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부맹주의 어여쁜 세딸 (5)
"루드웨어님 남해 검문의 제자들을 끌어들일 생각이십니까?"
진천명은 그가 문진우에게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며 물었다.
"아직 젊은이들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청건당의 무사들과는 다른 기개가 느껴지
고 있네, 중원에 세력이 없는 나로선 그들을 끌어 들여 어느정도의 세력을 만드
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음..그렇군요."
어차피 무림맹이야 잠시 들리는 것에 지나지 않은 세력이만큼 서장에서 온 루
드웨어에겐 그 나름대로의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진천명이였다.
일단은 자신과 여사랑이 무공이 크게 늘었다고는 해도 역시나 질보다는 양이
크게 우선시 되는 것이 바로 강호였기 때문이다.
"과연 문진우가 걸려 들까요?"
"물론. 필요한 자에게 필요한 것을 제시하는 것이 상행위의 기본이 아니겠는
가?"
"그렇군요."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여사랑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어쩌지 교로 돌아가야 하나...돌아가면 문책을 받은 것은 뻔한 일인데...'
여사랑과 진천명은 지금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원천적으로는 서
로를 죽여야 하는 사이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여사랑은 무림맹과는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조직에 속한 몸, 이대로 그에 곁
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이였는데, 그렇다고 진천명을 죽이고 교의 임무를
완수한 후 돌아간다는 것도 할 수가 없는 일이였다.
그냥 돌아간다면 교의 무서운 형벌을 받을 것은 당연한 일, 차라리 이대로 루드
웨어에게 빌 붙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했는데, 애석하게도 그녀에겐 그
렇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여사랑의 얼굴에서 크게 고민하는 모습이 서려있자. 진천명은 궁금한 얼굴로 물
었다.
"아랑. 무슨 고민이 있소."
"아니에요. 진가가."
자신의 불안한 표정을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는 진천명을 보며 크게
감동한 여사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여소저."
"예."
"자네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나 마찬가지이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말해
줄 수 없겠는가?"
루드웨어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여사랑에게 말했고, 옆에 있던 진천명도 고
개를 끄덕이고 있었기에 그녀로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함부로 말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교의 잔인한 손속에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
문이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짙은 어두움이 가득했기에 두 사람은 맘이 편치가 않았
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 때 그들의 앞으로 한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는 바로 남해검문의 제자인 문진우였다.
"할말이 있소이다."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겠는가?"
"....한가지만 묻겠소이다. 당신이 하려는 일. 그곳이 사문에 피해가 가는 일은
아니겠지요."
"물론이요."
"그렇다면 남해 검문의 힘을 당신에게 빌려주겠소이다."
"옳은 결정이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은 루드웨어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그
의 옆을 지나치면서 말했다.
"근시일 안에 당신의 소원을 풀어주겠소이다."
"헉.."
자신은 몇 년 동안 고민을 해도 풀 수 없었던 일은 그가 풀어준다는 말을 듣자
문진우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처로 도착한 루드웨어는 진천명을 보며 물었다.
"무당의 속가제자라는 장인형에 대해서 알 수 있겠는가?"
"음...일단은 무당의 제자입니다. 현 무당의 장로 중의 한사람이 현허진인의 속
가제자로 검술에 뛰어난 인물이지요. 현 나이는 스물두살, 형북의 큰 대상의 장
만길의 둘째 아들이며 그의 소유로 있는 재산만 해도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지
요."
"음...사도혜와의 사이는?"
"일단은 사능군 부맹주님의 암수에 걸린 사이라고나 할까요? 부맹주님은 딸을
시집보낼 남자를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우연히 무림맹에 찾아 온 장인형을 보
게 되었고, 그가 무당의 현허진인에게 크게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
에게 불러들여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게 한 것이지요."
"그런 식으로 취하게 한 후 잠자리에 사도혜를 보냈다는 거로군."
"예. 원래는 첫째인 사문희가 나서야 하는 일이였지만, 도도한 그녀는 그것을
거부했기에 마음이 여린 사도혜가 방으로 찾아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알겠네."
진천명의 말을 들은 루드웨어는 한참을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무슨 이유로 사도혜가 장인형에게 빠졌는지 아는 만큼 약간의 힘만을
쓴다면 그녀를 다시 문진우에게 끌어들일 수 있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날이 밝자 루드웨어는 진천명에게 지시하여 멋드러진 옷을 마련 한 후
섭선을 들고는 부맹주의 저택으로 찾아갔다.
부맹주의 저택의 화원에는 역시나 부인인 금소련이 꽃을 가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접근해 갔다.
"아! 저번에 오셨던 루드웨어대협이시군요."
"부맹주부인께 인사드립니다."
