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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사-176화 (176/247)
  • 제 8 장 부맹주의 어여쁜 세딸 (4)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루드웨어가 사문희에게 다가가자 불안에 빠진 것은 진천

    명이였다.

    "루드웨어님..안됩니다."

    "뭐가?"

    "아무리 여자에 굶주렸다고해도 벌건 대낯에 그것도 무림맹 부맹주님의 저택

    앞마당에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엥?"

    전혀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없었던 루드웨어는 진천명이 말에 황당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청건당 창고라도 빌릴테니 이곳에선 자제해 주십시오."

    "...."

    의외였다. 보통사람이라면 멀쩡한 아낙을 욕보이려고 하는 것을 막는 것이 보통

    이였을 텐데, 놀랍게도 진천명은 장소가 안 좋다는 이유로 루드웨어를 막고 있

    었기 때문이다.

    "진천명 이 나쁜 자식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사문희조차 황당함에 자신을 꼼짝 못하게 만든 루드웨어가 아닌 진천명을 욕하

    기 시작했는데,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시집은 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뭐 루드웨어님이 서장에서 오신 분이라

    고는 하지만 인물 좋겠다. 무공도 뛰어나겠다. 뭐 일만 한번 저지르고 뒷감당만

    한다면야 별 문제가 없는 것이지요."

    "뒷감당..."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멍석이라도 깔아 드릴테니까요."

    "죽어라 이 자식아!"

    루드웨어는 잠시 진천명을 질근질근 밟아준 후 기절해 버린 그를 끌고 나가면

    서 사문희를 보며 말했다.

    "본좌가 이 정도로 끝내는 것을 고맙게 여겨라."

    루드웨어가 사라져가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바

    로 무림맹 부맹주인 사능군이였다.

    "아깝다. 조금만 더 됐으면 막내딸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빠!!"

    "휴...남들은 신랑감 고르느라 골치가 아픈데..난 딸을 던져줘도 거부당하니..."

    한숨을 쉬며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린 사능군은 천천히 건물 안으로 걸어갔는데,

    과연 무슨 이유일까?

    무림맹 부맹주의 직위를 가진 부친에 아름답게 생긴 세 명의 딸, 이 정도면 수

    많은 명문가에게 청혼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임에도 그는 왜 딸을 시집보내

    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루드웨어 역시 한 쪽에서 숨어 있었던 사능군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정도의 소란이 일고 있었는데, 무림맹 부맹주의 좌에 있는 고수가 눈치 못챌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어째서 사능군이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숙소에 도착한 루드웨어는 자신이 느꼈던 의문을 진천명에게 물어보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연하다니?"

    "사부맹주님도 루드웨어님의 비범함을 간파했기에 딸을 시집보내려 했던 것이

    지요."

    "음...그건 좀 억지가 아닌가. 이방의 오랑캐에게 딸을 시집보내려 한다니 말이

    야."

    "뭐랄까..현재 사부맹주님의 세 딸에게는 오랑캐고 아니고를 떠나 딸을 지켜줄

    수 만 있다면 나이가 맞는 남자에겐 다 시집보내려 할 것입니다."

    "응?"

    진천명의 말에 루드웨어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고, 그는 부맹주와 세 딸에게 얽

    힌 사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부맹주의 세딸은 같이 복주에 있는 친척집으로 길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첫째인 사문란의 아름다움에 빠진 그 남자는 여행 내내 이 세 자매를 따라 다

    니며 귀찮게 했으나 도도한 사문란은 돌아보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한 객잔에서

    남자는 사문란에게 미혼향을 사용하여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파렴치한 계획은 어린 사문희가 알아채서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지

    만, 사문희는 녀석을 처리할 때 남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상처를 입혔고, 그

    것으로 인해 그는 고자의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잘 끝난 것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남자는 사파의 연합체인 대사련의

    부련주의 외동아들 이였으니 자신의 아들이 고자가 됨으로써 대가 끊기자 크게

    분노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부맹주의 여식과 성혼하는 자들은 대사련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

    인가?"

    "예. 부련주인 주문진(周聞眞)은 대사련에서 가장 큰 문파라는 나왕문(羅王門)을

    가지고 있고, 첫째 형이 패도문의 문주, 둘째 형이 빙혼문의 문주, 밑의 동생이

    영사파의 문주, 밑에 밑에 동생이 비형마문의 문주.......고종 사촌의 외숙부가 암

    형문의 문주, 고종사촌의 외숙부의 누님이 음녀당의 당주...."

    "잠깐...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야..."

    "앞으로 한 이십개 문파 정도가 남아 있는데, 뭐 대충 여기서 끝내기로 하죠.

    아무튼 주문진은 그 실력이 떨어지는 무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친척들의 세력

    이 대사련의 주력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련주의 직위에 오른 사

    람이죠. 한번에 움직일 수 있는 무사들의 숫자는 일만을 넘어서니 아무리 무림

    맹의 부맹주라고 하더라도 역부족이랄까요."

    "음...."

    "이런 이유로 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문파, 즉 구파일방의 무사들에게 딸을

    보내려고 하지만, 그들 역시 대사련을 상대로 위험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

    기 때문에 부맹주의 여식을 며느리로 삼는 것은 꺼려하고 있는 상태지요."

    그의 말에 현 부맹주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봉착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루드

    웨어는 사문희의 노처녀 히스테리도 동정하게 되었다.

