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56화 (156/247)

제 5 장 장강에서의 혈투 (6)

"난화십팔검무(蘭花十八劍舞)!!"

근처에 있던 검을 줏어든 로노와르는 병장기를 뽑아 들고 있는 자들을 향하여

여인곡의 검술 중 하나인 난화십팔검무를 사용해서 앞으로 세도해 들어가기 시

작했다.

난화 십팔검무는 여인곡의 많은 검술 중 그 초식이 가장 화려하다고 알려진 검

법으로 검의 움직임이 마치 난을 보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부드러운 호를 그리는 듯한 난의 형태와 같이 사방으로 검의 선이 그려지자 로

노와르를 압박하여 들어가던 자들은 모두 혈선을 그리며 나가떨어지기 시작했

으니, 그녀의 검술에 모든 이들은 흠찟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선실내에서 싸우는 것은 공간이 좁은 관계로 초식을 힘껏 사용하기가 어려웠지

만, 그런 것이 많은 이들을 상대로 싸우는 여인곡의 여인들에게 잇점으로 작용

하고 있었다.

반시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선실내로 급습해 들어왔던 많은 무인들은 모두

명부에 기재되어 버린 신세가 되어 있었고, 로노와르의 시비들은 숨을 헐떡이며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도연랑!"

"예!"

"갑판으로 나가자!"

로노와르의 명령을 받은 도연랑은 여인들에게 지시하여 빠른 속도로 선실을 나

가서는 로노와르가 불편하지 않도록 갑판에서 기다리고있는 자들을 청소하기

위해 뛰어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선실의 출구에선 수십명의 사람들이 병장기를 들고 안에 있던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도연랑은 품에 있던 암기를

꺼내어서는 비파의 현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향해 뿌렸다.

"비파산화(琵琶散花)!!"

비파를 이용한 암기술인 비파산화가 도연랑의 손에서 펼처지자 수십개의 침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끄아악!!"

도연랑의 암기에 당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니 단 한번의 비파산

화에 쓰러진 자의 숫자는 수십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만큼 갑판에 있던 자들의 숫자는 정원초과라 할 수 있었으니, 도연랑과 나머

지 여인들이 밖으로 나간 후에 끔찍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판에는 도저히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있는 것은 물

론이요. 아직도 작은 나룻배 같은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배로 오르고 있었으니

시체의 무게에 배가 침몰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 할 수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는데, 개방의 인물들의 경우

에는 거의 대부분이 죽음을 당해 남은 것은 취개 한사람 뿐이였고, 그 외에는

로노와르가 전에 눈여겨 보았던 사람들만이 그들과 싸우고 있었다.

도연랑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그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한쪽에 자신들을 습격해온 자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시체

가 쌓인 옆에서 삿갓을 쓴 한남자가 여유롭게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체의 무더기 주위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지만, 그들은 그의 신위

가 두려운지 함부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도언니! 조심하세요!"

그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던 도연랑은 갑작스런 초희의 말에 크게 놀

라서는 옆을 돌아보았고 그 순간 어깨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꺄악!!"

다행히 초희가 소리를 질러 목숨까지는 위태롭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왼쪽 어깨

에 큰 상처를 입고 들고 있던 비파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월광산화각(月光散花脚)!"

어깨를 베인 도연랑은 급히 몸을 눕히고는 그대로 각법을 펼처서는 자신에게

칼을 휘두른 자를 공격했고, 도연랑의 다리는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자들을 강

물로 날려버렸다.

"큭..."

하지만 어깨의 상처가 조금 깊었는지 도연랑은 더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

앉고 말았고, 그런 기회를 포착하자 다섯명의 사내가 병장기를 휘두르며 세도해

들어왔다.

"금린휘하(金鱗輝河)"

도연랑은 죽겠구나 생각하고는 눈을 감고 말았는데, 그때 우렁찬 한 노인의 목

소리가 터져나오더니 도연랑의 주위에 부드러운 바람을 일으켰다.

