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장강에서의 혈투 (7)
로노와르는 남아 있는 사람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호에 돌고 있는 소문
은 자신이 검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지로는 그런 검은 구경도 못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사련과 같은 거대 조직이 아무런 근거 없는 소문에 대규모의 사람을
파견 할리는 없기 때문에 그 소문이 전부 진실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타당성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로노와르는 한명씩 용의자를 추려보기 시작했다.
'장강어옹의 경우에는 검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나에게 무
슨 볼 일이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은 것 같고, 개방의 취개 역시 검을 가지고 있
다고 보긴 어렵다. 당삼랑의 경우에는 검을 노리고 왔다고 하기엔 무공이 너무
떨어진다. 그렇다면 용의자는 두 사람으로 압축할 수 있겠군..'
로노와르가 생각하는 용의자는 바로 삿갓을 쓰고 있는 의문의 무사와 도인의
복장을 하고 있는 현허도장이였다.
일본도를 가지고 있는 무사의 경우에는 그 무공이나 행동 모두 어딘가 수상해
보이고 있었고, 현허도장 역시 이런 피비린내나는 혈전에 끝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 조금 수상해 보였다.
거기다가 검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생각되는 취개는 현허도장에게 상
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파사신검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의문의 무사
의 경우에는 아무런 짐도 없이 일본도 하나만을 들고 있고, 현허 도장 역시 허
리에 차고 있는 검 이외에는 다른 병장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신분을 알 수 없는 몇 명의 남자들이 더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지금
까지 살아 남았다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무공에 일각연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
다고 고수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는 사람이였기에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무림 전체가 노리고 있는 검을 실력 없는 자에게 운반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
란 생각 때문이였다.
강호에서 자산이 파사신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 무공 때문이기
에 그런 심증은 더욱 굳어졌는데, 옆을 돌아보니 도연랑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
았다.
'저것이 왜 저러는거지?'
보통때 같으면 자신의 곁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가 장강어옹의 옆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하지만 로노와르는 이내 고개를 젖고 말았다. 도연랑의 현재 나이는 21세, 이에
반해 장강어옹은 백살이 넘었다고 알려져 있는 인물인데, 다섯배가 차이나는 이
에게 연정에 빠졌다고는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행동이 이상한 점은 있었으니 로노와르는 수상무적 장진천에게 반하
여 그의 스승인 장강어옹에게 잘 하는 것이리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장진천의 나이가 마흔이 넘었다고는 하지만, 고수의 경우에는 노화가 늦기 때문
에 얼핏봐선 삼십대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무림인의 경우에는 3,40살 차이가 나는 일은 정략결혼 등으로 흔히 있어왔던
일이기에 로노와르는 이참에 장강수로십팔채의 총채주인 장진천과 도연랑을 엮
어서 관계개선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다섯배나 나이가 차이 나는 장강어옹을 사모하고 있었으
니 일이 어떻게 풀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였다.
선원이 모두 죽거나 달아나 버린지라 배에 탄 사람들만으로 배를 조종할 수밖
에 없었지만, 장강에서 뼈가 굵은 장강어옹이 사람들에게 지시하고 있었기에 배
는 천천히 장강의 하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강 저편으로 보이는 산으로 서서히 태양이 저가며 석양이 지자 드
디어 대사련의 배들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많은 배들은 어디서 구했는지가 의심이 가는 로노와르였다.
"어디 그 작은 나룻배로 얼마나 버티나 구경이나 해볼까."
재밌는 생각이 든 로노와르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마법의 주문을 외
우기 시작했다.
"컨트롤웨더!"
로노와르의 주문이 끝나자 저녁의 하늘 위로는 검게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
다.
"응? 나도 늙었나보군."
마법의 힘이라는 것을 모르는 장강어옹은 갑자기 하늘 위로 먹구름이 짙게 깔
리기 시작하자 하늘의 천기를 보는 자신의 눈이 조금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밖
에 없었다.
