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의적이 된 루드웨어 (1)
일대를 휩쓸고 있는 가뭄은 이제 그 한도가 극에 달아 있었다.
이전 몇 년간의 날씨 역시 홍수와 가뭄 등이 교차적으로 일어나면서, 농작물의
수확은 점점 줄어가고 있으니 초민들의 이마에선 주름이 가실 날이 없었다.
이런 가뭄 속에서도 몇몇 인간들은 기회를 틈타 많은 부를 얻고 있었으니 그들
은 바로 부호들과 관리들이였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앙의 힘은 지방에 그리 큰
힘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였다.
썩은 자들의 횡포가 계속됨에 따라 초민들은 하나 둘씩 생업에서 멀어져 자신
의 농토를 버리고 유민이 되어가고 있으니 그들이 바라는 것은 부처님의 은총
과 함께 영웅의 등장이였다.
루드웨어가 있는 일대의 가장 큰 부호인 시승(施乘)이란 자는 루드웨어의 눈에
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자였다.
시가장이란 거대한 장원을 소유하고 있는 시승은 자신의 호위무사를 삼백여명
이나 데리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인물이였다.
그가 돈을 버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고리대금업이였으니 가뭄으로 배고품에
찌들어가는 이들에게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가서는 돈을 빌려주고 원금의 몇배
나 되는 고리를 뜯어 냄으로써 초민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
다.
돈이 없는 초민들의 여아들을 일대의 유각에 팔아넘기기도 하는 이자는 벌어들
인 돈으로 조금씩 자신의 세력을 늘려나감으로써 초민들을 도와주는 몇몇 명망
있는 지방의 인사들조차 그 힘으로 찍어누르며 자신의 부를 늘려가고 있었다.
"음...시승이란 자가 그렇게 악독한 녀석이란 말이지."
"예."
루드웨어는 진천명이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를 듣고는 시승의 악행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고, 첫 번째 루드웨어 의적단의 목표로 그를 지목할 수 있었다.
"호위무사들의 숫자는 어느정도 되는가?"
"근래에 들어 약 삼십명 정도의 무사들이 더 들어왔다고 하니 약 250명 정도의
호위무사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숫자만 많을 뿐이지 이들은 별 문제가
없지만 다섯명 만큼은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다섯명?"
"예. 시승 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식객들인데, 강호에서도 상당히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이들입니다."
진천명이 알려온 다섯명의 무인들은 강남일대에서 상당한 악명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였다.
패도낭인(覇刀浪人) 주정운(周頂 ) 한자루 패도로 강남에 큰 명성을 가지고 있
는 낭인으로 독문무공으론 흑사도법(黑砂刀法)을 익히고 있다.
흑라철인(黑羅鐵人) 단융(單隆) 철포삼(鐵布衫)을 익혀 몸이 강철과 같고 진천삼
권(振天三拳)이라는 권법을 익힌 고수이다.
혈풍조(血風爪) 권형(權瑩) 음풍조(陰風爪)를 익히고 있으며 상당한 경신술을 지
니고 있어 섬전조(閃電爪)라는 다른 명호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의 손톱에 걸
린 이치고 죽지 않은 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무음검(無音劍) 홍인(洪忍) 이름조차 없는 검법이라고는 하지만, 소리없이 가르
는 검을 보며 뭇사람들은 그에게 무음검이란 명호를 붙여 주었다. 자신의 검법
처럼 말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이다.
귀부(鬼斧) 이립(李立) 한 자루의 도끼를 무기로 사용하는 그는 칠로부법(七路
斧法)이라는 독문무공을 지니고 있다. 나뭇꾼 출신으로 한 은거고인에게서 부법
을 배운 후 강호로 나온 후 상당한 명성을 쌓은 인물이였다.
이 다섯 사람이 현재 시승의 장원에서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인물로 다른 이들
과 달리 한 달에 상당한 양의 돈을 받고 있다니 보통의 사람들로선 감히 시승
의 횡포에 토를 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네와 그 자들이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보는가?"
"음..과거라면 그들 중 하나와도 힘겨웠겠지만, 지금이라면 세사람까지는 상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 말을 들은 루드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별 문제가 없겠군. 자 시작해 볼까?"
"예."
하늘에 떠 있는 달만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는 어둠의 시간, 일대의 가장 큰 부
호라고 알려져 있는 시가장으로 한사람의 인형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색 옷에 같은 색의 복면을 쓰고 있는 인물은 상당한 수준의 경공술을 익
혔는지 빠르게 움직임에도 작은 소리조차 나지 않고 있었다.
시가장으로 조용히 잠입하고 있는 인물, 그는 바로 루드웨어였다.
시승의 장원에서 세사람이 들고 올 수 있는 재물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기 때
문에, 최대한 많은 제물을 훔치기 위해, 또 시승이 가지고 있는 초민들의 차용
증을 위치를 알기 위해서 루드웨어는 그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나온 것이다.
역시나 장원 여기저기에는 많은 수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이미 무
림 최고수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루드웨어였기에 하류무사로는 결코
루드웨어의 움직임을 볼 수조차 없었다.