"아!"

때가 되어도 아픔이 다가오지 않자 눈을 뜬 도연랑은 주변의 모습에 크게 놀라

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자신을 공격하던 자들이 목에 상처를 입고는 쓰러져 있었

기 때문이다.

"장강어옹 어르신!"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본 도연랑은 그가 장강어옹이란 것을 알고는 소리쳤는데,

그는 시꾼둥한 얼굴로 주위를 보며 말했다.

"서장의 계집이 데리고 다니는 아이라 눈여겨보았더니 이런 하찮은 무리들에게

상처나 입고..쯧쯧 나중에 이 노부에게 술이나 사도록 해라."

"예. 어르신."

장강어옹의 말에 도연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상처가 심해서인

지 피가 끊이질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장강어옹은 탄지신공을 사용하여 피가 더 이상 흐르지 않게 그녀의

혈도를 점한 후 옷을 찟어서는 팔에 묶어 주었다.

"여기 앉아서 잠시 운기조식이나 하도록 하여라."

"예....아!"

도연랑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기조식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 달빛에

비추어지는 장강어옹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탄성을 내뱉었다.

마치 천신과 같은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의젖하여 한명의 신장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그리 멍청히 보는게냐?"

"아..아닙니다."

장강어옹의 말에 도연랑은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내저으며 운기조식에 들어

갔는데, 가슴이 콩당콩당 뛰는 것이 아무래도 시마가 깃든 듯 했다.

'내가 왜 이러지....'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멋진 장강어옹의 모습, 그의 나이가 일백이 넘어섰다는

것을 아는 도연랑이였지만, 웬지 사랑에 빠진 듯 했다.

한편 자신을 제외한 홍련칠화가 갑판으로 나가서는 밖을 어느저도 정리하자 로

노와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갑판에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방에 시체가

넘처나자 조금 기분이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

"흥!"

시체를 보고 있을 마음이 없는 로노와르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는데, 그 순간 엄

청난 강풍이 일면서 갑판의 시체들을 모두 강물로 떨구어 버렸다.

시체들이 강물로 떨어지자 배는 솟구쳐 올라갔는데, 그것은 로노와르가 뒷 갑판

에 있는 시체들을 모두 던져버렸기에 앞갑판의 시체무게 때문에 배가 들리고

있는 것이였다.

"귀찮아 죽겠구나. 계집아!"

장강어옹은 가만히 놔주면 배가 뒤집힐 것 같자 로노와르에게 호통을 치고는

자신 역시 앞 갑판을 향해 장풍을 내질렀고 갑판의 시체가 모두 떨구어지자 배

는 금새 안정을 찾았다.

이 두사람의 장풍으로 인해 살아 있는 사람들도 많은 수가 장강으로 떨구어졌

기에 갑판의 싸움은 잠시 동안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요?"

사천당가의 당삼랑은 난데없이 벌어진 한밤 중의 혈투를 보며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취개에게 물었다.

취개는 고개를 내저으며 호리병의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대사련(大邪聯)이 파사신검을 노리고 선발대를 보낸 것 같구나!"

"대사련!!"

대사련은 말 그대로 중원의 사파들이 모여 만든 연합체였다. 강호 오대사파 조

직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아홉 개의 당을 제외하고도 그 연합의 문도수가

십수만을 헤아리고 있었기 때문에 정파의 무림맹에서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

는 집단이였다.

로노와르 역시 대사련에 대해선 어느정도 알고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밤을 틈타 습격해 온 자들의 숫자는 수백을 헤아렸는데, 그 정도의 사람들이

죽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람들을 보낸다는 것은 수적들에게는 조금 어려

운 일이였기 때문이다.

이 소강상태에서 사람들은 모두 로노와르와 장강어옹의 곁으로 모여 들기 시작

했는데, 단 한사람 일본도를 든 삿갓의 고수만은 배 갑판의 오른쪽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며 달빛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모여든 나룻배에서 계속적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올라오고 있었지만,

그가 있는 오른쪽의 갑판에서 만큼은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사람들이

쓰러져가고 있었기에 고요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없다.