잠시 후 장강은 엄청난 폭우로 인해 큰 파랑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일대를 뒤흔
들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폭우에도 파사신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지 많은 수의 배들
이 뒤집히는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로노와르가 타고 있는 배로 밀려오고 있었
기에 로노와르는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 하늘마저 나를 돕는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배로 올라오다 지키고 있던 사람들의 검의 먹이가 되어 장강
으로 사라져갈 때 로노와르가 타고 있는 배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배가 접근하
고 있었는데, 배의 앞머리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미친사람같은 남자가 폭우
를 향해 두 손을 들며 앙천대소를 하고 있었다.
"대사련의 우광자(雨狂者) 요파산이다!"
"우광자?"
사람들의 외침에 그가 비에 미친자라는 명호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왜 하
늘이 그를 돕는지 이해가 간 로노와르였지만, 이 비는 자신이 내린 것이기 때문
에 애석하게도 요파산의 하늘은 로노와르가 되는 순간이였다.
요파산은 선원들에게 지시해서는 엄청난 파도가 치는 장강에서 서서히 배를 접
근 시키기 시작했는데, 장강어옹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 두를 수 밖에 없었
다.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이런 와중에 배를 붙이려고 하다니 말이야."
높은 파도로 인해 배의 조종조차 어려운 판국에 두 척의 배를 가까이 붙였다간
서로 부닥쳐 침몰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장강어옹은 그가 정말 미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는데, 애석하게도 요파산이 타고 있는 배의 선원들은 베테랑인지
배를 이장 정도의 거리까지 붙이는데 성공했다.
배가 가까이 붙자 갑판으로 수십명의 사람들이 나타나서는 갈고리를 던져 배를
가까이 끌어 당기기 시작했고, 어느새 두배는 서로 나란히 붙어서 폭우를 따라
장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심한 폭풍으로 인해 배가 흔들리면서 두 배가 맞닿아 있는 곳은 심하게 파손되
어가고 있었지만 요파산에게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지, 천천히 경공을
사용해서는 로노와르가 타고 있는 배로 착지해서는 귀신같이 산발한 머리를 뒤
로 날려서는 얼굴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눈매에, 뭉툭한 코, 얼굴 가득한 검상들은 폭우속에 나타난 지옥의 야
차가 아닐까 의심이 가게 할 정도의 얼굴이였기에 사람들은 조금 거북할 수 밖
에 없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것이 자랑인지 볼에 있는 상처를 쓰다듬어 중얼
거렸다.
"여인곡의 여인들이 피를 마신지도 상당히 오래 된 듯 하군...흐흐흐"
"응? 피를 마셔?"
그의 말에 로노와르는 의문을 표했는데, 어느새 장강어옹의 곁에서 빠져나온 도
연랑이 그녀에게 조용히 요파산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광자 요파산은 평상시에는 여느 무인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비가 내리는 날
만큼은 마치 광인처럼 행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의 기행 중의 하나
는 우중에 살인을 하면 그 피를 빤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과거 여인곡의 감찰전
주가 저 자의 손에 죽음을 당해 온몸의 피를 빨린 적이 있습니다."
"흥! 뱀파이어도 아닌 녀석이 맛도 없는 삐는 왜 빤데?"
어처구니 없는 기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요파산을 보며 콧방귀를 낀 로노와르는
검을 들어서는 그의 겨누며 말했다.
"야이 미친놈아! 정신차리고 집에서 나 가서 마누라 뒷치닥 거리나 하라고!"
"...."
"크하하하하!!"
고결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로노와르의 입에서 막말이 나오자 좌중은 조용해 질
수 밖에 없었는데, 요파산은 그녀의 도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웃고는 말
했다.
"네 년 같이 당돌한 계집은 처음 보는구나 어디 그 피 맛 좀 보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빠른 속도로 로노와르에게 세도해 들어갔다. 꽤 실력
이 있는 인물로 보이는 지라 로노와르는 조금 강호의 무공이라는 것을 견식이
나 해볼 겸 자신 역시 검을 들고는 그를 향해 세도해 들어갔고, 두 사람은 접전
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파산의 절기는 비가 오고 있는 곳에서는 그 위력이 두배 이상으로 변한다고
알려져 있는 우살권(雨殺拳)이였다.