    "하긴....그 나이에 혼사길이 막혔으니 성질이 더러워질 수 밖에 없겠군. 쯧쯧"

    다음에 만나면 위로라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루드에어는 천천히 무림맹 공

    동식당으로 향했다.

    청건당의 공동식당에는 이미 많은 무사들이 점심을 들고 있었는데, 그곳에 남해

    검문의 문진우와 그의 사제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천명과 여사랑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곁눈질로 문진우의 표정을 살피고 있

    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밤의 일로 상당히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

    기에 자리에 일어선 루드웨어는 소홍주를 한병 들고 가서는 그들이 앉아 있는

    탁자로 향했다.

    "무슨 일이요."

    문진우의 사제 한명이 난데없이 다가온 루드웨어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

    는데,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은 루드웨어는 문진우의 앞에 있는 찻잔을 들어

    서는 바닥에 버린 후 그곳에 술을 한잔 따라주며 말했다.

    "자네의 얼굴에 근심이 쌓여 있는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가?"

    "알 것 없소."

    루드웨어의 물음에 문진우는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이 말하고는 말 없이 음식을

    들었는데, 그 때 루드웨어가 술이 담긴 찻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치자 그곳에

    서 한 여인의 모습으 그려지기 시작했다.

    "헉!!"

    찻잔의 술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여인은 바로 사도혜였기에 문진우는 숨 넘어

    가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는데, 애석하게도 그녀의 모습

    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사술이냐!"

    그제서야 그녀가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에 있는 초록색 머리의 이방

    인이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알고는 문진우는 크게 노한 목소리로 검을 뽑아 들

    려고 했는데, 그 때 그의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져 왔다.

    "응?"

    "문소협, 함부로 검을 뽑으면 되겠습니까?"

    "진천명!"

    언제 다가왔는지 진천명은 작은 소검을 들어서는 그의 목에 갖다대고 있었기에

    문진우는 검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루드웨어가 가볍게 손을 내젖자 멀리 있던 의자가 날아와서는 그의

    뒤에 놓여졌는데, 상당히 부드러운 움직임이였던지라 문진우는 크게 놀라지 않

    을 수 없었다.

    '격공섭물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펼치다니 상당한 고수다.'

    그제서야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깨달은 문진우는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은 루드웨어는 진천명에게 손짓하여 뒤로 물러서게

    한 후 그를 보며 말했다.

    "본좌는 서장에서 온 녹발대제라 하오."

    "본인에게 다가온 이유가 무엇이오이까!"

    진천명이 뒤에서 소검을 들이대고 있음에도 문진우는 그를 향해 소리쳤고, 그

    모습에 더욱 마음에 든 루드웨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좌는 서장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는지라 중원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소

    이다. 그런 이유로 문소협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잠시간 남해검문의 힘

    을 얻고자 하는데 어떻소이까?"

    "고민?"

    "그렇소이다. 찻잔에 서린 여인의 형상, 그것이 바로 문소협의 고민이 아니오이

    까?"

    "...."

    루드웨어의 말에 문진우는 조금 당황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제도 모르는 사도혜에 관한 일은 서장에서 온 정체도 모르는 자가 알

    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좌가 생각하기에는 서로간에 손해가 없는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음...."

    격공섭물의 솜씨로 봐서 만만치 않은 고수인데다가 자신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

    아서는 해결책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문진우로서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는데 자신의 상대가 되는 이는 무당파에

    서도 상당히 명망이 있는 인물인 장인형이였기에 외지에서 온 이방인이 해결한

    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정파의 한 문파인 남해 검문의

    일인으로 이방의 오랑캐에게 협조한다는 것도 꺼려지기 때문이였다.

    "거절하겠소."

    "거절이라..."

    "남해검문의 일인으로서 정체도 알 수 없는 이방인에게 어찌 힘을 빌려 줄 수

    있단 말이오."

    "음...역시 자네도 고리타분한 정사의 관념에 묻혀 있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구

    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루드웨어의 소인배란 말에 문진우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 말이 틀렸소이까? 지금 당신의 입장을 한 번 되돌아보시오. 자신은 한 적도

    없는 선대의 원한에 끼여 사랑하는 연인과도 이어지지 못한 당신의 입장과 단

    순히 이방의 오랑캐라는 것만으로 어떠한 일인지도 모른채 거절당하는 나와 무

    엇이 틀리단 말이요? 본좌는 고리타분한 원한의 관계에 얽매여 고민하는 소협

    을 보고 당신이라면 충분히 본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당신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소인배에 지나지 않구려."

    "....."

    루드웨어의 말에 문진우는 할 말이 없었다.

    사문과 사가장의 오랜 원한관계에 희생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은 얼마나 그

    런 자들을 원망했는가? 하지만 자신이 그런 관계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때는

    다른 이들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 말도 못하는 문진우를 보며 루드웨어는 코웃음을 치며 사라졌고, 진천명

    역시 가소롭다는 눈으로 잠시 남해검문의 제자들을 응시하고는 한마디를 남기

    고 사라졌다.

    "좁은 하늘이 전부인 줄 아는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라. 하하하하하!!"

    "크으윽!!"

    남해검문의 제자들은 진천명의 말에 노기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지만, 상대가 청

    건당에서 상당한 인맥이 있는 상대이다보니 검에 손을 댈 뿐 뽑지는 못하고 노

    기에 몸을 떨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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