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의적이 된 루드웨어 (3)
루드웨어의 의적질은 아무 문제없이 다 해결된 것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보물이
아닌 다른 것을 훔친 덕에 생각했던 것보다 시승의 보물 창고가 털린 것은 일
찍 발견되었다.
어두운 지하의 계단을 통해 시승은 떨리는 몸을 가누며 간신히 앞장을 서고 있
었다. 그의 뒤에는 정수리에서 턱까지 일자로 길게 검상이 나 있는 한 무인이
흐느적거리며 걷고 있었으니 누가 본다면 마귀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긴 손에 얼굴의 반을 갈라버리는 검상, 축 처진 눈은
마치 언제 죽을지 모르는 탁한 기운을 내고 있는 자, 그에게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기가 보이는 곳이 있다고 하면 그 것은 바로 손톱이였다.
날카롭게 손질되어 있는 긴 손톱에는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붉은 봉선화 물을 물들이고 있었는데 색깔을 보아하니 꽤 괜찮게 들여
진 봉선화 물이였다.
그도 그 손톱이 꽤 마음이 드는 듯, 흐느적거리는 손으로 연신 양 손의 손톱을
마주치며 날이 서게 갈고 있었다.
"여긴가...."
"헉..."
축 가라 앉은 목소리에 시승은 깜짝 놀라며 헛바람소리를 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는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공손히 말했다.
"헤헤....예. 그렇습니다요."
정말 이자가 민초의 피를 빨아먹는 악덕 지주인 시승이 맞을까 의심이 가는 순
간이였다.
시승은 목에 걸려 있는 열쇠를 뽑아서는 문에 양각이 되어져 있는 악마의 형상
의 오른 쪽 눈에 열쇠를 넣고는 돌렸는데, 그 순간 기관장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음..."
문이 열리자 마자 강렬하게 일대를 잠식해버리는 보물들의 빛에 시승은 잠시
만족감의 신음을 흘리고는 천천히 자신이 목적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천천히 기관장치를 잡고서는 시승이 비밀의 문을 열었는데, 문이 열린 순간 시
승은 놀란 얼굴로 뒤로 넘어 질 수 밖에 없었다.
"헉..."
그가 찾는 물건, 반드시 전해주어야 하는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럴수가..."
시승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그 순간 자신의
손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흑.."
손이 보물에게 먹혀버린 시승은 크게 놀라며 손을 잡아 당겼는데, 역시나 멀쩡
한 손이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시승은 자신의 손을 잡아먹은 보물 쪽으로 다
시 한번 손을 내밀었는데, 보물은 마치 허상으로 변한 것처럼 변하니 시승으로
선 환장할 노릇이였다.
"도대체 이것이..."
"비켜봐라.."
그것을 보고 있던 반 가른 얼굴의 사나이는 천천히 손에 내공을 돋구기 시작했
다.
"탈명마조(奪命魔爪)!!"
그 순간 그의 손톱에선 날카로운 기류를 가진 열줄기의 바람이 일더니 일대를
순식간에 찢어버렸는데, 놀랍게도 그 순간 수많은 보물들이 삽시간에 모습을 감
추고 말았다.
"헉...보물들이..."
자신이 보물들이 사라진 것을 보며 시승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조공
을 사용한 사나이는 곰곰히 근처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보물을 감추기 위해 진법을 사용한 것 같은데...진법에 사용되는 매개
체가 아무것도 없다니...술법의 일종인가?"
보물이 사라진 것 보다는 자신을 속인 진법에 더 관심이 많은 사나이였다.
"아구...령주님..제 보물을 찾아주십시오."
"흥!"
시승이 진드기처럼 붙자 령주라 불린 사나이는 그를 발로 차버리고는 말했다.
"교의 보물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녀석이 보물 걱정을 하다니..니 목숨이나
걱정하도록 해라.."
"헉..."
그제서야 욕심으로 가득찬 눈을 지워버린 시승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
을 느끼고 말았으니 그의 바지에는 누런 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천마신철에 어느정도는 표식은 해놓았겠지?"
"예...천리향을 뿌려 두었습니다만.."
"다만..?"
"이곳에 전혀 천리향의 잔향이 흐르지 않고 있습니다."
"응? 그건 또 무슨소린가?"
"녀석들이 천리향을 눈치채고 제거하는 약품을 사용했다고 밖에...."
"멍청한 녀석.."
시승의 말에 사나이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가볍게 오른손의 검지손가락을 까딱
거렸는데, 그 순간 강한 기풍이 형성되어서는 시승의 얼굴에 작렬했다.
"끄아악!!"
얼굴에 긴 손톱자국이 난 시승은 시뻘건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며 비명을 질렀
는데, 그곳을 보며 다시 한번 녀석을 발로 차버린 령주는 협박하는 목소리로 말
했다.
"네 녀석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 본교에서 보낸 다섯당주와 함께 당장
천마신철을 찾도록 해라!"
"크으윽...예."
"기한은 한달, 그 안에 천마신철을 찾지 못한다면, 네 녀석을 비롯하여 시가장
의 모든 식솔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흑....예..."
그의 말에 시승은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머리를 땅에 박으며 말했고, 령주라 불
리는 사나이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술법이라면...혈교의 놈들인가....음...'
