로 향했다.

특별 연무장은 각 당에 속해져 있지 않으니 그 실력이 인정되는 인재들에게만

허락되는 연무장이였는데, 사도혜의 정혼자인 장인형이 이곳에서 무공을 수련하

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특별 연무장에 도착하자 십여명의 젊은이들이 무공을 연성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찾아 보았는가?"

"예. 저 젊은이가 장인형이라 하더군요."

이미 특별 연무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진천명은 루드웨어의 말에 한 젊은이를

손짓했다.

진천명이 가르킨 젊은이는 준수한 편에 속하는 얼굴에 단정한 청의를 입은 젊

은이였다.

검에 조예가 있는 듯, 그가 행하고 있는 검술에선 그다지 결점을 찾아 볼 수가

없었기에 무당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는 이유를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검을 빌려주게."

"예."

루드웨어의 말에 진천명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어 주었다.

검을 받은 그는 천천히 연무장으로 걸어가서는 가볍게 검을 휘둘렀는데, 그 순

간 강풍이 크게 일며 연무장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검술을 연성하고 있던 무사들은 갑자기 닥친 검풍에 크게 놀라는 표

정을 지으며 수련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자네가 무당의 장인형소협인가?"

장인형은 갑자기 서장의 오랑캐가 자신을 보며 묻자 어떨결에 포권지례를 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만.."

"잠시 검을 겨루어보고 싶군."

"예?"

갑작스런 말에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때 루드웨어가 앞으로 가볍게

한발을 내밀고는 검을 뻗었고 날카로운 검기가 그의 인중을 향해 날아갔다.

"무슨 짓입니까!!"

장인형은 몸을 뒤로 젖혀 간신히 검기를 피하고는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질렀는

데, 루드웨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천천히 검을 들어서는 무당의 기수식

을 취했다.

"헉!!"

오랑캐가 사문의 검공의 기수식을 취하자 장인형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는

데, 루드웨어는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 해줄테니 검을 들도록 하게."

"..예..."

무당과 크게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장인형은 그의 말대로 검을 뽑

아서는 자세를 취했다.

"내 선배로서 삼초를 양보할테니 공격하도록 하게."

"사양치 않겠습니다."

검풍이나 검기로 보아 자신보다 한 수위의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던 장인

형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속도로 그의 앞으로 세도해 들어가며

검술을 펼쳤다.

그가 사용한 검술은 태청검법(太淸劒法)으로 소청검법의 다음으로 익히게 되는

무당의 검술이였다.

장인형의 태청검법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기에 무당 특유의 부드러운 검

선을 그리며 루드웨어를 공격해 가기 시작했다.

루드웨어는 장인형의 검이 정면으로 세도해 들어옴에도 피할 생각은 안하고 있

었는데, 놀랍게도 검이 그의 몸을 관통해 가는 듯 했음에도 장인형은 검이 상대

의 몸에 닿은 느낌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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