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마법사-154화 (154/247)

제 5 장 장강에서의 혈투 (4)

"흥!"

역시 수적이 아니랄까봐 미리 비겁한 짓을 준비하고 있는 장진천을 보며 코웃

음을 친 로노와르는 천천히 앞에 놓여진 칠현금에 손을 올려 놓았다.

"우와.."

소매속에 감추어진 그녀의 백옥같이 흰 아름다운 손을 사람들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는데,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듯 천천히 현에 손을 올

려놓은 그녀는 드디어 칠현금을 타기 시작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분들은 배의 뒤쪽으로 피해서 귀를 막고 나머지 분들은

내공을 돋구어 몸을 보호하세요!"

도연랑은 첫 번째 칠현금의 음을 듣고는 로노와르가 무슨 곡을 타려는지 예측

하고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도연랑의 말에 시비들은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내공을 돋구어

몸을 보호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 역시 그녀들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

을 알고는 차례로 가부좌를 틀며 내공을 돋구어 나갔다.

[뚱뚜두뚱뚱!]

드이어 칠현금의 소리가 장강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천상의 소리인 것처럼 느껴지는 금의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자 사람들은

내공을 돋우며 몸을 보호하는 것을 멈추고는 그 음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아!"

"아름다운 금음이다..."

마치 천상의 선녀들이 부르는 노래소리 같은 금음에 취한 이들은 자신들의 주

위에 날아와 손짓하고 있는 선녀들에 이끌리고 있었으니, 환상의 선녀들이 손짓

하는 것을 보며 따라간 사람들은 스스로 강물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고, 두 번

다시 물 위로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무서운 음이다!'

도연랑은 사람들의 금음에 취해 물에 빠지는 것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음은 로노와르가 직접 만든 곡으로 세이렌의 노래라고 했는데, 사

람들로 하여금 환상에 빠져 스스로 죽음으로 향하게 하는 무서운 음이였던 것

이다.

과거 도연랑은 로노와르가 비파로 켜는 이 음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잠시의 시

간이 지나서 깨보니 스스로 자신의 목에 칼을 가져가고 있었다.

음공에 대한 기초가 서지 않았을 때 로노와르가 대충 서장에서 있는 요물의 음

을 흉내내어 만들었다고 하는 이 세이렌의 노래는 음공이라기 보다 사공(邪功)

이나 마공(魔功)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사악한 면이 강했기에 사람들에게 주지

시켰던 것이다.

만화전의 당주들은 이 음을 여인곡의 음공 중 이대마음(二大魔音)에 편입시킬

정도였는데, 장진천이란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로노와르가 이 사악한 음공

을 켜기 시작한 것이다.

장하파진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장진천은 아직 금음에 마력에 넘어가지는 않

았지만, 진세를 이루고 있는 자들 중 내력이 약한 이들은 벌써 마음이 흔들리는

지 경련을 하고 있었고, 이윽고 한 사람이 더 이상을 견디지 못하고 진세를 벗

어나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갑자기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크게 웃기 시작한 녀석은 공중에서 무엇을 잡으

려는 듯 허우적거리더니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서는 그대로 자신의 목을

자르니 장진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헉! 심신을 현혹시키는 음공이였군!'

음공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음 자체로 사람의 내장이나 사물을

공격하여 파괴하는 파쇄음공 둘째는 현재 로노와르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현혹

음공이 있다.

파쇄음공의 경우에는 느껴지는 기운만을 감지하여 피하면 되기 때문에 격공장

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현혹음공의 경우에는 그러한 기운을 감지한다고 피할

수가 없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쪽으로 몸을 피하지 않는 이상 빠져나갈 도리는 없었기에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여 정신을 굳건히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현혹음공의 경우에는 고수라 할 수 있는 자가 없었는데, 그만큼 파쇄음공에 비

해서 현혹음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인곡에서 나온 로노와르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장하

파진을 뚫고는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로노와르가 내력을 장하파진쪽으로 보내고 있었기에 보통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 음공이 강해질수록 장하파진에 반사되

어 흘러오는 음공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이제 위험은 장진천 뿐만 아니라 다

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다가오고 있었다.

"으윽.."

도연랑을 비롯한 사람들은 더 이상을 견디지 못하는 듯,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

고 몇몇의 사람들은 더 이상을 참지 못하고 도망가려고 일어서다 음공에 사로

잡혀 스스로의 목숨을 끊기 시작했다.

로노와르의 음공이 계속되자 장하파진을 이루던 장진천의 부하들은 진세가 흐

트러진지 오래였기에 하나 둘씩 스스로 목숨을 끊기 시작하자 그는 더 이상을

참지 못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노와르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강풍파랑!(强風波浪)"

내공을 돋군 장진천은 그대로 로노와르를 향해 자신의 비전절기 중 하나인 장

강십팔장권(長江十八掌拳)을 사용하여 그녀를 공격했는데, 자신의 정면으로 격

공장이 날아오는 것을 눈치챈 그녀는 금을 타는 것을 멈추고는 가볍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헉! 능공허도(凌空虛渡)!"