하지만 그러한 술법은 혈교의 술법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혈교의 술법이라
해도 분명 매개체가 존재해야하지만, 그가 찾아 본 곳에는 전혀 매개체가 보이
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허공에도 그림이라도 그린 것 같은 술법.
만약 그런 것이 혈교의 술법이라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단보다 한 단계 위의
술법을 혈교가 만들어 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는 뜻
이였다.
시승의 저택에서 텔레포테이션게이트로 보물을 퍼낸 루드웨어는 일행들과 함께
마차를 몰고는 빠른 속도로 이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눈을 가리기 위해 일루션마법을 걸어 놓았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오래
갈지는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서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진천명은 급히 말을 몰아 시승이 관장하고 있는 지역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
었고, 루드웨어는 잠시 휴식을 여사랑은 보물에 묻혀 행복에 잠겨 있었다.
"호호호호."
"거 귀신같은 웃음 좀 그만할 수 없겠습니까?"
"미안해요.."
조금 제대로 휴식을 취하려고만 하면 여사랑을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휴식을 방
해하니 그 전에 한말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보물을 보고 크게 놀라하는 여사랑을 보며 진천명과 여사랑 두 사람에게 몇 개
정도는 가져도 된다고 말을 했었다.
이 말에 정파의 일인인 진천명의 경우에는 별로 재물에 탐하지 않고, 작은 칼
하나만을 가졌지만, 여사랑의 경우에는 다섯시진이 지난 지금에도 쇼핑을 마치
지 못하고 저렇게 기분이 들떠 귀신같은 웃음소리만 내고 있는것이였다.
벌써 그녀의 주머니에 들어간 보석만 해도 수십개가 넘은데, 아직도 더 고르고
있었는 것을 보며 루드웨어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진천명이 급
하게 말을 세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별 것 아닙니다. 근처의 산적 같군요."
"산적?"
산적이란 말에 마차의 창으로 고개를 내민 루드웨어는 앞을 처다보았는데, 아니
나 다를까 수척하게 말라 비뜰어진 장정 다섯사람이 병기로 아닌 농기구를 들
고는 마차를 막아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근처에 사는 농민들인가 본데, 금원보 몇 개를 건네주고 가도록 해라."
"예."
루드웨어의 말에 진천명은 마차에서 금원보를 몇 개 꺼내고는 산적들의 앞에
던져주었는데, 금원보에 약간의 내력을 담았는지라 땅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단단
한 길로 파고 들어갔다.
"통행세다. 비켜라.."
"헉...예."
그제서야 산적질을 하고 있는 농민들은 마차에 있는 일행들이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무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옆으로 비켜섰고, 진천명은 또 다시 말을 몰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하오문이라면 충분히 이 정도의 재물을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
"예. 무림의 하류집단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어둠에서 흘러 다니는 돈은 자금성
을 사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액수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돈의 유통을 관리하
는 하오문이라면 충분히 이 보물을 처리할 수 있는 자를 소개해 줄 것입니다."
"음..."
하지만 진천명의 말대로라면 전문적인 사기꾼 집단이라는 소리도 있었기 때문
에, 조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산적들 꽤나 많네?"
"음..."
또 다시 일행들의 앞으로 초췌한 모습의 산적들이 나타났으니 일대의 초민들의
사정을 알만도 했다.
이런 식으로 늦어지다간 추적자들한테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진
천명에게 명령을 하고는 멈출 필요 없이 마구잡이로 앞으로 돌진해 나가니 뒤
에 있던 여사랑은 금원보를 뿌리며 마음껏 재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편 령주란 자에 의해 보물을 훔진자를 추적하게 된 시승과 다섯명의 고수들
은 근처에서 천리향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음...이곳이 시작이로군."
한자루의 거대란 도를 어깨에 짊어 매고 있는 장신의 무사의 말에 날카로운 손
톱을 세우고 있는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치 이곳으로 바로 옮겨온 것 같은데...잔향이 많이 배여 있어..혈교의 술법인
가?"
"그럴수도.."
"그나저나 우리 형 엄청 화났다고, 어이 시승 말은 준비됐겠지?"
"예."
혈풍조란 무명을 가지고 있는 청년 무인의 말에 시승은 고개를 연신 구부리며
뒤에 있던 부하들을 향해 손짓을 했고, 얼마지 지나지 않아 다섯 마리의 대완구
(大宛駒)를 끌고 사람들이 다가왔다.
"꽤 좋은 말이네."
"흥. 지 목숨이 달려 있으니 돈 좀 쓰나보지."
혈풍조는 패도낭인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는데, 시승으로선 조금 화가 날
법도 한 말이였지만, 감히 그들에게 숨소리 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시승은 자신드의 앞에 있는 자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쨋든 령주님의 말도 있고하니 녀석들을 뒤쫓도록 하자."
"응."
다섯사람은 시승이 가져온 말에 올라타서는 천리향을 따라 빠른 속도로 몰아갔
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시승은 얼굴에 감싸진 붕대로 식은땀이 흠
뻑 젖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저들마저 실패한다면 자신과 식솔들은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둑놈들을 쫓아간 다섯사람들의 실력을 아는지라 안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