"엄청난 쾌검이로군.."

장강어옹은 비명도 못지르게 목을 따버리는 그의 검술을 보며 감탄하는 듯 말

했는데, 그런 와중에 또 다시 갑판 위론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일

행들은 공격하기 시작했다.

"저들이 배를 침몰시키지는 않을까요?"

당삼랑은 그들이 배를 침몰시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말에 취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들이 목적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음..."

아무리 수공에 뛰어나다고 해도 배가 침몰되어 파사신검이 강물로 사라진다면

그들로선 쉽게 찾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취개의 말을 알아들은 당삼랑은 암기주머니의 살펴보았는데, 백여개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지라 독과 암기는 나중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고는 근처에서 검

한자루를 들어서는 다가오는 적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치열한 혈전은 동이 틀때까지 이어졌다.

해가 동쪽에서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자 사방에서 푸른색의 불꽃이 솟아 올라

왔고, 그 것을 보며 수많은 나룻배들이 서서히 로노와르가 타고 있는 배에서 멀

어져가기 시작했다.

"휴!!"

당삼랑은 대사련의 공격이 끝나자 지쳤다는 듯이 자리에 주저앉고는 사방을 둘

러보았다.

지금까지 배를 조종하고 있는 수부들은 거의 대부분이 목숨을 잃거나 달아난

후였기에 현재 배에는 수부라고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은 채 강으로 흘러가

고 있었고, 남은 사람들은 몇몇 사람들 뿐이였다.

여인곡의 경우에는 로노와르를 포함한 홍련칠화는 모두 살아 있었지만, 가마를

드는 네명의 여인들 중 두 사람을 절명을 했고, 한 사람은 팔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다. 홍련칠화 역시 세사람이 큰 부상을 입고 있었는데, 도연랑의 상처가 가

장 크긴 했지만 거동에는 큰 무리가 없는 듯 했다.

배에 타고 있던 개방의 인물들은 취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고, 정파의 많은

이들도 거의 대부분이 죽음을 당하여 이제 남은 사람은 스무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그 피비린내 나는 한밤의 혈투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상당한

능력을 지닌 고수들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휴...."

목숨을 부지한 것이 다행이란 생각에 당삼랑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그녀의 옆에 홍련칠화의 한 사람이자 그녀의 고모인 당미가 다가와서는 조용히

환단을 하나 내밀었다.

"고모님.."

"그것을 먹고 운기조식을 취하도록 해라."

"예."

역시 한집안 사람이라는 생각에 당삼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환단을 먹고는 운

기조식을 취했다.

"현허도장께선 괜찮으십니까?"

"예. 취개 어르신."

현허는 피가 적시어져 있는 검을 천으로 닦아 내고는 천천히 검집에 집어넣고

는 천천히 시체들의 곁에 가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는 강으로 던져 넣었다.

"재수 없는 녀석. 중도 아닌 것이 염불을 외우기는..."

장강어옹은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욕을 하고는 낚시대를 들어서는

강으로 던졌다.

"장강이 피를 머금으니 살찐 녀석들이 낚이겠구나..."

그 말을 들은 선무낭자 소심랑은 비위가 쏠린다는 듯이 잠시 입에 손을 가져가

서는 급히 장강어옹의 곁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빌어먹을 계집년. 시체를 뜯어먹든, 변을 뜯어먹든 장강의 물고기들은 네 년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

소심랑을 탓하는 듯이 말하는 장강어옹의 말에 재밌는 노인을 만났다고 생각한

로노와르는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 가져 왔는지 모르게 도연랑은 그런 장강어옹의 곁으로 가서는 조용히 술

잔에 향기로운 매화주를 따랐는데, 잔을 받아 매화주 한잔을 마신 그는 좋다는

듯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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