하늘로 날아 오른 로노와르가 그자세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것을 본 장진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능공허도는 경공의 최상의 단계로 근 백년간 경공

으로 이 경지에 도달한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는데, 여인곡의 계집이

이 경공의 최상의 단계를 연성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공의 대가라는 공공문의 문주조차 못하는 능공허도의 경지를 여인곳의 계집

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장진천이였지만, 눈앞의 일은 현실이였다.

한편 자신의 음을 방해받은 로노와르는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그를 처

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한 소절의 금음도 참지 못하는 자가 감히 만화신녀의 몸을 노리려 했던가!"

날카로운 교성과 함께 그녀는 가볍게 칠현금을 튕겼는데, 그 순간 엄청난 음파

가 몰아치며 장진천을 공격해 갔다.

"파쇄음공이다!"

놀란 장진천은 급히 몸을 날려 로노와르의 공격에서 벗어났고, 파쇄음공은 그의

뒤에 있던 쌍용비선의 뱃머리에 충돌하고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쿠구궁!!]

"으악!"

단 한번의 파쇄음공으로 쌍용비선은 뱃머리 앞부분에 3장 정도가 크게 파손되

었기에 장진천은 정면으로 받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흥!"

자신의 음을 빗나가자 로노와르는 천천히 하강해서는 천천히 배의 갑판 위로

내려왔고, 장진천은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그녀를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초희야."

"예."

로노와르가 부르지 초희는 공손히 앞으로 다가와서는 흑금을 받고는 뒤로 물러

섰다.

"흥! 무림 서열 16위라는 자가 한낱 금음이 두려워 여인을 공격 하다니 우습군

요."

"음..."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자신이 패배했다고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장

진천은 입술을 깨물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이 장모가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구려. 하지만 그대가 장강으로 길을

택한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일이 있겠지요."

그렇게 말한 장진천은 몸을 날려 쌍용비선으로 올라갔고, 그의 모습을 보며 부

하들도 차례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와아!!"

쌍용비선이 사라져가자 사람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하며 열광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쌍용비선에게 대항하여 살아 남은 이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그들로선 구사일생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환성소리에고 별로 감흥이 없는 듯 로노와르는 시비들과

함께 여객선의 특실로 자리를 옮기니 무인들은 그녀의 활약에 아무 말도 없이

포권지례로 감사의 표시를 할 뿐이였다.

한편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솜씨를 본 후 차가운 눈매로 뒷모습을 쫓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뱃전에 앉아 쌍용비선이 나타났음에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

았던 일본도를 가지고 있던 삿갓을 쓴 무인이였다.

'예사롭지 않은 계집이군...'

그가 알고 있는 강호의 정보에 따르면 저와 같은 경공과 음공을 가진 여인이

있다는 정보는 없었기에 그는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정보를 주는 집단은 첫 번째는 아니지만, 저 정도의 인물을 놓칠만한 정

도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방해가 될 싹이라면 미리 잘라버려야겠지..흐흐흐'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로노와르를 암살할 생각을 한 삿갓의 무인은 다시 눈을

감고는 명상에 잠겼다.

한편 특실로 들어가고 있는 로노와르를 처다보며 식은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

었으니, 그는 관선을 도와준 청년도인이였다.

잠깐 동안 삿갓의 무인이 내뿜은 살기에 크게 몸서리친 그는 또 다시 일이 벌

어지리라 생각하며 조용히 뱃머리로 걸어갔다.

그의 왼손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감싸쥐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음에도 왼손

에 상당한 내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 괴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허도장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 취개어르신!"

청년 도인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말에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

개방의 장로인 취개가 있자 공손히 인사를 했다.

"어인 일이신지요?"

"허허허허 이 거지 강 바람을 맞고 싶어 이렇게 나섰을 뿐입니다."

"그러시군요."

취개의 말에 현허도장이라 불리는 청년도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강

변을 보았다.

스치듯 지나가는 강의 저편에선 한 어부가 그물을 던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지라 현허는 과거의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미소가 어리워졌다.

"그러고 보니 현허도장께선 어부의 아들이라 들었습니다만."

"아! 예, 저희 부친은 동정호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이셨지요."

현허는 취개의 말에 조용히 대답을 하고는 다시 작은 배에 타서는 힘들게 그물

을 끌어당기는 어부를 보며 잠시 눈시울이 붉혀졌다.

'아버지...'

어부의 모습에서 이미 세상에는 없는 부친을 생각한 현허도장의 눈에선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취개는 아무 말도 없이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괜한 말을 하여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한 맘이 있었지

만, 일단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0