그가 한번 권을 내지를 때 마다 하늘에서 내려오던 빗방울에 경력이 담겨지며
마치 암기라도 되는 것처럼 로노와를 각 요혈을 공격해 들어왔는데, 놀랍게도
그 빗방울은 로노와르의 몸에 닿기도 전에 산산히 부서져 버리고 있었다.
"호신강기(護身 氣)!!"
우파산은 로노와르의 내공이 자연적으로 호신강기를 일으킬 정도라는 것을 깨
닫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적으로 외부의 타격에 호신강기가 발현되려면 적어도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어서야 가능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오기조원의 경지에 도달했다면 결코 얕볼 계집이 아니라고 생각한 우파산은 빗
줄기의 이용한 타혈공격을 멈추고는 자신의 내공을 십성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지금 같은 폭우라면 우살권은 평상시보다 세배이상 강해졌을 것은 분명했기에
호신강기마저 부술 수 있었다.
우파산이 오른쪽 주먹을 내뻗자 하늘에서 내려오던 비가 그의 주먹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주먹의 주위는 경력으로 회호리 바람이 만들어지고 있었
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크크크 네 년의 호신강기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꾸나! 우살
십팔연권(雨殺十八連拳)!!"
우파산은 로노와르의 이장 정도의 앞에서 드디어 자신의 비전절기를 날리기 시
작했다. 평상시에는 권풍조차 일지 않는 우살십팔연권은 비가 오면 그 위력이
달라지는데 그것은 바로 권강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엄청난 회호리와 함께 주먹의 권강이 수십개로 분화되어 로노와르를 향해 날아
갔고, 배는 그의 권강에서 의해 산산히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배의
밑 부분까지 파괴된 것은 아니기에 가라 앉지는 않았지만, 갑판과 돛 같은 것은
권강에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폭우의 돌풍에 장강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흥!"
이렇게 계속 녀석의 권강을 피하기만 하다가는 배가 침몰될 것이란 생각이 들
자 로노와르는 검에 내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한빙신공(寒氷神功)!!"
로노와르의 한빙신공이 검에 주입이 되자 검의 주위에는 차가운 한기가 몰아치
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줄기는 순식간에 얼음이 되어 갑판에 박히기
시작했다.
"차앗!!"
로노와르는 녀석의 권강을 대항하고자 음공 중의 하나인 한빙신공을 운기하여
자신 역시 검강을 날리니 두 강기가 서로 맞부닥치자 엄청난 기의 충돌소리로
일대는 난데없이 큰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나는 비를 담고 있는 우파산의 권강이 로노와르의 차가
운 검강과 부닥치면서 산산히 부서졌고, 그 차가운 기운은 순식간에 공기중의
습기를 얼려 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엄청난 눈의 돌풍이 일대를 휘몰아치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두 사람
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헉!"
"우중무적 우광자 요파산이 패했다!"
로노와르와 강기를 맞닿아뜨린 요파산은 권강을 날리는 그 자세로 꽁꽁 얼어버
려 죽고 말았으니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 상대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 요파산은
그가 돕는 하늘이란 존재인 로노와르에게 죽고 만 것이다.
대사련의 간부급 되는 요파산이 죽음을 당하자 대사련의 무사들은 크게 놀라며
도망가기 시작하니 오늘밤의 대사련의 총지휘자는 우광자 요파산이였던 것이다.
"이 배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요파산이 가지고 온 배를 빼앗도록 하자!"
장강어옹은 자신들이 타고 온 배가 요파산의 권강에 의해 크게 파손되어 이 폭
우에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며 요파산의 배로 뛰어 들어서는 소리쳤고,
나머지 사람들도 배로 뛰어들며 대사련의 무사들을 베어서는 강으로 떨어뜨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