장원의 저택의 지붕을 통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던 루드웨어는 얼마 지나
지 않아, 다른 곳보다 경비가 삼엄한 곳을 볼 수 있었다.
'진천명의 말대로라면 이곳이 시승이 머물고 있는 저택이겠군.'
조심스럽게 지붕에서 내려온 루드웨어는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무사를 보
며 조심스럽게 틈을 본 후 그들의 시선이 떠나갔을 때 빠른 속도로 뛰어서는
발을 박차고 처마 밑의 공간으로 몸을 숨켰다.
천장을 타고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숨어 들어가자 또 다시 경비병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밖에서 있는 자보다는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높다는 것을 느낀
루드웨어는 그들이 지키고 있는 방이 시승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라면 시승은 자신의 여섯 번째 첩의 처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이 분명하기에 조심스럽게 청각을 돋구어 방안의 사람이 있나를 확인한 루드웨
어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방이였지만, 내력을 돋구어 본다면 이정도의 어둠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
기에 조심스럽게 방안을 돌아본 루드웨어는 비밀금고나 방을 찾기 위해 이곳저
곳을 살펴보았지만, 상당히 조심스럽게 감추어 놓았는지 찾고자 하는 것의 모습
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음...'
조심스럽게 벽에 손을 가져가며 벽의 진동정도를 통해 비밀금고의 위치를 찾고
있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곳의 벽이 다른 곳과는 진동의 정도가 다르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군.'
근처를 뒤져보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를 찾았고, 잠시 후 황금으로
도금이 된 학을 볼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학이 날개를 접자 막혀 있었던 벽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두그그그..]
"헉!! 사일런스!"
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루드웨어는 급히 사일런스를 사용하여 소리를 차단
했지만, 그 소리는 이미 방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들린 후였다.
방문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급히 열려진 통로안으로 몸을 날린 루
드웨어는 곧바로 일루션마법을 사용하여 방을 원래의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었
다.
"응?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나?"
"나도 들은 것 같은데..이상하군."
방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소리가 들렸음에도 방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자 고
개를 갸우뚱거리고는 자시 경비를 서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루드웨어는 이번에
는 사일런스 마법으로 소리가 안들리게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라이트!"
벽의 문이 닫히자 루드웨어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라이트마법을 사용해서는
안으로 들어갔다.
시승의 방과 연결되어진 비밀 통로는 장원의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듯 했는데,
한참을 들어가자 문이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철로 만들어진 문에는 악마의 형상과 비슷한 문양이 양각으로 그려져 있었기에
루드웨어는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음...보통은 이 지방의 부호들은 창고 문을 이렇게 만드나보지?"
뭐 지방의 주술적 의미로 방문에 여러 가지 부적을 붙이는 곳이 없지는 않았기
에 대충 넘어가기로 한 루드웨어는 손을 들어 천천히 쇠문을 밀어 젖히기 시작
했다.
[드드득...]
그 순간 루드웨어의 귀에선 무엇인가 나무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쳇!"
그것이 기관장치의 작동음이라는 것을 알아챈 루드웨어는 급하게 몸을 뒤로 날
렸는데, 그 순간 수십개의 화살이 그가 있었던 곳으로 작렬해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고슴도치가 되는 것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였기에 안조
의 한숨을 쉬는 루드웨어였다.
"이 세계에선 불사도 아닌데, 목숨을 소중히 여겨야겠지?"
주변을 돌아보면 철문을 열 수 있는 장치를 찾고 있던 루드웨어 였지만, 좀처럼
그런 장치는 보이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철문의 형상을 처다보니 악마의 눈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쳇 애꾸눈 악마잖아."
돈 아까워서 문에 새겨진 악마의 형상을 허접하게 꾸몄을리는 없었기에 자세하
게 처다본 루드웨어는 그 곳에 이상한 열쇠구멍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볼 수 있
었다.
"음...열쇠가 필요하단 말인가?"
마법이나 자신의 본신의 무공으로 이정도의 철문이야 쉽게 뚫을 수 있었지만,
일단은 조용히 일을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그 생각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시승 정도의 인물이라면 자신이 의적으로 이곳의 보물을 훔쳐와 처리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로 시승이 알아채지 못하게 보물을 훔친 후 적어도 몇 일은 그가 도둑
을 맞았다는 것을 모르게 해야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장물아비가 없는 이상은 조심스럽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 도둑의 사명이
라며 눈물을 흘리는 루드웨어였다.
일단은 이대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루드웨어는 화살이 꽃힌 곳으로 가서는 자신
에게 쏟아부어진 화살을 정리하고 바닥을 깨끗하게 원상태로 돌려 놓은 후 조
심스럽게 되돌아갔다.
자신이 움직여 놓은 부분을 깨끗이 정리한 그는 전에 들어왔던 방법 반대로 밖
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진입해서 보물을 가져오기 위해선 시승이 가지고 있을 열쇠
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루드웨어는 조심스럽게 시승이 머물고 있을
여섯 번째 첩의 방을 찾아 경공술을 발휘하며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