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무림맹주의 어여쁜 세딸. (1)
문을 지키는 무사들에게 노동의 고통을 선사한 루드웨어는 몇번 무림맹에 온
적이 있는 진천명을 따라 거대한 무림맹 탐험에 들어갔다.
과연 중원의 모든 정파들의 연합이라고 할만큼 하남의 무림맹의 성은 웅장하기
그지 없었다.
수만명을 들어갈 수 있는 성과 함께 거대한 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화려한
전각들, 군데군데의 연무장에선 한눈에 봐도 꽤 실력이 있는 무인들이 무공을
연마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어여쁜 시녀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까지 보이니 실로 아름다운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사파출신의 여고수인 여사랑의 경우에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만약 자신을 알아보는 정파의 사람이라도 한 명 있다면 그야말로 빼
도박지도 못하고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루드웨어가 몇가진 술법으로 외모를 어느정도 변화를 주긴 했지만, 조금 못 미
더운 사람이 바로 그였기에 신용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무림맹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몇 명의 청의의 무사들이 진천명의 앞
으로 와서는 포권지례를 하며 반갑게 맞아들였다.
"어서오십시오. 진형님."
"오랜만이네 무아우."
청의 무사들 중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진천명과 꽤 친한사이로 보였다.
무아우라 불리는 청년은 현재 무림맹 팔개무사단의 하나인 청건단(靑巾團)에 소
속되어 있는 백인조장 무수영(武秀榮)으로 소속문파는 구파일방의 하나인 청성
파의 외가의 제자였다.
강호오룡 정도의 무공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차대 무림을 이끌고 갈 기재의 한
사람으로 크게 인정을 받고 있는 청년이였기에 진천명과 사이가 좋은 사람이였
다.
"그나저나 한동안 소식이 끊어져 걱정을 했습니다."
"별거 아니네. 잠시 무공수련을 하느라 여러군데의 산에서 시간을 좀 보냈을뿐
이네."
"그렇군요."
무수영은 진천명이 그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무공수련을 하기 위해
심산을 헤맸다는 말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뒤를 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
두명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를 보며 물었다.
"저 두분은...?"
"아! 소개를 하도록 하지. 이 분은 서장에서 오신 녹발대제 로노와르란 분이시
네."
"청건단 백인조장 무수영이라 합니다.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나 역시 강호의 뒤를 이끌어 갈 기재를 만나게 되어 반갑기 그지 없네."
루드웨어를 소개 해 준 진천명은 안면에 깊은 미소를 띄고는 여사랑을 가리키
며 말했다.
"이쪽 소저는 나의 정혼자인 여화소저라 한다."
"여화라합니다."
그 순간 청건단의 무사들은 모두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진천명은 강호오룡의 일인으로써 많은 명문가에서 자신을 사위로 삼기 위해 수
많은 금은보화를 보내어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은 사람이였는데, 그런 그가 드디
어 정혼자를 구했기 때문이다.
"아! 형수님이 되실 분이시군요."
여사랑을 보며 크게 감동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무수영은 빛나는 눈으로 한참
을 그렇게 응시를 하고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아! 제가 정신이 없군요. 형님을 이런 곳에 세워두고 있었다니 말입니다. 자 안
으로 드시지요."
무수영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청건단의 무사들이 머물고 있는 전각으로 청건
진천(靑巾振天)이란 글귀가 쓰여진 패가 전각으로 들어서는 문에 쓰여 있었다.
"무림맹에는 모두 여덟 개의 무사단이 있는데, 제가 속해 있는 청건단은 무림맹
에서 두 번째로 강한 무사단입니다. 전에 청건당에서 맡고 있는 직위는 참모 겸
청건 3대의 대장의 직위 였는데, 오랜 시간 외부에 나와 있었으니 그 직위는 이
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겁니다."
"음.."
진천명의 설명을 들으며 전각의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선 몇 명의 젊은 무
사들이 검을 손질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 루드웨어의 눈을 끄는 사람이 한명 있었는데, 청색의 두건을 머리에 쓴
채 난간에 기대어 검을 다듬고 있는 곰보자국의 무사였다.
진천명 역시 어느정도 그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저 사람은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청건단 이대의 대장을 맡고 있던 인물로
출신은 남해검문으로 그의 사제 3명과 함께 청건단에 가입했습니다. 지금 그의
곁에 있는 자들이 모두 그의 사제들이지요. 지금의 실력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
르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저를 압도하는 검술을 가졌었지요."
"음...강호오룡의 무공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였군."
"단순히 무공이라면 강호오룡의 제일인자인 청룡공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룡을
꺽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은 아니지요."
"그 밖에 명성과 지략, 학문의 정도도 필요하다는 말인가?"
"예. 아무리 무림이라고 해도 하늘을 바라보는 용의 이름을 가진 자가 단순히
무공만 뛰어나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음.."
어느정도 일리 있는 말이였기에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계속
따라갔고, 얼마 후 한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큰 회의실 안에 열두명 정도의 젊은 무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진천명의 얼굴을 보자 크게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는 소리쳤다.