재밌는 것을 보여 준 적이 있었던지라 금소련은 루드웨어에 대한 인상이 좋은
듯 했다. 하녀를 지시하여 차를 내오게 한 그녀는 정원에 한편이 있는 작은 정
자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참 아름다운 정원이군요."
"제가 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편께서 사람들을 통해 갖가지 꽃씨를 구해 주셨
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꽃이라고 하는 것이 기후를 많이 타는지라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꽃은 크게 한정 될 수 밖에 없겠군요."
"네. 저도 아쉽기는 하지만 이곳을 떠날 수가 없는지라 이 정도에 만족하고 있
답니다."
그 말에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루드웨어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는지 섭선을
접어서는 손을 치며 말했다.
"저에게 이 곳의 기후에서 살 수 없는 꽃을 키우는 방법이 생각났는데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예? 그런 방법이 있나요?"
역시나 꽃에 크게 관심이 있는 금소련이였기에 크게 관심을 보이는 듯한 표정
을 취했고, 루드웨어는 마음속으로 일단계를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간을 만드는 것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간단히 대화를 마치고 나온 루드웨어는 그날로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무림맹인 만큼 하나의 마을이나 마찬가지로 모든 시설이 맹의 건물안에
드러서고 있었기에 준비를 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루드웨어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바로 유리로 만든 하우스였다.
빛을 통과시키는 유리라면 이 곳에서 살 수 없는 고온다습한 곳의 식물들도 키
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칠인회의 총회주인 루드웨어인 만큰 유리 같은 물질을 제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할 수 있었고, 작업은 부맹주 부인이 원조를 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3일 후 루드웨어는 어느정도 하우스의 초안을 잡을 수 있었고, 완전한
유리판을 제조하여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목조기술만큼은 중원이 루드웨어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곳보다 크게
발달되어 있었기에 유리를 지탱할 골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
모든 작업이 끝난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였다.
부맹주의 저택의 정원의 한편에 자리잡은 유리의 집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던
아침 햇살에 반사되는 빛과 함께 투명한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가지 장식
품들은 그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워요."
"하하하. 이 정도야 부인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뿐입니다."
"호호호 별말씀을 다하세요. 루드웨어님."
"루드웨어님이라니요. 그냥 루동생이라 불러주십시오."
"호호호 알곘어요. 루동생."
이렇게 해서 루드웨어는 금소련의 호감을 사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무릇 가정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남편이라 생각하는 이가 많을 지는
모르지만, 애석하게도 진정한 가정의 대들보는 안살림을 장악하고 있는 부인이
였다.
힘 좋은 남편이 아무리 애를 써봤자 집안의 이모저모를 파악하는 것은 바깥일
을 하는 남편으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도혜를 문진우에게 넘겨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살림을 장악하는 실
권자에게 호감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루드웨어였다.
일단 문소련의 동생이 되버린 루드웨어는 부맹주의 저택으로의 출입이 자유스
럽게 될 수 있었다.
그 동안의 노력이 보답했는지, 부맹주의 막내딸을 제외한 나머지 두명의 딸 사
문희와 사도혜와 어느정도 안면을 틀 수 있었던 루드웨어는 당당히 집안에서
차를 즐길 수 있는 특권을 부여 받았다.
"루대협, 그때의 이야기를 계속 해주세요. 네?"
"설빙화에 관한 이야기 말인가?"
"네."
그 동안 이야기를 첫째인 사문란에게 들었는지 사도혜와 멀리서 이를 갈고 있
는 사문희도 크게 관심을 가지는 듯한 표정을 짓자 기회라 생각한 루드웨어는
드디어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쟁반과 물을 가져오지 않겠는가?"
"네."
사문란은 루드웨어의 말에 따라 쟁반과 물이 든 주전자를 가져왔는데, 그것을
받아 든 루드웨어는 쟁반에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이미지"
루드웨어의 마법이 시전되자 쟁반위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형상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쟁반 위에 떠오른 것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미녀의 형상이였는데, 사실 적으
로 움직이고 있는 환상에 부맹주의 딸들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사문란은 물론 그 때 들어온 금소련까지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때
쟁반위의 영상의 여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멀리 희미하게 어려져 있는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을 쳐다보고 있었
으니 그 녀의 애처로운 표정에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 설빙화였지만, 아직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는 모
습이였기 때문이다.
잔잔히 흐르는 슬픈 퉁소의 소리에 눈을 든 사도혜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
었는데, 그 퉁소를 불고 있는 사람이 바로 루드웨어였기 때문이다.
"아!"
잔잔한 퉁소의 소리와 함께 하나의 영상이 서리기 시작했는데, 연인을 보며 눈
물을 흘리는 여인의 뒤에 서려 있는 백발의 남자, 사람들은 그가 설산의 령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