"진형님!!"
"오래간만이네!"
단숨에 진천명의 앞으로 달려온 그들은 그의 손을 잡고는 반가움을 표시하기
시작했고, 진천명 역시 오랜만에 친한 친구들을 보자 크게 기뻐하는 듯 했다.
간단히 그 자리에서 루드웨어와 여사랑의 소개를 한 진천명은 방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회의를 하고 있었는가?"
자신이 오기 전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던지라 그는 궁금한 표정을
하며 물었는데, 그 말에 도를 허리에 차고 있는 검미가 아름다운 청년이 심각한
어조로 대답을 해주었다.
"진형님 장강의 대혈전의 소문을 들으셨습니까?"
"대혈전?"
"예.. 장강에서 파사신검을 둘러싸고 큰 혈투가 있었다고 합니다."
"파사신검!"
진천명은 그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파사신검은 황제가 가지고 있는 신병의 하나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폐하께서 남경의 연왕에게 파사신검을 보내셨는데, 그것을 둘러싸고 대사
련과 관인, 장강수로십팔맹, 여인곡등 네 개의 세력들이 쟁탈전을 벌였다고 하
더군요."
"음...여인곡까지 그 쟁투에 참가했단 말인가?"
"예. 그런데 그 쟁투에서 승리한 세력이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그의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던 진천명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숫자가 월등이 많은 대사련이 아닌가?"
진천명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놀랍게도 정파의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혈투에서 승리를 한 자들은 바로
여인곡의 무사들이였습니다."
"여인곡!"
진천명으로선 여인곡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기는 했지만, 설마 대사련과 수로
십팔맹과 같은 거대한 세력을 누르고 파사신검을 쟁취했다는 것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가능하네. 아무리 여인곡이라해도 어찌 대사련을 누를 수 있단 말인가!"
진천명의 그의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청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분명 대사련은 여인곡의 무사들에게 밀려 장강에 수백이 넘는 자의 피를 뿌렸
다고 합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여인곡 무사들의 숫자는 열명정도에 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열명!!"
"여인곡을 이끌고 있는 여인은 장강의 맹주라고 불리는 수상무적 장진천과 대
사련의 고수인 우광자 요파산을 빗속에서 쓰러뜨렸다고 하여 현재 많은 자들의
입에서 새로운 무후의 등장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음.."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무림에 엄청난 여고수가 나타났다는 것에
진천명은 잠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현재의 자신의 실력이라해도 수상무적 장진천은 물론이요.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라 해도 우광자 요파산을 쓰러뜨리는 것은 힘든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비공식적은 소문에 의하면 그 여인
이 암흑검제를 쓰러뜨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암흑검제!!"
더 이상 진천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중원 최고의 검의 달인인 암흑검제를 쓰러뜨렸다는 것은 무림의 세력판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여인곡에서 어떠하 수를 썼길레 암흑검제를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인
가!!"
"지금 저희들도 그 일로 이렇게 회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인곡은 현재 정
사의 어느곳에서도 그 적을 두지 안고 있는 정사지간의 문파이기에 그들이 어
느 곳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무림에선 큰 혈전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음..가장 가능성이 있는 곳은...?"
"현재까지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장강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장강어
옹이 여인곡의 여인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하니 장강수로십팔맹으로 기울 확율
이 높습니다."
"장강이라..."
만약 여인곡이 장강의 수적들에게 넘어간다면 이것은 모든 도적의 세력을 연합
시킬 수 있는 것이 된다.
현재 대륙의 녹림은 거의 대부분이 대사련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시시탐탐
장강수로십팔맹과 같이 대사련에서 분리되려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상황에서 대사련의 무사들 수백을 물리쳤다고 하는 여인곡이 장강수로연맹
으로 붙는다면 녹림 역시 이득을 따라 그들에게 붙은 것은 당연할 일 그렇게
되면 대사련의 힘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거의 모든 대륙의 교통로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의 세력으로 인해 정파 역시 대륙을 움직이기에는 상당히 힘이 들것
이다.
녹림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이 무공이 낮다고 해도 그 숫자 면으로는 대사련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녹림을 앞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옆에서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루드웨어는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세
계에 큰 이변을 일으키는 자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인곡의 무후라....한번 조사해봐야겠군..'
이들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인이 자신의 아내인 로노와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루드웨어는 자신이 찾고 있는 레리스라는 여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레리스의 특기가 현혹술이라고는 하지만 창조주에게 선택된 생명체이자 한때는
신이였던 여인 그런 그녀가 이계의 무공을 익혔다고 한다면 결코 약한 사람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루드웨어 일행은 그 후 약 반시진 정도의 이야기를 나눈 후 청건단에서 마련해
준 숙소에 몸을 맡길 수가 있었다.
다행히도 대장의 직위는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진천명의 참모의 직위는 그대로
남아 있었기에 청건단 간부로서 무림맹주에게 자신을 소개 시켜 줄 수 있었다.
루드웨어는 정파를 통솔하고 있는 무림맹주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
증이 가득했기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